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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소액소송으로 원고가 되는 경험을 하면서 기초적인 법률지식을 습득할 책 한권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리고 늘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실손보험을 처음 청구하면서 의료체계에 대한 궁금함도 늘었다. 그러던 차 장기려 박사 관련 칼럼을 썼던 전성훈 변호사의 신간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이 책의 인상은 내게 여러모로 기묘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사회분야 도서에서 올컬러 본문은 처음 본데다, 책을 받고 중간쯤 펼친 페이지에서 내가 평소 앓는 다소 희소한 관절염이 눈에 띄었기 떄문이다. 어느 한의사가 한약에 초강력 진통제를 몰래 넣고 환자에게 속여 팔았다는 대목이었다. 그런 나쁜 의사가 있다니. 또 이 책을 펼치기 직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있었는데, 주인공의 첫사랑이 정신병 치료차 깊은 산속 요양원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산은 높고 바다는 깊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전변호사 역시 이 속담을 본문에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더 기묘한 우연은, 나 또한 일본의 선술집에서 지인들과 파티를 하면서 상당한 돈질을 했던 날 다꾸앙을 좀 달라고 하자 종업원이 추가 비용을 내셔야 한다는, 서운함을 넘어 잠시 분노의 감정이 일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독특한 인상의 이 책은 읽는 내내 구매전 의도했던 유익함을 안겨주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읽다보면 나처럼 법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게 더이상 자랑인 세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 주었고, 아파서든 미용 목적이든 불안함으로 인한 검진이든 병원을 자주 찾는 일반인들에게 꼭 알아야할 법률 상식을 얻게해 주었다. 게다가 이 책은 아주 쉽고 재미있다. 법조인 하면 법만 아는 딱딱한 사람이란 이미지가 있는데 예전 장기하 박사 칼럼에서 느꼈던 대로 역사 등 인문적 깊이가 상당한 저자의 폭넓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사실 법치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정함과 정의가 아니라 법망만 피하면 도덕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현 세태의 뻔뻔함으로 악용되는 이름이 법이라는 인식이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독자에게 변호사의 인문적 지식과 감성 위에서 다루어진 법 이야기는 법이 갖는 본래의 철학을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따뜻한 법률 이야기다. 나는 지금도 유튜브로 자기 전에 추억의 명장면을 열어보는 복싱 팬이다. 이 책에서 다룬 전 챔프 최요삼의 응급실 이야기를 보고 그 경기 마지막 12라운드를 검색해 보았다. 승부가 끝난후 로프 위에 올라가 포효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도 얼마 후 그가 목숨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관람하던 수련의조차도 자신이 이 사건에서 조사를 받으리라 생가지 못했을 것이다. 사고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인에게도 의사에게도 기초적인 법률 상식과 법에 대한 유용한 관점은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의료 관련 뿐 아니라, 이혼, 명예훼손, 성범죄 등 다양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이 구체적인 판례와 함께 흥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남의 불행은 흥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자신의 불행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모두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다. 기자가 적는 사건과 변호사가 해설하는 사건이 같은 사건이라도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평소 인문도서를 즐겨 있는 입장에서 연초에 <전성훈 변호사의 법률진료실>은 나름대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읽은 후의 느낌은 좋은 선택이었다. 하루키의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바로 지금 나의 구체적인 일상에 대한 유용한 지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 말미에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솔한 그의 고백이 담겨 있다. 이 대목을 읽은 사람은 아마도 법률적인 문제로 고민할 때 전성훈 변호사를 한번 찾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나도 살아가면서 변호사를 찾을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그런 상황에 도래한다면 한번 연락을 취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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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법의 지배를 받고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복잡한 사회 현상에서 궁극적인 사회적 판단은 법원 ( 때로는 대법원까지 가봐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 판결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선한 마음이나 오심즉여심으로 무장하여 살고자 하는 사람도 피치 못하게 법적 판단을 구하여야 하거나, 그 판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온갖 계약서, 마감 기한의 조항을 지키지 못해서 본인에게 다가올 페널티를 걱정하는 스트레스는 누구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간신문 북섹션을 둘러보다 마주친 <법률진료실>이라는 하이브리드형 제목이 나의 눈을 사로 잡았고 구매흘 하게 되었다.
수필인듯 유용한 행동지침서인듯 한, 이 책을 읽어가면서 하룻밤만에 반을 더 읽어버렸다. 저자가 풀어낸 여러 법적 상황들에 나를 이입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진료실에서 여러번 고민했던 바를 저자는 마치 내가 옆에서 도움을 청했던 변호사 절친인 마냥 하나하나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글을 거의 매주 연재했다니, 그 정성과 열정이 대단하다.
법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사는것이 가장 현명한가? 라는 질문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자신있게 권한다.
책 서두가 <신해철>로 시작하여 말미가 <좋은변호사 고르기>로 논하는 것을 보면, 이 저자는 변호사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인텔리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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