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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지독한 집착이 만들어낸 순수의 공간《순수박물관1,2》
"한 남자의 지독한 집착이 만들어낸 순수의 공간《순수박물관1,2》" 내용보기
오르한 파묵의 작품은 세계 문학과 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친근감을 주곤 한다. 아무래도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서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이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이라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동서양 문화의 충돌지점으로서의 이스탄불은 오르한 파묵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내이름은 빨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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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작품은 세계 문학과 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친근감을 주곤 한다. 아무래도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서 펼쳐지는 공간적 배경이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이라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이자 동서양 문화의 충돌지점으로서의 이스탄불은 오르한 파묵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내이름은 빨강]에서 오스만 투르크 족의 전통 설화와 페르시안 문학과 서구문명과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문화적 갈등을 로맨스와 추리로 풀어내는 솜씨에 반해 오르한 파묵의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순수박물관》은 오르한 파묵이 노벨상 수상 이후 첫 발표한 책으로 작품을 이루고 있는 주요 뼈대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이지만, 남녀간의 사랑을 통해 서구 성문화와 충돌하게 된 이슬람 사회의 혼란을 작가 특유의 서사로 들려주고 있다.

 

1975년, 이스탄불에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남자 케말은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재원이다. 아버지의 회사에서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스무 살이나 서른 살 정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부하직원으로 둔 케말은 상류층의 신분으로  ‘공무원의 딸’인 완벽한 상류여자 시벨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시벨은 그 자체로 기품있고 상류층에 어울리는 우아한 여자로 그려진다. 가난한 여성이 결혼에 대한 선택폭이 좁은데다가 가난한 노동자계급의 여성들의 불행들을 잘 알고 있는 케말은 혼전 성관계에 대하여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혼전 성관계를 맺는 것은 곧 결혼이라는 의미이기에 시벨과의 결혼을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는 케말은 부와 명예, 아름다운 약혼자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끽한다. 적어도 시벨에게 가방선물을 하기 위해 들린 ‘세나이의 가게’에서 퓌순을 만나게 전까지는 그랬다. 가게에서 먼 친척뻘인 어린 퓌순과 우연히 재회 한 후,  어머니가 투자목적으로 사놓았던 멜하메트 아파트를 둘만의 은밀한 밀회장소로 사용한다. 둘의 사랑이 격정에 이를수록 퓌순과 케말의 사랑이 비극을 암시하는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세나이의 가게에 자주 들렸던 이스탄불의 한 여성이 가난하단 이유로 남성에게 버림받은 이야기라든지 케말의 돈많은 친구 자임의 바람둥이 기질과 쌍벽을 이루는 시벨의 여자친구들은 서양의 개방적인 성문화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혼전 순결을 여성에게 강요하는 1970년대의 터키의 성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혼전 성관계를 하였다는 이유로 평생 결혼하지 못한 채 수많은 남자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여인의 불행과 아버지가 젊은 날 너무 사랑했던 애인의 비극적인 죽음은 모두 '퓌순'의 미래를 예견해주는 장치이다. 시벨과의 아름다운, 상류층다운 사치스러운 약혼식이 끝난 후 퓌순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케말에게서 퓌순의 사랑을 듣게 된 시벨도 떠나버린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

 

그러나, 퓌순을 다시 만났을때는 이미 퓌순은 결혼한 상태였고 케말은 퓌순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퓌순의 영화제작자라는 명분으로 퓌순곁을 맴돈다. 8년을 같은 자리에 앉아 퓌순만을 해바라기 하며 퓌순이 버린 담배꽁초까지 소중하게 보관하는 케말. 이렇게 해서 수집된 물건들은 그대로 순수박물관에 전시된다. 

 

이 작품은 떠나버린 퓌순을 위해서 퓌순과 함께 한 모든 물건들을 '멜하메트' 아파트를 박물관으로 개조하여 전시 보관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케말이 죽어가면서 부탁한 퓌순의 사랑이야기를 작가에게 의뢰하였는데 이 소설가의 이름이 바로 '오르한 파묵'이다.(물론 픽션)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인 터키에서 서구의 자유연애 사상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보수적인 터키에서 겪는 문화충돌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사랑이 지배층과 피지배층이라는 계급의 소유물로 변질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불행한 터키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난하고 어린 퓌순을 첫 눈에 반해 애인으로 삼고는 시벨과 약혼하기 까지의 케말은 사랑에 대하여 보편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성으로서의 퓌순은 가난한 집안의 여성이 혼전 성관계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끝까지 떨쳐내지 못하는 것으로 불행해진다. 70년대의 터키는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작품에서 보여지는 젊은 세대들이 혼전 성관계에 대한 인식을 케말과 퓌순의 사랑이야기와 직조하여 짜낸 박물관은 욕망과 문화의 혼종성이 혼재되어 있는 시대에 한 여자를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지독한 집착이 만들어낸 '순수의 공간'이다. 한 여자를 향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이 살아 숨쉬는 곳, 그곳이 바로 순수박물관이다.

YES마니아 : 로얄 k********2 2014.01.29. 신고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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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 -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 -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내용보기
사랑은 때로 절망적인 균열과 상처를 기꺼이 자처하게 만든다. 당사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 상처들은 사랑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상처가 더 깊은 사랑을 가늠하는 잣대는 되지 못한다. 우리는 상처를 기꺼이 선택하며 다가올 허무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다해 삶을 밀고 나가는 자들을 문학 속에서 종종 목격한 바 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삶을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된다 -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내용보기

 사랑은 때로 절망적인 균열과 상처를 기꺼이 자처하게 만든다. 당사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 상처들은 사랑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상처가 더 깊은 사랑을 가늠하는 잣대는 되지 못한다. 우리는 상처를 기꺼이 선택하며 다가올 허무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다해 삶을 밀고 나가는 자들을 문학 속에서 종종 목격한 바 있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삶을 탕진한 '위대한' 개츠비와 유령이 되어서라도 연인에게 다가서고자 했던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 같은 자들.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거기에 연루된 어리석은 열정을 목도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얻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낭만에 대한 환상을 품으면서도 안정된 사랑을 갈구하는데서 파생되는 기묘한 불안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쉽게도 문학 속에 나타난 불꽃 같은 사랑은 우리의 환상을 자극하면서 어떤 상징으로만 머문다. 연인을 위해 미친듯이 부를 쌓는 게츠비의 모습과 목숨을 건 사랑을 했던 히스클리프의 모습은 오늘날 TV 드라마 안에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남발하며 순정을 간직한 '재벌 2세 훈남'으로 우스꽝스럽게 변모한다. 우리는 그것을 보며 환상을 품지만, 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우리들을 대리만족시키는 순간의 유희라는 사실을. 드라마는 곧 끝나고, 배경과 인물의 배치만 살짝 바꾼 또다른 환상상품이 기다린다. 그것을 소비하면서, 우리는 서서히 시간을 죽인다. 그리고 불안은 더욱 단단해진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의 신작 <순수박물관>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하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다. 1,2권 합쳐서 800페이지를 훌쩍 넘어가는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츠비와 히스클리프의 그것처럼, 짧은 기간의 사랑이 아니다.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는 슬프면서도 발랄하다.

 

 재벌 2세이며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청년 카멜은 연인 시벨과 약혼을 앞두고 들떠 있다. 어지러운 터키 국내 정치상황 속에서도 사업은 번창하고 있으며, 곧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게 된다. 밤마다 친구들과 비싼 술을 마시며 노닥거리는 이스탄불의 부르주아 카멜에게 고민 따위는 없다. 수도 이스탄불은 민족주의자와 분리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 뒤섞여 연일 서로에게 테러를 일삼고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는 등 혼돈 그 자체이지만 상류층 유학파들로 구성된 카멜과 그의 친구들은 연일 호화로운 파티에 열중한다.

 

 그러던 어느날 카멜은 연인 시벨에게 줄 핸드백을 사러 가게에 갔다가 18세의 사촌동생 퓌순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곧 서로에게 끌리고, 이 불가능해보이는 사랑은 마침내 사건을 만들게 된다. 그렇다. 그것은 사고로 보이는 사건이다. 사고가 '해결'과 '은폐'를 지향하는데 반해서 사건은 그것에 대한 나름의 '반응'과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카멜은 할아버지가 남겨준 멜하메트의 아파트에서 퓌순과 날마다 만나 섹스에 몰입한다.

 

 보스포로스 해협을 가운데 두고 유럽과 연결되어 있는 터키의 70년대는, 그러니까 소설의 주인공 카멜처럼 이중적인 위선이 지배했다. 유럽의 자유분방함이 유입되고 있었지만 이슬람 사회의 전통은 얼룩처럼 남아 있었고, 대다수 젊은이들은 유럽과 미국의 자유주의를 선호했지만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함을 제어했다. 카멜과 같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자들은 극소수였으며 빈부격차는 심각했다. 무엇보다도 유럽과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시행하기에는,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르메니아 인과 투르크인들의 분리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서 군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군부 독재와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세대 간의 인식 차이, 빈부격차, 부폐한 관리들. 1970년대말 터키는 그 시기의 우리처럼 가난과 부폐와 억압과 저항이 뒤섞인 혼란의 도가니와도 같았다.

 

 <순수박물관>에서 1970년대 터키의 정치 상황은 모두 몇 줄의 언급으로만 그친다. 카멜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적 입장이나 국가와 사회가 아니라 오직 사랑이었으니까. 44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멜하메트의 아파트에서 카멜과 사랑을 나누던 퓌순은 카멜의 약혼식 다음날 사라지고 만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진보적이며 똑똑한 아내와 젊고 섹시한 정부를 동시에 가지려던 카멜은 퓌순이 실종된 후에야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339일 동안 퓌순을 찾아 헤매던 카멜은 마침내 퓌순을 만나지만 339일 동안 상황은 바뀌어 버렸다. 퓌순은 22세의 젊은 시나리오 작가와 이미 결혼한 상태였던 것이다. 퓌순 때문에 시벨과 파혼까지 감행했던 카멜은 낙담하지만 결코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 카멜을 향해 약혼녀 시벨은 냉소적으로 말한다.

 

 "우리 관계에서처럼, 사랑은 끼리끼리의 예술이야. 부유한 처녀가 단지 잘생겼다고 관리인 아흐메트 씨나 건설 노동자 하산 씨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을 터키 영화 말고 다른 데서 본 적 있어?"

 "나는 터키 영화를 믿어."

 

 시벨과의 파혼 이후로 카멜은 날마다 네시베 고모(퓌순의 어머니)댁으로 찾아나서 저녁을 먹고 그 집 식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무려 2864일 동안! 유부녀가 된 퓌순은 여전히 냉담하고 동네 사람들은 수근거리지만 카멜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핑계를 만들며 고모댁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다. 퓌순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퓌순의 남편 페리둔의 시나리오로 만들 영화 제작비를 지원하고 네시베 고모댁의 생활비를 대주는 등 카멜은 2864일동안 거의 그 집 식구가 되어간다. 이 시간 동안 카멜은 퓌순과 관련된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퓌순이 버린 담배꽁초, 수건, 귀걸이, 빈 향수통, 퓌순이 그린 그림, 단추, 립스틱, 그녀와 봤던 영화의 포스터 등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이 카멜의 수집대상이 된다. 카멜은 그렇게 모은 물건들을 그들이 44일 동안 사랑을 나누었던 멜하메트의 빈 아파트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그리고 퓌순이 보고 싶을 때면 아파트의 침대에 누워 수집품들 사이에서 그녀의 체취를 느끼며 안정을 찾는다.

 

 부르주아 친구들과 멀어지고, 마흔이 넘어서도 카멜의 열정은 온통 퓌순에게만 머문다. 퓌순의 남편 페리둔이 영화계에서 만난 여배우 파파트야와 불륜에 빠지면서 상황은 다시 반전된다. 퓌순이 마침내 페리둔과 이혼한 것이다. 카멜은 다시 퓌순을 안으며 다시 얻은 연인을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다. 그러나, 운명은 카멜의 오랜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퓌순과 함께 약혼식을 대신한 여행을 떠난 카멜은 여행지에서 퓌순을 잃고 만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카멜은 홀로 여행을 떠난다. 페테르스부르크, 베를린, 파리, 로마, 런던, 마드라스 등 무려 273군데의 박물관을 돌아보는 '박물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카멜은 자신만의 박물관을 건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가 '오르한 파묵'씨에게 자신의 31살(퓌순을 만난 나이)이후 30여년의 삶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이 만든 박물관에 대해 기록해줄 것을 부탁한다. 

 

 "나의 박물관에서는, 전시실 어디에서도 모든 수집품들과 진열장들, 그 모든 것이 보인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십시오, 오르한 씨. 모든 곳에서 동시에 모든 물건들, 그러니까 내 모든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잊을 겁니다. 삶에서 가장 커다란 위안은 바로 이것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본능으로 만들어지고 정렬된 시적인 박물관에서 사랑하는 옛날 물건들을 만났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에 위안을 얻는 겁니다." (2권, 386쪽)

 

 

 소설가 오르한 파묵씨는 "객관적인 기록"을 위해서 카멜의 주변 친구들을 인터뷰하려는 계획을 포기한다. 사랑에 있어서 객관적인 사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말의 사랑은, 사고가 아닌 한 사람이 자처해서 휘말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주관적인 경험을, 어긋날지라도 밀고 나가는 열정의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는 케말의 행위들을, 단순한 집착이라고 폄하하리라.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맹목적인 집착이며 정신병적인 수집증일 뿐이라고. 그러나 케말의 사랑은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세상의 가장 큰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머무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리는 용기는 흔하지 않다. 그 말은 영화 속의 대사나 고객의 주머니를 노린 광고카피의 한 줄로 소비될 뿐이다. 케말이 버린 가장 큰 것은 돈이나 열정이 아니라, 바로 시간이다. 그러나 케말은 그것을 이렇게 기억한다.

 

 내가 살았던 삶은, '시간' 즉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금이라는 순간들이 결합한 선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 것은 무척 고통스럽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순간들을 결합시켜 선을 만들거나, 우리 박물관에서처럼 순간들을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을 결합시켜 선을 만들면, 결국 선은 끝에 다다르고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사람들은나이가 들수록, 선 그 자체에 별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깨닫고 슬퍼한다. (2권 36쪽)

 

 순간에 충실하기보다는 '선'으로 결합된 시간을 계산하고 낭비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자들이 가득한 세계에서, 사랑은 끝이 예정된 삶 속에서의 유희로 그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인간에게 감정마저 빠르게 소모하고 빨리 잊기를 종용한다. 기억이 강렬할수록 삶은 느려지고, 비효율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잊고 빠르게 정리하는'쿨'한 자세를 흉내내면서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상실하는데 익숙해지며 늙어간다. 기억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소비와 유희로 전락하고 만다.

 

 세속의 관점에서는 케말의 삶이 무모한 낭비와 집착으로 점철된 기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열정과 기억이 없었다면 삶은 건너기 어려운 한낱 장애물일 따름이다. 케말의 박물관에 전시될 마지막 물품은 오르한 파묵씨가 입수한 34년전 퓌순의 사진이다.

 

 "케말 씨, 이 사진을 박물관에 전시하세요."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에 나오는 나의 마지막 말은 이것입니다. 오르한 씨, 잊지 말아주세요."

 "잊지 않겠습니다."

 그는 퓌순의 사진에 사랑을 다해 입을 맞추고는, 재킷의 가슴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나를 보며 승리한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아주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2권, 403쪽)

 

 

 맨하튼 섬의 불빛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던 게츠비처럼, 우리는 불멸의 사랑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인물을 알게 되었다. 이스탄불의 케말이라는 사내를 말이다. 사랑을 믿는다면, 그리고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기억하라. 기억하는 모든 것은 사랑이 될지니.

 

 

 

 덧붙여 이 매혹적인 소설을 읽고도 집착이냐 질병이냐의 관점에서 케말의 사랑을 의심하는 자들은 부디 깔끔하고 안정적이며 낭만적이면서도 상처 없는 사랑을 계속 갈구하며 늙어가길 권한다.

 

  케말 씨의 박물관은 실제로 올해 8월, 이스탄불에서 개장한다. 소설 속에는 그 박불관의 약도와 입장권이 들어있다. 참고하시길.

2*****h 2010.07.19.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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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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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로 된, 터키가 배경이 된 소설은 처음이다. 옮긴이의 번역 솜씨가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도 했다. 재미있다는 말로 평을 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본격소설>이란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정말 깊고도 끈질긴, 질병과도 같은 사랑을 표현한 소설이란 생각을 했었다. <순수박물관>은 그 소설 보다 더 미쳤다. 난 아직 사랑의 감정을 그렇게 길게 끝없이 표현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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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로 된, 터키가 배경이 된 소설은 처음이다.

옮긴이의 번역 솜씨가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도 했다.

재미있다는 말로 평을 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본격소설이란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정말 깊고도 끈질긴, 질병과도 같은 사랑을 표현한 소설이란 생각을 했었다. <순수박물관은 그 소설 보다 더 미쳤다.

난 아직 사랑의 감정을 그렇게 길게 끝없이 표현한 소설은 보지 못했다.

2권이나 되는 두꺼운 책.

 한 호흡도 그냥 두지 않고 사랑을 파헤치고 노래하고 아파한다.

한 여자를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매고,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으며, 30년 동안 그리워하고 추모하고 산 남자의 이야기.

숫자의 나열이 말해주듯, 이 남자의 시간은 오직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찾는 것에만 의미가 있었다.

우연히 만난 한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게 되고, 찾아 헤매고, 드디어 찾았지만 이미 결혼을 한 몸이었고, 그래도 못보 는 걸 견딜 수 없어 8년을 그 집을 드나들고, 드디어 결혼을 할 수 있게 된 그 날, 사랑을 나누고 난 다음날, 교통사고로 그녀를 잃는다.

그녀를 잊을 수 없고,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박물관을 찾고, 그녀에 관한 모든 걸 전시할 박물관을 세울 결심을 한다. 박물관의 도록이 될 그들의 사랑이야길 써줄 소설가를 찾아 글을 부탁하고 그 이야기가 바로 순수박물관이 된다.

이정도 이면 그녀는 그에게 믿음이다.



m***8 2014.06.19. 신고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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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불멸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영원한 기억들[순수 박물관][모던클래식 027.028]
"한 남자의 불멸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영원한 기억들[순수 박물관][모던클래식 027.028]" 내용보기
레스토랑의 양은수저, 소금통, 립스틱,귀걸이,메뉴판, 아이스크림 콘,머리빗,영화 입장권,영화 전단지와 사진들,연인이 마셨던 사이다 빈 병,퓌순의 손목시계,괘종시계,그녀의 손수건,톰발라 놀이 세트,기도용 달력,골무,단추,실패,냉장고,뜨개질 도구,성냥갑(퓌순의 손길이 닿았던),퓌순의 담배 꽁초(무려 4231개),슬리퍼,커피 잔,머리핀,퓌순의 수영복(이것은 어떻게 수집했는지 모
"한 남자의 불멸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영원한 기억들[순수 박물관][모던클래식 027.028]" 내용보기

   레스토랑의 양은수저, 소금통, 립스틱,귀걸이,메뉴판, 아이스크림 콘,머리빗,영화 입장권,영화 전단지와 사진들,연인이 마셨던 사이다 빈 병,퓌순의 손목시계,괘종시계,그녀의 손수건,톰발라 놀이 세트,기도용 달력,골무,단추,실패,냉장고,뜨개질 도구,성냥갑(퓌순의 손길이 닿았던),퓌순의 담배 꽁초(무려 4231개),슬리퍼,커피 잔,머리핀,퓌순의 수영복(이것은 어떻게 수집했는지 모르지만),그녀와 처음 사랑을 나눈 침대 매트리스, 심지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장본인 56년형 시보레 자동차의 잔해물들... 이는 터키 이스탄불의 추크르주마에 있는 사랑하는 여인의 집을 개조하여 올 하반기에 오픈할 예정인 <순수박물관>속에 전시될 목록중의 극히 일부분이다.  

 

 

   포탈 싸이트에서 박물관[, museum]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친절한 정의를 소개한다. 박물관이란 "역사·예술·민속·산업·과학 등 고고학자료·미술품, 기타 인문·자연에 관한 학술적 자료를 수집·보관·진열하여 교육적 배려하에 일반 민중의 전람에 이바지 하고, 또 그들의 자료에 대하여 조사 연구하는 시설"이라고 아주 간단 명료하게 정의 되어져 있다. 우리는 국립중앙박물관,전통문화박물관,철도박물관,자동차박물관,도자기박물관,김치박물관등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 박물관들을 한 두번쯤을 다녀 왔다. 그리고 박물관의 정의대로 교육적이고 학술적인 가치를 바라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인들과 더불어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에게서 작게 느껴지만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전시물을 한두가지 기억 할려고 한다. 또한 박물관은 지난시대의 공통된 기억을 엿 볼 수 있는 지금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지 박물관이 지니고 있는 공통된 기억은 개인적인 기억 보다는 오히려 극히 공적인 기억에 더 근접 한다고 해야 겠다.

 

 

   하지만 작가는 박물관을 다음과 같이 정의 하고 있다. 1) 돌아다니는 곳이 아니라 느끼고 경험하는 곳이다 2) '느끼게 될 것'의 영혼을 형성하는 것은 수집품이다. 3) 수집품이 없는 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전시관이다.

 

 

   이런 면에서 파묵의 <순수박물관>은 기존의 박물관이 정의하는 개념과는 사뭇 다른 공식적인 기억이 아닌 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은밀한 기억을 담고 있다. 44일 동안 사랑을 나누었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매였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남자의 30년에 걸친 지고지순하면서 강렬한 사랑과 그에 대한 집착에 대한 모든 기억이 순수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수집품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 순수박물관에 하나둘씩 수집된 물건들의 추억은 케말과 퓌순의 짧지만 긴 사랑에 관한 기억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1975년부터의 터키 이스탄불의 부유층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공유했던 온갖 기억들이 온통 다 머물러 있다. 특히 작품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에 대한 정의를 언급하면서 밝혔듯이 순간과 순간들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것이 바로 작중 주인공이자 작가의 현신인 케말이 퓌순과 관련된 물건 하나 하나를 수집하면서 그녀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이고, 자신의 박물관은 순간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물건들을 결합시켜 결국 하나의 시간이라는 개념의 틀 속으로 의미를 부여해 버렸다.

 

 

   영원하면서도 고갈되지 않는 사랑을 소재로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고 있고 우리는 많은 사랑 이야기를 알고 있다. 인간은 어찌 보면 이렇듯 진부하다시피한 사랑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도 또 다른 사랑 이야기에 몰두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종교적인 열정 보다 살아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인 동시에 너무나 모르는 이야기가 사랑이다. 파묵은 순수박물관을 통해서 색다른 사랑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다. 어찌보면 사랑하는 연인과 관련된 물건들을 슬쩍(?)하여 수집하는 행위를 다소 편집증적인 광기나 집착으로 볼 수 도 있지만 사랑을 해본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광경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간직하고 있는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과 같은 시간과 공간에 있다는 혹은 있었다는 행복한 나르시즘에 빠져 본 기억들이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을 몰래 입수했다는 자책감으로 인한 부끄러움을 파묵을 순수박물관을 통해서 아주 소중한 기억의 보고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을 동시에 담고 있는 수집품들을 통해서 그동안 잊혀졌던 그리고 잊혀지기를 강요 당했던 기억들을 맞주 하게 하였다.

 

 

   지금처럼 디지털 혁명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디지털카메라,mp3,동영상등을 비롯한 파일형식을 빌려서 우리의 인생을 기억코자 한다. 이를 라이프 로깅이라고 한다면 파묵의 <순수박물관>은 시각적, 촉각적, 후각적인 면에서 살아 있는 실체를 기억하게 하는 진정한 라이프 로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또한 마치 작가 자신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러티브를 풀어가면서 왠지 모르게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강한 뉘양스를 주는 것과 동시에 설마 아니겠지라는 독자들의 실날같은 바램 사이를 정말 교묘하게 줄타기 하면서 정말 '끝까지 가게"하는 작품이다. 특히 69장 <때로>의 내용에서 그야말로 오르한 파묵의 필력을 유감 없이 엿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숨어져 있다. 그리고 다양한 수집품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과 더불어 그 순간 순간에 벌어졌던 등장 인물들의 다양하고 특히한 감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담아 내고 있는 구성 자체가 다소 지루하게 이어져 나갈 것 만 같지만 하나 하나 엮어 보면 절로 수긍이 가게 끔 하는 작가의 화술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순수박물관>은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기억과 고통 그로 인한 행복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의 기억이 아닌 터키 이스탄불을 매개로 하는 지난 30년간의 모든 기억과 추억들이 담겨 있는 독특한 구조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어가면서 어떤 이는 지고지순한 한 남자의 사랑에 감명 받아 눈물을 흘릴 것이고 어떤 이는 터키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사회 문화의 변화상을 보면서 보다 더 거시적인 측면을 볼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소설속에 나오는 다양한 물건들의 이름과 그 쓰임새에도 주목할 것이다. 정말 책의 제목 처럼 세상 온갖 모든 것이 다 담겨져 있는 박물관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아마도 마지막 페이지를 덥고 나서야 소설의 전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마치 박물관을 아무런 목적 의식 관람하고 박물관 나와서 나와 타인의 기억이 소통될 때 느끼는 다소의 안도감이나 일종의 희열 같은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l******e 2010.06.18. 신고 공감 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순수’ 박물관 혹은 순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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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순수박물관』은 참 기대가 컸던 책이다. 그러나 그 기대와의 괴리 때문에 참 당혹스러웠던 책이고, 그래서 무척 오랫동안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읽은 이후에도 이젠 오르한 파묵을 떠날 때가 된 것일까 아니면 이해를 하기 위해 시간을 더 할애해 노력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던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거의 반 년 이상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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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순수박물관』은 참 기대가 컸던 책이다. 그러나 그 기대와의 괴리 때문에 참 당혹스러웠던 책이고, 그래서 무척 오랫동안 읽은 책이기도 하다. 읽은 이후에도 이젠 오르한 파묵을 떠날 때가 된 것일까 아니면 이해를 하기 위해 시간을 더 할애해 노력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던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거의 반 년 이상을 함께.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은 이후에도 떠나 보내지 못하고.

그래도 500번째 리뷰로 꼭 이 책을 다뤄보고 싶던 차에 『자음과모음』2010년 가을호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발견했다. , 이 리뷰는 조형래 외, 문학리뷰: 2010, 도시를 보았다’, 『자음과모음』2010년 가을호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이런 식의 형태를 취한 것은, 일종의 의탁하기가 될 수 있겠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적당히 묻어가기. 그러나 내 생각이 이 사람들의 의견과 모두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고, 이들의 주장과 견해들 사이 어디 쯤에 머뭇거리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또 하나는 숨기기. 말 혹은 글로 표현되어질 수 없는 많은 단상과 상념들을 아무도 알 수 없도록 철저히 숨기기. 조형래, 박민호, 노연숙 이 세 사람이 주고 받은 이야기를 "임의로" 몇 개의 주제로 엮어 재구성하였다. 이게 무슨 리뷰냐고? 재가공 정도로 생각해도 좋겠고, 혹은 『순수박물관』에 대해 이러한 리뷰도 있으니 참조하라는 소개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수상한 박물관, 순수 욕망의 그림자: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노연숙 그런데 정말 이것이 사랑인지 의문스러워요. 퓌순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그녀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생긴 건 아닌지…… . 평소에 퓌순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들을 몰래 수집하는 행각은 페티시즘에 가깝게 보이기도 하고요. 특히 그를 자극하는 것은 퓌순 그 자체라기보다, 그녀를 둘러싼 사물과 그녀의 주변인들이거든요. (중략) 그러니까 케말은 남들과 같이 무언가를 쿨하게 해보려 했으나 자기 덫에 자기가 걸렸다고 해야 할까요?(1318)

 

조형래 퓌순을 향한 케말의 사랑이 순수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에서 퓌순과 케말의 관계는 크게 네 단계를 거치는데, 처음에 약혼자 시벨을 두었으면서도 퓌순과의 비밀스러운 연애를 그야말로 즐겼던 최초의 단계, 취순이 사라져버린 뒤 그녀에 대한 연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찾아다니다 마침내 시벨과 파혼에 이르는 단계, 다른 남성과 결혼한 퓌순의 주위를 맴돌다 결국 그녀의 집에 드나들게 될 뿐 아니라 그녀의 남편과 같이 영화 사업까지 벌이게 되는 세번째 단계, 결국 이혼한 퓌순과 결합하려는 상황에서 그녀가 교통사고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마지막 단계 등이죠. 그녀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는 모든 사물을 수집하여 박물관을 건설하려는 케말의 광기 어린 집념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후일담이죠. 이 소설의 형식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이었다든가 케말의 사랑이 불순했다든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케말의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퓌순에 대한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사랑 또는 욕망으로 일관했으며 또 애썼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의 관점에서 자신의 사랑이 불순하다는 것은 진지한 고려 사항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퓌순을 욕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자기만의 진실에 관한 고백인 거죠. 엄밀히 말해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사랑을 어찌하지 못하고 부단히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과 형식을 탐색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1318-1319).

 

순수박물관 혹은 순수 박물관

 

박민호 저는 흥미로웠던 점이, 유럽 국가들이 제3세계 국가들을 식민지화하면서 약탈한 물건들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면서 그것을 제국주의 시대의 기념비로 삼는 것이, 케말이 퓌순에게 보여준 태도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에요. 퓌순과 관련된 모든 사물들을 수집하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설 초반에 시벨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을 통해 누리는 행복을 뚜렷하게 이야기하던 케말이, 오랜만에 만난 친척 동생 취순을 자기 아파트에 데리고 가서 현대성이라는 짜릿한 개념으로 치장된 섹스를 하는데, 이건 마찬가지로 근대화 또는 현대화라는 걸 미끼로 약탈을 일삼았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그것과 너무도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물론 이 작품에 녹아 있는 케말의 사랑을 전적으로 그렇게만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요(1321).

 

노연숙 여기서 박물관은, 제국주의의 부속품으로 자리한 상징물로서의 박물관과 다른 것 같아요. 363쪽을 보면 수집가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말하지요. 수집한 것을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싶은 묙망을 지닌 자와, 수집한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숨기는 자가 있다고 하지요. 전자는 서구 문명에서 발견되고 후자는 현대성과 괴리가 있는 것이라 하면서 자신은 후자에 속한다고 말하죠. 그리고 이러한 수집품은 곧 상처를 가리키는 것이라 하죠. 그러니까 여기서의 박물관은 부끄러운 것들을 전시하는, 약탈의 개념과는 좀 다른 것인 듯해요. 전 케말이 오히려 퓌순한테 휘둘린 것 같은데요.

박민호 사실 약탈하려고 했는데 못한 거지요. 퓌순을 약탈하려고 했는데 못해서 퓌순의 대리물로 담배 같은 걸 마구 모으고 그런 게 아닌가요?(1322)

 

조형래 퓌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케말로서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죠. 순수박물관은 퓌순의 욕망의 산물이 아니라 철저히 케말을 위한 것이에요. 퓌순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는 물건들을 모두 모아놓고 그 물건들이 이루고 있는 성좌 내부에서 자기가 퓌순과 같이 있다는 느낌. 자기가 퓌순을 순수하게 사랑했던 과거의 연대기를 공간화하여 추억하겠다는 것이죠. (중략) 레나타 살레클의 규정을 빌리면 사랑하는 데에서 전형적인 강박증자인 케말이 두 사람의 사랑을 문화적 관행에 입각하여 확정하려는 순간, 그녀는 그러한 구도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빠져나와 버리는 것이죠. 그가 마련한 제2부인의 삶도, 케말의 아내가 되는 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배반해버리는 것이죠(1323).

 

노연숙 퓌순이라는 인물은 확실히 문제적인 면이 있고, 무엇보다 순수하지가 않죠. 이 맥락에서 볼 때 순수가 결여된 존재를 케말이 순수한 존재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요. 이렇게 만드는 시선, 이 남자의 시선에서 이 여자가 순수하게 환생된 것이죠(1322).

 

조형래 그런데 케말의 관점에서 퓌순을 향한 자신의 사랑은 어떤 불순한 것, 예를 들어 이해타산 등에 의해 침해되지 않은, 거부할 수 없는 정념 그 자체로 순수한 것이거든요. 심지어 퓌순의 죽음 이후에도 그는 그 ‘순수의 시대’를 공간화하여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려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순수박물관이죠.

박민호 케말에게 퓌순은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기표이기 때문에, 자신이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다른 기표들로 환유해버린 거죠. 그것을 기념비로 만들어놓은 것이 박물관인데 여기에 순수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약간 뭐랄까 (웃음) 유치한 거죠(1324).

 

서구적인 것혹은 현대성

 

박민호 그러니까 이 사람이 자신의 욕망, 유사 불륜적인 욕망을 자꾸 현대성이라는 어휘로 수식함으로써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잖아요. 그 현대성이라는게, 70년대 터키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개념인지는 몰라도. 시벨과의 혼전 성관계나 퓌순과의 성관계의 정당성을 해명하는 장면에서 굳이 현대성을 들먹이면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순수한 것으로 몰고 가려는 의지가 있죠. 자기와의 섹스를 허락한 것에 대해 현대적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이런 부분들이 70년대 터키의 부르주아 보헤미안적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의 세속적 사랑관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1권을 보면 케말에게서 일반적인 남성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정말 그럴 법한 유치한 태도나 생각들이 많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순수라는 것이 유치함을 은폐하려는 가면처럼 여겨지기도 하고요(1219-1320).

 

조형래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이 소설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구애되고 있는 어떤 삶의 형식 내지는 라이프스타일의 모델에 대한 문제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간단히 말해서 화자인 케말도 반복적으로 의식하고 있지만 이른바 ‘서구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죠. 그것이 가짜 욕망이라거나 헛된 것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특히 퓌순에 대한 케말의 사랑은 ‘서구적인 것’을 기준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고착시키려는 라이프스타일이라 해야 할까요, 관계의 모델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을 마련하려는 욕망이 항상 작동하고 있어요. 시벨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여타의 영역과 달리 적어도 퓌순과 케말의 관계에서 ‘서구적인 것’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항상 무의미, 무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그것은 두 사람이 어떤 욕망을 가졌는지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두 사람의 관계를 진전시키기는커녕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퓌순을 향한 케말의 순수한 정념은 당대 터키의 일반 개인들이 추수하던 삶의 형식이나 모델, 좌표 등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리거나 어떤 의미에서는 탈구축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아요. 저는 『순수박물관』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성격은 다르지만 기묘하게도 도스토옙스키가 항상 구애되었던 ‘서구적인 것’과 ‘러시아적인 것’ 사이의 길항 관계를 연상하게 하는 부분도 있고요. 이 점에서 지금 여기의 ‘소설의 형식과 운명’의 문제와 관련하여 『순수박물관』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문제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1324).

c*****g 2011.03.25. 신고 공감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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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사랑을 찾은 한 남자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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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정의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본다. 나고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사랑은 때로는 열병처럼 때로는 아련한 사랑에 빠져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랑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영향력의 범주에는 인류가 진화하고 축적한 세월만큼의 시간에 비례한다는 생각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했기에 인류도 존재의미를 더욱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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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랑을 정의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고 본다. 나고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만 사랑은 때로는 열병처럼 때로는 아련한 사랑에 빠져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랑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영향력의 범주에는 인류가 진화하고 축적한 세월만큼의 시간에 비례한다는 생각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했기에 인류도 존재의미를 더욱 가능케 한다. 그런데 어느 심리연구에 의하면 사랑의 유효기간을 대개 1년 8개월 정도로 본단다. 그 기간이 지나면 시들시들해 져 이내 무심해진다는 다소 서글픈 연구내용이지만 무시하고 넘길 조사는 아니다.


        사랑에 눈멀고 마음 아파하고 애 태우는 시간이 영겁처럼 채워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목말라 한다. 그렇다. 사랑은 인간을 추동하고 움직이는 존재가치인지 모른다. 아무튼 그 유효기간이 설득력 있다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러한 공식을 실제에 대입해 보면 사랑에 눈멀고 변함없이 지속 가능한 상태를 평생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떻게 보면 사랑은 쉽고도 어려운 행위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러한 노력 뒤에 사랑을 획득하였다할지라도 충만한 기쁨의 상태로 여생을 함께 순항해 간다는 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사랑이 타성에 젖어 건성으로 흉내 내는 것과 같아서 마치 물구나무로 서서 외줄을 걷는 것처럼 매우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그 허술한 진심이 드러날 것이며 유효기간 내에 태워 없애 버린 말라버린 감정의 빈약함에 사랑의 밑천은 금세 바닥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의 정의를 분류 가능한 상태로 묶어 내기 이전에 사라지지 않는 상태, 즉 불멸의 사랑은 존재할까? 영원토록 변치 않는 감정으로 인해 상대방의 모든 것에 애틋한 사랑의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을 발견하는 그런 사랑을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갈구한다. 그로 인해 서로의 존재다움을 증명하고 삶을 경건하게 만든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사랑은 인간의 삶에 언제고 존재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위대하다고 우리는 말한다. 영원처럼 순결한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에 우리는 감동받고 삶의 희열감에 벅차올라 오염된 영혼을 정화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는 않는다. 모두들 사랑의 시작은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다른 것에- 애증으로 산다든지 - 기대 사는 경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 <순수 박물관>에서 발견한 사랑의 언어는 개념이 다르고 차원이 다르다. 이전의 우리가 경험한 사랑이 평면적인 상태였다면 오르한 파묵이 추출한 사랑은 입체적이다. 각자의 안목으로 사랑을 재단하더라도 이 보다 치밀하고 농도 짙을 수는 없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책 뒤표지 중에서)


        책 전편을 감싸오는 사랑의 대서사는 순간을 지배하고 시간을 멈춘다. 오르한 파묵은 치밀하고 정교하게 다듬고 닦아 낸 집념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경험한 일처럼 영혼으로부터 불러내 썼다. 그러하기에 이 책의 주인공 케말의 생애 전체를 조망하는 대 파노라마는 삶의 완경을 조밀하게 더듬는다. 아울러 터키의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격변하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상류층 사회의 가식적인 모습을 샅샅이 보여 주는 파묵의 복원력은 이 책의 완성도를 더욱 뛰어나게 이끄는 견인차다. 그러므로 케말의 사랑은 상류사회에서 벌어지는 위선과 허위와는 견줄 수 없는 것으로 인간의 위대함을 논하여야 할 경지에 다다른 것인지 모른다.


        진정한 사랑은 고난을 딛고 자기희생을 전제로 자란다. 그러나 그 대상이 마주보기를 위한 것이 아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기만을 위한 행위는 강박관념의 일환으로 치부되거나 미성숙한 심리가 표출된 행동으로 스토킹으로 조롱당할 수 있다. 그러나 케말의 사랑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관계를 아우르며 통찰한다. 지적이고 교양 있는 약혼녀 시벨을 포기하고 불꽃처럼 찰나에 만나 영겁의 탑을 쌓아 올린 퓌순과의 진정한 합일은 얼핏 불온하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순수함은 진흙 속 진주처럼 퇴색되는 법이 없다.


        오르한 파묵의 이 작품은 순수의 의미를 되새긴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통해 주어진 상황을 몰입하게하고 공감을 유도하는 힘이 강력하다. 오랜 세월동안 퓌순을 향한 사랑의 시간을 분절하고 다시 포개는 행위를 통해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더 이상 나눌 수 없음을 파묵은 케말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케말은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 퓌순을 기억하는 상징적 존재들을 끌어 모으고 훗날 그녀만을 위한 박물관에 전시하며 그가 걸어 온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듬는 과정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된다. 또한 케말은 퓌순의 상징물들을 통해 비워 진 영혼의 충만함을 채우고 환희와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이처럼 오르한 파묵은 층위를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의 깊이를 다층적으로  창조해 냈다. 감미롭고 로맨틱한 사랑과는 거리가 먼 <순수박물관>은 관념도 환상도 거부한다. 오로지 사랑에 심취한 한 남자의 삶을 다층적인 시각으로 그려냈다. 인간을 바라보는 세밀한 시선은 우리에게 순수의 진정한 의미를 각인하는 신선한 이야기다. 아마 이 책은 오래도록 읽혀질 젊은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나는 예측한다.



a******e 2010.07.07. 신고 공감 4 댓글 11
리뷰 총점 종이책
약혼녀가 아닌 여성과의 관계가 순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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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학 강연록 <소설과 소설가>를 읽어가다가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그의 소설 <순수박물관>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집착적인 사랑에 빠진 케말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과 느낌을 주제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순수박물관이 출판된 다음 작가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파묵씨, 당신은 이 모든 것들을 정말로 경험했나요? 파묵씨,
"약혼녀가 아닌 여성과의 관계가 순수할까?" 내용보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학 강연록 <소설과 소설가>를 읽어가다가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그의 소설 <순수박물관>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집착적인 사랑에 빠진 케말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과 느낌을 주제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순수박물관이 출판된 다음 작가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파묵씨, 당신은 이 모든 것들을 정말로 경험했나요? 파묵씨, 당신이 케말인가요?(소설과 소설가 40쪽)”라는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작가가 소설의 주인공 케말의 사랑을 사실처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어 자전적 소설이라고 믿게 되는 독자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http://blog.yes24.com/document/6575808에서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인간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 “내 이력서 속 자아로부터 그 어떤 인물도 도출되지 않았다.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355쪽)”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즉 소설을 통하여 자신의 경험을 그려내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 혹은 주변인물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는 소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순수박물관>은 파묵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 쓴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합니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을 그려내고 있다고 요약하고 있습니다만, 집착도 이 정도면 병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975년 터키 이스탄불,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나 모든 것이 넉넉하게 성장한 케말은 역시 훌륭한 신부감인 시벨과 약혼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어렸을 적 가깝게 지냈던 먼 친척의 딸인 퓌순을 만나면서 묘하게 끌리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를 유혹하여 관계를 맺게 된 케말은 한편으로는 시벨과의 약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약혼식장에 퓌순과 그 가족을 초대하는 이해할 수 없는 짓을 벌이게 되고,약혼식장에서 자신이 퓌순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들통나면서 퓌순이 잠적하게 됩니다. 퓌순의 종적이 묘연해지자 케말의 일상은 흩어지면서 약혼녀 시벨과의 관계 역시 뒤틀리게 되고 종국에는 거리를 두었다가 종국에는 파경에 이르게 되는데 까지 1부가 진행됩니다.

 

사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약혼을 앞둔 남성이 갑자기 등장한 먼 친척 여인을 적극적으로 유혹하여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 현실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터키사회가 혼전관계에 대하여 보수적이고 서구문화를 접한 여성이 혼전순결을 지킨다는 터부를 깨는 용감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적지 않은 여성들이 혼전 관계 혹은 혼외정사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다소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주인공 케말과 그 친구들은 최근 화제에 올랐던 브이 소사이어티처럼 ‘당신은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어요’라는 케말의 친구 자임의 별명처럼 방탕한 생활이라고 할 정도의 행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케말은 퓌순과 관계를 맺으면서도 “그녀와 사랑에 빠졌던 것일까? 나는 깊은 행복감을 느꼈고 또 걱정스러웠다. 나의 영혼이 이 행복을 진지하게 여기는 위험과 가볍게 여기는 통속성 사이에 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 머리는 혼란스러워졌다.(86쪽)”고 적고 있는 것으로 보아 퓌순을 진지하게 사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퓌순을 약혼식에 부른 것은 그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 한편 퓌순이 사라진 다음에 그녀에 대한 집착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입니다. ‘눈에서 벗어나면 마음에서도 사라진다’는 유명한 말처럼 보이지 않으면 불같던 사랑도 조금씩 식어가기 마련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랑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사라진 알베르틴; http://blog.yes24.com/document/6816582>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다 독백하면서도 그녀가 사라진 다음에 사랑했었노라고 중얼거리는 주인공을 보면 정신이 온전한지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파묵 역시 대화체로 풀어가던 이야기를 사라진 퓌순의 뒤를 쫓는 케말의 행적과 생각의 흐름은 프루스트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아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1부에서는 사라졌던 퓌순이 최근 결혼한 상태로 다시 등장하는데까지입니다. 다시 나타난 퓌순과 케말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아주 궁금해집니다.

y*****2 2012.10.11.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순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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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이력을 읽다보니  순수박물관의 주인공인 케말이 떠오른다. 터키 이스탄불의 대가족 그리고 부유한 환경등 아마도 자신이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을 소설로 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든다. 사랑을 잃은 남자가 사랑을 기억하기위해 만든 순수박물관 이야기는 이렇다. 케말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사업을하는 부모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다. 사랑하는 여인과 곧 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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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한 파묵의 이력을 읽다보니  순수박물관의 주인공인 케말이 떠오른다. 터키 이스탄불의 대가족 그리고 부유한 환경등 아마도 자신이 보고 듣고 느꼈던 일들을 소설로 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든다. 사랑을 잃은 남자가 사랑을 기억하기위해 만든 순수박물관 이야기는 이렇다. 케말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사업을하는 부모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다. 사랑하는 여인과 곧 약혼을 앞둔 예비신랑이다. 한참 행복한 케말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케말은 약혼녀가 쇼윈도에 걸린 제니코롱 가방이 예쁘다는 말에 다음날 샹젤리제 부티크로 달려간다. 케말은 그곳에서 먼친척인 퓌순을 만나게된다. 케말은 퓌순을 보는순간 거스를수 없는 욕망을 느낀다. 왜 그랬을까 어릴때 보았던 퓌순의 무엇이 케말의 마음과 시선을 잡았을까 물론 퓌순의 미모가 탁월하다는건 인정한다. 그렇다고 모든 아름다운여자를 보면서 욕망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퓌순은 샹젤리제 부티크에서 대학에 입학하기전에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케말이 기억하기에 퓌순의 집은 여유롭지 못하다. 케말은 퓌순을 다시 만나고 싶지만 딱히 다시만날 명분이 없다. 그런데 선물을 받은 약혼녀는 가방이 짝퉁이라고 말한다 케말은 교환하겠다고 하지만 돈으로 받아오라 말한다. 결국 케말의 약혼녀 시벨은 케말에게 퓌순과 다시만날 명분을 만들어주게된다. 퓌순은 가방을 교환해 주겠다고 하지만 케말은 돈으로 달라하고 급기야 퓌순을 눈물을 보인다. 아마도 이순간 퓌순과 케말 두사람의 사이에 신체적 접촉으로 말미아마 두사람 사이에 은밀한 욕망이 싹텄을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케말은 시벨과 퓌순 두여인의 사랑을 잡게된다.


  왠지 이대목에서 내가 연상한건 연인이다. 프랑스남자와 베트의 어린여자와의 태양보다 더 뜨거운 정염같은 사랑이야기 연인이 떠올랐다. 약혼녀와 몰래 사무실에서 사랑을 나누고 또한 친척인 퓌순과는 비워둔 아파트에서 비밀스런 사랑을 나눈다. 퓌순과는 처음부터 끝이보이는 관계로 시작된다. 약혼을 앞둔 남자가 파혼을 할 생각이 없이 잠깐의 오락처럼 만나는 그런관계 퓌순또한 시벨의 존재를 알고 있다. 케말의 약혼식에 초대받은 퓌순의 부모님은 퓌순에게 약혼식에 동행하길 바라고 결국 케말과 퓌순은 웃지못할 장소에서 만날 수 밖에 없다.


  케말의 때늦은 후회 퓌순이 자신을 떠날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케말에게 제대로 뒷통수를치고 퓌순은 사라신다. 그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수 있을까 나는 그가 사랑을 경박하게 생각한 죄로 순수한 사랑을 갖을 궐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r*******5 2010.09.27.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랑의 열병, 그 그림자 ('순수박물관 1권'을 읽고...)
"사랑의 열병, 그 그림자 ('순수박물관 1권'을 읽고...)" 내용보기
순수박물관 1권을 읽고 리뷰를 쓰기위해 얼른 컴퓨터 앞에 앉지를 못한다. 정리되지않고 가슴을 휘돌아 나가는 전율과 회한의 과거가 얼른 가라앉지 않는다...감성을 제외하고 기본 줄거리만 보면 매우 간단한 플롯이다. 우리네 TV드라마의 있는 집 도련님들이 보여주는 삼각관계와 집착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다.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만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해 버릴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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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박물관 1권을 읽고 리뷰를 쓰기위해 얼른 컴퓨터 앞에 앉지를 못한다. 정리되지않고 가슴을 휘돌아 나가는 전율과 회한의 과거가 얼른 가라앉지 않는다...
감성을 제외하고 기본 줄거리만 보면 매우 간단한 플롯이다. 우리네 TV드라마의 있는 집 도련님들이 보여주는 삼각관계와 집착을 그대로 보는 느낌이다.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만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해 버릴 책이 아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상념과 일상의 행동을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을 내듯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 전해져오는 울림이 실제 사랑하고 헤어지고 곁에서 지켜본 경험이 아니고서는 이루 표현해 내기 어려운 감성으로 가득차 있다. 실연의 아픔으로 긴 날을 가슴앓이 해 보지 않은 행복한 이들은 자칫 '왜 이래, 아마츄어 같이...'라고 말 할 지 모르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쓰라림으로 시린 겨울바다에 서 본 이들에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이 책은 오르한 파묵이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이라고 한다. 1권에서는 1975년의 이스탐불을 배경으로 한마디로 부유하고 잘나가는, 지적이며 아름다운 애인(시벨)까지 가진 한 남자(케말)가 짧은 순간 한 여인(퓌순)을 만나 사랑을 불태우나 그녀가 사라지면서 겪는 사랑의 상실감이 천천히 흐르는 파노라마처럼 소소하고 애잔하게 마음을 스치운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라는 뒷 표지의 카피처럼 사랑의 열병이 어떻게 한 인간을 망치게 하고 이상하게 하는지 관점에 따라서는 병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점에서 시인들은 "사랑은 일종의 질병이며, 광기요, 벗어날 수 없는 족쇄"라고 하였던가... 무조건 앓을 수 밖에 없다는 이 사랑의 열병! 생각해보니 아스라히 희미한 옛추억으로 남은 상흔은 그저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이런 것이 인생의 성숙이라 말하지만 다시는 그런 쓰라림이 없길 스스로에게 내뱉어 본다.

 

케말은 퓌순과 만나 밀회를 즐기면서 무척이나 행복해 하지만 시벨과 약혼을 한다. 결혼은 시벨, 즐기는 애인은 퓌순... 이 관계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약혼식 후 퓌순은 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불가연하게 떨어지고 나서 <퓌순인 줄 알았던 그림자와 환영>은 이별의 아픔을 겪은 이들은 안다. 빰을 스쳐가는 바람결에도 그녀인가 돌아보는 그 마음을... 삶은 내게서 멀어져 버린 것 같았고, 그때까지 느껴 왔던 삶의 힘과 색은 사라져 버렸으며, 사물도 전에 느꼈던 힘과 진정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277쪽). 사랑때문에 삶이 모두 뒤죽박죽 되어버린 사람은 사랑의 고통이 끝나야 다른 고민도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 속에 있는 상처를 자기도 모르게 더 깊게 만들어 버린다(370쪽). 결국 시벨은 약혼반지를 돌려보내고 그들은 그후 삼십일 년 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361쪽). 케말은 각고의 노력 끝에 퓌순에게서 초대 편지를 받고 사연있는 귀걸이 한 짝과 그의 아버지가 준 진주목걸이, 유년의 추억이 담긴 자전거를 가지고 청혼을 하려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뻔한 스토리지만 그녀는 다섯달 전 결혼을 하였다(383쪽). 퓌순과 그녀의 남편은 영화를 만들려는 그들의 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부유한 친척이라서 식사에 초대했다는 결론에 이르런다(394쪽)

 

그는 다시 일에 매달리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으며 사랑의 아픔은 끝이 났다고 스스로 믿고 싶었고, 이런 새롭고 강렬한 감정은 자신의 인생이 변했다는 증거인 듯 싶었지만, 실은 억압된  이성의 한구석에서는 자신이 아직 그녀와 다투고 있다는 것을 두렵도록 분명히 인지한다(399쪽).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지난 후의 느낌을 풀어낸 듯한 문장이지만 실은 아직 사흘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다. 나흘째 되는 날 그는 두고온 귀걸이를 핑계로 다시 그녀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녀를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을 수 있다면, 더 부끄러운 상황도 기꺼이 참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404쪽)... 그리고 또 깨닫는다. 다시 찾아오더라도, 이미 결혼을 하고 그저 돈 때문에 내게 관심을 갖는 퓌순을 설득하지 못할 거라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세상 모든 고통을 참을 수 있으며, 또한 이고통은 나를 끝장낼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405쪽) 그녀의 집을 떠나면서 다시는 퓌순을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남편을 만나고 영화 지원을 약속한다. 영화제작을 이유로 그녀를 만나면서 그는 행복은 아주 단순한 것이라는 사실과 모든 사람이 알아야하는 처방전을 발견하고 혼자 중얼거린 걸 기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 만이 행복하다.(414쪽)"... 유치환 시인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는 귀절이 뇌리를 스친다.

 

영화제작 지원을 핑계로 영화관에서 퓌순을 만나면서 그는 생각한다. 이렇게 잠깐 그녀와 같이 걷는 것은 그녀 때문에 겪었던 모든 고통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고, 그렇게 걸어가는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놀랍도록 행복하고 특별한 순간이라는 것을... (431쪽)

 

이렇게 1권은 끝난다. 책속에선 아주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데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작가의 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한다. 책의 소개 글에 따르면 2권에서는 퓌순이 살았으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신이 8년 동안 드나들었던 집을 사서 그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한단다. 퓌순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모으고, 전 세계 박물관 5,723군데를 다니며 자신의 박물관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 고민하며, 그곳에 전시될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책을 쓸 결심으로 작가 오르한파묵을 만나는 설정이라 한다. 당연히 박물관 이름은 '순수 박물관'이다.

 

순수! 박물관! 이제 인간에게 있어 '순수'란 감정은 낡은 유물 처럼 박물관에서나 만나는 것일까?
우리는, 나는 아직도 순수한가? 아니 순수한 적이 있었는가?
한 템포 숨을 돌리고 2권으로 들어갈 것이다.

 

 

사족 : 몇몇 오타가 있다. 따로 정리...



e***i 2010.07.21. 신고 공감 1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검은책과 전혀 다른 느낌의 모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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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박물관>은 <검은책>과  동일한 작가의 글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사랑에 관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읽으면서 가슴에 통증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사랑이 주는 설레임,수치심,후회,행복한 상상이 뒤섞인 감정들.흠모와 부끄러움,연민,기쁨이 뒤섞임 감정들.사랑의 상실이 가져오는 분노,고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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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 박물관>은 <검은책>과  동일한 작가의 글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로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사랑에 관한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읽으면서 가슴에 통증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사랑이 주는 설레임,수치심,후회,행복한 상상이 뒤섞인 감정들.흠모와 부끄러움,연민,기쁨이 뒤섞임 감정들.사랑의 상실이 가져오는 분노,고통,고민,불안.우리는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 위험하고 아픔 사랑의 아름다운 광기와 집착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린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75년이다.과거 오스만제국이었던 터키의 이스탄불과 보스포루스 해협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과 더불어 유럽적이면서도 동양적인 그러면서도 유럽적이지도 않고 동양적이지도 않은 그 이상야릇한 경계에 놓인 터키라는 나라.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70년대의 정조관념과도 같은 여성의 순결이 터키에서도 당연시된다.서른 살인 케말은 유럽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적인 여성이면서도 터키 문화가 요구하는 혼전 성관계의 두려움이라는 보수적인면을 버리지 못하는 시벨과 곧 약혼을 한다.그의 약혼녀인 시벨과 가방을 사러 들렀던 상젤리제 부티크에서 어린시절 후 우연히 본 열여덟살의 가난한 먼 친척 사촌 여동생 퓌순에게서 불편한 감정이 자라난다.

 

 (P37) 내 이성은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놀라운 사실이 다시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그녀를 보면 잘 알고 있는 누군가를 보는 것 같고,그녀를 아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나와 닮았다...아주 쉽게 나 자신을 그녀의 위치에 놓은 수 있었고,그녀를 아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미인대회에 출전했던 12살 아래의 동생,그리고 교양있는 약혼녀. 트라이앵글의 균형은 유지될 수 있을까? 약혼녀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퓌순과 사랑을 나누는 케말의 이기적인 사랑.그 사랑은 그 시대의 울타리를 벗아나기 어렵다.시대와 문화가 요구하는 울타리를 벗어난 사랑은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그녀의 이니셜이 세겨진  잃어버린 귀걸이 한 짝은 불운의 징후를,그들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한다.

 

 케말은 퓌순과 44일 동안 사랑을 나누었지만,그의 약혼식 후 퓌순이 말없이 사라져 버린다.퓌순을 잃고 난 후에야 케말은 자신이 진실로 사랑한 것은 퓌순이었음을 알고 339일동안 그녀를 찾아 헤멘다.그녀가 사라진 그의 삶은 허무와 공허와 고독뿐이다.그녀가 남기고 간 작은 물건들에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붇잡고 온몸으로 아픔을 경험할 뿐이다.심장과 머리와 온몸을 가로지르는 통증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보면 순수 박물관은 그가 퓌순을 잊지 못해서 그녀의 체취가 묻은 물건과 기억들을 수집해서 전시한 박물관인듯 보인다.그러나 1편에서는 순수 박물관이 실제하는 건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다만 책 앞장의 지도에 순수 박물관이 표시된 것을 보면 2편에서는 그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 어떤 형식으로 펼쳐질지 2권에서 만나볼 수 있으리라.작가 오르한 파묵은 책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무척 궁금하다.

d********3 2010.07.1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