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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은 오스카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 남자로 인해 지루함을 느꼈다. 오스카 역시 헤리엇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로 인해 지루함을 느꼈다. 막힌 공간 안에서, 매일매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실로 대단한 지루함을 안겨주었다.
7개의 단편이 모두 기이한 현상을 이야기한다. 사후세계, 죽은 자의 영혼, 초자연적인 힘, 유령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그로테스크한 그림들과 함께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하게 만든다.
상당히 철학적인 느낌을 받은 <절대적 세계의 발견>은 죽은 스폴딩씨가 자신을 마중 나온 아내와 친구를 보며 그곳을 지옥으로 생각했지만 그들은 불륜을 저지르고도 천국에 있었다. 스폴딩은 자신이 지옥이 아닌 천국에 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그들이 천국에 온 까닭은 "아름다움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천국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꾸밀 수 있었고, 우리가 지옥으로 알고 있는 곳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을 사랑하지 않고,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이후의 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을 거 같아서 흥미롭게 읽혔다.
<희생자>는 21세기 범죄소설의 원조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약혼자가 떠난 이유가 자신이 모시고 있는 노신사의 조언 때문이라 생각한 스티븐은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자신의 범죄를 감쪽같이 은폐한다. 교살한 것도 모자라 목을 그어 피를 뺀 후 토막을 내어 채석장 굴에 버린다. 이 끔찍한 살해 이후 모든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꾸민 후에 그는 자신의 살인을 점점 잊어간다. 그가 보통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던 중 노인의 유령이 그를 찾아오는데...
<증거의 본질> 사랑하는 아내의 사후 재혼을 한 마스턴은 죽은 아내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 하는 걸 본다. 죽은 아내는 참한 여자와 결혼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여자와 결혼하면 그 반대가 될 거라고 생전에 말했다. 마스턴은 그저 육체적인 용도(?)로 결혼을 했고 그러자 그때부터 죽은 아내의 유령이 출몰하여 그들의 합방을 방해한다. 그러길래 괜찮은 여자를 골랐어야지. 마스턴!
그동안 애거사는 가엾은 밀리를 탓했었다. 하지만 밀리의 간섭과 하딩의 집요함을 극도로 위험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애거사 자신의 결점이었다. 결점만 없었어도 그들이 애거사 내면의 가장 깊은 평온까지 침범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신비한 힘이 그들을 막아주었을지도 모른다.
약간 정신과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 <크리스탈의 결점> 꽤 긴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신비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쩜 애거사는 21세기에선 정신과 의사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와 그들의 정신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으로. 신비한 힘으로 표현된 그것은 순수한 크리스탈이어야만 품을 수 있었는데 애거사에겐 결점이 있었다. 약간의 사이코적 공포감과 함께 정신 분석학적인 이야기가 마치 미스터리 드라마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이 단편들을 읽으며 죽음 이후의 세계와 유령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일찌감치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던 메이 싱클레어의 솜씨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분은 어떤 세계에서 사셨길래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처음엔 쉽게 몰입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길게 풀어 하는 이야기가 짧게 끊어가는 이야기에 길들여진 내 눈에 조금 늘어지는 감을 주었다. 하지만 읽어가다 보면 그런 이야기 방식이 이미지를 더 극대화하고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좀 더 풍부하게 싱클레어가 그린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고전적인 색다름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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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기이한 이야기>에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널리 알려졌던 소설가이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킨 최초의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메이 싱클레어가 쓴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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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당 출판사의 책 <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라는 여성작가의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는데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기이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의 작가 메이 싱클레어(1863~19466)는 20세기 초에 영국에서 널리 알려졌던 소설가이다. 그는 다수의 소설, 철학서, 시, 문학 비평을 남겼다. 또한 모더니즘 시와 산문 분야에서 중요한 비평가였는데, 문학계에서 최초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영국의 한 잡지는 메이 싱클레어를 가리켜 "조지 엘리엇과 버지니아 울프 사이의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평했다.
메이 싱클레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킨 최초의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중년 이후부터는 열렬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서 활동했고, 파킨슨 병을 앓다가 1946년 세상을 떠났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메이 싱클레어라는 작가를 잘 몰랐다. 그냥 단순히 '유명했던 작가였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철학적, 정신학적인 지식에 놀랐고 그것을 소설 속에 잘 녹여낸 이야기에 놀랐다.
만복당의 <기이한 이야기>는 일단 책 표지가 너무 깔끔하고 예쁘다. 심플한 보랏빛의 책 표지와 청록색으로 둘러진 책 귀퉁이에 시선이 모아진다.
책 표지 왼편 상단에 보면 'poco a poco' 라는 글자가 눈에 띄인다. '포코아포코'라고 읽는데 '조금씩, 서서히' 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라고 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 독자들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드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하는 만복당 출판사의 마음을 담았다고 하는데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구인 것 같다.
1.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주인공의 인생이 굉장히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읽으면서 그녀의 인생 전반을 함께 지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해리엇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궁금해지게 된다. 해리엇은 죽음 이후에도 왜 오스카와 계속 만나게 되는 지옥같은 반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유부남과의 부정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일까. 죽기 직전 신부에게 오스카와의 일을 고해하지 않아서 일까. 조금은 섬뜩하기도 한 죽음 이후의 공간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2. 징표
죽은 아내가 남편에게 찾아온다면? 작가의 독특한 발상의 또 하나의 이야기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남편, 그리고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죽은 아내. 남편의 아내에 대한 마음이 어땠는지 끝까지 읽다보면 역시 사랑은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3. 크리스털의 결점
7편의 단편들 중에 가장 긴 호흡의 이야기로 개인적으로 제일 빠져들면서 읽어 내려갔던 작품이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고 주인공의 심리 표현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게 된 한 여자는 그 능력으로 몸이 아픈 로드니와 하딩 부부를 돕는다. 하지만 그녀의 신성하고 온전한 정신은 점점 하딩의 것이 되어 가고, 만물의 생명에 깃든 기쁨이 공포와 두려움으로 바뀌어 간다. 서서히 잠식해 가는 무서움. 어느 순간 숨가쁘게 따라가게 되는 전개에 책장이 마구 넘어간다.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모호해서 여러 번 읽어 보기도했 는데 정말 이런 소설은 만나 보지 못해서 색다른 공포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능력을 지킬 방법은 크리스털처럼 결점없이 순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능력을 빼앗길 위기의 그녀의 결점은 과연 무엇이고, 그녀는 어떻게 그녀의 능력을 지켜 낼 수 있을까...
4. 증거의 본질
죽은 부인의 영혼이 재혼한 남편에게 찾아온다는 이야기. 유령의 행동이 귀엽기도 하고 재혼한 부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위트있는 내용 전개가 돋보이는 단편이 아닐까 싶다. 20세기 초에 쓰여진 책이다 보니 그 시대의 정서와 느낌이 묻어나서 좋았던 것 같다.
5.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를 바라게 되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때 찾아오는 이기심과 죄책감... 예전이나 지금이나 왜 항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 우리는 그 뒤에야 후회하는 것일까. 죽은 후에도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6. 희생자
오해를 품게 된 한 남자가 살인을 저지른다. 이토록 오해란 무서운 것이지만 그래도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을 이해 할 수는 없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결과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누군가를 희생자로 삼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믿기까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남자. 이 어리석은 주인공은 희생된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7. 절대적 세계의 발견
가장 철학적이고 심오하고 어려웠던 이야기. 이렇게 죽은 후의 세계를 표현하고 설명한 것이 놀랍고 색다르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천국이란 곳이 과연 착하고 바른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절대적인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다. 이 책에 담겨진 작가의 철학적 지식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것 같다.
만복당의 <기이한 이야기>는 철학, 정신분석, 초자연적 현상이 합쳐진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초에 여성작가가 썼다고 하기에는 독특하고 괴이한 느낌의 글이지만 읽다 보면 메이 싱클레어의 작품에 더욱 매료되게 되는 것 같다. 현실인 듯 아닌 듯함을 표현하는 특유의 문장력, 이야기 구성이 탁월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다가 읽을수록 독특한 내용에 빠져 들게 된다. 죽음 이후의 세계의 단면과 죽은 사람이 현실에 나타나는 환영들,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녹아 있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20세기 초에 쓰여진 책이다 보니 그 시대의 정서 와 느낌이 많이 묻어나서 좋았던 것 같다. 메이 싱클레어의 기이하고 서늘한 이야기에 빠져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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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이야기> 총 7가지 단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 제목처럼 기이한 이야기라서 읽으면서 이 다음은 어떨지 나름대로의 추리를 하면서 읽느라 은근 바쁘게 읽었습니다. 크게 한 이야기로 채운 것이 아닌 단편으로 되어 있어서 몰입해서 읽다가 빠져나올 때 편했습니다. 물론 계속 뒤를 읽고 싶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읽었습니다, 주로 ‘죽음’ 혹은 ‘사후세계’에 관한 매우 창의적이면서도 현실감이 있는 듯한 이야기들입니다.) --- Part 1.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 초반에는 한 여성 ‘해리엇’에 대해서 시작하는데 조금 슬프면서 감정 이입이 조금씩 됩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죽게 되는데 해리엇의 삶을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미래로 가는 신기한 시간대로 흘러갑니다. [당신은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까? - p. 46] --- Part 2. 징표 - 스코틀랜드인 남성과 그의 누나 그리고 아내가 나오는데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라 아내는 죽을 때까지 남편이 과연 자신을 정말 사랑했을까라고 하며 죽습니다. 남성의 누나 덕분에 해결되는데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었습니다. [죽음이 죽음의 흔적을 감추고 있었다. - p.63] --- Part 3. 크리스털의 결점 - 책 속에서 가장 긴 이야기인 ‘크리스털의 결점’은 짧게 설명하자면 매우 신비로우면서도 복잡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단순한 내용이었습니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애거사와 ‘두려움’ 등 ‘신비한 능력’으로 인해 생긴 다양한 감정들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때였기 때문이다. - p. 81] --- Part 4. 증거의 본질 - 이야기가 시작될 때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독자와 대화하듯 시작되는데 전래동화를 듣는 듯,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작가님은 당사자에게 듣고 나는 작가님에게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제목대로 기이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벌어졌다. - p. 219] --- Part 5. 죽은 자가 알게 되면. - 개인적으로 ‘happy ending으로 끝나서 다행이다’고 생각한 이야기. ‘소망’과 ‘말’이 keyword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이 이야기는 표현을 통한 궁금증 보다는 읽다가 생기는 궁금증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눈으로는 그토록 사무치는 고통과 슬픔을 표현할 수 없었다. - p. 258] --- Part 6. 희생자 - 결말이 어떻게 될지 엄청 궁금해하면서 읽은 이야기. 처음으로 엄청난 bad ending, 즉 주인공이 교수형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야기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말하는 지성은, 말 그대로 지성일세. - p. 303] --- Part 7. 절대적 세계의 발견 ? ‘작가님이 제일 철학적인 내용으로 사후 세계에 대해서 쓰고 만약 칸트를 만나면 어떨까라고 생각하면서 작성한 것이 아닐까’라 생각할 정도로 철학적이었던 이야기. 책의 마지막 이야기로 적합했습니다.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에게 일어난 사건. - p. 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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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나열하거나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것들을 펼쳐놓듯 말하는 것을 의식의 흐름이라고 표현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은 있지만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는 표현. 메이 싱클레어는 문학계에서 최초로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비평가이자 소설가 그리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킨 최초의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철학과 정신분석 그리고 초자연적 현상이 합쳐진 일곱 가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과하게 어렵거나 철학적인 문장은 없지만 읽다 보면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딱히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머릿속을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는 기분이 들기도, 책 속 인물과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 들기도. 잠깐 책을 내려놓으면 안개 자욱한 강가에서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존재만으로도 완벽하게 사랑스러웠던 올케 시슬리를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동생 도널드는 다른 던바 가문 사람들처럼 너무 스코틀랜드인다워서 문제다. 체면을 중요하게 여겨 감정을 느끼더라도 표현하지 않거나 숨긴다. 과한 애정이나 감정 표현도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메말라버린 감정역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도널드의 아내이자 나의 올케 시슬리는 늘 애정을 갈구한다. 도널드의 별난 구석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나면 일부러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며 자신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기를 즐긴다는 점이다. 스코틀랜드인의 특징이라고 하나 나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의 성향을 문제 삼을 수야 없겠지만 아내가 그토록 괴로워하며 문제를 제기할 때에도 끝끝내 요구를 묵살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첫해에 결국 시슬리의 건강 문제로 각방을 쓰게 되었고,도널드의 서재에 함께 있다고 싶다며 강하게 의견을 주장하던 시슬리의 모습은 마지막이 되었다. 어느 날부터 나의 눈에는 시슬리의 유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도널드 서재에 우두커니 앉아 여전히 무심한 남편의 모습을 한없이 바라본다. 점차 내가 그녀의 모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시슬리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 조용히 남편을 바라보고 그녀의 마음을 깨달은 나는 남동생이자 그녀의 남편인 도널드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토록 아끼던 문진을 왜 시슬리가 죽은 후부터는 서랍에 처박아버린 것인지, 시슬리를 사랑하기는 한 것인지. 일곱 가지 이야기 중 징표 의 줄거리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령은 남을 해하거나 원한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물끄러미 앉아 고민하거나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모습으로 그 안에 살아있는 것뿐이다. 아마도 작가가 생각하는 죽은 자의 모습에 대한 환상이나 바람일 것이다. 죽음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서로 다른 성향이 죽기 전날까지도 나를 아프게 했을지라도 자신의 사랑이 외로웠던 혼자만의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을 뿐인지 알고 싶어했을 시슬리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고. 말 그대로 기이한 그러나 한번쯤 공감하게 되기에 정말로 기이한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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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령이야기를 철학, 정신분석, 초자연적 현상을 합쳐서 쓴 일곱 편의 단편소설집이다. 묵직한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을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인상 깊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징표> <증거의 본질> 이렇게 두 작품이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리스털의 결정>은 아직 깊이 와닿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읽을 예정이다. 다시 읽어보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 드뷔시의 파리 라는 책으로 알게 된 신생 출판사 만복당의 행보가 앞으로 더 기대된다. 철학, 정신분석, 모더니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유령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제야 그녀가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 시슬리는 도널드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돌아온 것이다. 죽음으로도 꺼지지 않는 갈망을 품고서, 확신을 얻으려 더욱더 매정하고 완고하게 만들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도널드가 그녀를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녀를 계속 밀쳐내기만 하면 평생 볼 수 없을거야.' ※본 서평은 만복당에서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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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했던 소설가 메이 싱클레어의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 첫사랑을 잃은 후 세월에 따라 여자는 여러 남자들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만났으나 함께 지낸지 2주만에 지루함을 느낀다. 죽음을 앞둔 순간 가장 아름답지 않은 그 사랑이 나타난다. 불멸의 지루함이 되어서 남편을 사랑한 아내. 하지만 남편은 스코틀랜드 남자의 특징인지 체면을 중시하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아내는 남편이 아끼는 문진을 만지다가 떨어뜨리고 남편은 불같이 화를 낸다. 문제는 그 다음날 그 아내가 죽는다는 것. 남편에게 죽은 아내가 나타나고 남편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진심을 듣고 떠나간다 다른 이야기로는, 영매나 무당과 같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여자 살인을 하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자에게 나타난 환영 어머니의 죽음을 기원한 아들 천국에서 칸트와 해겔을 만난 철학자 ㅡ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졌다고 하는데 그래서인가 이야기가 마음대로 흘러간다. 조금은 맥락이 없을 때도 있다. 유령과 환영, 초자연현상, 죽음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흑백 삽화가 주는 분위기가 서스펜스와 스릴러 느낌과 어우러져 히치콕 영화같기도 하다 벨기에 화가 장 드 보쉐르의 삽화 수록 P.235 훌리어 부인은 여전히 응접실 난롯가 의자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가 고개를 들어 입맞춤을 기대하듯 볼을 내밀었다. 어린아이처럼, 또는 남편을 기다리는 젊은 아내처럼. 부인은 손을 뻗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어머니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저한테는 어머니뿐이에요.' 그런데 어느새 그는 어머니가 죽을 날만 계산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했다 #기이한이야기 #메이싱클레어 #증정도서 #만복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