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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여행을 갈때, 고미숙의 <열하일기,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챙겨 넣었다. 하지만,패키지 여행이라 짐싸고 이동하고의 연속이라 오고가는 비행기 속에서 조금 읽었을 뿐이었다. 동유럽으로 갈 때는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라는 책을 넣었다. 이 여행은 남편과 떠났기에 애들 챙길 시간은 줄어들어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간 곳이 책에 나올 때면, 그날 밤에는 그 날 들렀던 장소와 책 속 이야기를 비교해가면서 몰입해서 읽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실,혼자만의 여행이 아니면 여행길에 책 한 권 읽는 것이 쉽지는 않은듯하다.
버스나 기차,비행기나 배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집이나 카페에서는 책을 잘 읽지 못하기에 어마어마한 책들을 여행을 통해서 다 읽어냈다고 말한다. 천상 여행쟁이 인가보다. 시베리아 열차에서 <닥터 지바고>,<부활>,<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고, 북유럽 여행길에서는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이란 어려운 책을 읽었다고 스스로를 뿌듯해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이 책은 그런 여정을 담고 있다. 여행기이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들,거기에 아름다운 사진들까지 덧붙여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여행의 문장들'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에서 읽었던 몇 몇 문장들을 소개한다. 내가 읽었던 책들을 만날 때면 그 여행지에서 그 기분을 나도 같이 느낄 수 있었고, 새로이 만나는 책들의 문장에서는 감동을 받아 꼭 읽어보리라 다짐을 하게도 되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 총리 빌리브란트가 폴란드 방문시 유대인 위령탑 앞에 찾아가 그 앞에 무릎을 꿇는 사진을 발견한 작가는 사진 이론의 고전으로 꼽히는 두 권의 사진책을 소개한다.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와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 . 소개한 <밝은 방>의 한 문장이 눈에 쏙 들어온다. "요컨대 사진은 겁을 주고,격분하게 하며 상처 줄때가 아니라,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전복적이다." 며칠 전 읽었던 고뇌의 원근법에서 만났던 다니엘 에르난데스 살라사르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 대학살을 환기하는 <천사>라는 제목의 사진 작품을 공공장소에 설치하는 등 '학살의 기억'을 중심테마로 작업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살인이나 시체 없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일이 있었는 지 기억을 되살리고, 자극을 주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며 작업을 하는 방식이 저 문장과 일맥 상통하는듯 했다.
이런 책은 어떻게 보면 흔한 구성일수도 있다. 사진,여행,책이 어우러진 책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그 속에서 나만의 보물, 나에게 와 닿는 몇개의 장소,문장만 만난다고 해도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테다.
이 구절이 왜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랑 겹쳐졌던걸까?
여행을 갈 때면 저자처럼 무슨 책을 넣어갈까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