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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우의 붉은 방에서 시작하여 숨어 있기 좋은 방을 비롯한 지긋지긋하도록 많은 방을 거쳐 왔는데 또 방이라니.
한국 현대사를 멀리서, 그리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거리인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만나 일가를 이루고 이제 생의 저물녁으로 접어드는 두 주인공.
하지만 주변의 풍광만이 독일의 것으로 바뀌었을 뿐, 또는 사건의 일어나는 지점만 그곳으로 바뀌었을 뿐 그것이 독일이 아닌 우리 영토 내부로 들어왔다고 해도 주제의식에는 하등의 변화가 필요 없는 소설이라면 멀리 이국의 땅으로 끌고 갈 것까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소설의 큰 줄기를 옆에서 돕고 있는 정순과 마리아와의 동성애, 그리고 정순의 수기 또한 흐르는 내를 거스르다 나무 밑둥에 걸쳐진 수초처럼 이리저리 물살에 흔들리기만 할 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