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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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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외국에서 10년 넘는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귀국한 우리 가족은 서촌의 한 빌라를 샀다. 인왕산 아래 높은 언덕위에 위치한 이 빌라는 제법 널찍하고 조경이 잘된 커다란 공용 뒷마당까지 있어서 우리 눈에는 꽤 좋아보였는데 그 당시 미분양 상태라 가격이 애초 분양가보다 훨씬 낮게 나와있던 매물이었다. 우리의 예산으로는 약간의 대출을 받으면 큰 무리없이 살 수 있었던 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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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 외국에서 10년 넘는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귀국한 우리 가족은 서촌의 한 빌라를 샀다. 인왕산 아래 높은 언덕위에 위치한 이 빌라는 제법 널찍하고 조경이 잘된 커다란 공용 뒷마당까지 있어서 우리 눈에는 꽤 좋아보였는데 그 당시 미분양 상태라 가격이 애초 분양가보다 훨씬 낮게 나와있던 매물이었다. 우리의 예산으로는 약간의 대출을 받으면 큰 무리없이 살 수 있었던 집이고, 무엇보다 어린 두 자녀가 뛰어놀기 좋은 뒷마당에 매료되어 우리는 그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이사를 한 후 가족 친지들과 친구들을 집들이겸 자주 초대했는데, 모두들 "와~ 집 넓고 좋다. 이런 뒷마당을  요즘 어디서 보겠어. 저 북악산 전망하며.." 등등 덕담을 했지만 뭔가 미심쩍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을 느끼곤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뭔지 잘 몰랐다. 서울의 부동산에 대해 당최 무지하던 내가 그 아쉬움이 무엇이었는지는 이번 해에 들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차마 드러내놓고 하지 못했던 말은 필시 '에이, 그 돈으로 차라리 강남의 작은 아파트를 사지. 빌라는 가격도 오르지 않고 나중에 팔리지도 않을텐데..'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집값을 따지자면 우리 빌라가 15년만에 겨우 두어배 오른데 비해 (그것도 낮추어 내놓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그 당시 그 가격으로 살 수 있었던 강남의 작은 아파트라면 아마 못해도 3-4배는 오르지 않았을까?


매일 매일 코로나와 함께 집값 이슈가 뉴스를 뒤덮은 2020년, 나는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15년전에 이 빌라를 구입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을까? 만일 지금의 이 상황을 내가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1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할까?

우리 빌라는 여섯 세대가 살고 있는 한 동짜리 건물이다. 관리인을 따로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돌아가며 반장을 맡아 살림을 꾸려나간다. 청소나 정원관리, 방역 등은 업체에 용역을 주기 때문에 알아서 해주지만 그래도 간간히 생각지 못했던 고장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요즘와서 빌라가 노후되면서 더욱) 반장을 맡은 세대가 그런 신경을 써야한다. 나도 오랜 시간을 여기서 살았기 때문에 몇 번 반장을 맡았었다. 초기에는 '아휴,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에 얘기만 하면 다 될텐데 불편하게 이게 뭐람..' 이라고 생각하며 투덜댔다. 지금도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여전히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러나 이웃들과 의논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다 보면 해결이 안되는 문제는 없었다. 수고로운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나는 그만큼 집에 대해 배우는 것이 생기고, 아울러 빌라에 대한 애정도 조금 더 자라게 된다.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 "15년 전으로 돌아가도 이 집을 다시 선택할까?"에 대해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은 자주 친구들을 데려와 마당에서 뛰놀고 즐거운 유년기를 보냈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더이상 마당에서 놀지 않지만,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던 사상초유의 사태, 코로나를 겪으면서 너른 뒷마당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또 다른 각도에서 깨닫게 된다.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힘들다고 불평도 했지만, 덕분에 자발적으로는 하지 않았을 운동을 매일 하면서 튼튼한 다리를 갖게 되었다. 언덕 높이에 위치한 덕분에 창문으로 탁 트인 북악산 전경을 내다보며 사계절의 변화를 매번 가슴 시리게 느낀다. 10년전에 슬그머니 기어들어와 자리 잡은 길고양이를 함께 사는 이웃들이 모두 따뜻하게 보살핀다.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든 이웃들은 이젠 친척보다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서촌에 집을 지은 이야기라고 해서 같은 서촌의 주민으로 우선 관심이 갔다. 저자의 가족이 적지 않은 이사를 하면서 겪은 경험들이 내게는 무척 흥미로왔다. '집이란 무릇 살기 편해야지' 라는 고루한 생각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1인으로서, 저자의 가족들이 서촌의 한옥에서 겪는 불편함들을 대하는 자세가 짜증이나 불만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경험으로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참으로 신선하고 좋았다. 

사실, 여행도 그저 편안하게 다녀온 것보다는 예상치 못했던 고생을 많이 할수록 기억에 남고 배우는 것도 많지 않던가. 그런 면에서 우리 집은 나에게 크고 작은 것들을 가르쳐주는 여행과 같다. 매일 매일 떠나는 여행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여러 형태의 집에 살아보라고 권하며, 집을 쫓는 모험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하늘 아래 나와 똑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니, 모두에게 제일 좋은 집이라는 정답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나만의 집을 찾고, 현재의 내집을 가꾸는 과정은 나를 발견하기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가는 여행이다. 


h******2 2020.12.0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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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쫓는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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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다실에서 열린 작가의 북토크에서 한참을 웃고, 궁금한 이야기도 나누고서 책을 한권 사왔는데, 읽어보니 너무 재밌고 유익해서 선물하려고 예스24에 한권을 더 주문했다. 집을 '찾는'이 아니라 '쫓는'다는 단어 하나로 대한민국 주택사업의 현실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렸다. 맞아, 우린 집을 쫓고 있어.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 책을 부동산에세이라 부른다고.잡지사 기자로 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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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다실에서 열린 작가의 북토크에서 한참을 웃고, 궁금한 이야기도 나누고서 책을 한권 사왔는데, 읽어보니 너무 재밌고 유익해서 선물하려고 예스24에 한권을 더 주문했다. 

집을 '찾는'이 아니라 '쫓는'다는 단어 하나로 대한민국 주택사업의 현실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렸다. 맞아, 우린 집을 쫓고 있어.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 책을 부동산에세이라 부른다고.


잡지사 기자로 내로라하는 건축가와 문화인들 인터뷰 오래 하고, 좋은 집 엄청 많이 본 정성갑 작가가 집에 대한 첫 책을 냈다 할 때부터 궁금했다. 그 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었을까? sns에서 슬쩍슬쩍 보이는 그의 집이 참 예쁘고 근사하던데...


아파트에서 한옥으로, 빌라로, 다시 한옥으로, 현재의 직접 지은 집까지 이르게 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쫀쫀한 글솜씨가 좋아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이 있었다. 대한민국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집'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너무 와닿는다. 꼼꼼한 설명과 찰떡 인용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첫머리에 6억을 잃었다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집을 쫓는 모험을 통해 60억으로도 살 수 없는 '멋진 라이프'를 얻은 걸로 보인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긍정적 사고방식이 이 가족의 힘이 아닐까 싶다. 

h******4 2020.11.2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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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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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휘리릭 읽고 싶은 책을 찾던 도중 유독 전부터 눈에 들어온 책을 찾은 게 다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그 궁리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챕터의 순서가 시간순서인게 한 몫했던 것 같다.  미래를 함께 그리는 상대가 있다면 건축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과 집을 짓고 살고 싶다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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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휘리릭 읽고 싶은 책을 찾던 도중 유독 전부터 눈에 들어온 책을 찾은 게 다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그 궁리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챕터의 순서가 시간순서인게 한 몫했던 것 같다. 

미래를 함께 그리는 상대가 있다면

건축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과 집을 짓고 살고 싶다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k**********1 2023.09.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