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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장애인이 바라보는 동화에 대한 생각들을 펼쳐내고 있다, 흔히 동화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동화 속 세상은 어쩌면 우리의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과 괴로움을 잠시 잊도록 만드는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동화는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면 마침내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에 악인은 한때 권력과 돈을 차지하지만, 끝내 자신의 죄과를 받게 된다는 이른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결론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작품에 그려진 ‘악인’의 형상은 보통 사람들처럼 그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인 저자는 동화에 그려진 선과 악의 형상들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상적인 존재로서 무언가가 결여된 존재로서 악인의 형상은 통상적으로 장애인의 모습을 취하기 쉽다. 예컨대 <인어공주>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연하기 위해, 물고기 꼬리를 버리고 인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인간이 되지 못하면 끝내 물방울로 변해 영원히 사라지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만화영화로 제작된 <인어공주>에서 주인공은 다리와 목소리 그리고 왕자까지 모두 얻는 것으로 끝맺지만, 원작 <인어공주>에서는 그 모든 것을 하나도 얻지 못한 채 죽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즉 하반신이 물고기의 모습이었던 ‘장애’는 사라지지 않고 슬픔과 고통을 겪을 뿐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에서 ‘비장애인’만이 이상적인 존재로서 취급되는 동화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은 그러한 관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강직성 편마비’를 지니고 있어 걸음이 불편하고 휠체어를 타는 것이 익숙한 저자에게 동화의 세계는 장애인을 위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느낌을 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불편한 걸음걸이로 인해서 친구들에게 놀림과 왕따를 당했던 끔찍한 경험들을 진술하면서, 저자는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너무도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장애인을 놀리는 말은 기존의 문화가 지닌 ‘비장애인’의 관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기성세대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에 그들의 자녀들도 장애인을 놀리는 것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간혹 동화에서 주인공이 사회적 억압으로 인해 장애를 겪게 되는 상황이 존재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위험이 사라지고 행복한 결말을 맞을 때면 그러한 장애는 환상적인 요인으로 인해 말끔히 사라진다고 한다. 대부분의 ‘동화에서 등장하는 장애인은 허약한 존재일 뿐이며 장애가 사라지거나 어떤 형식으로든 극복되는 즐거운 결말에 이를 때에야 장애는 가치를 갖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장애인으로 살아왔던 저자에게 비록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자신의 ‘장애’는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동화 역시 당대의 ‘문화와 함께, 문화와 반응하여 바뀌고 변한다.’는 사실에서, 그러한 동화가 창작되고 향유되던 시절에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장애의 사회 모형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걷게 만드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걷지 못하는 몸을 수용할 수 있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장애인들에게 배려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영국에서 ‘나는 당신의 악당이 아니다’라는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텔레비전과 영화 등의 매체에서 어떤 식으로 흉터나 얼굴 변형 그리고 얼굴 장애를 악당임을 나타내고 있는 ‘증표’로 남용하고 있는지를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제 작가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그러한 인식을 깨닫게 되면서, ‘장애’를 악당의 증표로 삼는 모습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비장애 중심주의는 아동기 때부터 내면화되어’ 자신의 삶에 깊이 침투되었다고 고백한다. 동화에서 대부분의 여성 등장인물이 사용할 수 있는 힘도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밖에 없는 수동적인 형상으로 그려지고, 왕자나 영웅으로 묘사된 남성들에 의해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성을 수동적인 형상으로 그려내는 것 역시, 그러한 인식이 당대의 문화 속에 단단히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동화를 대상으로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를 살피면서, ‘장애는 내가 물리쳐야 할 악당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토로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어떤 인물이든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함께 인생의 열린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강조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