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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탕코의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 (문학동네/미겔 팡 그림/정혜경 옮김)』는 여행이 멀어진 요즘 단비처럼 기다렸던 작품입니다. 책을 받은 순간 가장 기뻤던 것은 세로로 긴 판형이었습니다. 판형이 이미 8할을 다 했다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어렴풋한 머릿속 이미지를 ‘이게 바로 뉴욕이지’하는 안도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핑크 계열의 건물과 청아한 블루의 하늘색이 표지 화면을 채웁니다. 찾아볼 것들이 더 많지만 넘겨본 면지는 초록, 잔디에서의 휴식처럼 쉽을 줍니다. 단정하게 제목만 보이는 첫 번째 타이틀 표지, 두 번째 타이틀 표지는 헌사와 함께 5인용 자전거가 쌩 지나갑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을 보니 속도감이 느껴지네요.
“나는 원래 여기서 한참 떨어진 시골에 살았어.(책 속에서)” 첫 문장의 주인공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찐 뉴요커는 아닌 것 같네요.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 안의 풍경은 평범해 보입니다. 그러나 조금 머무른다면 이 카페 커피잔 세트에 눈독을 들이게 되고 베이글이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합니다. 빼곡한 건물 사이로 투어버스도 지나가고 복잡한 거리를 태연히 걷는 사람들. 내 자리를 딱 찾아냈다고 장담하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누굴지 짐작되나요?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뉴욕은 주인공에게도 특별한 도시가 됩니다.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는 이 특별함을 간결한 문장과 화려한 그림으로 조화롭게 또는 상상의 여지를 불러일으키며 전달합니다. 정보 없이 보여지는 대로만 한 번 보고 난 후, 부록의 명소 설명을 꼼꼼히 읽은 후 다시 본다면 즐거움은 배가 될 것입니다. 벼룩시장도 공원도 박물관도 좋지만 뉴욕 공립 도서관 장면은 액자에 걸어두고 싶은 근사한 장면입니다. “요즘 나는 오래되고 어려운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있어. 새로운 취미라고나 할까?(책속에서)” 이 취미 저도 공유하렵니다.
열 두 개의 장면으로 뉴욕을 소개하는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는 작가들의 도시에 대한 애정이 잘 느껴집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선정되었을 장면이기에 더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특별함은 ‘숨어있는 이야기’에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거리에서 인간의 위치에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물들도 있고, 작고 귀여운 동물들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아마 어린이 친구들은 작은 동물 친구들을 밝은 눈으로 끝없이 찾아낼 것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비밀한 우정을 나눌지도 모릅니다. 뉴욕에는 하나의 세계만 있는게 아니거든요.
뉴욕이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남은 이유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2020년 1월에 스치듯이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하루도 못되는 반나절의 시간을, 그 중에서도 대부분을 라이언 킹 뮤지컬을 보느라 극장 안에 있었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곳. 그럼에도 대딩이 된 아이는 길면 한 달, 짧으면 일주일 머물렀던 일본과 러시아,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보다도 뉴욕을 최고라 꼽습니다.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가 추억을 또는 버킷 리스트를 소환하며 도시를 보여주었는데도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면, 뉴욕을 기념할 무언가를 더 찾는다면 앙투완 기요페의 커팅 그림책 “리틀 맨”도 좋을 것입니다. ‘뉴욕쥐 이야기’도 꺼내 보고 “맨해튼 트랜스퍼”의 잿빛 여운도 즐겨보고요. 하지만 마무리는 역시 ‘유쾌한 초대’, “어서 와, 여기는 뉴욕이야”가 제격일 것입니다. 봄이라는 계절에, 지금이라는 인내의 시기에 희망과 꿈, 설렘을 심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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