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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단편 소설 5-민족, 혼란과 자각의 자화상’에는 해방 직전과 후의 혼란상, 그리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전후의 커다란 상처를 담은 소설들로 구성되었다. 일제 강점기의 고통을 이겨낸 우리 민족에게 스스로에 의한 해방이 아닌 외세에 의존한 해방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8·15는, 남북 분단과 동족상잔이라는 또 다른 역사의 질곡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분단과 6·25라는 역사의 시련은 반세기가 지난 요즘까지도 우리의 삶을 상당부분 규제하는 벽으로 남아 있고, 그것과 관련된 상처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과거의 상처가 아닌 현재의 아픔으로 느껴지고 있다. 우리의 소설은 이광수의 ‘무정’ 이후 3~4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연륜이 쌓인 결과 1950년대에 이르러 진정한 현대소설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또 6·25라는 전쟁 속에서 이념에 따라 또는 이념과 무관하게 이웃이, 형제가 평생 씻을 수 없는 원한으로 묶이고 그것에 의해 파멸해 가는 모습을 담게 되면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도한다. 1950년대의 소설들은 전쟁의 참혹성이나 전후의 가치관의 혼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시대가 흘러갈수록 전쟁이 지닌 의미와 그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한결 성숙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살펴보고 있다. 황순원의 ‘학’에서는 전쟁에 의해 적으로 갈라진 두 친구가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이루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손창섭의 ‘비 오는 날’과 ‘잉여인간’은 전쟁 후 황폐해진 우리 사회의 모습과 전쟁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불구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수작(秀作)으로, 특히 ‘비 오는 날’은 우울한 아름다움의 극치라 할 만하다. 오상원의 ‘유예’는 처형을 앞둔 사람의 한 시간 동안의 회상을 통해서 전쟁의 비인간성과 그 속에서 파멸되는 인간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범선의 ‘오발탄’은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라는 대사를 통해 가치관의 혼란과 극단적인 물질적 궁핍을 겪고 있는 전후 사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 하근찬은 ‘수난 이대’에서 일제 강점기에 팔이 불구가 된 아버지와 6·25 때 다리가 불구가 된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통해 수난 극복의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전상국의 ‘동행’은 밤길을 걷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여로형 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 구조적 안정감이 돋보이는 소설로 전쟁의 상처가 1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태준의 ‘해방 전후’는 해방 직전 일제의 강압 속에 겪어야 했던 심리적 불안과 갈등, 그리고 해방 직후 우리 사회의 혼란을 자전적 형식의 소설에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박경리는 ‘불신시대’에서 종교와 병원의 타락을 통해 제목 그대로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세태를 고발하고 있다. 소설집에 실려 있는 한 편 한 편의 소설들은 잊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는, 또 어느 시기에 다시 의식의 전면으로 튀어나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지도 모를 상처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는 빼어난 작품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