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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프랑스 남부 한 작은 도시. 진 네베바라는 뒨학교의 객원교수가 자신의 보고서 작성을 도와줄 조수(학생)를 구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 명의 지원자 중 면접을 통해 뽑힌 비올렌이 진의 조수가 되어 일을 돕게 된다.
1일째, 2일째, 3일째.... 17일째 밤 각 장의 제목은 진과 비올렌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함께 일했던 날들을 의미하며 총 17일을 함께 지내며 일한다. 비올렌은 17일간 진의 일을 도우며 있었던 일들을 아주 자세하게 노트에 기록했고 그 기록을 화자가 되짚어가며 진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작품이 진행된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17일인 듯 하다.
작품에서의 화자가 누군지 쉽게 알 수 없는 것이 독특했다.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겨우 화자가 다른 등장인물(진, 비올렌)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밝혀지지만 화자의 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진과 비올렌이 함께 했던 기록들을 적은 노트를 읽은 화자가 그 당시 일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으로 진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비올렌이 적은 노트이기 때문에 마치 비올렌이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어린 화자가 비올렌과 함께 했던 회상과 경험들이 덧붙여지고 후반부에는 화자가 직접 진과 만나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성이 복잡하게 느껴지고 때론 헷갈리기도 한다.
신문재벌가 상속녀인 퍼트리샤 허스트가 SLA(공생해방군)에게 납치된 사건이 74년 2월 4일 발생한다. 사건 이후 피해자인 퍼트리샤는 이상한 행보를 보이는데, 바로 가해자인 SLA와 뜻을 같이하며 샌프란시스코의 한 은행을 함께 습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국을 통해 자신이 SLA의 일원이 되었고 부모와 약혼자에게 심한 욕을 하는 등 충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훗날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 동조하는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곤 한다. 74년 9월 결국 퍼트리샤는 FBI에게 체포되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작품 중 진이 작성하는 보고서는 재판에 회부된 퍼트리샤측 변호사가 그녀의 무죄를 입증할 자료로 쓰일 예정이었다. 진과 비올렌은 많은 양의 신문보도자료, 방송자료, 퍼트리샤의 녹음테잎, 증언 등을 토대로 그녀가 어떤 이유로 SLA에 동조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면서 보고서를 작성한다.
퍼트리샤 변호사측은 그녀가 SLA의 협박, 강압, 세뇌에 의해 SLA에 가담하고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음을, 그녀는 희생자일 뿐이고 SLA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과 비올렌이 검토한 후 내린 결론은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고 보고서는 결국 재판에 사용되지 못하게 된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로 친절한 작품은 아닌데 복잡한 이야기 구성이나 모호한 시점(화자)도 그렇지만...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렇다.
언뜻보면 이 작품은 실존인물인 퍼트리샤 허스트와 그녀가 벌인 사건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이 작품의 주제 같아 보이지만... 그 사건과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사건에 대한 내막이나 비밀보다는 사회나 가족 내에서 딸들(여성)이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 또 그런 환경속에서 여성들은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 틀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퍼트리샤 허스트는 단지 한가지 사례일 뿐인 것이다.
처음으로 기존의 사회적 관습이나 혈연적 관계를 타파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논란이 되고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면 그것은 또다른 사회적 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 네베바라는 인물은 대학교수이지만 급진적인 발언 때문에 학교에서 해고 당하기도 하지만 그의 글들은 계속해서 살아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낸다. 진과 만났던 비올렌도 진을 통해서 변화하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은 부모들에 의해 규정된 삶이었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화자 또한 5살 어린시절, 공부방 혹은 보육선생님으로 비올렌을 만나게 되고 진에 의해 변화된 비올렌을 통해 화자도 변화하게 된다. 이렇게 변화는 한 순간이 아닌 세대를 이어 서서히 전달되고 변화하게 된다. 내가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이 Mercy, Mary, Patty 인데 작 중에 진이 보고서 작성 후인 1977년도에 낸 책의 제목과 같다. 그 책은 머시, 메리, 패티라는 세 여자의 감금 혹은 납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언급된 세 여자 모두 실존 인물이다.) 작 중의 머시, 메리, 패티라는 책과 이 작품의 제목이 같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고 두 작품 모두 세 여자가 등장한다는 것도 재밌다. 어쩌면 작 중 머시, 메리, 패티를 쓴 진 네베바가 작가 자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진, 비올렌, 화자)이나 그들이 직접 겪은 일들은 허구지만 그 외의 사건들이나 인물들은 모두 실존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언급되는 내용들이 정말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검색을 해봤는데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고 실존했던 사람들이었다. 퍼트리샤 허스트에 관계된 사건들도 모두 사실적인 내용들이었다.
읽다보면 소설보다는 다큐멘터리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사실적이고 담담한 문체 속에 뜨거운 열정이 담겨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상적인 구절...
저는 학교에서 ‘무대의 이면’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는데,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프랑스어 교사 앞에서 이 재벌 상속자의 누에고치처럼 폐쇄적이었던 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지요. 또 퍼트리샤가 전향을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몇 가지 뿌리 깊은 신화를 종식시켰는지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아니, 부모는 자기 자식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자식이 부모가 마련해놓은 정체성을 거부하고 다른 정체성을 가지려 하면 부모는 자식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아니, 경찰들은 우리를 구해주려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퍼트리샤가 안에 있을 수도 있는 집을 향해 아무 망설임 없이 기관총을 난사했지요.
저는 친구들이 저를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퍼트리샤가 보낸 메시지를 발췌해서 읽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항의가 쏟아지더군요.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 백만장자 아가씨 퍼트리샤가 세상을 바꾸겠다며 한 일이 도대체 뭐지? 무장강도? 저는 제 나름의 논거를 내세웠습니다.
그럼 너희들은 너희들이 가게 될 길을 가로막을지도 모르는 것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조심스럽게 서 있는 것 말고 한 게 뭐야? 저는 20점 만점에 겨우 5점을 맞았습니다. “주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저는 그 같은 혈연관계 사이의 고립에 경악했어요. 마치 이제서야 그걸 의식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에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었죠. 그게 싫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게 주어진 이름도 싫었습니다.
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라고 교육받았지요. 문제 제기 같은 건 하지 말고 어떤 지위라든가 일자리, 가정같이 자기가 실제로는 원하지 않는 것을 얻었다며 기뻐하는 어린 병사가 되라고 교육받은 것입니다. 저는 제 부모님의 신중한 삶을, 그들의 비겁함을 혐오했어요.
그들이 노숙인에게 동전 한 닢 던져줄 때의 그 인색한 호의를, 그들이 ‘우린 헛된 꿈 같은 건 일절 꾸지 않아’라고 뻐기듯 말할 때의 그 (씩씩한 기상으로 위장된) 씁쓸한 체념을 혐오했어요. 저는 더 이상 지금의 나로 남아 있지 않을 거예요.
어떤 사람들이 전향이라고 부르거나 갑작스러운 변화로 간주하는 것은 전향이나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마치 사진을 만들 때처럼 느리게 이루어지는 현상 과정입니다. (타니아)퍼트리샤 허스트
비올렌은 심문 중에 퍼트리샤가 왜 기회가 있었는데도 도망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뭐라고 대답했는지를 알고 있었을까요?
“제가 도망쳐서 어디로 간단 말인가요?” 이것은 어른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 대답이었습니다. SLA를 떠나 누구에게로, 무엇을 위해 간단 말인가요?
미친 듯이 화가 나 있어서 퍼트리샤를 죽일지도 모르는 경찰의 팔에 자신을 내던진단 말인가요? 그녀를 어린애 취급하고 성관계를 원할 때마다 응할 것을 요구한 약혼자에게 돌아간단 말인가요?
아니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에만 관심을 갖는 부모에게 돌아간단 말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대저택으로, 로스앤젤레스 방송에 나와 그녀가 산 채로 불에 타 죽지 않아서 실망했다고 말하는 유모에게 돌아간단 말인가요?
퍼트리샤는 돌아갈 곳이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모든 남성과 여성이 항상 안전하게 먹고 치료받고 거주하고 교육받고 옷 입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는 SLA에게 어떻게 매혹당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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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저/이재형 역)는 퍼트리샤 허스트의 1974년 2월 4일 일어난 납치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진 네베바는 비올렌이 대학생들의 시위를 폭력적이라고 말하자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잡지만 그와중에 계속 담배를 뻑뻑 피워 자기가 생각하는 잘못은 잘만 지적하면서 남에게 자기가 끼치는 피해는 생각도 안하는군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