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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 [노래가 필요한 날]
"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 [노래가 필요한 날]" 내용보기
요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아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일상이 많이 달라져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예전과 달리 노랫말이 마음속에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렸을 적에도 노랫말에 반해 좋아하는 노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심코 들어왔던 노래의 가사도 때때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노랫말을 편의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겠지만 지나온
"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 [노래가 필요한 날]" 내용보기

요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아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일상이 많이 달라져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예전과 달리 노랫말이 마음속에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렸을 적에도 노랫말에 반해 좋아하는 노래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심코 들어왔던 노래의 가사도 때때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노랫말을 편의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겠지만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는 생활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포크밴드 ‘동물원’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창기가 쓴 음악을 매개로한 심리학책이다. 낮에는 정신건강을 돌보는 의사로, 밤에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냉철함과 애틋함을 오가며 산다는 그는, 그동안 일간지에 연재하고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수정하고 편집하여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노랫말과 멜로디에 심리학적 지혜를 더하여 살아가면서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삶에서 굴곡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삶에 용기를 주는 좋은 노래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과 희망을 준다. 총 5장에 걸쳐 나, 사랑, 우리, 마음, 인생을 주제로 한 노래들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그의 글들은, 생각과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만들어주며 헤진 마음을 다독여 주고 있다. 저자는 글 한편을 읽은 뒤 책장을 덮고 노래를 들어보라고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노래는 모두 77곡이지만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보다는 모르는 노래가 더 많다. 알고 있는 노래라 해도 노랫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노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글을 따라가며 듣는 노래는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의 삶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낭만은 그런 메마른 삶에 서사를 부여합니다.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가 없을 정도로 ‘자기기만’을 하고, 현실감을 잃지 않을 만큼 사는 의미를 부풀리는 것이죠.’(34쪽)라고 말하는 저자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듣는다. 옛날식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놓고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본 적은 없지만 혼자서 상상에 빠져본다. 나에게도 낭만이 있었던가? 낭만이 없었다 하더라도 흐릿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에 낭만적인 의미를 부여 해본다. 어쩌면 아Q의 ‘정신승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말 마냥 남에게 피해안주고 내가 사는 현실을 왜곡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팍팍한 삶에 활력소가 될듯하다. 그러다보니 노래를 또다시 들었다. 예전에 들을 때와는 달리 무언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친밀감을 표현하는 게 서툰 아버지는, 서먹서먹함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아들이 따스하게 손자를 돌보는 모습을 보고 뒤늦게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웁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원했고 원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죠.’(144-145쪽) 이 글을 읽는 순간 마치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며느리가 보내주는 동영상속에서 아들이 손자와 노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들에게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고, 커갈 때에도 먼저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한 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그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다 이해할거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지내온 날들이 떠오른다. 나 역시 그렇게 커왔기에 나는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 거울을 들여다보면 때때로 거울 속 나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모습임에도 나 또한 그대로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이럴 땐 어떤 노래를 들어야 할지.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건 삶의 즐거움과 의미죠. 삶의 즐거움과 의미는 혼자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과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조화를 이룰 때 찾을 수 있습니다.’(242쪽)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가 시간이 빠르다는 말이다. 한 주가, 한 달이 새로 시작되었다고 느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로운 한 주가,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는 것을 볼 때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시간의 빠름을 실감한다. 물론 뇌과학적으로는 활력이 떨어져 반응이 느려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랜 경륜으로 새로운 경험이 그만큼 적어지는 까닭이라고도 말하지만,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놓치고 있어서라는 저자의 글 또한 새삼 실감하는 것이 요즘의 삶이다. 어쩌면 이럴 때야말로 노래 한 곡을 들으며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닐런지. 오랜만에 Neil Sedaka의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들어본다. 옆에서 같이 듣던 아내가 청승맞다며 또 누구를 생각하느냐고 시비다. 내가 생각해도 청승맞기는 한데 이런,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되물으면서도 조금은 움찔한다. ‘아, 코드가 안맞아..’라고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

 

사랑은 사람이 아름답게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한다. 저자는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따뜻함과 내가 원하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민감성, 일관성, 그리고 관개개선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관계에서 선의와 진심은 자주 오해받고 왜곡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관계개선능력이다. 나는 아름답기 살기 위해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보지만 별로 자신이 없다.

 

이 책은 음악을 핑계 삼아 우리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책이다. 노랫말이나 노래 자체에 대한 글은 음악가의 시각에서 본 것이지만, 우리 삶에서 나타나는 모습에 대한 글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시각으로 풀어낸다. 그의 말처럼 노래를 들으면서 인생을 배우는 시간이 되게 해준다. 나 또한 새삼스레 노랫말들의 뜻을 생각하며 잊었던 노래들을 들어본다. 마음이 가라앉으며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어수선한 시기에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싶으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노래 한 곡 들어볼 일이다.

k*****1 2020.12.21. 신고 공감 27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