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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대중을 기만할 준비가 되어 있는 뉴스 생산자들... 박준석, 가짜뉴스의 심리학
"언제든 대중을 기만할 준비가 되어 있는 뉴스 생산자들... 박준석, 가짜뉴스의 심리학" 내용보기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이제 두 달이 되어 간다. SNS을 떠돌다 아는 이들에게 채집된 뉴스를 잠시 살피는 것을 제외하고는 부러 뉴스를 찾아보지는 않는다. 오늘 병원을 가는 날이라 대기실에서 틀어져 있는 뉴스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놓고 여야를 대변하는 패널들이 나와 있었는데, 야권을 대표해 나온 전 국회의원의 말 몇 마디를 듣다가 토할
"언제든 대중을 기만할 준비가 되어 있는 뉴스 생산자들... 박준석, 가짜뉴스의 심리학" 내용보기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이제 두 달이 되어 간다. SNS을 떠돌다 아는 이들에게 채집된 뉴스를 잠시 살피는 것을 제외하고는 부러 뉴스를 찾아보지는 않는다. 오늘 병원을 가는 날이라 대기실에서 틀어져 있는 뉴스 프로그램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놓고 여야를 대변하는 패널들이 나와 있었는데, 야권을 대표해 나온 전 국회의원의 말 몇 마디를 듣다가 토할 뻔하였다. 예전이라면 참을 수 있었겠으나 뉴스를 보지 않아 내성이 약해진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들었다. 마침 진료실에 들어갈 순서가 되어 자리를 떴다.


  “... 흔히 사람들은 상황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의지의 힘이나 내적 동기의 힘을 과대평가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살다 보면 상황의 불가항력의 힘이 작용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p.78)


  예전에 김어준은 이렇게 말했다. “뉴스의 진짜 힘은 뭔가를 다루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다뤄야 마땅한 뉴스를 다루지 않는 데 있는 거거든. 다루지 않으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그런 게 진짜 권력이지.” 나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권력으로 모든 뉴스를 피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객관적인 시선이니 중립이니 하는 소리에 현혹되지 않는다. 설령 AI 기자가 등장하여 기계적인 중립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그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 인간이라면 당분간은 믿기 힘들 것 같다.


  “... 소셜미디어가 편향을 강화하는 세 가지 기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기계 안의 편향bias in the machine’이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들은 이 편향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그 알고리즘들은 이미 클릭한 것과 최대한 비슷한 종류의 정보를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사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필터버블’ 또는 ‘에코체임버echo chamber’라고 부른다. 전자는 걸러진 정보의 거품 속에 사용자들이 갇히게 된다는 의미고, 후자는 계속 소리쳐도 같은 소리만 맴돌아 돌아오는 방 안에 사용자가 갇히게 된다는 의미다...” (pp.131~132)


  김범이라는 페부커의 타임라인에서 재밌는 글을 발견했다. ‘언론은 그저 힘없고 고립된 사람을 향해서만 자유롭게 떠든다.’, ‘먼저 때려라. 변명은 그 후에 하면 된다.’, ‘어제는 집중 공격을 했던 사안을 오늘은 멋지게 옹호하는 재주를 보여주기도 한다.’, ‘언론을 죽이는 방법은...... 언론에 자유를 주면 된다.’, ‘데스크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잡스러운 기사에서 광고가 될 만한 것을 골라내는 일이다.’, ‘가장 훌륭한 신문다운 신문은 결국 망하게 되어 있다.’, ‘별 볼 일 없는 정치인일수록, 신문사에서 귀인으로 모시며 물빨에 전념한다.’, ‘기자는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모든 일에 관여한다.’, ‘기자는 어떤 신간 서적이라든가 사업, 그리고 한 인간을 밀어주는 일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매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자는 든든한 뒷배경은 물론, 진짜로 재능을 갖춘 사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연기력도 갖추어야 한다.’, ‘기자는 생각이 없을수록 출세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언론을 향한 일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데, 자그마치 발자크가 1843년에 출간한 《기자의 본성에 관한 보고》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정말 저런 말을 했다고? 믿기지가 않아 절판된 책을 중고로 주문하기로 하였다) 


  “... 가짜뉴스가 너무 말이 안 되는 경우(예를 들어 지구는 정사각형 모양이라든지)에는 본 횟수와 믿는 정도 사이에 상관이 없었다. 즉 두 집단 사이에는 믿는 정도에 대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말이 안 되지는 않는 가짜뉴스의 경우, 단 한 번 더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그것을 믿는 정도를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pp.73~74)


  뉴스를 생산하는 이들에 대한 불신으로 힘든데, 《가짜뉴스의 심리학》의 내용은 그런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책은 인간은 그리고 그 집합체인 대중은 심리학적으로 가짜뉴스에 속을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는 족속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뉴스의 생산자들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든 그러한 대중을 속일 준비가 되어 있는 집단까지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도무지 확증이 없다. 


  “심리학에서 확증편향이라는 말은 ’어떤 믿음이 있을 때, 그것을 반박하는 증거는 무시하고 지지하는 증거만을 찾으려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p.19)
  『... 위키백과에서 ’cognitive miser’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뜻이라고 나온다. “지능에 상관없이, 세련되고 노력을 요하는 방식보다는 간단하고 노력이 덜 드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 위 정의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지능에 상관없이’라는 대목이다. 머리가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인지적 구두쇠 성향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이야기다...』 (pp.33~34)
  “...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을 때, 그에 유리한 방향으로 논증을 구성하고, 정보를 해석 및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만들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동기화된 논증이라는 학술용어는 살아가며 누구나 경험하는 이런 보편적인 현상을 점잖은 학술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p.50)
  “수면자 효과는 사람들이 잘못된 주장을 믿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무서운 이유는 설령 사람들이 발화자가 썩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한 선동가라면 이런 사실을 잘 활용하여, 거짓 정보를 일단 퍼뜨리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발화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곤란한, 즉 발화자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힘든 온라인 환경과 결합되면, 수면자 효과의 힘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pp.68~69)


  아무리 보기 싫어도 그 막대한 분량 때문에 보지 않을 수 없는 뉴스들이 있다. 한강에서 사망한 대학생 그리고 그 친구에 대한 뉴스가 그랬다. 사건 초기 언론들은 막대한 양의 기사를 쏟아내며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한 친구를 (거의) 피의자로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한바탕 클릭 장사를 하고 난 다음, 이제는 뒤로 한 발 물러나 관망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광란의 언론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니라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무장한 한 무리의 대중이다. 

 

박준석 / 가짜뉴스의 심리학 / 휴머니스트 / 238쪽 / 2021 (2021)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1.05.2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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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에 대한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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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어디에나 있다. 다만 오늘날 가짜뉴스가 무서운 것은 여러 사람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무한대로 확산되는 범위와 속도이다. 심지어 '가짜'임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대안적 진실'이라고 한다. 주변에 아무리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진영 논리에 빠지거나 한두 가지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이 책은 점점 늘어만 가는 가짜뉴스에 무기력감을 느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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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어디에나 있다. 다만 오늘날 가짜뉴스가 무서운 것은 여러 사람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무한대로 확산되는 범위와 속도이다. 심지어 '가짜'임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대안적 진실'이라고 한다. 주변에 아무리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진영 논리에 빠지거나 한두 가지 가짜뉴스에 현혹되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이 책은 점점 늘어만 가는 가짜뉴스에 무기력감을 느끼는 우리에게 주는 백신과도 같다.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통계학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우리가 어떻게 가짜뉴스를 쉽게 믿을 수 밖에 없음을 알려 주고,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짜뉴스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도와준다.

 

가짜뉴스에서 벗어나는 길은 간단하고도 어렵다. 주변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에 귀기울이되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 타인에 대해 관용을 가지면서,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결론을 유보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면서 인지적 과부하에 걸려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나, 가짜뉴스에 빠져 자신을 거짓의 구렁텅이에 방치할 수는 없다. 이제는 백신을 맞고 다시 일어날 때이다.

x*****y 2021.03.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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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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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관련한 인문서 및 교양 대중서를 많이 읽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전하는 내용이 딱히 새롭거나 참신하진 않을 것 같다. 사실상 현대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생각에 관한 생각>만이라도 정독한 독자라 해도 그렇고.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참신하게 다가왔던 건 '생각은 공짜가 아니다'는 소제목을 담은 장에서 저자의 주장, "생각도 일종의 돈이다"는 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생각도 돈이니까" 내용보기

심리학 관련한 인문서 및 교양 대중서를 많이 읽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전하는 내용이 딱히 새롭거나 참신하진 않을 것 같다. 사실상 현대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생각에 관한 생각>만이라도 정독한 독자라 해도 그렇고.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참신하게 다가왔던 건 '생각은 공짜가 아니다'는 소제목을 담은 장에서 저자의 주장, "생각도 일종의 돈이다"는 점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직장에서 생각을, 흔히 억지로 끌어내서 종이나 컴퓨터에 옮기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하는 일 아니냐는 점인데 따지고 보면 정말 그렇다. 저자의 주장과는 별개의 내용이지만 이 점으로부터도 사실 여러 담론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를테면 그 회사는 직원의 노동력을 이용할 뿐이고 그 노동력에 그 사람의 생각도 포함이 되는건데 많은 경우에서 그런 노동력이 아닌 '사람' 자체를 이용한다. 다시 말해, 회사는 사람의 노동력을 산 것일 뿐 사람을 산 것이 아닌데 마치 사람을 산 것 마냥 부려 먹으니까 대표적으로 갑질부터 해서 여러 문제들이 이어진다고 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인적자원부'라는 용어를 싫어한다. 사람을 가져다가 텅스텐 같은 원자재로 써먹겠다는 내포가 깔려 있는 못된 심보가 저변에 깔려 있는거 같아서다)

내용이 많이 딴 곳으로 새버렸는데 책에서 전하는 핵심은 가짜뉴스의 저변에 깔린 심리와 그것에 이용당하는 우리의 심리를 파악해 빠지기 쉬운 편향이나 오류로부터 벗어나자는 것. 허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알면서도 당하고 나아가서는 일부러도 당하려는 그런 우리인데. 

가짜뉴스 관련한 서적들도 많고 심리 관련 서적들은 더 많지만 그 둘을 대중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도록 잘 정리한 책은 적어도 그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겐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c 2022.03.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