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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의뢰인 모치즈키 찾기였다. 그 와중에 만난 경찰과 조폭, 탐정사무소 사람들을 죄다 구워 삶는 그의 모습은 능란하다 못해 여우에 가까웠다. 물론 그의 인상은 여우보다는 늑대지만.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의뢰인에 대해 알고난뒤 여전히 사와자키는 낭만을 저버리지않았ㄱ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잘 알고 위협하고 구슬리는 인물들 모두 그를 마음 속에서 신뢰한다. 사와자키는 누군가를 해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의뢰인을 위해 일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적인 일을 눈감아주지 않고 경찰이 아닌 그 당사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길을 골라줄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의 옆에 누군가 친구를 두지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거친 말을 하면서도 그의 옆에서 단단한 지지대 위에 올라있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는 것을. 아, 난 사와자키가 왜이리 좋을까. 일단, 지난 리뷰에서 쓴 그에 대한 소개. 14년이 지난건가 이제 그는 50대 중반이 되었고, 블루버드는 이제 없다만.
사와자키는 유독 돈에 관심이 없다. 자신이 얻어낸 정보도 소스를 제공한 쪽에 100% 사례금을 주게 한다. 지난 작에는 유독 그리하여 내가 다 사와자키가 먹고살 수 있을까 걱정했다만. 그런 그에게 고맙게도 히토쓰바시 근처의 흥신소에선 일거리를 주고, 가끔 불륜조사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 어느날 신사로 보이는 인물이 그를 방문한다. 모치즈키 고이치, 밀레니엄이란 이름이 붙은 저축은행 신주쿠 지점장. 사와자키는 금융업, 경찰, 조폭 등을 별로 좋게 보지않는데 그건 사람 등치는 이면을 봐서 그런걸까. 하지만 사와자키는 그를 신사로 본다. 모치즈키의 의뢰는 회사내 상대세력이 미는 대출건을 조사해달라는 것. 즉, 아사쿠사의 유래깊은 요정 주인 히라오카 시즈코에 대한 조사. 의뢰를 받아들이고 사와자키는 생각보다 빨리 착수해 알아보러 갔다가 놀라고 만다. 히라오카 시즈코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도대체 누가 그녀의 이름을 대고 대출을 받으려 한 것이며, 정보가 빠를 터인 모치즈키가 이를 모르냐는 것. 그리하여 밀레니엄 파이넌스의 신주쿠 지점을 방문한 그는 지점장이 부재이고 6시까지는 마감시스템상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손님으로 기다리기로한다. 그런데 나타난 2인조 강도. 지점장실의 금고를 열려고 하나 지점장실은 본사의 경비실 열쇠도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또 지점장을 기다리던 중 강도 한 명이 사라진다. 나머지 한명은 사와자키와 가이즈란 청년의 쿵짝쿵짝에 전의를 잃고 자수하기로 하는데. 그리고 문이 잠겨져있지않았던 지점장실내 금고에서 나타난 거금. 그리고 사라진 지점장과 그 날 오전에 꺼진 cctv. 그리고 그를 추궁하는 경찰과 함께 세이와카이 구미에서 나타난 조폭들. 도대체 그 금고를 둘러싼 음모는 무엇이며, 모치즈키는 어디로 갔으며, 그는 무슨 계획이였으며...... 사와자키는 지점장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혹시 당신이 내 아버지가 아닙니까?"하는 소리를 하는 청년 가이즈와 거의 함께 (사와자키는 같이 다니려 하지않았지만...) 추적에 나선다.
사와자키는 사람의 지위, 돈, 힘에 영향을 받지않는다. 아무리 높은 위치, 돈이 많아도 인간을 등치는 것을 싫어한다. 진실을 말하는 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세이와카이 구미 간부인 하시즈메의 추궁에도 이전부터 내 맘에도 들었던 조직원 사가라와 상대하고 싶어한다. "사가라는 나한테 거짓말을 하지않아."
사와자키도 제대로 봤고 나도 제대로 봤다. 조폭이라고 쓰레기라 말을 들어도 화를 내지않는 사가라는 자신이 쓰레기같은 일, 조폭일을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상대가 아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역소송을 거는 보험회사의 담당자나 한국 노동법의 틈새를 이용해 열악한 조건을 만드는 엄청난 연봉의 글로벌기업의 임원들은 쓰레기란 말을 들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하겠지. 사와자키에겐 이들 모두 쓰레기 이지만, 사실을 인정하는 사가라와는 진실의 대화를 한다. 누구나 신뢰를 할 수 있는 탐정. 하지만 탐정이란 일이 가끔 사람들이 꺼리는 일도, 민망한 일도 해야하기에 신사같은 그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사와자키. 그런 그도 50대가 되니 조금 달라진걸까. 왜 소스를 주고받는 지인의 아들을 만나고 싶은걸까. 마지막 의뢰인은 내 마음에도 들었는데 왜 친구가 되면 안될까. 난 책장을 덮어도 그 어딘가 잘 살고 있기를 바라고 또 걱정도 하고 그래서. 사와자키에게 든든한 친구가 될 인물을 놓치는게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사와자키는 내 걱정에도 언제나 터프하고 속으론 다정하고 냉철하고 머리 잘굴리며 잘 살아갈 듯. 이 시리즈는 나에게 무척이나 의미가 깊다. 이 작가로 인해 나는 일본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으며 언젠가 그에게 팬레터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여하간, 후반까지는 다소 실망하고 있었는데 (물론 그가 인간심리를 가지고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협상은 재미있었다) 결국 맨마지막 전화통화에서, 바둑기보를 두고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리고 엔딩의 마지막 줄에서 다시 든든한 믿음을 회복했다. 역시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탐정이다 (사와자키는 뭔가 된게 든든한데도 뭔가 걱정하게 만든다. 전자는 이 세상의 잣대가 그에겐 아무 의미없고 그 이상 강하다는 거고, 후자는 그래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좀 힘들까해서...)
p.s: 하라 료 (原 ?, 原 りょう) 1988. そして夜は甦る,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그리고 난 깊이 매료되었다 1989, 私が殺した少女, 내가 죽인소녀 존재감강한 작가의 강철개성의 탐정 1990, 天使たちの探偵 천사들의 탐정 내가 사랑하는 탐정 1995, さらば長き眠り, 안녕 긴잠이여 내가 사랑하는 작가 카테고리로 등극하심 --> 첫번쨰 단편 '소년을 본 남자'는 [노란흡혈귀], 구판안내: [일본서스펜스걸작선] 2004, 愚か者死すべし,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탐정, 사와자키 2018, それまでの明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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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을 하건대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탐정은 바로 사와자키입니다. 5~6년 전쯤 우연찮게 출판사 비채에서 나온 몇 권의 소설을 정가 인하 도서를 팔고 있길래 그때 서너 권을 구입했었는데 그때 딸려 들어온 책이 하라 료의 데뷔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였으며 그때껏 읽어본 일본의 탐정 혹은 미스터리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탐정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의 소개에 의하면 하드보일드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하드보일드가 어떤 형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탐정 사와자키가 등장하는 하라 료의 모든 소설을 읽으며 이런 게 바로 하드보일드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습니다. 하라 료의 소설은 문장을 읽는 맛이 있는 소설입니다. 일본의 많은 소설들이 대체로 읽기 쉬운 문체에 평범한 문장 구조를 가지고 서사에 더 주목을 하는 반면 그의 소설은 훨씬 더 문장력이 뛰어난 소설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80년 대부터 소설이 시작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고, 작가 스스로 하드보일드 소설에 영향을 받아 그와 같은 소설을 쓰고자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즐거운 때는 소설의 내용보다는, 어떤 트릭이나 사건의 전개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결국 주인공의 매력이 더해졌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와자키는 굉장한 매력을 지닌 남자입니다. 사와자키의 매력을 한마디로 규명 짓기에는 제게 어려운 일입니다만, 그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묵묵히 일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멋지다는 말이 예전에는 자주 들렸습니다. 그의 가족관계가 탐정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부연 설명도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사와자키의 일상 속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이 전혀 끼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모든 것들이 탐정 일과 관련된 행동과 사고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뛰어난 탐정이라거나 훌륭한 인격체로 스스로를 판가름하지는 않지만 그가 일과 관련하여 말하고 생각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재능을 지닌 탐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와자키의 매력을 무엇이다 하고 말을 해야 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를 반드시 드러내는 남자다움에 있다고 하면 많이 이상할까요? 누군가의 말에 한마디씩 되받아치듯이 하는 말에는 유머스러움과 함께 정곡을 찌르는 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언제나 사고 체계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일 겁니다. 그러면서 정직한 면도 보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남성들이 자신만의 고집스러울 정도의 생활의 패턴이 있듯이 사와자키 역시도 그러합니다. 필터가 없는 피스 담배만을 고집하고 오래되어 고장이 잦은 닛산의 블루버드를 애마처럼 생각하며 타고 다니는 것, 그리고 친구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부터의 내일은 대략적으로 마지막 장면에 도쿄에 큰 지진이 일어나는 데 시기적으로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인 듯한 데도 사와자키는 여전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처음 이 시리즈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껏 그대로인 것은 여전히 전화 사서함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블루버드도 고장이 나서 처분해버렸고, 담배를 피울 뿐 필터 없는 담배인 피스를 피우지는 않습니다.
사와자키는 언뜻 보면 옛날 옛적, 흑백텔레비전으로 봤던 명화극장 속의 탐정들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쉽게 미소를 짓지도 않으며, 상대와 잘 지내거나 사귀고 싶어 자신을 낮추거나 다가가려는 노력 따위도 하지 않으며 중절모와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고 다닐 것 같습니다. 작가가 옛날의 탐정 소설인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필립 말로 시리즈를 읽고 사와자키를 탄생시켰다는 듯한 인터뷰를 했으며, 챈들러의 필립 말로가 1930년 대 말에 발표된 작품이니 사와자키에게도 어딘가 3~40년 대의 남성적 풍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러한 선입견 덕분인지 늘 사와자키를 떠올리면 제대로 영화를 본적도 없지만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떠오르곤 합니다. 2004년에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를 발표한 이후 2018년에 지금부터의 내일을 펴냈으니 장장 14년의 세월이 걸렸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번역 출판했으며 2021년에 지금부터의 내일을 번역 출판했으니 다른 일본의 유명 작가들에 비해 번역의 시간도 무척이나 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의 마지막에는 이다음 작품은 과연 언제일까 하는 생각이 머물게 됩니다. 작가가 1946년 생이시니 우리나라 나이로만 해도 벌써 76세의 고령이신데,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은 그냥 건강하시지만 마시고 다음 이야기도 어서 내놓으시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죄송합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도 빠른 변화를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특히 범죄 소설, 그중에서도 탐정 소설은 설자리가 많이 좁습니다. 소설에서는 비록 범죄에 연루되어 범죄를 해결함에 비중을 지니게 되지만, 수사권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휴대폰과 스마트폰으로의 진화, 온 도시를 들여다보는 CCTV로 가득 찬 세상을 탐정으로서 범죄 혹은 사건의 주변 상황을 발로 뛰어다니며 조사만으로는 경찰의 능력을 따라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과학 수사를 뛰어넘기에도 탐정은 이제 무리인 듯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탐정이 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는 점점 좁아지고, 이야기의 결이 무뎌질 듯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와자키를 기다리는 마음은 남자가 봤을 때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남자에 대한,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상에서는 더 이상은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남성을 오래 알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지금껏 다섯 권의 사와자키 장편 소설을 한국에서는 권일영 선생이 번역을 하셨는데 이번 여섯 번째 소설인 지금부터의 내일은 문승준 선생이 번역을 하셨습니다. 아무리 문승준 선생께서 권일영 선생 타입의 번역을 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셨다고는 하더라도 분명 느낌이나 문장의 맛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승준 선생은 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미해서 번역을 하셨겠지요. 그래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약간 달라진 것인지 읽으며 이전에 느꼈던 문장력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게 되었으며, 경찰인 니시고리와 조직폭력단의 하시즈메와의 케미도 예전만큼은 아닌 듯하여 세월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느낌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껏 한국에 발표된 사와자키 시리즈의 장편 소설 끝부분에는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긴 세월을 기다려온 소설이 끝이 난 후 읽는 그 짧은 이야기가 주었던 것은 소설이 끝났음에 대한 작은 위안이었으며 기다림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설에는 그 짧은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아 무척이나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다시 사와자키 시리즈가 나올지 생각을 하면 자꾸 이상하게 마음이 미어질 듯 아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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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일에서 보다 직접적인 즐거움을 느끼고자 연이어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 하라 료는 레이먼드 챈들러로 대표되는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계승하는 일본의 작가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에 비견되는 탐정 사와자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를 발표했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권의 시리즈물이 발표 되었고, 《지금부터의 내일》은 2018년에 출간되었다. 하라 료는 2023년에 사망하여 《지금부터의 내일》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탐정 일을 삼십 년 가까이 해왔지만, 의뢰인이 친구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이 끝난 뒤 내 일처리에 만족하지 않은 의뢰인은 별로 없었으리라. 친구 삼고 싶은 의뢰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친구가 된 적은 없었다. 탐정 일이란 그런 것이다.” (p.17) 사와자키는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데, 와타나베는 없다. 와타나베는 사와자키의 파트너였고 그저 그 이름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따름이다. 이러한 태도부터가 사와자키를 대변하는 듯하다. 사무실은 혼자 운영하고 있으며, 사와자키에게는 휴대 전화가 없고 전화 응답기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설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우리에게는 낯설다. 아마 일본에서도 휴대폰이 나오기 전의 유물일 것이다. “다음 날 나는 니시신주쿠 사무실에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아 오전을 보냈다. 그러는 내내 책상 위 전화를 노려보았다. 전화라는 녀석은 노려보고 있으면 좀처럼 울리지 않는 법이다. 끝내 의뢰인 모치즈키에게 전화는 오지 않았다.” (p.86) 소설은 자신을 모치즈키라고 소개한 신사의 품위를 지닌 의뢰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의뢰의 내용은 오래된 요정의 여사장의 사생활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단순한 의뢰이고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고 여긴 조사이지만 그 여사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게다가 모치즈키가 알려준 연락처는 사와자키를 더욱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도록 만들 뿐이다. “내가 관여한 조사의 의뢰인이나 관계자들은 ‘나의 일’을 기억할까? 기억한다 해도 대개 하루빨리 잊고 싶은 불쾌한 기억이리라. 불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런 ‘탐정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의뢰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조사를 맡는 바람에 결과를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얼빠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p.354) 사와자키는 대부 업체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사와자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니시고리 형사에게 심문을 당한다. (물론 당하는 것이 사와자키인지 니시고리인지 헷갈리는 상황의 연속이다.) 여기에 또 다른 흥신소 직원인 하가와라나 야쿠자 조직인 세이와카이 간부 하시즈메 등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독자들은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레일에서 내려설 수가 없다. “모든 게 당신 탓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진짜 이름을 밝히지 못하게 만든 건 저라는 탐정의 책임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당신과 제 잘못이 반반입니다. 저는 탐정이라서 상황에 따라 두 번이든 세 번이든 가명을 사용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인종입니다. 당신에게 사죄받으면 곧 제 자신이 비난받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pp.398~399) 사와자키는 서양식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주익공에 비한다면 그래도 부드러워 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결국 밝혀지는 이야기의 숨겨진 내막은 꽤나 감성적이기도 하다. 수수께끼를 풀기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얼키고 설킨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하드보일드의 특징을 보인다. 다만 사와자키는 비정하지만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일종의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하라 료 / 문승준 역 / 지금부터의 내일 (それまでの明日) / 비채 / 423쪽 / 2021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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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소설. 굉장히 익숙하지만 사실 많이 접한 장르는 아니다. 소설이라해도 필립 말로우 정도. 본 영화도 사실 몇 편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립탐정, 필름 누아르, 하드보일드, 이런 단어들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눈이 간다. 사실 전혀 기존 정보가 없었던 작가지만 일본 배경의 하드보일드에 어디선가의 좋은 평을 보고 펼쳐보게 되었다. 기존의 장르에 거의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고 따라가겠다는 작가의 뚝심을 첫장부터 느낄 수 있다. 그리고는 마지막장까지 거의 손을 놓지 않고 달리게 된다. 그래도 추리(?) 소설인데 이렇게 쉬어가는 페이지가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애초에 음미하기보단 빨려들어가는 종류의 소설이 아닌가. 작가의 주인공과 장르에 대한 애정이 꽤 오래된듯 대사와 묘사는 정말로 쿨하다. 조금씩 늙어서 밀려나는 일본식 낭만에대한 애잔함도 좋다. '롱 굿바이'가 떠오를 수 밖에 없지만, 뭐 사실, 그 만큼 좋다면 불평할게 있을까. 이 작가 역시 늦게 발견한 소설가들 처럼 책들을 역순으로 찾아보게 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