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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아주 오래 전, 시집 ‘충뷴하다’ 구매 후 두 번째다. 나는 사실 이름만 보고 처음에 남자 시인인 줄 알았다.
p93
묘비명
여기, 몇 편의 시를 쓴 고리타분한 여류 작가가 마치 쉼표처럼 누워 있다. 그녀의 주검은 어떤 문학 동호회에도 속한 적이 없으나 대지는 그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었다. 그래도 운율 맞춘 가락들과 우엉 넝쿨, 부엉이만큼 묘지에 어울리는 건 없으리니. 지나는 이들이여, 가방에서 전자두뇌를 꺼내보시구려 그리고 잠시, 쉼보르스카의 운명에 대해 명상에 잠겨보시길.
이 시를 읽는 순간 나도 묘비명을 멋지게 시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p163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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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특별한 기회, 꺼져가는 등불 아래에서 나누었던 대화를 잠시 기억해낼 수 있는:
적어도 한 번쯤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거나, 폭우를 만나 흠뻑 젖어볼 수 있는:
풀밭에서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바람에 이글대는 불꽃을 눈으로 쫓아갈 수 있는:
중요한 무언가를 끝내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는.
이번 시집 ‘검은 노래’를 천천히 읽다보면 전쟁, 허무, 죽음, 인생, 사람.... 이런 단어들이 가슴에 깊이있게 스며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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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상처 안에 내 몸을 누일 것이다. 세상은 크니까, 너무도 거대하니까." [끝과 시작]으로 우리에게 첫인사를 건넨 시인 그 제목처럼, 가장 마지막에 찾아온 쉼보르스카의 '시작'이 된 시들...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만나게 된 쉼보르스카 시인. 그 시인의 시작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시작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시작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하는 시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