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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 몽연의 명으로 사마상을 감시하고자 따라온 고진과 향안은 말없이 사마상의 뒤를 따랐다. 팔황십사주의 일원인 사마상은 배신자로 의심을 받고 있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동생 사마진을 죽이기 위해 화령도에 온 것이다. 이들은 선천교에서 몸수색을 거쳐 검까지 회수당한 채 이곳에 도착한 상태였다. 사마진이 밀린 업무를 처리할때 문밖에서 위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천교에 부전주님을 뵙고자 하는 이가 찾아왔는데 지금 객청으로 모시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누구길래 객청으로 모신다는 말이냐?" "그것이 상대가 부전주님의 형이라 밝히기에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마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부친의 죽음으로 다른 길을 가게 된 형제, 사마진은 부친의 마지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가슴에 칼을 꽂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형의 등을 사마진은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 숨을 헐떡이며 사마진이 나타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마상이 활짝 웃으며 동생을 맞이했다. 반갑게 일어나는 사마상과 달리 사마진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사마진은 십수 년 만에 만난 형에게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것만 같았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사마진이 번개같은 일장을 퍼부었다. 공격을 예측하고 있던 것일까, 사마상이 뒤로 물러나는 순간 고진과 향안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장력을 해소했다. 파앙! 활짝 웃은 사마상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마진의 앞으로 이동하면서 동생의 입을 틀어막고 숨겨온 단검을 꺼내 가슴에 쑤셔 박았다. "큭!" 부릅뜬 사마진의 눈에 씩 웃으며 작게 입을 벌리는 사마상의 얼굴이 들어왔다. 사마진의 눈꺼풀이 힘을 잃고 떨어지자 사마상은 쓰러지는 동생의 몸을 받아 조심스럽게 바닥에 눕혔다. 고진과 향안은 거침없는 그의 손속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을 벌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다리에서 몸수색을 당했는데 단검은 어디에 숨겨서 가져왔단 말인가?' 사마상은 손을 털며 고개를 돌렸다. "죽었는지 확인 한 하고 뭐해? 여기서 뼈를 묻을거야?"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고진은 서둘러 사마진의 목에 손을 붙였다. "맥이 끊어졌군." 심장이 멈춘 것을 확인한 고진이 화골산을 꺼내자 사마상은 그를 잡아 일으켰다. "추격을 늦추려면 흔적을 지워야 하오." "실내에서 화골산을 뿌리면 흔적이 완벽히 지워질 것 같아? 냄새는 어쩔거야? 사람 죽였다고 자랑이라도 할래?" 시체가 녹아 들어가며 발생하는 지독한 독기는 일정 시간 환기를 해야 사라질 것이다. 만일 그 냄새가 몸에 밴다면 탈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사마상의 일침에 경솔했던 자신을 반성한 고진이 고개를 숙이며 화골산을 품에 넣었다. "내색하지 말고 따라와. 지금부터 추격 따윈 걱정 없도록 완벽하게 사라질 테니까." 사마진은 의식을 잃기 전 그가 남긴 전음이 떠올랐다. -넌 방금 봉맥금형분을 마셨다. 반 시진 안에는 무조건 깨어나게 되어 있으니 일어나면 당분간 죽은 것으로 위장해라. 나머지는 천영이 설명해 줄 거다.- 화령에 해가 되는 일을 할 수 없었던 사마진은 일단 천영이 돌아올 때까지 속아 주기로 마음먹었다. 머리에 자신이 있는 사마진이었으나 눈 앞에서 아버지를 찔러 죽인 형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사마상과 사마진, 형제의 오해는 언제 풀 수 있을런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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