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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어머니의 다른 이름 해녀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어머니의 다른 이름 해녀" 내용보기
독서모임의 선생님의 향토 작가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그 정점에는 권선희 작가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 사람으로 인해 구룡포의 마을들이 달라지고 살아났다고 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 궁금함으로 도서관 자료 검색을 했다.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이 있어서 흥분한 나머지 도서대출 증도 두고 집에 왔다. 작지만 빳빳한 책이 성게를 닮았다. 단순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어머니의 다른 이름 해녀" 내용보기

독서모임의 선생님의 향토 작가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그 정점에는 권선희 작가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 사람으로 인해 구룡포의 마을들이 달라지고 살아났다고 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 궁금함으로 도서관 자료 검색을 했다.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책이 있어서 흥분한 나머지 도서대출 증도 두고 집에 왔다. 작지만 빳빳한 책이 성게를 닮았다. 단순한 직업을 넘어선 이름 해녀. 그 해녀 할머니들과 무심한 지난 시간을 반성하듯 어색하지만 힘차게 악수한다.

 

권성희 작가는 춘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2000년 봄, 3년만 살겠다고 작정하고 구룡포로 들어갔다. 구룡포에서 어울려 살면서 주로 바다에 관련된 글을 썼다. 저서로는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구룡포에 살았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 <뒤꼍>, <경북 동해 해안선 인문여행>등이 있다.

책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해녀들의 대표 수산물들이 실려 있다.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바닷가 봄바람에 실려 오는 미역 냄새로 시작하고 있다. 자연산으로 만나기 힘든 전복, 유난히 부드럽고 맛있다는 문어, 기침의 명약이었던 해삼, 바닷속 꽃밭 멍게가 이어진다. 먹성 좋은 소라,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알차고 둥근 성게, 못생기고 부피가 확 주는 군소, 파랑새의 전설 말똥성게, 이제는 아주 귀한 동해 굴, 마지막으로 해초들(소치,우뭇가사리,진저리,톳,돌김,도박)이 해녀들의 일 년을 마감한다. 지금은 8월 해녀들은 어떤 수산물과 만나고 있을까 고민하면서 맑고 푸른 동해 바닷속으로 해녀들을 따라 들어가 본다.

 

동해 해녀들은 ‘저승 앞에 욕심 있다’는 말을 쓴다. 어찌하든 있을 때 많이 줍고 보겠다는 육지에서의 습성은 물에서 통하지 않는다. 깊은 물속에서 숨을 참고하는 작업이라 조금만 욕심을 부려도 목숨을 놓칠 위험이 크다는 소리다. 비단 바닷속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겠나. 과한 욕심은 언제나 탈을 불러오는, 인생사에 접목해도 너무나 적절한 말이다. (p37)

짭조름한 미역 냄새와 함께 봄이 시작되고, 그 후에 나오는 전복에 대해 쓰면서 하는 말이다. 전복은 예나 지금이나 그 몸값이 귀하다. 그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과한 욕심을 부릴 수 있는 해산물이다. 그러나 숨을 참고 바닷속에서 일하는 해녀들에게 그 욕심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녀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아무리 큰돈이 된다고 해도 목숨보다 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해녀들의 생각처럼 우리도 생각해 보면 목숨보다 중한 것이 없다. 하지만 해녀들은 순간의 선택이 죽음을 가져오기도 하고, 삶으로 연장시키기도 한다. 그 실제성과 즉시성으로 인해 해녀들은 욕심을 조금 더 쉽게 내려놓는 듯하다. 그 실제성과 즉시성에도 인간의 욕심은 조금 더 조금 더를 외칠 테니 그녀들의 철학이 멋지다. 몸으로 익히고 살아내는 철학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동해에서도 전복이 많이 나던 시절 이야기도 이어지는데, 그 시절에는 전복 껍데기를 팔아서도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나전 칠기에 전복 껍데기의 색을 입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는 보기 힘든 나전칠기 가구처럼 전복도 이제 동해에서 보기 힘든 해산물이 되어 가고 있다.

 

가난한 바닷가 마을에서 나이 든 부모와 어린 동생들을 둔 머리 큰 딸이 할 일이라고는 앞바다에 드는 것뿐이었다. 짧은 물옷을 입고 물질을 하다 보니 다리가 까맣게 그을려 암만 꽃 같은 처자도 맨 다리로 치마를 입을 수가 없었다. 숨을 참으며 따 오는 것들을 팔아 보리쌀도 바꿔 먹고 국수도 바꿔 먹었다. 옆 동네 총각과 중매로 결혼을 하고 와 보니 시집 살림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게 물속에서 보낸 세월이 사십 년을 넘고 오십 년을 넘었다. (p83)

뿔소라를 팔아 꽤 벌었다는 해녀 할머니의 삶을 이야기 한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해녀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위에서처럼 이어질 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충분히 짐작이 가는 가난한 해안가 마을의 풍경이다. 큰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나는 할머니들의 고단한 시간들이 콕 박히는 느낌이다. 꽃 같은 처자도 맨 다리로 치마를 입을 수 없었다는 말로 표현되는 그 노동의 강도와 힘겨움. 그런데 중매로 결혼한 시집 살림도 다를 바가 없었다는 말. 그때를 바다와 함께 동료 해녀들과 함께 살아낸 것이다. 그런 동질감으로 인해 해녀들은 자매들보다 더 친하다고 한다. 아이들을 구분 없이 어울려 키우고 경조사도 함께 치르며 늙었다고. 그녀들의 나이 듬에 저자가 보내는 찬사에 깊이 공감한다. “숨을 붙들고 사는 인간이 숨을 참고하는 일, 대단히 경건한 일이다”

 

나는 성게처럼 겉은 조금 까칠해도 속이 알차고 둥근 사람이 좋아. 성게를 깨 보면 둥글둥글한 방이 다섯 개 있는데 그 안에는 보드라운 알이 꽉 차 있지. 한마디로 실속이 있단 말이야.

(p96)

성게는 전복과 달리 채취 후에 일이 많은 해산물이다. 그 성게를 까면 손톱 밑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노란 성게알을 보면 기분이 좋아 그 맛에 성게를 잡는다는 해녀 할머니의 말. 성게를 까면 다섯 개의 방이 있는데, 그 방에 노란 알이 차 있다고. 그래서 성게처럼 겉은 까칠하지만 속이 알차고 부드러운 사람이 좋다고 할머니는 말한다. 외모를 보고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판단하고 내 마음의 방에 분류하는가? 이 사람은 별로야, 이 사람은 괜찮네, 이 사람은 ... 이런 판단들과 분류들이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내가 별로라고 했던 사람이 실은 속이 알찬 성게 같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사람의 부드러운 속을 보호하기 위해 성게처럼 가시는 생존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누군가의 까칠함이 실은 생존을 위한 위장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삶의 전쟁터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성게가 그 가시들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까칠함도 바다를 품은 해녀들의 마음으로 품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저자는 해녀들을 단순한 직업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해안의 수중 지형과 수산물의 분포, 생태계 변화까지 많은 자료들 몸으로 읽어낸 사람으로 본다. 그런 시선으로 구룡포를 중심으로 감포, 영덕 울진까지 아우르며 해녀들을 실제로 만나 자료 조사를 했다. 그 시간들은 온전히 책에 알차게 들어 있다. 책에 나오는 수산물들은 그 조리법과 이름의 유래, 다른 나라의 이름까지 실로 방대한 양이 실려 있다. 또 해녀들의 복장과 일할 때 쓰는 도구에 대해서도 뒤편에 실려 있다. 함께 사진을 찍은 작가도 포항에서 해녀 할머니들과 1년을 가까이 지내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로 인해 사진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바닷가에 일부가 된 듯 해녀 할머니들이 사진에 담겨 있다. 해녀들은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도 바다가 주는 것만을 감사하며 살아왔다. 저자의 표현처럼 해녀들은 곤궁한 삶이 밀어낸 막바지가 아니라 어쩌면 운명처럼 바다를 선택한, 바다가 받아 준 유일한 여성들이다. 여성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모랫 사장에서 아이들을 키웠고, 집안을 했다. 많은 역할들을 어머니란 이름으로 해녀란 이름으로 감당해 낸 그들의 삶이 이제라도 정당하게 인정받고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단순한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으로서의 해녀가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며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낸 바다 전문가로서 당당하게.

그녀들의 자취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사라지기 전에 우리 삶 안에서 온전히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 숨을 참았던 그 시간들이 오롯이 숨 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 해녀라는 이름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권한다.

해녀들의 삶과 바다에 대해 경의의 눈빛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수산물의 효능과 요리법을 알게 되는 것은 작은 덤이다.

YES마니아 : 로얄 h*****o 2022.09.0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