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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두번째 도서를 읽었다. 1편에 계속해서 카소봉과 벨보, 디오탈레비는 계속해서 성전 기사단으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카소봉이 졸업하고 연인인 임파루와 같이 브라질에 갔을 만큼 몇년이 흐른다. 브라질게 가게된 카소봉은 그곳에서 알리에라는 남자를 알게 되고 또한, 그 남자와 함께 연인인 임파루와 어떤 의식에 참가하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임파루가 그 의식중에 자신도 모르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되고 이 이유였을까? 임파루는 어느 날 카소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1년을 더 머문 후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온 카소봉은 그곳에서 다시 벨보와 재회를 하게 되고 새로운 연인인 리아를 만나다. 이제 직장인으로 수입이 필요했던 지라 우연히 한 대학생의 자료를 찾아준 덕분에 카소봉은 벨보가 다니는 출판사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소설은 1권에서 성전 기사단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뿌려놓았지만 정확히 어떤 시점으로 흘러가는 것은 가늠할 수 없었다. 2편 역시 그러한데 이번에는 정보가 여기저기 있었다면 이를 주워담고 있었다. 카소봉은 출판사에서 의뢰한 금속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몇 년 전 아르덴티 대령 실종 사건을 맡았던 형사를 만나게 된다. 한눈에, 카소봉을 알아본 경찰 왜 그가 도서관에 있는 것이며, 카소봉이 읽으려는 도서를 그 역시 읽고 있었다. 음, 이들에게 어떤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데 경찰 역시 성전 기사단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아님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또한, 한 인물이 출판사에 찾아와 성전 기사단에 대한 자료를 꼭 출간을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출판사 사장인 가라몬드는 자비출판으로 교묘하게 저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을 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의문의 남자는 이들에게 성전 기사단들이 어느 기간을 두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시기마다 전쟁과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책을 출간하려는 것은 이들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떤 증거는 없으나 자신이 모아온 자료를 토대로 주장하나 출판하는 방법에 있어 그는 바로 출판사를 떠났다. 그러나,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카소봉과 벨보는 여러가지 추측을 나열하고 접목시키면서 성전 기사단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니, 현재 이들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추론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브라질에서 만났던 알리에의 도움이 필요해 가라모든 사장에게 소개시켜주고 알리에는 자신의 집으로 이들을 초대한다. 그곳에서 알리에는 의문스러운 말을 하는데 진짜를 찾기 위해서는 가짜를 찾아가야 한다고 한다. 카소봉이 그곳에서 본 것은 비밀회담까지는 아니지만 성전 기사단을 선봉하는 이들을 얼핏 보았고 여기서 카소봉은 '가짜'가 '진짜'로 찾아가게 되는 것을 의식한다. 자료를 모을 수록 성전 기사단의 흔적을 조금씩 알아가는 세 사람. 마지막 각국 나라에 있는 성전 기사단들은 어느 시기에 맞춰 비밀 일지를 넘겨줘야 했는데 영국 성전 기사단은 프랑스 성전 기사단과 접촉을 하지 못했고 이에, 일부 일지만 전달이 되었음 발견한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성전 기사단'여기에, 장미 십자단까지 등장하고 카소봉의 현재와 과거를 보여주며 흘러가는 [푸코의 진자]. 마지막 한 권을 앞두고 있는데 이들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을지.....기대감 보다는 뭔가 드러내지 말아야 할 존재를 찾아가는 것 같은 불안감이 다가온다.
<위 도서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무료로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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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도 어느새 중반부에 이르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든 일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잡힐 듯하다가도 금세 저 멀리 달아난다. 내가 '알 것 같다'라고 말하면, 작가가 '네가 알긴 뭘 알아?'하고 달아나는 식의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야기 자체가 분명히 매력적이다. 독자의 무지를 철저히 까발리는 작품이기는 해도, '부동점'으로부터 시작해 '부동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야기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 내기 위해 안달이 나고야 만다.
(중)권은 '게부라(악의 공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하급의 세피로트로서 우주가 파국한 이후에 <악마>를 탄생시켰다. '벨보'를 미지의 인물에게 쫓기도록 만든 <계획>이 여기에서 수립된 점을 감안한다면, <악마의 빛>이 틀림없는 지도 모르겠다. (상)권에서 <계획>으로 추상적으로만 언급되었던 <헤르메스 계획>이 '가라몬드' 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독자의 지적인 수요에 응답하기 위해서 해당 계획을 수립한다. 은비주의 작가들의 원고를 닥치는 대로 불러들이면서 '가라몬드' 사장은 명확한 비밀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이야기들이 서로 중복되면서 확증되면, 그게 곧 <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책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가라몬드' 사장의 발언은 위태롭게 들린다.
(상)권에서 '국립 공예원'에 매달려 있던 '푸코의 진자'가 (중)권에서 또 한 번 등장한다. '벨보'는 자신이 처음 '푸코의 진자'를 보았던 순간을 '카소봉' 앞에서 회상한다. 그는 혼란스러운 시대이지만 우주 어딘가에는 불변하는 단 하나의 고정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크게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벨보'는 얼마 안 가 '유일무이한'이라는 수식어를 뒤집어 버린다. 사실 우주의 모든 점이 부동점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니까 불변하는 고정점을 <진리> 혹은 어떤 <의도>라고 가정한다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진실>을 상정해 놓고 세상을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도처에 있으며 모든 가설이 <진리>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벨보'의 문장에서 내가 느끼던 두려움이 아예 잘못된 예감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엉터리 원고들을 읽던 와중에 '카소봉'은 "형상이 없는 것에 형상을 부여하고, 사람들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던 환상을 환상의 실재로 변용시키고 싶다는 욕망(215쪽)" 때문에 또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두게 된다. 이제까지 축적된 '카소봉'의 지식은 여기에서 폭발 상태에 이른다. 이제는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캐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 개시되었다. 비합리주의적인 사고 때문에 인류는 일련의 비밀을 밝혀내고 좀 더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가 될 가능성, 혹은 본인들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갈 확률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누구의 눈에도 여태껏 띄지 않았던 지하의 비밀인 만큼 어쩐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손에 쥐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감이 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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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인종과 이념, 사상과 정신에 대한 몽환적인 경험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카소봉은 진자를 잠시 잊고 있었다. 성전 기사단 뒤에 얽힌 복잡한 진실들이 너무나 거대했기에 진자를 미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벨보, 디오탈레비와 함께 그들이 일하는 가라몬드 출판사를 찾은 카소봉은 은비학이라는 내밀한 분야가 세상에 퍼질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마몬드의 사장은 마누치오 출판이라는 뒷배로 자신의 글솜씨와 지식을 스스로라도 출판하고픈 욕망을 지닌 자들을 자극하고 있던 것이다. 홀연히 사라진 아르덴티 대령 또한 마누치오를 통해 성전 기사단에 대한 속깊은 비밀이 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도록 만드려던 속셈을 품고 있었다.
사람을 매혹시키는 재주가 있는 알리에를 만나 카소봉 3인방은 어느 저택에 당도한다. 테라스를 넘어 비밀스러운 동굴로 들어가자 컴컴한 어둠은 환시를 만드는 듯했고, 후각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어 떠나온 임파루의 향이 나는 듯 했다. 아니, 사실은 알리에가 준 꺼림칙한 음료 때문일지도.
벨보, 디오탈레비, 그리고 잠깐동안이지만 아르덴티와 함께 하는 동안 수도 없이 들었던 베일에 싸인 장미 십자단은 사건사고와 연관된 신흥 종교가 벌이는 것처럼 신입 회원의 입회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이 아닌듯한 감각에 혼란스러워진 카소봉은 알리에의 저택을 떠났고 리아를 통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동굴에서의 경험 이후 카소봉을 통해 저자는 성전 기사단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한다. 이미 몇 번의 회동이 유럽대륙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었다. 다만 영국의 기사단과 프랑스의 기사단은 달력의 셈법 차이 때문에 수백 년을 기다린 그 한번의 회동을 맞추지 못한 것뿐이었다. 성전 기사단의 행보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지 오래였지만, 극의 중반이 훌쩍 넘어서야 기사단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한 움베르토 에코. 그런데, 진자는? 진자는 불변동성을 뜻하는 상징일까. 진자 또한 변화하는 무의미한 것에 불과함을 통해 무가치성을 드러내는 것일까. 무엇보다. 진자는 언제쯤 다시 등장하는 것일까.
상편에 이어, 중편 또한 여전히 난해하다. 이와 같은 서술 방식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사건을 파악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진자, 기사단의 속내를 좇는 사건의 플롯을 중간중간 캐치하게 된다면 그의 사건 구성에 감탄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따라잡는 데에 오히려 애를 먹인 부연과 미사여구 또한 나름의 매력을 지닌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그의 이야기.
진자가 자리잡은 위치 또한 결국엔 성전 기사단이 자신들의 은신처와 족적을 세상에 남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처럼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진자는 에코의 머릿속에서 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게 될까. 마지막으로 치닫는 성전 기사단의 '계획'을 기대케 한다.
* 본 리뷰는 열린책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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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중)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펴냄)
"20세기를 대표하는 기호학자이자 미학자"라는 수식어가 절대 공허한 소리가 아님을 알게 해준 <푸코의 진자>다.
아직 상,중,하 중에 하권은 읽지 못했지만 성전 기사단에 접근하는 단서를 풀어가는 스토리는 (중)권이 압도적이지 않을까하는 개인적 감상을 조심스레 펼쳐본다.
'움베르토 에코'.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이 이탈리아의 작가는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이런 창작물을 세상에 내놓았을까?
중학생 시절에 만났던 그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성전 기사단의 비밀에 다가서게 되는 그 시작은 우연과 가라몬드 사장의 상술 때문이었지만 그 비밀에 한발짝 가까워질수록 카소봉도 나도 점점 더 빠져들며 즐기게 되었다. 무겁게 흐르기 쉬운 심각한 부분은 중간 중간 움베르토 에코만의 익살이 쉬어갈 여유를 주기도 한다.
'너울 벗은 이시스' 새 총서를 앞세운 시리즈 도서의 출간을 <헤르메스 계획>이라 칭하며 이른바 호구가 되어 줄 자비 출판 저자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성전 기사단의 비밀들. 아직은 그들 중 누가 가짜인 척 하는 진짜인지, 진짜인 척 하는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진짜 성전기사단을 숭배하는 무리들은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보인다. 카소봉, 벨보, 디오탈레비의 자문 역할을 하는 알리에와 카소봉의 주위를 맴도는 듯한 안젤리스 경위, 사실은 경찰 끄나풀이라는 박제사 샬론. 그들 중 진짜 스파이가 누구일런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십자단이 왜 자신들을 숨기며 여러 곳으로 이름마저 달리한 채 살아왔는지, 왜 이제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려 하는지 몹시도 궁금하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르덴티 대령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던 걸까? 숨은것인지 제거된 것인지 아직은 그마저도 알 수 없다.
잠깐씩 등장했던 인물들의 비밀스런 기사단 모임과 아불라피아에 소설처럼 써내려간 벨보의 이야기, 거기에 더해진 카소봉의 가설은 (하)권에서 어떻게 비밀의 실타래를 풀어나가게 될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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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로서의 지식을 작품에 고스란히 묘사했다. 분명히 소설인데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미스터리한 역사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실제인듯한 묘한 매력이 있다. 각주의 흐름을 따라 가면서 읽으면 이해하기가 쉽다. 베이컨은 돼지나 다름없는 인간이지만, 그래도 재능은 있다, 미니 마우스는 미키 마우스의 애인이다. 예수는 혼자 왔는가? 아니다 아내가 동행 한다. 등 성전 기사단과 관련된 문제를 제시한점이 눈길을 끌었다.<푸코의 진자>는 1988년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장편소설이다.
<세피로트 나무>라고 불린다. <세피로트>라는 말 자체는 수 혹은 구체를 뜻한다. 세피로트, 즉 숫자는 하느님이 드러내고자 하는 열 가지 속성을 가리키는데, 각 숫자가 드러내는 속성은 다음과 같다. 1.케테르-왕관 2.호호마-지혜 3.비나-지성 4.헤세드-사랑 5. 디인-정의 6.리하밈-신심 7.네차흐-영원 8.호드-위엄 9.예소드-토대 10.말후트-왕국 세피로트 나무는 이 소설의 줄거리와 긴밀한 상징적인 관계가 있다. 유대교 신비주의의 전통에 따르면 세상은 지상, 즉 지상의 왕국인<말후트>에서 시작되어 거룩한 원리인 <케테르>로 회귀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반대로 <케테르>장에서 시적되어 <말푸트>장에서 끝날 뿐만 아니라 제5세피라<다인>과 제6세피라 <리하임>이 각각 <레부라 惡>와 <티페렛>으로 바뀌어 있다.
p94.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흑마술에 부역하여 암흑의 정령과 일체가 되려고 한다. 저희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저의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 저희 사랑을 이루기 위해 한마디로 말해서 <악마>와 손을 잡는 것이다.
p103.오토 OTO 라고 하는 것은 동방 성전 기사단의 약자입니다. 알레이스터 크롤리에 대한 마지막 신봉자들을 자처하는 비밀 결사이지요. 혹시나 여러분이 거기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나 해서 경계했는데 아니었군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실 체니까요. 우리가 권한 자리에 좌정한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여러분께 보여 드릴 이 자료는 알레이스터 크롤리와 맞서는 용감한 것입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동아리는 지고한 실페, 혹은 법의 서의 계시를 신봉하기는 합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법의서는 1904년 카이로에서 아이와즈라고 하는 수호천사가 알레이스터 크롤리에게 구술한 책입니다. 오토 단원들은 이날 이때까지도 이 책의 내용을 섬깁니다. 오토 단원들은 이날 이때까지도 이 책의 내용을 섬깁니다. 오토 단원들은 이 책은 1판부터 4판까지 모두 받드는데 초판이 나오고 9개월 뒤에는 발칸 반도에서 전쟁이 터졌고 재판이 나오고 9개월 뒤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 3판이 나오고 9개우러 뒤에는 중일전쟁, 4판이 나오고 9개월 뒤에는 스페인 내란이 터졌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검지와 중지를 꼬았다. 카멧트레스 교수는 침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불안해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제5판 말하자면 수정 증보판의 출판을 제의하기위해 이렇게 왔습니다. 제5판이 나오고 9개월 뒤에는 무슨 일이 터지게 될 것인지 궁금하시겠지요?
까소봉은 가라몬드출판사의 편집자인 벨보와 디오탈레비에게 그동안 알아낸 것들을 보고 한다. 두 사람은 선언서의 숨은 의미가 악마 연구가들에 의해서도 명백히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 기사들에게서 파울리키아누스파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단절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진전이 없었는데 사실상 단절된 것은 1584년 영국에서 프랑스에 이르면서 단절되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영국의 성전 기사들은 1464년 포르투갈의 성전 기사들을 만납니다, 그 이후로 브리튼 섬은 카발리즘의 열기로 시끌시끌해지고 포르투갈에서 배워 온 카발리즘을 공부합니다. 존 디는 바로 이런 마술과 신비주의 르네상스를 선도한 장본인입니다. 그의 장서는 4천만권으로 프로뱅 성전 기사단 정신에 어울리는 개인 도서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의 <우희화의 세계>는 연금술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에메랄드 총서>에서 직접 영감을 받고 쓰인 책입니다. 기사단은 완전히 해체된 것이 아니라 지금껏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인물들이 책에 나옵니다. 프랜시스베이컨(Francis Bacon), 크리스토퍼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볼프강 모차르트(Wolfgang Mozart), 아돌프히틀러(Adolf Hitler) 등도 기사단원으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성당기사단원들이 지구를 움직이는 힘, 즉 에너지의 비밀을 밝혀내 전세계를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하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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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를 오컬트 장르 소설로 소개하기도 한다. 오컬트(occult)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일컫는다. 소설의 절반 이상을 읽고 나니 이 오컬트라는 의미가 진심으로 와닿는다. 과학과 이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세상의 흐름과 역사가 있다.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 보편적인 이념과 이성, 과학과 대조되는 마술적, 신비적, 점성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세계의 지배자들은 지하 세계에 있다고 가정하는 에코의 발칙함이 날카롭다. 전작 <장미의 이름>에서 절대 진리를 의심 하라 던 메시지에서 <푸코의 진자>에서는 표면 이면의 진리의 규명으로 확장된 느낌이다. 정말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남은 (하) 권은 성전 기사단의 실체와 <계획>의 비밀이 밝혀질 일만 남았으니 신나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본다.
브라질에서 돌아온 카소봉은 '이념의 투쟁으로 뜨거웠던 이탈리아'와 '사상의 논쟁으로 시끄럽던 필라데'의 옛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세상은 변했다. 그는 논문 대필과 문서 검토의 일을 하면서 밀라노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곳에서 새로운 연인인 리아도 만난다. 필라데에서 벨보와도 재회하는데, 그에게는 로렌차라는 연인이 함께 한다. 벨보가 카소봉에게 금속사 관련 서적의 삽화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둘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다. 그렇게 가르몬드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벨보로 부터 바그너 박사를 소개받는다. 그리고 벨보는 카소봉에게 자료 수집을 위해 뮌헨의 과학박물관과 파리의 국립 공예원 박물관 방문을 제안하며 '푸코의 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카소봉은 가라몬드 사장에게 인사하면서, 사장이 통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두 개의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명한 저자들의 작품을 출판하는 가라몬드 출판사와 명예욕에 도취된 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자비 출판을 유도하는 마누치오 출판사이다. 출판사 마저 지상의 세계와 지하의 세계, 이원화된 모습으로 설정되어 있어 에코의 집요함이 느껴진다.
장미 십자단 간부인 브라만티 교수가 은비학 관련 출판을 위해 방문한다. 자신의 이론은 단순한 점성술이 아니며 황도 12궁과 36데칸에 대한 진지한 연구라고 어필하지만 가라몬드 사장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래도 가르몬드 사장은 브라만티 교수에게 인접 학문을 하나로 엮어 내는 재능의 가능성을 보았다. 세상만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헤르메스적 사상에서 고안하여 새로운 총서를 기획하는 ‘헤르메스 계획’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가르몬드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아카데미 총서 ‘헤르메티카’를 미끼로 지식인들을 끌어들인후, 마누치오 출판사에서 만드는 ‘너울 벗은 이시스’라는 일련의 기획물을 연계하도록 구상한다.
그리고 은비학에 정통하여 '헤르메스 계획'에 자문르몬드 사장은 브라만티 교수에게 인접 학문을 하나로 엮어 내는 재능의 가능성을 보았다. 세상만사를 하나로 아우르는 헤르메스적 사상에서 고안하여 새로운 총서를 기획하는 ‘헤르메스 계획’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가르몬드 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아카데미 총서 ‘헤르메티카’를 미끼로 지식인들을 끌어들인 후, 마누치오 출판사에서 만드는 ‘너울 벗은 이시스’라는 일련의 기획물을 연계하도록 구상한다. 그리고 카소봉은 은비학에 정통하여 '헤르메스 계획'에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인물로 알리에를 떠올린다.
카소봉은 자료 조사를 위해 뮌헨에 있는 도이치 박물관으로 출장을 간다. 지하 광산 박물관에서 안면이 있던 박제사 살론을 조우한다. 그는 지하 세계의 의혹과 속성을 언급하며, 아르덴티 대령의 소식을 묻는다. 카소봉은 그가 아르덴티 대령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아하다. 살론에 정체에 대해 카르봉, 벨보, 디오탈레비는 다각도로 추리해 보지만 부질없다.
알로에가 살론이 언급한 생티브 달베드르와 ‘아가르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아가르타는 성전 기사단이 와해되면서 숨어들어간 은거지로 추측된다. 기인이었던 달베드르는 환상과 상징을 통해 역사의 은비주의적 방향을 제시했다.
도서관에서 안젤리스 경위를 우연히 만난 카소봉. 그들은 성전 기사단, 아가르타, 시나키, 비밀 결사와 관련된 음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경위는 카소봉이 검토하는 원고 중에 트레스에 관한 언급이 있는지 묻지만, 금시초문이다. 오히려 출판사의 사정과 성전 기사단에 대한 그의 호기심만 더 의심적을 뿐이다.
지하 조직이 계획한 전 세계적인 음모의 진상이 역사, 철학, 예술 이면의 숨겨진 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설정, 구성된 사건을 풀어내는 소재에 대한 방대한 지적 향유와 시니컬한 유머까지 독서를 진행할수록 에코의 역량에 감탄한다.
알리에와 가라몬드 사장을 만나 따라 나선 곳 <모처>의 저택 동굴에는 살론, 브라만티 등이 손님으로 와 있었다. 그들은 상징으로 점철된 행위 예술에 지나지 않는 영상을 시청한다. 카소봉은 물밑 세계로 잠겨든 기분이었다가, 분화구 안 화염 속에서 구린 흙냄새에 시달리기도 하고, 로렌차에 대한 욕망의 발현으로 암흑 속에서 그녀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브라질에서의 암파루처럼 일종의 환각에 시달린 카소봉은 취한 기분을 가시기 위해 알리에를 따라 뜰로 잠시 나간다. 일행과 잠시 떨어진 카소봉은 지하방으로 이어지는 계산을 내려가게 되고, 살론의 말을 엿듣게 된다. 그에 의하면 파리의 모든 주택은 지하 회랑을 통해 지하 암거와 연결되어 있고, 이 지하 암거의 총연장은 지하 몇 층에 걸쳐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그리고 밀실에서 모임이 있음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알리에로부터 장미 십자단 신입회원의 입회식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구경한다. 브라만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장미 십자단 혹은 성전 기사단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모여든 기사단의 열광적인 신봉자들이었다. 성전 기사단을 흉내 낸 의식일 뿐, 진짜는 아니다. 알리에는 이들 가짜가 갖가지 의식과 신화를 창출하여 혼란을 야기할지라도 진짜 성전 기사단의 진실이 잠복할 최적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진짜 성전 기사 단원을 찾는 데 가짜 성전 기사단보다 더 나은 곳은 없는 법이지요." p246
자정이 가까워 오자 알리에는 깊은 숲속에서 거행되는 드루이드교의 비밀스러운 종교의식으로 안내한다. 드루이드교의 여사제들인 제니들이 모여 위대한 우주의 성처녀인 미킬을 초혼하는 제사였다. 기독교에서는 이 미킬을 성 미카엘 천사로 해석한다. 제니들은 손을 맞잡아 둥그렇게 둘러서 지구의 진동을 모은다. 이내 구름과 돼지 떼가 몰려온다. 그리고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의 의식은 비밀이다.
피에몬테에서 돌아온 카소봉은 리우에서 생활할 때 느꼈던 유사 연상이 다시 찾아와 사물과 사물이 유사한 느낌이다. 현실과 지하 세계, 마술의 세계와 정교한 사실의 세계, 과학과 미신이 차이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암파루가 그랬듯이 그도 믿지 않는 것에 굴복한다. 사물의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의미 이면에 있는 궁극적 의미와 신비주의적 유사성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런 카소봉에게 리아는 생명과 탄생의 지혜를 전해주면서 <악마 연구자들>에 너무 빠져들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그리고 리아는 임신 소식을 알린다. 하지만 그는 <티페렛>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후회를 하게 되는데...
포르투갈 토마르성을 방문하게 된 카소봉은 그곳이 성전 기사단들의 은신처라고 추측한다. 아르덴티의 밀지에 담긴 내용을 근거로 비밀 결사로 전락한 성전 기사단들이 600년간 은신하여 계획을 발진한 곳으로 확신한다. 아르덴티의 밀지를 처음부터 다시 해독해보려 한다.
카소봉은 우선 장미 십자단의 두 선언서인 '우애단의 명성'과 '신조'를 읽고, '크리스티안 로젠크로이츠의 화학적 결혼'을 참고한다. 선언서의 표면적 의미가 아닌 배후의 숨은 뜻을 파악하려고 애쓰며, 문서의 수수께끼와 모순을 파헤친다. <계획>의 각 단계를 재구성하고 있던 두 선언문에서 <계획>을 방해하는 무리가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암시를 발견한다. <계획>이 영국 성전단과 프랑스 성전단이 단절되면서 차질이 생기고, 선언서에는 소실된 정보에 대한 호소를 암시한다. 아르덴테 대령은 이를 이용하여 자기 이야기를 출판하여 그들의 침묵을 깨려고 했던 것이다.
벨보는 자신의 컴퓨터 아불라피아로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그레고리우스력과 율리우스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10일간의 오차가 생겨서 그들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밝힌다. 그리고 벨보는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왔고, 카소봉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을 세운다.
후일 프랑스 국립 공예원이 들어서는 생마르탱데샹 수도원과 세인트올본스 수도원장에 대한 가설은 베이컨의 영지인 생마르탱데샹 수도원이 성전 기사단의 중심이 되었다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1584년에 예정된 회동은 기욤 포스텔의 죽음으로 무산되고, 베이컨은 생마르탱수도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계획>의 비밀을 캐내고자 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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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울 벗은 이시스> 작업을 진행하면서 얻게 된 정보를 종합해 벨보는 자신의 상상을 보내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카소봉은 벨보의 이야기에 맞춰 가설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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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중)권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어찌 1권 서평을 쓸 때보다 더 힘든 걸까? 며칠 전에 1독을 하고 서평을 몇 자 끄적이다가 컴퓨터 파일을 닫고 푸코의 진자 (중) 권을 다시 책을 폈다. 이틀밤을 부족한 부분 위주로 다시 읽어야 했다. 20세기 대표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 이 책을 집필하기 전에 오컬트 관련 저서 1000여권을 읽었다는데 가히 그러고도 남음이다. 기호학으로 볼로냐 대학 부교수부터 정교수까지 36년간 강의를 했고 국제 기호학의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상) 권에서 맛보기였다면 (중) 권에서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입이 쩍 벌어졌다. 정독을 한다고 치면 한 페이지 넘어가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책이다. 책 속에서 흥미로운 단어를 검색하다가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다. 나처럼 책 하나를 놓고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일 경우 반드시 재독, 삼독이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상) 권에서 벨보가 쓴 작품들이 전체 책의 줄거리와 따로인 느낌이 들어 좀 뜨아했는데 (중) 권에서 보면 이것이 벨보 나름의 정리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에서 펼쳐진 미스터리한 일들이 더 확장되는 느낌이 든다. (중)에서는 가마몬드 출판사 3총사 벨보, 카소봉, 디오탈레비가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방대한 자료수집과 밀교의 현장에 다니면서 겪는 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나는 장미 십자단 회원 입회식 장면이나 밀교의 초혼 행사에 데려가는 알리에라는 인물이 매우 미스터리였는데 그가 왜 그런 수고를 감수하는지 알리에의 목적이 드러난다. (중) 권을 읽으며 움베르토 에코의 종교관, 세계관 역시 책에서 묘사된 것과 비슷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라별, 국가별 분파가 세분화되는 지점에서는 필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지도! 각 세기별 지도가 좀 아쉬웠다.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릴 능력까지는 없는 사람이기에. 노트에 그려가며 가라몬드 3총사를 따라 몽환적인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랄까?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할 것 같은 가라몬드 사장조차도 나중에는 주술 의식에 매우 흥미롭게 빠져드는 모습이다. 물론 자기 밥그릇은 확실히 챙기는 스타일. (중) 권에서는 움베르토 에코식 멜로 라인이 등장한다. 로렌차 펠레그리니와 벨보의 아웅다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공부만 할 것 같은 카소봉이 암파루를 떠나 새로운 여인 리아를 만나 동거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로렌차는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여성이다. 이 책의 유일한 로맨스(?).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이 세 남자가 백방으로 정리하고 머리 터지게 연구하는 내용을 p255에서 리아가 한 방에 정리하는 모습이 이 책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해가 왜 놓은지, 원형을 숭배, 수비학에 대한 설명 명쾌하면서도 논리정연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 "깜빡 잊을 뻔했네. 나 아기 가졌어."라는 덧붙임까지. 나중에 리아의 말을 들을 것을. 후회한다.
당신은 늘 진리만 얘기하는군, 그래, 당신은 나의 《거울에 비친 나》, 《당신에게 비친 나》를 모두 볼 줄 알아. p262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브라질에서 돌아온 카소봉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그는 벨보가 로렌차 펠레그리니를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다시 찾은 필라데에 적응하기 위해 조금씩 낯선 얼굴의 숲속에서 낯익은 얼굴, 격동의 세월에서 잔존한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새 친구 하나를 만나게 된다. 카소봉은 교외의 낡은 건물의 아파트를 하나 빌리고 문화 연구 대행업소를 차린다. 도서관 참고 자료실에서 만난 리아와 동거 생활을 시작한다. 그 무렵 벨보를 다시 만났다. 벨보는 자신의 회사에 카소봉의 재능이 필요하다고 한다.
카소봉의 할 일은 본문을 읽고 도판 거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벨보는 국립 공예원 박물관에서 본 진자에 대해 묘사했다. 고정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파시즘이나 레지스탕스, 신이나 노동 계급, 그다음은 카소봉과 같은 젊은 세대들을 비판했다. 카소봉은 사장에게 소개되고 마누치오 출판사와 가라몬드 출판사는 통로로 이어져있었다. 가라몬드 사장의 영업력은 실로 놀라웠다. 두 개의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자비 출판할 작품인지 아닌지 가늠한다?
마누치오는 APS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출판사다. APS만 상대하면 총경비는 적게 들고 소득은 대단히 높아. 독자에게 신경 쓰지 않고 독자 없이도 잘 꾸려 갈 수 있는 출판사라.. 벨보는 가라몬드 사장에게 감탄하고 있었다. 진짜 작가는 오로지 작품에 대한 사랑에 이끌려 작품을 쓰고, 따라서 자기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데 비해 자비 출판 여류들은 지금의 이웃이나 옛날의 이웃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요즘도 이런 심리 이용해서 자비출판을 많이 권하는 출판사가 있다.
벨보 역시 가라몬드에 적합하지 않은 필자를 마누치오로 돌리는 일까지 하고 있었다. 그의 양면성은 돈 때문은 아니었고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그의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이상적인 관찰 지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라몬드 사장은 브라만티 교수를 소개했다. 그는 은비학을 한낱 시시한 점성술 정도가 아니라 황도 12궁과 36데칸에 대한 진지한 연구라고 말했다. 가라몬드 사장은 그의 의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결국 요즘 유행하는 은비학, 연금술, 점성학, 타로 등의 시류인 헤르메티카적인 백과총서, 아카데미 총서를 편찬하기로 마음먹는다. 로렌차 역시 적극 홍보를 했고 자비 출판 필자들이 몰려들었다.
벨보, 디오탈레비, 카소봉 이렇게 삼총사가 모여 첫 손님을 맞았고, 그는 로렌차 펠레그리니가 묘사하던 바로 그 헤르메스 상이었다. 카메스트레스 교수는 은비학 단체에 가입해 있다. 《오토》단 단원들은 동방 성전 기사단의 약자라고 한다. 알레이스터 크롤리에 대한 마지막 신봉자들을 자처하는 비밀결사단으로 그가 찾아온 이유는 법의 서 수정 증보판을 출간하기 위해서였다. 자비 출판을 유도하지만 그는 화를 내면서 가버린다.
신비한 대륙 뮤에 대한 이야기 등 자비출판 원고를 검토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갖고 갈지 의논 중에 가라몬드 사장의 의견을 물었다. 헤르메스 계획의 방향성을 정해 줄 수 있는 사람, 은비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 브라질에서 만났던 알리에를 떠올린다. 그들은 알리에의 집에 찾아갔다. 이제 알리에는 그들의 의례에 삼총사와 로렌차 가라몬드 사장을 초대한다.
『나는 숫자에 깊은 의미가 숨어있다고 믿는 사람이오. 나는 우주야말로 여러 숫자 간에 이루어지는 관계의 교향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숫자가 상징하는 비밀을 깨치면 특별한 지혜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하늘과 땅이 조응한다면, 피라미드가 되었든 가판대가 되었든 모든 것은 알게 모르게 우주의 조화를 반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알리에는 비학에 호기심이 많고, 귀동냥으로 풀어 먹는 딜레탕트들을 못 미더워하는 양반이더라고. 하지만, 오늘 우리가 보았다시피, 딜레탕트 비학자들을 경멸하면서도 귀는 기울이고, 비난하면서도 돌아서지는 못하는 사람 같더라』 벨보와 디오탈레비는 알리에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따라가는...
벨보는 파시스트 독재 당시 상이군인인데다가 이탈리아 정부의 훈작까지 받은 그의 백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백부의 간섭에 소작인인 아델리노 카네파는 파시스타의 탄압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무솔리니가 실각하고 파시스트 사회주의 공화국 체제로 들어갔다. 카네파는 산중에서 민병대를 조직했다. 어느 날 잡혀간 백부가 멀쩡히 돌아온다. 벨보는 자신의 고향 몬테라토로 삼총사를 데려간다. 카를로 백부 내외나 카네파 내외도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고 카네파의 숙모만 살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벨보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았다. 이제 나는 분명하게 안다. 몇 달간이나 악마 연구가들이 지너낸 허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던 그에게, 모처에서 보낸 시절을 희귀하게 명징한 시대였다. 맞든 피하든 총알은 총알이었고, 검은 제복과 붉은 제복으로 구분되는 두 적대 세력도 그 정체가 분명했다. 카를로 백부와 몽고의 만남도 서로 적대 세력권에 속하면서도 기사도라는 동일한 이념 아래 한 덩어리가 되었으니 결국은 그 역시 시나키가 아니겠느냐고』
파리의 전망경실에서도 카소봉은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너는 지금 여기, 썩어 가는 나무 냄새에 취한 채 지극히 초자연적인 상황을 만나고 있다. 너는 지금 무덤 속에, 혹은 선복 안에 갇힌 채로 변신의 순간을 상상하고 있다. 전망경실 바깥을 내다보기만 하면 어둠 속으로, 오늘 낮에만 하더라도 정지하고 있던 온갖 물체가 지금은 마법의 향연 속을 엘레우시스의 망령들처럼 흐느적거리는 광경이 보일 것이다. 그날 그 저택에서의 경험도 이와 유사했다. 』
알리에의 안내를 따라 참석한 곳에는 브라만티, 피에르와 자비출판 고객들 구베르나티스, 카르스트레스 교수 등이 이미 와 있었다. 행위 예술과 영상, 장미 십자단 신입 회원 입회식과 산속에서 거행되는 위대한 우주의 성처녀신 미킬을 초혼하는 제사에 참여한다. 바람이 불자 김이 솜사탕처럼 덩어리가 되어 떠올랐다. 화학 약품의 조화일까? 제니들은 주문을 외웠다.
『당신 말이 옳아. 어떤 사살이든, 다른 것과 관련을 맺을 때 비로소 중요성을 획득하는 법일세. 관련성이야말로 우리의 시각을 바꾸거든. 관련성이라는 것 때문에 세계의 드러나는 모든 사상, 우리가 보거나 들은 것, 쓰이거나 언표된 사상은 표면상의 의미 이상의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고 그 의미를 통해 우리에게 궁극적인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니깐. 규칙은 간단하다네. 의심하라, 오로지 의심하라』
포르투갈에서 돌아온 카소봉은 다시 아르덴티 대령이 남긴 문서로 재조사를 시작한다. 『이것은 성전 기사단 비밀을 캐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다』 한동안 진척이 없던 성전 기사단에 대한 연구는 아르덴티 대령의 문서를 재조사하면서 다시 시작된다. 먼저 장미 십자단의 두 선언서를 읽는다. 그들의 서명에 프랑스 성전 기사단은 거기에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장미 십자단이 자신들의 정체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했다. 선언서의 숨은 의미를 밝혀낸 카소봉. 성전 기사단의 은신처를 차례로 짚어내고 이미 신비주의의 영향을 받은 파울로키아누스파가 17세기에 이르러 예수교로 개종하기까지의 역사, 프랑스과의 약속에 영국 성전 기사단이 제때에 도착하지 못하고 열흘 늦었음을 밝혀낸다.
1564년 영국의 카빌리스트이자 점성학자인 존 디가 우의화의 세계를 쓴 그해에 포스텔은 이단적인 신학관을 철회하고 은거한다. 어디로 은거했을까? 벨보의 창작물을 통해 카소봉은 자신만의 가설을 완성한다. 바로 생마르탱데샹 수도원이었다. 포스텔은 이 수도원에서 1584년의 회동을 기다렸던 것이다. 수도원이 성전 기사단의 중심이 된다? 아... 그래서 (상) 권 시작 부분에서 파리 공예원이 간 것인가? 기욤 포스텔은 영국과의 회동을 기다리는 프랑스 쪽 대표였던 것이다. 포스텔이 회동을 3년 앞두고 세상을 떠난 것이 치명타였다. 포스텔 같은 인물은 그레고리우스력과 율리우스력의 차이를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컨 추종자들과 18세기 혁명의 연관성, 그가 캐내고자 했던 비밀은 하권에서 밝혀질 듯하다. 실로 대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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