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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를 서두르려는 비림각 요원인 이십호는 결국 진양도문의 서한을 넘겨받아 쪽배를 타고 포구로 돌아갔다. 이십호가 보낸 전서는 곧장 금성각에 전해졌다. 내용을 확인한 유정후는 즉시 성유환의 방을 찾았다. 유정후가 전서를 꺼내면서 "특임조는 고생 좀 했다고 흥청망청하며 느긋하게 올 모양입니다." 성유환이 "예정에도 없던 흑사칠랑까지 만나 부상까지 입었다고 하니 그 정도 휴식은 필요하겠지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자세한 건 그들이 복귀하면 알게 되겠지요. 어쨌든 그들에게 나를 도울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그들이 돌아오면 단소룡이라는 사내와 진진하게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특임조를 태운 배는 마치 고관대작이 띄운 화선처럼 아주 느릿하게 움직였다. 천영의 당부로 돛을 펼치지도 않았고 오색연등을 밝힌 채 흘러가는 대로 포양호를 둥둥 떠다녔다. 이들은 뱃전에 의자까지 놓고 태평하게 밤낚시를 즐겼다. 낚싯대를 드리운 채 흑사칠랑과의 싸움을 복기하는 단소룡은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뱃전에 놓인 넓은 탁자에 한가득 요리가 올라왔고 원을 그리듯 둘러앉은 그들은 값비싼 천향주를 서로의 잔에 채워 주었다. 단소룡을 시작으로 모두 술을 들이켰다. 양삼이 도인 흉내를 내듯 없는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껄껄 웃었다. "크으... 천상의 맛이로구나. 여기가 극락이로세. 껄껄껄!" 술이 두 순배를 돈 뒤에 단소룡이 물었다. "이 중에 패천성에 가장 오래 머문 사람이 누구지?" 양삼이 당당하게 손을 들었다. "패천성이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해봐라." 양삼은 성주 성조학이 패관에 든 다음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으나 병약한 막내 성유환, 서출임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대공자의 측근이 된 셋째 성유기, 마치 없는 사람처럼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둘째 성유천, 지금 성을 이끌고 있는 첫째 성유운까지. 언뜻 듣기엔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였다. 단소룡이 "몇 년째 투병 중인 사공자가 갑자기 일선에 나선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지? 병이 나은 거로 보이지는 않던데." 고민하는 양삼은 입을 열지 못했고 탁이신도 고개를 저었다. 투월초가 "형제 중에 미친 사람이 하나 있어요. 그를 막으려는 게 아닐까요? 사람의 피를 핥아 먹는 모습을 눈으로 봤거든요." 단소룡도 나름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지만 도무지 사람이 사람의 피를 핥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패천성에는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지금은 사공자가 어떤 생각으로 특임조를 만들었을지 알아야 한다. 그의 의도를 알아야 버리는 패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돌아가면 사공자에게 숨김없이 물어볼 것이다. 만일 그가 과한 요구를 해 온다면 당장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패천성을 떠날 것이다." 천영이 "그걸 찾지 못하더라도 말이냐?"라고 물었다. 탁이신이 의아한 얼굴로 바라봤다. 단소룡은 망설임없이 장보도를 꺼내면서 "이것의 반쪽이다. 무성의 장보도라고 하더군. 이건 여산에서 연이 닿아 내 손에 들어왔다. 나머지 반쪽도 원래 내 것이었는데 지금은 대공자의 손에 들어간 상태다. 그것을 회수하는 것이 내가 패천성에 들어온 세 가지 목적 중 하나다." "다른 목적은 뭡니까?" "전에 객잔에서 본 적이 있지 않나? 곽방을 흠씬 두들겨 패는 거다." 양삼은 이제야 그날 단소룡이 보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은 하나는 뭐요?" "삼공자 성유기가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단소룡은 자신과 진백건의 인연, 그리고 성유기와 진백건의 악연을 모두 풀어놓았다. 진백건이 남긴 구령부화초를 복용했다는 말에는 천영을 제외한 모두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만히 경청하던 투월초가 웃으며 물었다. "장보도에 삼공자의 비밀까지 그런 중요한 이야기들을 내 앞에서 말해도 되겠어요?" "무슨 말이나?" "난 투월초에요. 주인을 두 번이나 배신한 내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죠. 내가 어디 가서 말하면 어떡하려고 전부 털어놓는 거예요?" "너는 너를 믿지 않는 사람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 "바보 같은 말이예요. 먼저 믿음을 준다고 해서 상대도 믿음을 보이리라는 보장은 없죠." 단소룡은 빙그레 웃으며 투월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게 바보 같은 말이라면 나는 그냥 바보로 살겠다." 단소룡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