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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편집자란 무엇인가’의 2판이 나와서 구해서 읽었다. 저자로 책을 내는 일을 오래 하다보니 내가 만나는 사람, 아는 사람의 1/3은 출판계쪽 사람들이라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대략 미팅중 자기들끼리 오고가는 출판계 뒷담화의 등장인물과 역관계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이고 누구인지 대강 감을 잡을 정도. 이 책은 이전에 나온 이런 주제의 에세이에 비해서 매뉴얼적인 측면이 강해서 구체적이고 명료해서 좋았다. 출판 편집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하나하나 코치하는 책이라 업계 초년 종사자나, 편집장급이 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당연히 될 거 같았고, 저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너무나 잘 알 수있는 반면교사의 교과서이기도 했다. 저자 뿐 아니라 말미에 다양한 업력의 편집자 100명이 열거한 좋은 저자와 피하고 싶은 저자가 나오는데 이것만 잘 살펴봐도 내가 몇 % 매력과 몇 % 진상력을 가진 저자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읽어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저자가 만나고 싶어하는 편집자로 1) 저자를 정확히 이해 2) 저자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해 필요 3) 편집자 전문 역량과 지식 4) 소통과 파트너십 5) 편집자로서 전망과 철학 의 소양을 든다. 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 1-3은 오래 같이 일을 하면 당연히 알게 되는 일이고 4를 제외한 나머지 4개는 5-10년차로 잘 살아남은 편집자, 그가 만들어 낸 책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처음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파악이 가능, 다만 4)에서 나와 결이 맞는지 안맞는지는 일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검증된 저자를 컨택트할때와 가능성 있는 저자를 컨택트할 때 접근의 차잇점이 재미있었다. 전자는 장점과 매력 특징을 중심으로, 후자는 이전 작업의 문제점을 찾아서 찍어주는 것. 이게 2판인걸 보니, 왜 내게 한때 ‘나의 아픈 부분을 쿡쿡 찌르는 분석’을 처음 만날 때 하는 중견급 편집자들이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이 책보고 그대로 한 거였나? 여튼 매우 와닿는 지적이었으나 세단 설계의 차를 보면서 SUV의 기능이 없다고 하는 식의 이야기라서 스킵했던 기억.
편집자가 만나고 싶은 저자로 꼽는 것 1) 편집방향이 맞는 저자 2) 집필 역량 3) 왕성한 집필활동 4) 파트너십을 이해하고 소통 가능한 저자 로 일단 정리한다. 이건 매우 얌전한 버전이고..뒤로 가면
110명의 현재 활동중인 편집자가 정리한 ‘이런 저자를 만나고 싶다’ 글을 잘쓰는 저자, 인격적으로 괜찮은 저자, 소통을 할 줄 아는 저자, 원고 일정 등 약속을 잘 지키는 저자, 홍보와 마케팅도 함께 논의하고 나서주는 저자로 정리했다. 구체적인 예가 줄줄 나오는데 몇 개만 추려보면
주제의식과 구성력이 있는 저자,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 저자, 완전한 원고를 쓸 줄 아는 저자, 편집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 유머넘치거나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취향과 글의 스타일이 분명한, 자기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 원고 마감을 지키는, 정확한 요구 빠른 반응, 논의한 것을 글로 실현해주는, 기획력 좋은, 인맥이 넓은, 홍보마케팅 참여, 자기 채널이 있는 등등..
인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 1) 진지하되 겸손한 2) 정서적으로 안정된 저자, 매우 드물다 3) 여자라고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는 4) 업무외 시간에 연락안하는 5) 공과 사의 선을 넘지 않는 6) 만나자고 하지 않는
아예 뒤에는 ‘이런 저자는 만나고 싶지 않다’가 제대로 나온다. 여기가 콱 찔리는데, 글쓰기 수준이하, 편집자 역할 무시, 근무시간 외 아무 때나 연락등이 대표적인데 재미있는 내용이 정말 많았다.
1) 글도 못쓰는데 고집만 센 2) 비슷한 내용 동어반복 책 내는 3) 계약을 많이 한 것 자랑하며 책은 안쓰는 4) 마감 상습적으로 어기는 5) 편집자가 다 고쳐주기를 바라는 6) 편집자를 조교나 비서로 착각 6) 자기자랑 심한, 자아도취 심한 저자 7) 성공후 안면몰수 8) 혼자 너무 많이 떠드는 저자, 통화하면 30분 9) 업무상 미팅을 소개팅으로 착각하는 저자
와, 대단한 저자들이 진짜 많다 싶었다. 그동안 내가 편집자들을 어떻게 만나왔나 하는 돌아봄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뭘하지 말아야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술마시자는 저자’에 10년전에는 나도 속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할 것이 나는 누구랑 만나도 술을 마셨다. 꼭 편집자라서 내가 저자라서 마신게 아니었는데,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데, 여하튼. 이번 책을 내면서는 편집자를 3번 정도 만난 것 같다. 저녁에 만난 것은 한 번? 오래 같이 일을 한 편집자라 서로 믿고 일을 하니까 가능한 일이고.
읽으면서 저자에 대한 바라는 바에서 약간 모순된 걸 발견한게 “저자에게서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인맥을 소개받고, 스타일을 맞춰가기를 바라고, 남들에게서 없는 그만의 탁월한 능력을 찾아내고 싶다’면 자주 만나고 많이 이야기하고, 여러 상황에서 부딪히며 서로 경험치를 쌓아가야할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저녁식사, 술 한 잔이 빠지기 어려운 것 같고. 아무래도 점심때나 낮의 미팅에는 딱 업무 얘기, 1시간 이내 대화 마치려는 것이 의무감이 있으니 중요한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기 쉽다. 또 무지 탁월하고 잘나가는 저자는 좀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아주 잘났고, 그게 그 사람의 장점이자 단점일 때가 많다. 글 잘 쓰는 사람들중 일부는 예민하고 자기애적이고 비위맞추기 어려운 것이 종특이니까. 이건 마치 밤에는 무대에서 방방뛰며 웃통벗어 제끼는 락커, 아침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좋은 아빠, 낮에는 회사가서 양복입고 사인하는 비즈니스 맨으로 살아가는 저자를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 그런 사람이 있을까? 있기야하겠지만 그건 밖에서 보이는 것일 뿐일지도. 혹시 이 책은 편집자 위주의 책이니 거기서 바라는 ‘엄친아’같은 환상속의 이상적 저자를 그려본 것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자기 위주로 너무 떠드는 인간, 성희롱같은 이야기 막하는 인간이 여기저기 툭툭 책에까지 언급되는 걸 보면 꽤나 많은 것 같고..혹시나 진짜 나도 의도하지 않았는데 지나가는 말에서 그런 뉴앙스를 줬을까하는 걱정에 깜짝 놀라면서 자세를 바로잡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편집자의 입장에서 새 책을 기획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자세히 나오는데 이건 좋은 참고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미래의 출판업계에 대한 비젼이 살짝 나오는데 아시아 출판시장 교류, 판권 시장의 확장,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대자본 유입, 독서 소비 생태계의 변화등이 눈에 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