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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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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이상용 난다/2021.2.22. sanbaram   우리나라 영화 역사는 길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결코 짧지도 않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소개 되었고,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영화를 관람해왔다. 그러나 우리 영화가 해외에 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럽과 미국의 영화제에서 우수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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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이상용

난다/2021.2.22.

sanbaram

 

우리나라 영화 역사는 길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결코 짧지도 않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소개 되었고,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영화를 관람해왔다. 그러나 우리 영화가 해외에 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럽과 미국의 영화제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우리 영화가 세계에 크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중심으로 그가 만든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 7편을 9개의 주제에 따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는 책이다. 저자 이상용은 1977씨네21>2회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영화 비평을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진주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으며, 지은 책으로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 <안나 카라리나>, 공저로 씨네상떼>, <30금 쌍담등이 있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이 책은 봉준호가 쓴 영화라는 편지를 상세히 읽는 작업이다. 때로는 편지의 전체 양식을, 때로는 인용되는 편지의 내용들을, 때로는 문장 하나를, 때로는 잉크의 종류를 판별해가면서 필름 위에 눌러쓴 봉준호의 언어를 읽고자 한다.(p.46)”고 저자는 말한다. 봉준호의 영화는 영화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곱 편의 장편을 반복적으로 써내려오면서 이야기를 분리하고, 우회하고, 새롭게 쓸 수 있는 방식들을 스스로 보여준다. 그는 끔찍한 화성의 연쇄살인사건도 다루지만, 한강의 연쇄살인 사건 이야기를 괴물의 유화로 들려주기도 한다. 그것은 더 많은 상상을 가능케 하면서 관객들을 깊은 심연으로 안내한다. 이야기의 본성에 따라 독자는 들려오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불쾌하기도, 유쾌하기도, 즐겁기도, 괴롭기도 한 이야기의 형식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은 다양한 생각을 취한다고 그는 말한다.

 

아버지에게 편지는 결코 전달되지 못한다. 그래서 진정한 수신자는 자신의 계획을 알아봐줄 환상 속의 상대자다. 편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제대로 가치평가를 해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편지를 읽지도 못하는 아버지도 아니고, 죽은 사람들도 아니다. 대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다.(p.45)” 이처럼 봉준호의 영화는 자주 관객들을 향해 시선을 던져왔다.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은 1986년 살인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17년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03(영화가 개봉된 해)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영업사원이 된 전직 형사 박두만은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지나가다 멈춰 선다. 시체가 발견되었던 하수도 수로를 응시하는 박두만을 향해 길을 지나던 한 소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묻는다. 소녀는 얼마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똑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한다. 용의자가 아직 살아 있음을 시사하는 소녀의 증언과 박두만의 물음이 오가고 마지막 순간에 박두만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주인공의 시선은 관객을 향해 있다. 그것은 마치 나는 당신들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혹은 당신이 범인이지?’라고 묻는 것 같다.

 

할리우드와 일본의 괴수 장르가 일정한 규모를 가진 자본력을 요구하는데 반해, 한국의 블록버스터 영화는 거대한 괴물이 아니라 괴물적인 인간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p.88)” 괴물은 봉준호에게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안겨준 영화다. 할리우드 CG팀 오퍼나지와 뉴질랜드의 웨타가 괴물의 캐릭터 작업에 참여하였고, 한강을 배경으로 가족의 추격전을 다룬다. 할리우드 괴물 장르의 관습을 따라가면서도,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등장하는 희생당한 주인공들을 보여줌으로써 두 종류의 괴물을 종합한다. 그 이접 속에 이 영화의 특징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괴수가 등장하지만 그들은 감히 영웅의 반열에 오르거나 괴물 자체로 전락하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괴물은 천천히 등장한다. 이상한 자연현상이나 지진과 같은 전조들이 일어나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흔히 괴물을 쫓는 영웅이나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 장르의 진정한 주인공은 괴물 자체다. 봉준호의 괴물에서는 시작과 함께 괴물이 등장한다. 괴물을 탐구하는 과학자도 없고, 괴물을 추적하는 근사한 영웅도 없다. 느닷없이 등장한 괴물이 한강 둔치를 휩쓸고 지나간 후에도 괴물을 둘러싼 연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는 괴물의 등장 이후 다른 이야기로 관객을 안내한다. 바이러스 운운하는 가짜 뉴스들, 재대로 통제되지 않는 한강의 검역 시스템, 그리고 에이전트 옐로우 살포를 결정한 무능한 정부와 미국의 정치적 결탁은 괴물이 사라진 후 등장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괴물과 접촉한 이들의 몸을 해부한다. 그 행동이야말로 괴물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진짜 괴물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괴물을 제외하고, 봉준호의 영화에 등장하는 현실적인 괴물들은 매우 평범한 인간들이다. 그들은 근세처럼 평범한 인간들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괴물로 오인을 받거나 살인의 추억의 범인처럼 결코 등장하지 않는 존재다.(p.93)” 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의 괴물적 인간들이 가공할 만한 위협으로 직접 등장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개를 납치하여 살해하는 고윤주 역시 나중에 교수가 되는 보통의 속물적 인간이며, 아들을 위해 노인을 살해한 마더의 엄마 역시 평범함 그 자체다. 그들이 벌인 행위에 비해 인간 자체는 평범하다는 사실은 봉준호의 영화가 지닌 핵심 중 하나다. 봉준호의 영화에 등장하는 진짜 괴물은 이와 같은 착각과 오인의 결과다. 말해도 듣지 않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맹목성이야말로 현실을 가려버리는 괴물의 무서운 어둠이다. 그리하여 봉준호의 영화는 마지막 대목에서 어둠을 응시하자고 제안한다. 한강 둔치를 바라보는 괴물의 마지막 장면처럼, 하수구를 응시하는 살인의 추억처럼 그곳에 여전히 진짜 괴물이 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최대한 환상의 비전과 현실의 풍경을 좁혀서 겹쳐놓는다. 봉준호 영화의 시각적 변증법은 대립하는 두 세계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둠으로써 일어나는 착시 효과인 동시에 각성을 일으키는 비전이 된다.(p.147)” 그 시각적 형상은 입체파의 그림처럼 완전히 왜곡되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현실을 비틀어 그 틈새로 들여다보게 하는 인식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설국열차는 기차야말로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는 유토피아라고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커티스는 이러한 유토피아의 신념에 따라 꼬리 칸에서 엔진실로 진출하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환상을 지녔다. 그는 향락에 취한 앞칸의 이질적인 장소들을 보았으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남궁민수는 이 세계의 가장 이질적인 장소인 열차 바깥이야말로 진정한 문 너머의 세계이며, 자신이 크로놀을 모은 것은 엔진실을 날려버릴 폭탄의 원료로 쓰기 위함이었음을 토로한다. 남궁민수는 질서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기관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장소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한다.

 

기생충에서는 시각만큼이나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후각이다. 비록 박사장은 지하실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 눈먼 자처럼 보이지만 그의 후각은 지하에 머무는 존재들을 예민하게 지각한다.(p.212)” 그러나 박사장과는 달리 기택의 가족은 아내 연교에게 냄새 운운하는 박사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나서야 자신들의 냄새를 맡아본다. 하지만 냄새의 정체를 쉽게 파악하지는 못한다. <기생충에서 구현된 계급의 문제는, 대만 카스텔라라는 경제적 기표로 출발하여 냄새라는 감각으로 계급 내의 연대와 계급 차이의 불안을 오간다. 이는 오늘날 자본주의에서 중요하게 떠오르는 것이 경제적 차이가 아니며, 냄새라는 신체 감각이야말로 실존적으로 예민하게 다가오는 차이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기택은 어째서 박사장을 찔렀는가? 박사장은 이번 사태와는 무관한 인물처럼 보인다. 박사장은 기절한 막내를 안고 나가려고 기택에게 자동차 열쇠를 던지라고 고함을 지른다. 한참을 머뭇거리며 던진 열쇠는 근세의 몸 아래에 깔리고, 박사장은 냄새를 의식하며 코를 쥐고 열쇠를 집어 올린다. 박사장의 변함없는 이 몸짓은 기택의 본능을 자극한다.(p.246)”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못 가진 자와 더 못 가진 자, 축하를 위해 온 손님 등이 뒤엉켜 있는 하나의 세계다. 이 집에는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고, 각각의 구역은 선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구별 짓는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이성을 잃은 근세가 선을 넘어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 집의 선들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박사장은 기정의 상처를 지혈하는 기택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만을 말한다. 무엇보다 근세에게서 흘러나오는 선을 넘는 냄새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선을 강조한다. 그 모습이 기택을 자극한다. 지하실에서 나온 근세가 선의 경계를 넘었다면, 기택의 행동은 선을 넘어 들어간다. <기생충의 내부와 외부, 지상과 지하를 구별 짓는 선들이 무너지며 일어나는 낯선 두려움의 혼란, 집의 질서가 해체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수상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단 하나의 언어인 영화 안에는 수많은 작가의 언어가 있고, 그 언어들 가운데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드물다. 그것은 상업적인 성공이나 명성과는 다른, 고유한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독특한 목소리를 분석하여 독자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영화, 특히 봉준호 감독 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달의 사락 k******4 2021.03.28. 신고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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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와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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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이상용 난다/2021.2.22.   우리나라 영화 역사는 길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결코 짧지도 않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소개 되었고,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영화를 관람해왔다. 그러나 우리 영화가 해외에 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럽과 미국의 영화제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인정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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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

이상용

난다/2021.2.22.

 

우리나라 영화 역사는 길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결코 짧지도 않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져 관객들에게 소개 되었고, 관객들은 울고 웃으며 영화를 관람해왔다. 그러나 우리 영화가 해외에 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유럽과 미국의 영화제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우리 영화가 세계에 크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중심으로 그가 만든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 7편을 9개의 주제에 따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는 책이다. 저자 이상용은 1977씨네21>2회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영화 비평을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진주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으며, 지은 책으로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 <안나 카라리나>, 공저로 씨네상떼>, <30금 쌍담등이 있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부치지 않은 편지에서 이 책은 봉준호가 쓴 영화라는 편지를 상세히 읽는 작업이다. 때로는 편지의 전체 양식을, 때로는 인용되는 편지의 내용들을, 때로는 문장 하나를, 때로는 잉크의 종류를 판별해가면서 필름 위에 눌러쓴 봉준호의 언어를 읽고자 한다.(p.46)”고 저자는 말한다. 봉준호의 영화는 영화 속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곱 편의 장편을 반복적으로 써내려오면서 이야기를 분리하고, 우회하고, 새롭게 쓸 수 있는 방식들을 스스로 보여준다. 그는 끔찍한 화성의 연쇄살인사건도 다루지만, 한강의 연쇄살인 사건 이야기를 괴물의 유화로 들려주기도 한다. 그것은 더 많은 상상을 가능케 하면서 관객들을 깊은 심연으로 안내한다. 이야기의 본성에 따라 독자는 들려오는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불쾌하기도, 유쾌하기도, 즐겁기도, 괴롭기도 한 이야기의 형식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은 다양한 생각을 취한다고 그는 말한다.

 

아버지에게 편지는 결코 전달되지 못한다. 그래서 진정한 수신자는 자신의 계획을 알아봐줄 환상 속의 상대자다. 편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제대로 가치평가를 해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편지를 읽지도 못하는 아버지도 아니고, 죽은 사람들도 아니다. 대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다.(p.45)” 이처럼 봉준호의 영화는 자주 관객들을 향해 시선을 던져왔다.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은 1986년 살인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17년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03(영화가 개봉된 해)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영업사원이 된 전직 형사 박두만은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지나가다 멈춰 선다. 시체가 발견되었던 하수도 수로를 응시하는 박두만을 향해 길을 지나던 한 소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묻는다. 소녀는 얼마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똑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한다. 용의자가 아직 살아 있음을 시사하는 소녀의 증언과 박두만의 물음이 오가고 마지막 순간에 박두만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주인공의 시선은 관객을 향해 있다. 그것은 마치 나는 당신들 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혹은 당신이 범인이지?’라고 묻는 것 같다.

 

이달의 사락 k******4 2022.08.29. 신고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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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언어다 (feat 봉준호) - 봉준호의 영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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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영화를 봤었지?' 하고 생각해 본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이렇게 본 것 같다. 스텝으로 참여한 작품을 포함하면 1 편이 추가된다. 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작가의 말처럼 봉준호는 어떻게 나를 버스에 태웠을까?    버스라는 표현 아주 맘에 든다. 이 버스 '인천 갑니다'하고 손님을 태워 '의정부'에 데려다주는 버스라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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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영화를 봤었지?' 하고 생각해 본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이렇게 본 것 같다. 스텝으로 참여한 작품을 포함하면 1 편이 추가된다. 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작가의 말처럼 봉준호는 어떻게 나를 버스에 태웠을까?

 

 버스라는 표현 아주 맘에 든다. 이 버스 '인천 갑니다'하고 손님을 태워 '의정부'에 데려다주는 버스라면 한 번 타볼 만도 하다. 대학 친구들이 한 겨울에 술 마시고 지하철 막차로 행선지를 엇갈아 타고 종점까지 갔다. 잊지 못할 추억이 구경꾼인 나에게도 남았다.

 

  유일하게 사람만이 난 저기로 갈 거야 말하고 반대로 간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화도 나지만 세상이 심심하지 않다. 내 삶을 돌아봐도 저기로 가야지 하고 가보면 내가 생각하던 것이 아니고, 가던 길에서 미끄러지거나 굴러서 다른 길에 들어섰는데 꽤 맘에 드는 길을 찾기도 했다. 그런 인생을 표현한다고 보면 꽤 인간적이다. 

 

 

 나는 영화를 작가이자 평론가처럼 분석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분석적, 심미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을 극복할 생각이 없다. 괴물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보고 재미있었다. 생각지도 않게 VOD로 본 마더는 잘 이해되지만 따뜻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지은 부모나 자식을 대하는 인간의 이성적 감성적 태도에 대한 갈등이 없다. 단호가 결정만이 존재한다. 설국열차는 궁금했다. 스토리는 다르지만 매트릭스가 그리는 세상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세상의 구조, 세상은 아름다움과 추함이 함께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의 가치를 더 느낀다. 세상은 원래 그러했고, 그러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생충도 호평보다는 호기심 때문이고 나는 설국열차의 끈이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넓게 볼 것인가 깊게 볼 것인가의 차이가 아닐까?

 

 이 책과 같은 분석적인 측면이 영화의 맛을 더 하는 것은 사실이다. 양념 안에 어떤 재료가 어떻게 만들어 어떤 비율로 조합해야 하는지 그 각각의 맛이 주는 감각을 음미하는 것은 아마추어에게도 좋은 이야기 꺼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내겐 그 양념을 왜 만들고, 어디에 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님 맛있던가? 재미있던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영화, 눈으로 보고 머리로 분석하는 영화 그런 시각적, 감각적 커뮤니케이션을 감독과 한다. 감독의 눈에 보인 세상과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을 영화란 도구를 통해서 소통한다. 배우는 다시 매개체가 되어 극적인 효과를 돕는다. 그런 점 아주 화려하고 다차원적인 언어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이게 잘 되면 인기가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살인의추억 #봉준호의영화언어 #리뷰어클럽 #khori

 

Yes24 리뷰어클레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k***i 2021.03.27.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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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에 들어간 것들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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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책 리뷰입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영화 관련 책입니다. 몇몇 영화에 관해서는 정말 자세한 책이 나와 있고, 저는 그 책들 역시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그럴 거라고 기대 해서 읽기 시작한 케이스이고 말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저는 전기 시절이라고 부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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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책 리뷰입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영화 관련 책입니다. 몇몇 영화에 관해서는 정말 자세한 책이 나와 있고, 저는 그 책들 역시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그럴 거라고 기대 해서 읽기 시작한 케이스이고 말입니다.

 

 그럼 리뷰 시작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저는 전기 시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들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묘하게 괴물 이후로는 장르적인 면과 작은 면들에 관해서 혼합을 하면서, 어딘가 타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생중이 가장 대표적인 예로, 그 타협이 거의 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를 볼 때는 정말 대단하고 매력적인 좋은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다시 한 번 볼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 있는 영화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독특한 면은 사실 설국열차때에도 좀 보인 편이고, 그 전으로 내려갈 수록 오히려 해당 문제가 좀 옅어지는 편입니다. 덕분에 딱 마더가 제게는 일종의 기점으로 작용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 나온 괴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 라는 작품을 너무 좋아하고, 다시 찾아 보는 일도 정말 많지만, 정작 이후로 넘어가게 되면 작품성도 좋고 다 좋은데, 정작 영화를 정말 다시 보고 싶냐고 하면 그 생각이 안 드는 겁니다. 아무래도 스타일의 발전에 관해서 제가 거부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이런 문제에 관해서 오히려 감독은 설명을 점점 덜 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고, 이 문제로 인해서 오히려 저는 외부 해석을 더 많이 찾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역시 그 외부의 해석이라고 말 할 수 있죠.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 해야 하는 것은 왜 영화의 해석이 필요한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 봉준호 영화는 워낙에 많은 디테일이 차 있는 상황이고, 그 다양한 디테일을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 해야 할 것은, 과연 작품을 과연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영화의 제작기를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누군가 다른 사람의 해석을 굳이 들여다봐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 상황에 관해서 개인적으로는 그 해석을 나름대로 들여다 보는 것이 항상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특정 작품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입니다. 상징과 비유가 많은 작품일수록 이런 가이드가 좀 더 유용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시겠으면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인 님포매니악 시리즈와 살인마 잭의 집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감을 잡으실 겁니다. 그만큼 해석이 복잡한 감독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영화는 그렇게 어려운 경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의외로 가볍게 다가오는 지점들도 있고, 현대 사회의 부조리에 관해서 알고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좀 더 접근이 쉬운 경우도 많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점들에서 보자면 오히려 디테일이 과연 감독의 세게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관해서 들여다보는 쪽이라고 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세계를 감독이 어떻게 채워가는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책이라고 말 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책에서는 영화를 챕터 단위로 이야기 합니다. 각 장면에 담긴 이야기를 주제로 해서, 다른 영화이지만 비슷하게 묶일 수 있는 이야기를 묶어가고 있습니다. 각각의 장면을 분석하고, 비슷한 주제로 묶어감으로 해서 책에 챕터에 맞는 이야기를 진행하고, 그 챕터에 맞는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감독의 세계의 큰 축들로 분류 해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감독이 영화를 무엇을 채워 나가는가에 관해서 영화를 분해해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통적인 분석 외에도, 서로의 차이를 보이는 지점들 역시 내세움으로 해서 감독의 변화 하는 지점에 관한 것들 역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러 사물들에 대한 지점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 괴물이 가져갔던 괴물에서 보여준 강렬한 디자인이 어떻게 변주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지점들에 관해서 매우 다양한 영화를 만들면서도, 동시에 봉준호 라는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하는지에 관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정표를 만들어주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 앞에는 봉준호가 어떻게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 역시 들어가 있습니다. 이 지점이 없었다고 한다면, 책에서 보여주는 분해의 방식에 관해서 아무래도 그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에는 어느 정도 작품을 이야기 하는 데에 순서가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 순서를 책 앞에서 미리 설명함으로 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혼란을 방지 하는 데에 성공을 거뒀으니 말입니다.

 

 봉준호라는 감독의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면 더 재미있고, 더 깊이가 있을 것인가에 관해서 나름대로 고민하여 이를 글로 풀어낸 책이라고 말 해야 할 듯 합니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말들로 채워져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마냥 재미있는 글로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해석의 깊이에 관해서 한 번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름의 해석으로 나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d********h 2021.03.2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이상용의 『봉준호의 영화 언어』 난다- 영화광은 아니지만 영화 비평집광은 될지 모른다
"[서평] 이상용의 『봉준호의 영화 언어』 난다- 영화광은 아니지만 영화 비평집광은 될지 모른다" 내용보기
『봉준호의 영화 언어(난다, 2021, 312쪽 분량)』는 영화 평론가 이상용의 봉준호 감독 영화 비평집이다. 책의 제목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수상 인터뷰 중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다.”(p.8)라는 감독의 말에서 취했다. 영화라는 언어로 한국은 물론 세계와 공명하는 동시대 감독의 작품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일은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만, 채로 거르고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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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영화 언어(난다, 2021, 312쪽 분량)』는 영화 평론가 이상용의 봉준호 감독 영화 비평집이다. 책의 제목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수상 인터뷰 중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 그 언어는 영화다.”(p.8)라는 감독의 말에서 취했다. 영화라는 언어로 한국은 물론 세계와 공명하는 동시대 감독의 작품을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일은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만, 채로 거르고 각을 맞춰 정련한 또 다른 언어로 살펴보는 일은 기대했던 것보다 근사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영화광은 아닌데 자칫 영화 비평집광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생겼다. 이상용은 1997년 『씨네21』 2회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영화 비평을 시작했다. 첫 번째 영화 평론집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2008), 특별 프로그램인 부산 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를 묶은 『안나 카리나』(2010) 등을 썼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는 1993년 <백색인>부터 2019년 <기생충>까지 7개 장편과 5개의 단편영화 전작을 담고 있다. 챕터1 “짧은 연대기”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아우르는 현재의 봉준호 감독이 되기까지의 주요 작품과 삶을 스케치한다.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상영되었던 <괴물>의 프랑스 잡지 인터뷰 제목이 “삑사리의 예술”(p.28)이었으며, 잡지 필진은 “삑사리”가 의미하는 아이러니와 유머를 봉준호 영화의 핵심으로 본다. 챕터2 “부치지 않은 편지”는 <기생충>의 마지막에 모스부호로 편지를 쓰는 아버지 기택과 답장으로 “근본적인 계획”(p.39)을 전하는 아들 기우를 소환한다. 과연 기우의 편지는 누가 수신인인가를 물으며 애드거 앨런 포의 단편 <도둑맞은 편지>, 이를 둘러싼 유명한 분석인 라캉의 <“도둑맞은 편지”에 관한 세미나>, 슬라보예 지젝의 분석 중 대타자 개념까지 전개한다. “대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다.”(p.45)라며 봉준호 영화는 자주 관객에게 시선을 던져왔음을 밝힌다. 일종의 권력인 대타자가 된 관객은 봉준호의 편지를 잘 읽어내야 하는데 이 책이 그 작업의 일부가 된다. 

 

챕터3 “추격하는 세계”는 봉준호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추격전에 초점을 맞춘다. 목표가 분명한 게 추격전인데 그의 영화는 예정된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고 관객은 이를 오히려 반긴다는게 주목을 끈다. “추격의 대상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현실이거나 현실이 담긴 심연”(p.62)이기에 관객은 다시 대타자로서 편지의 수신인이 된다. 또한 쫓는 자의 위기에 대해 니체의 저작을 인용하는데, 괴물을 추격하다 스스로 괴물로 변할 수 있음은 분명 경계할 지점이다. 챕터4는 괴물을 직접 조명한다. 한국 영화에서 괴물 캐릭터의 변천사에 이어 봉준호 영화에서 보이는 현실적인 괴물이 지닌 평범함을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연결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괴물은 목격담 속에, 소문 속에, 미디어 속에서 일그러진 채 현실을 지배한다. 그 효과 자체가 괴물이다.”(p.94)라며 무지와 오인, 맹목성에서 벗어나 어둠을 응시할 것을 제안한다. 

 

챕터5, “보는 것의 변증법”에서는 봉준호의 인물을 가르는 기준인 보는 자와 보지 못하는 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괴물>에서 강두는 잠이 많고 우둔한 캐릭터에서 보는 자로, 이에 더해 “끊임없이 보는 자”로, 다시 “깨어 있는 자”(p.121)로, 종국에는 “눈을 치켜뜬 파수꾼”(p.122)으로 바뀐다. <훔쳐보는 것>편에 등장하는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시옹” 개념은 눈에 띈다. 불쾌함과 매혹이 뒤엉킨, 더러운 동시에 자신(인간)으로부터 나온 것들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는 논리는 또 하나의 관점을 형성한다. 저자는 <설국열차>의 단백질 블록부터 다양한 아브젝시옹의 예를 손꼽는데 단연 <기생충>에서 정점을 이룬다. 챕터6 “헤테로토피아에서”는 유토피아와 대립되는 새로운 용어 헤테로토피아를 소개한다.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에 처음 등장하여 보르헤스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언어이건 공간이건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와해”(p.153)시키는 헤테로토피아는 독자를 각성시킨다. 봉준호 영화에서 변주될 때 특히 지하실이라는 장소가 헤테로토피아에 해당한다. 챕터7에서는 이야기의 기능과 효과를 영화를 통해 살피고, 봉준호표 가족멜로드라마를 환기시킨다. 챕터 8 “사물들, 기호들” 중에서 “골뱅이와 황금 돼지”에 나오는 “유사”와 “상사”의 비교, “상사”의 적극적 표현 방식 중 하나인 “패러디”(p.219)가 특히 흥미롭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봉준호 영화 전작을 보았어야 되는 게 아닐까를 염려했는데 다행히도 언급되는 장편은 다 관람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지 못했더라도 읽기는 가능하겠다. 그럴 경우 아마도 영화 비평서보다는 인문학으로 읽히겠지만 친절하게도 챕터10에 작품 리스트를 실었다. 영화 내용을 설명하는데 요약이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는 요약의 진수를 배우는 건 덤이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는 스크린 위에 흐르고 지나가는 영상을 활자로 붙잡아 전해주는 감사한 책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 나오면서부터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하는 영화라는 예술 종합선물세트를 그 시간을 아꼈던 관객이 놓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매듭지어준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이 하나의 주제로 헤쳐 모일 때마다 비밀을 이해한 듯 뿌듯함이 차오른다. 영화의 그 장면, 배우의 그때 표정, 아슬아슬했던 긴장과 엉망진창인 사태, 삑사리로 인한 급작스런 웃음이 교차하며 과거의 시간이 지금 이 순간으로 한꺼번에 넘어온다. 또 다른 영화들 특히 히치콕 작품과의 비교도 다시금 감상하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 풍성한 인용이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늘리는 부담보다는 너무나 궁금하다는 설렘으로 기운다. 봉준호의 영화는 사소한,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집중한다는, 그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최소”에 있다는, 도착하려는 목적지가 정복하다 또는 굳게 서다가 아니라 “흔들린다.”(p.263)라는 발견이 기쁘다. 우리 영화사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고 사회의 현주소, 삶의 진면목을 응시하는 일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 <무제>가 책의 표지에서 강렬하다. 압도하는 블랙 밑에서 붉은 생명이 눌리지 않기를 바란다. 푹신한 솜뭉치 그 뽀얀 완충제가 넉넉해야 가능할 것이다. 2023년 마지막 책이고 마지막 서평이다. 몇 해 전 김민영 선생님의 추천으로 계속 읽고 싶던 책을 비로소 읽었다. 이어서 도서관 동아리의 토론도서로 추천하였기에 논제를 만들어볼 차례다. 이 탁월한 비평서를 권한다. 일회독으로는 아쉽고, 여러 번 읽는다면 더 많은 것을 내어줄 책이다. 

 

책 속에서>


봉준호 영화의 시각적 변증법은 대립하는 두 세계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둠으로써 일어나는 착시 효과인 동시에 각성을 일으키는 비전이 된다. 그 시각적 형상은 입체파의 그림처럼 완전히 왜곡되어 있지는 않을지라도, 현실을 비틀어 그 틈새로 들여다보게 하는 인식의 공간을 만들어낸다.(p.147)

“흔들린다.” 그것이 봉준호의 영화가 도착하려는 최종 목적지다.(p.263)


 
 


k*******n 2024.03.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글이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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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이상용 평론가께서 강의를 하셨는데, 당시엔 저학년이라 듣지 못했다. 이후에는 내가 학교를 옮기게 되면서 아쉽게 강의 들을 기회는 없어졌다. 그 후 시간이 지나 한 감독의 영화 세계를 구심점으로 엮인 책으로 만나게 됐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 기존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온 부분과 더불어 이상용 평론가의 관점에서 확장된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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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이상용 평론가께서 강의를 하셨는데, 당시엔 저학년이라 듣지 못했다. 이후에는 내가 학교를 옮기게 되면서 아쉽게 강의 들을 기회는 없어졌다. 그 후 시간이 지나 한 감독의 영화 세계를 구심점으로 엮인 책으로 만나게 됐다. 『봉준호의 영화 언어』. 기존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온 부분과 더불어 이상용 평론가의 관점에서 확장된 얘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유사와 상사, 상사성의 전략을 연상적 작용으로 연결한 부분이 어렵지 않게 전달됐다고 생각하고, 헤테로토피아와 관련한 얘기들을 봉준호 감독의 근작이 지닌 지점들로 연장시킨 것이 의미 있었다. 많은 수의 인덱스 스티커가 흥미로운 부분들을 대변해 준다.

 

책에서 니체의 문장을 인용하여 괴물의 추격자가 괴물과 흡사한 속성으로 인해 자기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마더>의 엄마와 <기생충>의 기택을 예시로 든다.) 그러면서 “쫓는 자의 위기는 이러한 심연을 발견하는 순간”이라고 하는데, ‘쫓는 자의 위기’를 바라보는 나와 이상용 평론가의 방향이 조금 달랐다.

 

쫓는 자의 괴물 같은 내면을 발견하는 것은 순간이 가져다주는 위기라기보다 징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해당 글의 앞선 챕터에서는 대타자(지젝?라캉 논의에서의 대타자. 윤리적 믿음 등의 상징적 효력)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이 논의를 끌고 오자면) 인물들이 잊고 있던 대타자에 대한 인식이 위에 얘기한 ‘순간’에 말 그대로 출현했을 뿐, 위기는 영화의 어느 시점 이후 계속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쫓는 자의 위기가 표면에 드러나는 순간 이미 영화 속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라거나 혹은 서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한다는 해석이 더 온당하지 않을까. 위기는 한 지점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잠복해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 속 인물에게도 마찬가지고 영화 밖 일종의 대타자인 관객의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마 책의 특성상 모든 부분을 상세하게 적어내기는 어려웠으리라 본다.

 

일관된 목소리로 한 감독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항상 경외롭다. 보는 것만큼이나 글을 통해 접근해도 재밌는 것이 영화다.

 

“집을 나온 자만이 언젠가는 새로운 식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흔들리는 집의 위기 속에 목적을 향하는 빛이 있고, 찾는 자의 클로즈업이 있으며, 허망하게 부서지는 이미지와 죽음이 있다. 봉준호의 영화는 그 모든 것을 무릅쓰고 흔들리는 이미지를 이어간다. 이미지의 불꽃놀이가 끝날 때 관객들은 <흔들리는 도쿄>의 마지막 대사처럼 비로소 말하게 될 것이다. ‘흔들린다.’ 그것이 봉준호의 영화가 도착하려는 최종 목적지다.”_p.263

YES마니아 : 플래티넘 b*****4 2021.03.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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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언어를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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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의 책을 좋아하면 전작을 찾아 읽어 보는 편인데, 영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넘사벽이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렇다. 그의 영화 중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을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평범한 삶 속에 숨겨진 사회적 메세지가 돋보였기에 봤던 그의 모든 영화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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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의 책을 좋아하면 전작을 찾아 읽어 보는 편인데, 영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넘사벽이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렇다. 그의 영화 중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을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평범한 삶 속에 숨겨진 사회적 메세지가 돋보였기에 봤던 그의 모든 영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개봉되면 별점은 몇 개인지 한줄평은 무엇인지 찾아보곤 하는데, 공신력 있는 영화평론가들의 별점과 한줄평에 나는 꽤 무게를 두는 편이다. 그들의 스포 없는, 비평에 나는 신뢰를 하고, 영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봉준호 한 명의 감독에 대한 비평글을 한 권의 책으로 보게 된다는 건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아닌 봉준호 감독이라니. 그의 연대기, 작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이상용 영화평론가의 『봉준호의 영화 언어』는 총11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여러 편 봤기 때문에 스포가 있어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있었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어려운 지점이 있을 것이다. 나는 <플란다스의 개>를 보지 않았었는데, 이책 덕분에 내용을 알게 되었다. 조만간 이 영화를 다운 받아 볼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을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어졌다. 저자의 글로 인해 '봉준호 감독 영화의 이해'라는 교양 과목을 한 한기 수강한 기분이었다.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에서 왜 박두만(송강호)이 관객을 응시했는지, <기생충>의 기우(최우식)와 기택(송강호) 편지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괴물>에는 히어로가 아닌, 한심한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 그리고 괴물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 장면에 사이드미러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국열차>에서 요나(고아성)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마더>에서 '마더'는 과연 어떤 의미의 누구였는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의 지점으로 데려다주었다. 읽는 내내 영화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놓쳤었던 의미들에 대해 행간이 추가되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그 동안 본 영화들, 제대로 본 것이 맞나? 앞으로 영화를 어떻게 보고 이해하면 좋을지 기준을 알려 준 책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이야기 속에 상반되거나 길을 잃게 만드는 이야기를 왜 삽입해놓았는지 이제서야 안 나로서는 그야말로 앎의 지평을 넓혀 준 책이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 본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연'과 마주하게 되면 더없이 좋으리라.

책표지에 들어간 마크 로스코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 속 초현실성을 반영해주는 추상화 같아 빼놓지 않고 보게 된 작품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p32
s*****4 2021.03.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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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봉준호의 영화 언어 _ 이상용 작가
"[책 리뷰] 봉준호의 영화 언어 _ 이상용 작가" 내용보기
봉.준.호! 2020년 지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름이죠? 작년 연말쯤으로 기억합니다.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전해지고 우리네 식탁에 오르내리던 '짜파구리'가 '람동(ramdong)'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던 그즈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추천도서로 접했던 책이 있어요. 바로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님이시라는 박태원 작가의 '천변풍경'입니다. 단지 유
"[책 리뷰] 봉준호의 영화 언어 _ 이상용 작가" 내용보기


 

봉.준.호!

2020년 지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름이죠? 작년 연말쯤으로 기억합니다.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전해지고 우리네 식탁에 오르내리던 '짜파구리'가 '람동(ramdong)'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던 그즈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추천도서로 접했던 책이 있어요.

바로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님이시라는 박태원 작가의 '천변풍경'입니다.

단지 유명한 사람과의 연결고리 때문에 추천된 책이었지만 한국 모더니즘 소설, 혹은 세태소설의 걸작으로 꼽힌다는 소개 글을 보고 주문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 서울의 파노라마식 풍경화, 식민지라는 파행적 상황에서 기형적으로 실현되던 근대화의 양상을 기층 민중의 생활에 초점을 맞춰 본격적으로 포착해낸 작품이라는 설명을 100 퍼센트 이해할 수 없었던 느낌 그대로 처음 보는 단어들과 문맥을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을 쏟아내는 이 책이 그렇게도 어려울 수 없었어요. 때문에 청계천 빨래터에 모인 아낙네들의 이야기를 겨우겨우 읽어내고 그대로 덮어두었는데요.

박태원 작가님이 한국전쟁 당시 월북을 한 탓에 외조부 이야기를 집에서 들을 일은 거의 없었다고 했지만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함께 있는 박태원의 세계는 간접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관심사와도 연결된다.(P.14)'는 문장을 보면서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아, 이 책도 어렵겠구나.'

그런 선입견 때문이었을까요? 읽는 일이 점점 숙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을 생각보다 많이 못 봤더라고요. ㅠㅠ

그런 제게 이상용 작가님은 영화평론가로 오랜 세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살았던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기생충, 옥자, 설국열차, 마더, 흔들리는 도로, 괴물, 싱크 & 라이즈, 인플루엔자,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 지리멸렬, 백색인.

책 표지에 이 영화 제목들이 나열되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영화는 다 보고 이 책을 펼쳐라."라는 경고 문구로 보였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극장에서 본 영화는 기생충괴물, TV로 봤던 살인의 추억, 집에서 보다가 잠들었던 설국열차까지 그래도 꼭 봐야 하는 건 봤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면 볼수록 영화가 궁금해서 미치겠더라고요. 바로 영화를 보러 갈 수는 없으니 영화 소개하는 채널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줄거리와 결말을 정리해 놓은 블로거들의 글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말고 영화 예고편과 하이라이트를 찾아보며 늦은 새벽까지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던 책입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는 봉준호 학사(?)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이제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장면 연출기법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가 뭔지 고민하게 될 것이고, 추격전을 지탱하는 대결 구도를 찾게 될 것이며, 장례식장이나 살인 현장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통해 리얼리즘의 정교한 그림을 찾게 될 것 같거든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나라는 관객은 봉준호 감독이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면서 이끌어간 엉뚱한 종착역에 내렸을 때 "이게 뭐지?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 하는 막연한 질문을 던졌었다면 이제 그의 버스를 타도 예상한 목적지와 다른 심연을 마주한 채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곳에 내려질 것을 예측하고 마지막 자리를 채우는 관객의 몫을 조금은 더 충실하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이 책의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는 [chapter 10. 작품 리스트_ p.265~]를 먼저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었다면 조금은 더 쉽게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죠.

 

참고로 문학동네 카페에서 소개한 책 이야기도 공유합니다.

https://cafe.naver.com/mhdn/173681

 

a******o 2021.03.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