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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호위와 함께 제갈천의 막사로 향하는 제갈명은 소매 안의 물건을 매만지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신룡이 오지 않으면 온 것으로 만들면 그만이지. 역시 저 멍청한 놈들은 쓸모가 없어. 자고륜이 죽었다. 십사주에 한 자리가 비었단 말이지.' 제갈명은 일개 지역의 패권 다툼이나 하는 제갈세가의 가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이참에 소가주들까지 제거해 버린다면 삼가에 연이 닿아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 가치를 올리고 그들의 중심에 들어간다.' 자고륜이 남기고 간 살수들은 오로지 제갈명의 명만 따르기로 되어 있었다. 싸늘히 눈을 빛낸 제갈명이 부친의 막사 앞에 도착했다. "가주께선 명상 중이십니다." "중요한 일이다. 잠시 물러나 있거라.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마라." 문지기는 제갈명의 매서운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길을 비켰다. 제갈명이 부친의 막사로 들어갈 무렵, 선우곤과 황보천도 가주의 막사에 도착했다. "무슨 일이냐?" 잠자리에 들려던 황보후는 아들의 방문에 몸을 일으켰다. "신룡이 오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황보후는 탄식을 흘렸다. "제갈 가주는 그가 반드시 올 거라 확신하더구나.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 보고 오지 않으면 그때 나서기로 했다." "소자에게 신룡을 반드시 잡아낼 좋은 계책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주변을 살핀 황보천은 눈을 빛내며 묻는 부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황보천이 귓속말을 하여는 듯 상체를 숙이자 황보후는 아들의 뒤에 시립한 호위들이 처음 보는 자들이라는 걸 알았다. "저들은 못 보던 자들이구나." 그때 부지불식간에 점혈을 당한 황보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버지... 우리는 신룡의 습격을 당한 것입니다." 마지막 양심은 남아 있었는지 황보천이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을 끝맺는 순간 뒤에 서 있던 두 호위의 검이 벼락같이 움직이며 둘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흡!" "컥!" 부친의 얼굴로 울컥 피를 토한 황보천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그의 의문은 선우세가의 막사 쪽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해결해 주었다. "가주와 소가주께서 암습을 당하셨다!" "신룡이 보낸 살수들이다!" 황보천은 이 모든 것이 제갈명의 계략이라는 것을 죽기 전에서야 알 수 있었다. 부자의 목이 동시에 허공으로 떠올랐다. 선우세가와 황보세가의 막사 쪽에서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연신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부친의 목을 틀어쥔 제갈명의 검은 그의 단전에 꽂혀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하는 제갈천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꿀럭거리며 쏟아졌다. "크흐흐... 신룡의 습격입니다." 히죽 웃는 제갈명의 두 눈이 지독한 살광으로 이글거렸다. "자식 교육을 편애 없이 잘 하셨어야지요. 소자를 괴물로 만든 것은 아버집니다. 너무 원망하지 마시고... 삼가는 제가 잘 먹겠습니다." 심장을 찔러가는 제갈명의 손이 미세한 떨림을 보였다. 쉬이이-푹! "큭!" 불어오는 바람과 거의 동시에 부친의 가슴을 찌른 제갈명이 스르륵 눈을 감는 아버지를 보며 검을 뽑았다. "자, 이제 네가 나를 베고 가면 끝이다. 도망칠 수 없다면 무조건 자결해라. 그게 네 주인의 계획이니까." 뒤에 서 있던 호위는 자고륜이 남기고 간 살수였다. 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피로 물든 검을 받더니 번개같이 세 번을 그었다. 성공의 희열을 속으로 감춘 제갈명이 비통한 표정으로 스르륵 눈을 감았다. '이거 진짜 미친 놈이네.' 검신운을 구하기 위해 제갈명의 뒤를 은밀히 쫓아 모든 과정을 지켜본 단소룡은 헛웃음이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목적을 위해 키워 준 부친까지 서슴없이 찌르는 제갈명의 독심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런 놈은 오래 살려 두면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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