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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는 없는 세상이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언제나 당차고 정의로운 주인공과 언제나 믿을만한 동료,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간단한 규칙이 지켜지는 곳. 언제나 승리하는 주인공. 어릴 때는 그런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 희망을 되찾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다정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는 너무 공허하고 쓸쓸하게 느껴지고, 솔직한 글을 읽을 때 짜릿함을 얻는다. 이 책이 나에게 그랬다. 주변에서 본 듯한 등장인물들, 한 번쯤 겪어본 것 같은 일들.. 그런 것들에 작가님의 관찰력과 섬세함을 더하니 읽는 내내 짜릿했다. <반복의 존재>는 12편의 짧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안사람들>, <은희와 경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담론만 나눌뿐 실행은 하지않는 희진, 기훈, 성진. 나아가는 은희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선. 나도 그들과 같은 몽상가는 아닐까... 나는 은희일까 경선이일까... ( <다이렉트>와 <세이브 앤 리셋>은 주인공이 욕하는 타이밍에 나도 모르게 같이 욕을 뱉어서 웃었다. 태정 씨 병운 씨 너무 싫어)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한 분 더 생겼다. 작가님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작년에 보고 친해졌나 보네? 작업 모임도 하고" "그냥... 술 마시고 노는 모임이죠 뭐" "그거 뭔지 알아. 쟤네도 몽상가들이구나? 희진이 쟤가 이사벨, 저 옆에 쟤 남자친구가 테오, 저 어린 남자애가 매튜인건가?" 미온수. '온'이 아니라 '미'... 은희는 경선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경선에게 '온'보다 '미'였던 것들을 짐작해봤다. 영운의 앞날보다 영운이 경선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학교를 출석하는 것보다 결석했을 때 오는 쾌감. 은희는 아득했다. 경선을 이해할 수 없었고, 경선을 이해할 수 없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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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 첫<짧은 소설 모음집>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상당 부분 담겨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실감 있는 내용들로 가득해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었다. 12편 모두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씁쓸한 우리 현실을 담기도 했고, 섬뜩한 예언을 담은 것도 같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세계로 잠시 여행을 떠난 기분도 든다. 소설만의 매력이 진하게 배어 있다.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각 소설마다 완성도도 높고 단편 드라마를 보는 듯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져서 좋았다.앞으로 나올 <짧은 소설 모음집> 관심 갖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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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런류의 소설책을 읽은 것 같다. 치열하고 열심히 연애하던 20대 생각도 났고, 나이가 들며 쳐해진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들 생각도 났고, 가족 관계, 어쨌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다더니, 개연성 넘치는 내용들이라 몰입감이 굉장하다. 아마 지금 어딘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다. 「다이렉트」나 「안사람들」을 보며 '요새(?)애들은 이렇구나?' 는 생각이 들며 새삼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기도 했고, 「은희와 경선」은 읽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정확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비슷한 일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참... 지금 생각해도 착찹하기도 하고 그랬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은 고구마 천만개 먹은 듯한 내용에 읽으면서도 세상 속이 터졌는데, 의외로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꽤나 있다는 게 참 의아하기도, 내 주변엔 없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개연성의 정점은 「스물두 번째 절기」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그렇고 내 친구도 그렇고 진짜정말리얼 이런 끔찍한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전남친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같은 날 연락이 와서 사람을 개빡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친구와 하루는 "내 전남친들만 가입할 수 있는 '전남친 클럽' 같은게 있는거 아냐? 사람 빡치게 하려고 한 날 다 같이 연락을 하는거지!" 와 같은 말을 하며 낄낄댄 적이 있는데... 여튼 오랜만에 소름끼쳤다. 짧지만 완성도가 있어서, 한편의 단막극을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게다가 호흡이 짧아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잠깐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이런 단편 소설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나서 참 기쁘고 반가웠다. 벌써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