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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 어려서부터 조기영재교육을 받거나 영어를 배우러 태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밥을 먹지 않으면 튼튼하게 자랄 수 없듯 제대로 놀지 않으면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어른이라고 놀이를 싫어할까. 그러나 놀지 않고 오랜 세월 살다 보니 놀이를 잃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도 빼앗으려고 한다. 놀지 않고 공부하는 게 아이들의 몫이라고 여기려 한다. 노는 아이들을 이상하다고 여기고, 아이들도 놀면 잘못이라고 여기게 한다. 그러나 어른들도 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행복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기성 세대 어린이는 놀이 도깨비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밖으로 튀어나가 동무들과 하루종일 놀았다. 배가 고프면 간간이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지만 끼니를 건너뛰어도 문제되지 않았다. 저녁 놀이 붉게 물든 뒤까지 놀다가 기어코 식구들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왔다. 도깨비들이 넘치는 세상. 그러나 어린이가 놀지 않는 세상,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은 세상, 어린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상. 세상이 바뀌니 세상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사는 산신령과 삼신할미, 놀이 도깨비가 할 일이 없어졌다. 산신령에게 소원을 빌지 않고, 아기 점지할 일이 없으며, 도깨비를 부르지 않으니 말이다.
산신령과 삼신할미가 신세한탄을 하고 있을 때 도깨비 하나가 나타난다. 막대기처럼 생긴 놀이도깨비 자치기, 줄여서 놀자다. 놀자는 인간 어린이랑 놀고 싶은데, 같이 놀 어린이가 없다며 둘의 신세한탄에 합류한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찾지 않으니 자신들이 나서기로 한다. 인간 세상을 보러 직접 가기로 한다. 셋은 아직 입주 전인 아파트를 본부로 삼아 각자 인간세상을 살펴본다. 산신령은 퀵 배달 할아버지를, 삼신할미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학습지 교사를, 놀자는 게임에 빠진 인성이를 만난다. 사람을 만나 함께하며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까지 만든다.
“놀자 녀석이 혼자 남겠다고 했을 때, 걱정 많이 했었는데, 두고 오길 잘했어요.” “놀자의 도전과 모험 덕분에 놀이도깨비 나라가 살아나서 다행이에요.” 놀이도깨비 나라는 놀자가 아이들과 놀면서 얻은 기운을 보내오면서 되살아났던 것이다. 따라서 놀이도깨비가 많이 태어나고 있었다. (189 - 190쪽)
산신령도 삼신할미도 아닌 놀자가 인간 세상에 남은 것은 당연하지만 탁월한 선택이다. 놀자가 신나게 어린이들과 놀면서 인간 세상은 물론 도깨비 세상이 먼저 바뀐다. 아이들과 놀이할 도깨비가 되살아나고 세상에 나갈 도깨비가 되려면 뽑혀야 할 만큼 성황을 이룬다. 산신령은 사람들 소원을 맞춤 맞게 들어주려고 바빠지고, 삼신할미는 아기를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다던 학습지 교사에게 아기를 점지한다. 퀵 배달 할아버지는 노인유치원에 할머니랑 다니고, 쉬지 않고 일만 하던 인성이 엄마는 쉬는 날을 정한다. 아이들이 노니, 다행이어라, 인간 세상도 인간 아닌 세상도 제 모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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