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8%
  • 리뷰 총점8 8%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4%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9.0
  • 30대 9.0
  • 40대 9.0
  • 50대 9.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때나 지금이나" 내용보기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시대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년 보장의 매력이 상당히 큰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패기 없이 고인물만 찾는다는 쓴소리도 있지만, 다분히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그들은 결코 어리석은 게 아니다. 허나 합격이 곧 달콤함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칼퇴근을 꿈꿨는데 야근이 이어지고, 여느 감정노동자 못지 않은 험악한 말들을 매
"그 때나 지금이나" 내용보기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시대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년 보장의 매력이 상당히 큰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패기 없이 고인물만 찾는다는 쓴소리도 있지만, 다분히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그들은 결코 어리석은 게 아니다. 허나 합격이 곧 달콤함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칼퇴근을 꿈꿨는데 야근이 이어지고, 여느 감정노동자 못지 않은 험악한 말들을 매일 감당하기도 한다. 이런 직장 생활을 꿈꿨나 싶은 회의감이 차오르다가 더는 견디기 힘든 수준에 이른다. 어렵게 합격했으면서 불과 몇 년 안 지나 관두는 이들도 꽤 여럿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개개인의 나약함? 이유야 여럿일 것이다.

‘공무원 생리학’은 제목부터가 요상했다. 여느 조직이나 문화라 하는 게 있다는 방면에서 접근한다면 이 책의 저자가 시도한 건 공무원 조직의 문화 엿보기 즈음에 해당할 듯하다. 오노레 드 발자크.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살다 간 인물이 공무원 묘사에 도전했다. 글쓰기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은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 그가 공무원 사회를 경험했을 거 같지는 않건만, 읽는 내내 기분이 묘한 게 눈 앞에 내부고발자가 서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전적으로 글쓴이의 역량이 뛰어나 그렇다는 평을 할 수도 있을 듯. 무엇보다 그의 시대와 나의 시대 사이에 존재하는 200년이라는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신기했다. 모든 게 다 변했을 텐데, 공무원 사회 만큼은 진보도 퇴보도 아닌 제자리걸음을 했나 싶었다.

프랑스 사회에는 두 차례의 거대한 혁명이 있었다. 대부분이 1789년을 기억한다. 아마도 나폴레옹의 그늘이 매우 짙어서 그럴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두 번째 혁명은 1830년의 일이며, 책이 쓰여진 것도 그 무렵이다. 기존 체제는 왕에게 모든 게 집중됐다. 절대 권력을 지닌 왕의 의지대로 모든 게 흘러갔다. 혁명으로 신분제가 무너진 틈을 비집고 등장한 건 자유주의라고 배웠다. 부르주아가 전면에 나서는 새로운 질서가 싹텄다는 식의 설명이 보편적이었으나 책을 읽으며 신분제를 대체한 건 관료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날카로웠다. 관료제 하에서 공무원은 왕이 아닌 국가를 섬긴다. 왕이 한 명의 개인이라면 국가는 누구로 특정 짓기 힘든, 한 마디로 실체가 없다. 공무원은 국가로 통칭되는 모두를 섬기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아무도 안 섬기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살아 남는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영광이라 일컬을 수 있는 출세를 위해 카멜레온 마냥 색을 바꿔가며 충성심을 드러낸다. 영혼 없이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당시 프랑스의 공무원 채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은 모르나, 놀랍게도 공채 시험 외의 루트를 거쳐 들어온 다수의 공무원들이 프랑스 사회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특정 정치인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따라 일종의 보은 차원에서 행해진 채용도 존재했던 듯. 그렇게 이루어진 채용은 곧 해당 인물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졌는지에 따라 갈렸다.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릴 수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겨우 자리 하나 차지한 이도 있었다. 그들은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품은 채 버티지만, 그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아마 오늘날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상당수 일 것이다. 그들은 밖으로부터는 공정치 못한 채용이었다는 공격을 받으며, 안으로는 언제까지 이런 비루한 처지를 감당해야 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내적 고민에 시달린다.

조직에 있을 법한 인물 유형을 하나하나 열거하고 직급에 따른 성향까지 꼼꼼히 늘어 놓을 줄은 몰랐다. 난 어떤 부류에 속할까. 뭔가 들어맞는 특성을 발견할 때면 신기하면서도 씁쓸함을 느꼈다. 과연 내 개인의 성격으로부터 귀인한 것일까, 내가 속한 조직에 물든 결과물일까.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딘가에 나와 흡사한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으리라는 안도감이 묘한 위안을 내게 안겼다.

이달의 사락 q*****2 2021.02.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공무원 생리학
"공무원 생리학" 내용보기
18세기 격동의 시기에 생겨난 문학장르 ~의 생리학, 지은이는 이 책 외에 기자 생리학도 썼다. 의학용어의 이름을 빌린 생리학Physiologie이라는 기묘한 문학 장르는 왜 출현했나? 저으기 궁금하다. 프랑스혁명 후, 반동으로 나폴레옹이 전제군주로 퇴행, 이 퇴행을 극복할 움직임들-기존 계급을 허무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바람-과 비약을 거듭한 과학의 발전은 상업의 득세와 함께
"공무원 생리학" 내용보기

18세기 격동의 시기에 생겨난 문학장르 ~의 생리학, 지은이는 이 책 외에 기자 생리학도 썼다. 의학용어의 이름을 빌린 생리학Physiologie이라는 기묘한 문학 장르는 왜 출현했나? 저으기 궁금하다. 프랑스혁명 후, 반동으로 나폴레옹이 전제군주로 퇴행, 이 퇴행을 극복할 움직임들-기존 계급을 허무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바람-과 비약을 거듭한 과학의 발전은 상업의 득세와 함께 자본주의를 권력의 유력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 이런 환경변화를 배경으로서 ‘~의 생리학’이라는 문학 장르가 태어났다. 급격한 사회 변화, 새로운 시대에의 기대, 지지부진한 개혁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탄생시킨 시대의 풍자 문학이라 한다.

책소개에서는 "기존의 관념과 학문이 더는 인간사회를 분석할 수 없을 때, 마치 동물이나 식물을 연구하듯 인간 혹은 인간 유형을 치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하겠다는 야심만만한 발상이 이 장르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명쾌하게 분석했습니다. 

지은이 발자크가 공무원을 세 부류로 나눠, 살펴보고 있는데, 놀랍게도 오늘날의 공무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철가방 직장, 공무원, 200년 전에도 우리 아이는 공무원이 될꺼예요 라는 부모가 있었듯이, 공무원은 아주 중요한 업종이다. 공공에, 시민에, 국민에 복무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와 역할이 있다. 단순히 월급쟁이 직장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 그 구분은 없다. 누구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나, 자신이다. 물론 그렇지 않는 사명감 투철한 이들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h 2020.12.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