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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좋은 말을 꽃피운다..
"[53] 좋은 말을 꽃피운다.." 내용보기
[ 강물 ]                                      -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
"[53] 좋은 말을 꽃피운다.." 내용보기

[ 강물 ]        
                             -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 고정희

길을 가다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

 
                                  - 김남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싸락눈이

한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 봄비 ]

                         - 김억

봄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보슬보슬 고요도 합니다

 

마을 앞에 버들가지는

어린 움이 눈을 내입니다.

 

연못가의 개나리 가지엔

꽃봉오리가 떨어집니다.

 

봄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보슬보슬 고요도 합니다.

 

 

[ 운석처럼 ]

                     - 신석정

외로운 에는

자꾸만 별을 보았다.

 

더 외로운 밤에는

찬란한 유성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곱디곱게 타다간

그렇게 낭자하게 타다간

 

네 심장 가까운 곳에

운석처럼 묻히고 싶었다.


 

[ 기다림 ]

                 - 피천득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귓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를 기다렸다

 

[ 갈대 ]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참 좋은 말 ]

                                               -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  소/라/향/기  ...

s******8 2021.03.23. 신고 공감 1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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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시 한 잔 : 두 번째
"매일, 시 한 잔 : 두 번째" 내용보기
기다림 (곽재구) :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매일, 시 한 잔 : 두 번째" 내용보기

기다림 (곽재구) :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    

꽃차례 (장석남) : ··· ··· 조팝꽃이 지나가면 모란이 오지/ 자줏빛 옛이야기 같은 모란이 오지/ 이마 뜨거운 이 있을 거야/ 혼이라도 가슴 싸늘한 이 있을 거야/ 모란을 보면서 미워한 이가 있었거든/ 허나 모란은 일찍 지는 꽃/ 어느 아침 나는 서운히 서서/ 모란이 있던 허공 언저리를 더듬어보지 ··· ···    

강물 (천상병) :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 모래 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은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적경  (백석) : 신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오는 아츰/ 나어린 안해는 첫아들을 낳었다/ 人家 멀은 산중에/ 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컴컴한 부엌에서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 그 마을의 외따른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k****6 2021.08.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