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희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제목은 '65세'제목이 비장하다. 청춘의 20세도 아니고,서른 살 이야기도 아니고,불혹이라는 자랑 아닌 자랑도 아니고,어느덧 지천명이라는 엄살도 지나 60세도 아닌 딱 65세!로 박았다.작가 또한 에필로그에서 이 소설집을 단산斷産하는 심정으로 내보냈다고 했으니 '65세'가 주는 비장함을 알만하다. 작가는 아직은 누구 아내이자 누구의 어머니, 게다가 누구 할머니라는 짐까지 끌어안았으면서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거침없이 풀어놓는다.이전에 발표한 '히말라야 바위치'나 '서른 개의 노을' 처럼 강명희 소설의 매력은 건강함이다. 거칠면서도 알맹이는 충실한 열매를 따서 투박한 옹기에 담아놓은 것 같은 소설은 한번 펼치면 마지막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간결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어 복잡한 현대 생활에 찌든 독자들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그러면서도 쉽게 생각하고 넘겨버릴 수 없는 내용들 때문인지 마니아 독자도 꽤 있는 편이다.아홉 편의 단편 중에서 '첫추위'의 20대 마지막을 보내는 청춘의 주인공을 제외하면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다.'65세'의 '나'는 65세 생일을 맞이하며 자기 손으로 미역국을 끓인다. 손녀를 낳으며 여왕으로 등극한 며느리가 아들과 함께 와주는 것만으로도 황송할 따름이다. 요즘 며느라기라는 웹툰 드라마 같은 데서 당하는 며느리 시집살이와는 먼 나라 이야기다.'긴 하루'처럼 하필 아들의 결혼식날 노모가 운명하는 바람에 노모를 영안실에 안치한 채 식을 진행하는 광경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의술이 워낙 좋은 요즘 노부모가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는 채로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고 해서 자식의 혼사를 마냥 미룰 수만 없기 때문이다. 황망한 가운데 한술 더 떠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겨진 친딸이라는 여자가 나타나 장례식장을 뒤집는다.'그녀가 세상을 건너는 법'처럼 여자보다 남자는 어리숙하다. 평생 동안 직장 다니는 일 밖에 못해 세상 물정 모르는 베이비부머 시대의 남자는 젊은 날 다른 여자에게 가서 살다가 다 늙어서야 본처였던 여자에게 돌아와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된다. 백종원처럼 음식을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새우젓 두부찌개가 그리워 여자에게 매달리는 남자들 꼴이라니. 하긴 찌개를 잘 끓이는 여자가 침대에서의 매너도 좋다더라는 남성 위주의 멘트가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목련꽃 필 무렵'의 정식은 은퇴 후 퇴직금을 굴리려다 사기를 당하고 살인까지 하게 된다. 복역을 마치고 병까지 든 남자를 거두어주는 여자는 없다. 여자들 계산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아직 아기인 애자를 이복형제들이 무덤 위에서 공 굴리듯 굴려 내리며 놀이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그 충격으로 열이 나서 죽은 동생을 대변하지 못한 '아픈 손가락'의 '그'는 결혼해서 아내를 때리는 폭력 남편이 된다. 도무지 희망이라곤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작가 특유의 건강함을 발휘해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강명희 소설의 특징이다.누군가 이 소설집을 읽고는 '82년생 김지영'의 엄마 이야기라고 비유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갔다. 근원을 알 수 없어 방황하는 82년생 김지영들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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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 강명희
강명희 작가님은 이름으로 맺으진 인연이다. 어디를 가든 책 구경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나는 몇 년 전 봉천동 길상사에서 전시하는 예술품을 구경하고 한 귀퉁이에 있는 책꽂이에 꽂힌 책을 보던 중 '히말라야 바위취'라는 제목을 보고 그 제목이 내 마음에 콕 박혔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의 힘겨움이 전해졌다. 작가의 이름을 보니 나와 동명이니. 꼭 읽어보고 싶어 구입하여 읽고 블로그에 올렸더니 제 글을 보시고 어떻게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며 댓글을 남기셨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두 번째 소설집 '서른 개의 노을'도 보내주시어 잘 읽었다. 그 후 강명희 님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읽으며 SNS(블로그)로 계속 인연을 이어오게 되었다. 이 책은 최근에 세 번째 소설 65세를 출판하셨다고 해서 구입해서 읽게 된 것이다. 강명희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많은 여운이 남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잠들기 전에 조금 읽다 자려고 책을 들었는데 그것은 '큰 실수'였다. 필력의 몰입감으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오던 잠은 달아났고 몰입감에 빠져 어떤 글도 옮겨 적지 못했다. 한 잠도 자지 못하고 푸르게 동이 튼 새벽 창문을 보고 잠을 청했지만 그래도 잠을 자지 못했다. 힘겹게 살아가는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사연들이 내게 너무 깊이 각인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힘겹고 고통스러움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인 것 같은 이야기들이. '오늘 산책하며 생각했어. 보이는 것과 실제의 모습이 다르다고. 절름발이 중늙은이도, 중간에 함께 길을 걷던 여자도, 밭에서 들깨 모종을 내던 노부부도. 다 어떤 의미의 교통사고 같은 것을 가슴 곳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P110 '그녀가 세상을 건너는 법'에 나오는 말인데 이 말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글을 대변하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아무 고생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그들 나름의 고통사고 같은 아픔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세상을 살았는지.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했는지.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다.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안다. 세상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즉 정말 고생을 하지 않고 살고, 돈 걱정 없이 살고,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잘 살아가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겪는 교통사고 같은 아픔들을 겪으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한 가지씩 터득하면서 사는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그래야 세상이 주는 모진 바람(어려움, 힘겨움, 고통)을 버틸 수 있다. 65세의 단편 중에서 어느 부분에서 느껴지는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는 이기적으로 사신 늙으신 부모님, 아래로는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이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더니 여왕으로 등극한 며느리의 이야기를 읽으며 세월이 만들어준 위치에서 힘들어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진정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있기에 세상이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음을 그래서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 주어진 아픔을 포용하게 된다. 그 소중한 것을들 알아가며 당당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에서 함께 기뻐졌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열심히 착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었는지. 그것은 기본이었고 내게 불어닥치는 풍파들을 버티면서 살아가야 하는 '그 무엇'이 필요했으면 알게 되었을 즈음. 노부부가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산책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모습에서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함께 겪었을 아픔이 전해져 나를 서글프게 한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이 그렇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유능하고 유명한 작가들이 왜 유명해졌는지 알게 되었는데 글 속에 숨겨진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독자들이 빠져드게 하는 몰입감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이 책은 몰입감 최고다! 이 글에 나오는 사건, 사고, 아픔, 힘겨움, 고통...에 얽힌 사연들이 내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인 것 같은 이야기들을 누구나 한 번씩 읽어봤으면 한다. 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것임을 ..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공감대가 아닐까 싶다. '싸움에서 승자는 언제나 정신이다. 그러나 승리는 결코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 이 싸움은 끝이 없으며 그것이 삶의 본질이다.'-인생독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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