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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에 관하여..
"민중이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에 관하여.." 내용보기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는 노암 촘스키가 2000년 이전 10년 동안의 간담회, 연설회 등에서 청중에게 받은 물음에 답한 내용들 중, 촘스키 사상의 고갱이와 세상을 읽는 통찰의 큰 줄기를 가려 뽑은 책으로 총 3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권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에 관하여’, 2권은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관하여’, 그리고 3권은 ‘민중이 권력에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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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는 노암 촘스키가 2000년 이전 10년 동안의 간담회, 연설회 등에서 청중에게 받은 물음에 답한 내용들 중, 촘스키 사상의 고갱이와 세상을 읽는 통찰의 큰 줄기를 가려 뽑은 책으로 총 3권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권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에 관하여’, 2권은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관하여’, 그리고 3권은 ‘민중이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에 관하여’란 부제가 달려있을 만큼 권력과 민중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력과 언론, 지식인의 유착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치는 그는, 비판을 하려면 자신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에서 해야지 자기와 상관없는 나라의 일을 비판하는 것은 부정직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국인인 자신이 미국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그런 비판을 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불의한 권력에 대한 분노와 민중에 대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1권과 2권이 권력, 언론, 지식인에 대한 비판이라면 3권은 민중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류사의 대부분은 민중의 힘이 범위를 확장하면서 집중된 권력의 중심을 무너뜨리려는 투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투쟁이 권력의 중심인 국가, 교회, 봉건제도로부터 민중을 위한 평등사회로의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면, 19세기 들어서 권력이 기업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그 대상이 기업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승리를 쟁취하면 우리는 이전에 목격하지 못했던 또 다른 형태의 권위와 억압을 발견하게 되고, 계속해서 그것을 해체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견해가 공격당할 때만 발끈하는 편파적 행동을 하고 있다며, 권력의 프로파간다를 꿰뚫어보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중의 투쟁과 의미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특히 시민운동에 대한 그의 통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강연하는 것을 다큐멘터리로 다룬 영화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그는 ‘강연하는 나를 찍은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그 강연을 조직했기 때문이고, 실제로 중요한 일은 강연을 조직한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정작 강연한 연사는 그 어떤 의미에서도 리더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역사상 어떤 민중운동에서도 주역은 항상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다. 유명한 사람들은 파도의 물마루에 올라타 흐름을 타면서 기회를 보아 권력을 잡으려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흐름이지 그 흐름에 올라타는 자가 아니라고 촘스키는 단언한다. 연대와 조직이 없고 혼자서 거대한 권력시스템과 싸운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따라서 민중이 할 수 있는 일은 강력한 조직에 참가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업과 권력은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을 와해시켜 민중을 고립시키려 노력한다. 고립되어 있는 민중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은 민중이 그것을 위해 투쟁할 의지가 있어야만 법률이 시행될 수 있지 그렇지 않다면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그는 말한다. 즉 법이 우리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을 도울 수는 있지만 권리를 거저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좌파의 행동가들은 전체적인 것보다 부분적인 입장에 열정적으로 헌신하지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찬성하지 않으면 조금도 참지 못하는 편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반면에 좌파지식인들은 항상 거대담론에만 치우쳐있고 일상적인 것에는 관심조차 없다며 이러한 불화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인간적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답은 매우 흐릿하다고 한다. 그것은 다양한 가치가 있고 그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비판적 안목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촘스키는 모든 자료를 회의적인 관점에서 읽고 특히 권력시스템에서 나오는 것은 뭐든지 의심해보라고 조언한다. 무엇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에 대한 권력층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갔기에, 복지하면 흑인 어머니가 고급 캐딜락을 몰고 일하고 있는 가난한 백인 남성 옆을 지나가는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또 민중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늘 두려움을 유발시키며 두려움의 구체적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히틀러에게 그것은 유대인, 동성애자, 집시였고 미국에서는 흑인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하는데 생각이 미친다. 복지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촘스키가 20년도 훨씬 전에 했던 말들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아마 우리 역시 그런 프로파간다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현대사에서 만났던 많은 사건들을 생각해본다. 민중운동의 흐름은 항상 변혁을 이루어냈지만 우리 역시 그때마다 또 다른 형태의 권위와 억압에 마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촘스키의 말에서 찾아본다. 권력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갔을 수도 있고, 권력의 본질을 알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리 스스로 파편화되고 고립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흐름에 올라타는 자가 아니라 흐름 그 자체라는 것, 무엇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 라고 촘스키는 말했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당신이 주변으로 밀려나 소외된다면 당신이 걱정하는 역사도 그리 많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사태에 반발할지 안할지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누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라는 촘스키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k*****1 2021.03.12. 신고 공감 20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