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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태주 시인은 일전에 [그토록 붉은 사랑]이란 책으로 만난 적이 있다. 시집인줄 알았는데 산문집이었던 그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 첫 번째로 쓴 책이 있다하여 찾아 읽은 책이 [이 미친 그리움]이란 책이었다. 헌데 이 책을 본 순간 그 사실을 깜박했었다. 그렇다고 기억했다면 이 책을 건너띄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이 [이 미친 그리움]이란 책에 새로 쓴 그리움에 관한 글들을 추가하고, 기존의 낡은 글들을 대폭 수선한 책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좋은 글이라면 두 번, 세 번 읽어도 상관없지 하는 생각에 읽기를 계속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전에 읽었던 책과 비교해보았다. 그대로 실려 있는 글도 있지만 저자의 말 마냥 빠진 글들도 많았다. 그리움에 미쳐 산 지 오래된 만큼 그리움의 문장들을 꽤 많이 수집했다고 했는데,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아마 더 많은 문장들을 수집해서 일게다. 그럼에도 나 역시 [이 미친 그리움]을 읽고서 쓴 글을 수선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오래전에 쓴 독후기를 읽어보았다.
['이 미친 그리움이 그대에게 닿아 멎기를, 역류하기를' (프롤로그) 바란다는 그의 시작 글이 심상치가 않다. 그냥 그곳에 멎기만 해도 좋을텐데, 역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리기만 하다. 얼마나 그리웠길래, 그럼에도 이런 그리움을 가지길 바랬을까? 그 글을 쓰면서 시인의 가슴에 불었을 그리움이란 바람이 어떤 것인지를 알 것도 같다.
1부, '외롭고 그립고 아픈 짓'의 주제는 당연하게도 그리움이다. '그리움과 그림과 글이 같은 어미의 자녀들이라고 들었다. 동사 '긁다'가 그들의 어미라고 했다. 종이에든 동판에든 긁어 새기는 것이 글과 그림이 되었고, 심장이나 마음에 긁어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단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둘 다 대상에 대한 부재와 연민에서 비롯된 행위. 눈앞에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그림으로 표출되고 시로 읊어지는 것.' 그림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움이 시로 읊어 지는 것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뜬금없이 이 계절에 시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날씨가 하수상하다 보니 대문 앞 은행나무의 잎들이 더러는 노랗게 물들어가면서, 더러는 아직 새파란데도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바람에 날려 마당으로 떨어지는 은행잎들을 바라보면서 그리움의 끝은 과연 어디인지를 생각해 본다. 외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리워지고, 그립다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아파오는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이 미친 그리움'인지도 모르겠다.
2부 '남자로 산다는 것'은 그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알려준다. 저자가 누군지는 잊어버렸지만 언젠가 '남자가 마시는 술의 절반은 눈물이다'(?)라는 산문집을 읽은 적이 있다. 한집안에서 남자로 태어난다는 것, 더군다나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그래서 술잔에 눈물을 섞어 마실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이다. '세상의 많은 아들들은 어머니가 자식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의 만분의 일도 어머니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이 남자가 살아가면서 흘리는 모든 눈물의 근원일 것이다.' 시인이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듯 나 역시 부모와 누이들과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되어있다. 3부와 4부, 그리고 5부에서 시인은 자신의 일상사에 대하여 쓰고 있다. 가슴을 애틋하게 만들던 그리움이 급작스레 어디론가 사라진다. 시인은 바람이 부니 명랑하자고 말하지만 가슴을 시리게 하던 그리움이 갑자기 명랑으로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시 몇 편이 더 좋았을 것이란 부질없는 생각이 들 뿐이다.]
기존의 글들을 대폭 수선했다는 이 책 [그리움의 문장들]은 4부로 되어있다. 1부 ‘바닷가 우체국’에서 내가 길어 올린 그리움의 문장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없는 것들에 대한 열망과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연민이다.’(22쪽)이었고, 2부 '그리운 이름'에서는 ‘세상의 많은 아들은 어머니가 자식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의 만분의 일도 어머니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이 자식들이 살아가면서 흘리는 눈물의 근원일 것이다.’(74쪽)이었다. 신기하게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서 마음에 담았던 문장과 지금 새롭게 읽으면서 마음에 담은 문장들이 같다.
3부, 4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쓰고 있지만 전작과 달리 그리움의 문장들은 이어진다. 새롭게 추가된 많은 글들에서도 ‘이 미친 그리움’이 그대로 다가온다. 1부와 2부에서 그리움의 내용을 중시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그 방향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문장 하나를 길어 올렸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리움의 내용이 아니라 그리움의 방향을 이해하는 거라고. 그리움의 방향을 이해하면 그리워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내 감정을 위해 봉사하던 충실한 그리움이 내가 아닌 상대방의 안녕과 축복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기도나 소망 같은, 그리움의 태도를 갖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한다.’(141-142쪽) 스산한 계절, 늦겨울인지 이른 봄인지 헷갈리는 이 시절에 나도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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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아지랭이다. 그리움은 피고 진 벚꽃이다. 그리움은 엄마냄새다. 그리움은 눈물이다. 나에게 그리움은 눈물이다. 그저 그리운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생각보다 눈물이 먼저 나온다. 이제는 만날 수 없어서, 다시는 볼 수 없어서, 보고싶다 말할 수 없어서, 만질 수 없어서 그리운 그 사람 '그래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그리워해 본 사람들은 안다.'(23p) 그리움, 그립다, 그리워요 라는 말들을 소리내어 말해보자. 입안 어딘가에서 맴도는 부드럽고 말랑한 ㄹ의 느낌. 마음까지 몽글몽글 해져서 내 마음이 아직 말랑하구나? 하는 느낌. 우리는 살면서 가끔 누군가를 무언가를 어딘가를 그리워해봤을거다.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이다.'(12p) [그리움의 문장들] 을 쓴 림태주라는 사람은 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움으로 꽉 찬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한 줄 한 줄, 한 장 한 장 그립지 않은 글이 없다. '그 사람에게서 푸르스름한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35p) 그의 전작 [이 미친 그리움] [그토록 붉은 사랑] [관계의 물리학] 역시 제목만 달랐지 촌스럽게 제목을 붙인다면 그리움의 모음집1. 2. 3 이라고 지어도 무방하다. 새로 지은 [그리움의 문장들] 은 그리움의 사전, 완결판, 총합본, 끝판왕 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온통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에필로그에 '그리움은 내가 해석한 문학이고 예술이다. 그리움은 나에게 우산이고 모자이고 문장이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삶의 화두가 있고 숙제가 있고 이유가 있다. 그리움이 나의 이유다. 내가 떠난 뒤에도 그리움이 남아서 나를 그리워 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은 내가 그리워해야 할 것들에 대하여 그리운 삶에 대하여 게으르지 않겠다. 내가 나를 몹시 그리워하는 수요일이 있듯이 당신에게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요일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뒤를 부탁할 그리움 하나가 인생에 있기를 바란다.' 라고 맺고 있다. 그의 일생, 그의 글, 그의 문장들은 모두 모아서 딱 한마디로 줄인다면 아마 "그리움"이라는 단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의 인생책이 될테고, 나에게도 인생책이 될 것이며, 아마 당신에게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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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을 보고 싶다면, 신이 내린 필력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다면, 이 책 이상의 정답은 없지 않을까.
작년, ‘관계의물리학’으로 이 분의 글을 처음 접했다. ‘사람이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가 있지?’ 매 페이지를 놀라움으로 삼켰다. 그냥 ‘잘 쓴다’는 말로는 모독이 될 것 같았다. 어휘력 짧은 내가 아는 단어들로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런 분의 글쓰기 수업이 사장학교에서 열린다는 공지에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신청했고 난 그의 제자가 되었다. 그의 글을, 그의 감성을 100분의 1이라도 닮아보려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열심히 글쓰기 연습을 하며 선생님의 다음 수업을 기다렸다. 그런데 긴 겨우내 선생님은 눈 속에, 산속에 묻혀 계셨다. 다음 책을 위해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기다림이 ‘그리움의문장들’이 되어 나왔다.
제일 마음에 드는 글을 꼽아보라면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모자라지만, 억지로 하나만 꼽아보자면 ‘우연과 운명’이다. 가슴에 쿵 하는 ‘우연’ 하나 담아두신 분이라면 분명 이 글이 ‘운명’으로 이어줄 것임을 믿는다.
아, 림태주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다면, 이 책과 ‘관계의물리학’ 을 한꺼번에 구매할 것을 권한다. 이 책만 샀다가는 어차피 하루도 안 되어 ‘관계의물리학’까지 주문하게 될 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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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꼭 나에게 했을 것만 같은 따스한 이야기들, 그리고 내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빼곡해서 좋았다. 림태주 시인의 글은 언제나 따뜻하고 울림이 있다. 따님의 바람처럼 시인은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혀지고 위로 받았음 좋겠다. 여러 권 구입하여 평소 고마운 이들에게 선물했더니 모두 이렇게 좋은 책을 권해줘서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그냥 그냥 모두가 위로받기 바라는 마음 뿐..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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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단어만으로 사람들은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릅니다. 슬픔, 눈물, 추억, 쓸쓸함, 과거, 사랑, 친구, 이별, 기쁨, 즐거움, 허기, 목마름, 죽음... 사실 수 많은 감정의 앞이나 뒤에 혹은 속에 몰래 감춘 단어로 어디에 붙여도 어울리고 수긍이 가는 단어입니다. 림태주 시인의 ‘그리움의 문장들’은 온갖 그리움의 집합체입니다. 작가는 세상의 모든 그리움을 수집하고 그리움의 문장을 수집해서 읽어줍니다. 작가의 소리를 듣다가 책의 목소리를 건너뛰어 나의, 나만의 그리움이 떠올맀습니다. 가슴 속에 수없이 가라앉아 있는 많은 그리움들. 차마 흘러가지 못하고 깊이 가라앉아 몸의 일부가 된 그리움들.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들. 그러나 함부로 떠오르지 않는 소중한 것들. 그리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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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문장들 #행성B 이 책을 읽고 나니 난 아무래도 나의 고향별은 행성Q가 아닌가 싶다.나의 고향별 행성Q에는 어느 누구보다 시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살고 한줄기의 바람과 봄날의 따뜻한 햇볕에도 즐거워 하는 내 마음이 아직 살고 있겠다. 그런데 왜 내 몸은 자꾸 이 지구별에 태어나는 거지? 언젠가.. 차를 타고 지나가다 너무 예쁜 나무를 보았다. 난 그 나무의 사진을 찍고 싶어 서둘러 휴대폰을 손에 들었 지만 차가 그 나무를 금방 지나쳐 버려 찍지 못하였다. 사진에 담지 못한 그 아름다운 나무가 내내 생각이 났다. 마음을 그 나무의 뿌리 어디쯤 놔두고 온것 같았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내 맘을 그 어디쯤 놔두고 오는것.. 그리고 어느 순간 내내 생각이 나는것... 그리고 자꾸 기도하게 되는 것.. 그리고 또 바라게 되는것.. 언젠가 또?한번 스쳐 지나갈 수 있기를 .. 그리고 스쳐지나가지 않더라도 그 그리움의 대상이 ?'안녕'하기를 ... 기도하게 되는 것....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나는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리움의 내용이 아니라 그리움의 방향을 이해하는 거라고 그리움의 방향을 이해하면 그리워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내 감정 을 위해 봉사하던 충직한 그리움이 내가 아닌 상대방의 안녕과 축복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기도나 소망같은, 그리움의 태도를 갖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어른으로 성장한다. _142쪽] 어릴적부터 누군가 그리울 때면 바다에 갔었던 것 같다. 밀려왔다 밀려오는 그 바다의 포말이 내 그리움의 마음을 끌어안고 저 바다 끝으로 가지고 가는 느낌을 늘 받곤 했다.그래서 ?바다에 그렇게 멍하니 한참을 앉아서 파도의 포말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운 마음이 조금은 가시기도 하는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 그리운 마음을 그냥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언제나 나에게 위로였다. [당신이 머문 자리에 나는 남아서 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올지도 몰라 동백을 삶고 산수유를 찌고 벚꽃을 무쳤습니다. 그리움이 온도가 과열되면 바닷가 우체국에 가서?편지를 씁니다. _17쪽]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 우리의 삶이.. 어쩜 우린 사랑으로 삶을 사는게 아니라 그리움으로 점철된 삶을 우리는 살아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생을 생각할때 영원한 만남은 없기에 심지어 내가 낳고 기른 아이조차 영원히 나와 계속 있을 순 없기에.. 헤어짐이 필연적인 우리의 생에서 .. 만남을 갖고 헤어졌다 하더라도 내 생의 한순간을 함께 했던 사람이라면 내 생에 마지막에 그리움의 한줌을 쥐게 해 줄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 생에서 참 감사하다고 그로 인해서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었다고 감사하게 될것 같다. 그리움은 늘 당신보다 앞서갑니다. 오늘은 맑았다고 쓰고, 오늘은?흐렸다고 쓰고, 오늘은 바람이 불었다고 쓰고, 오늘은 해당화가 붉었다고 씁니다. 당신은 단순하고 무심 합니다. 내가 쓸데없이 그날의 날씨나 말하는 걸로 아는가 봅니다. 내 마음의 일기가 어떻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당신입니다. 그러니 내 그리움은 당신보다 한참 멀리 앞서가서 또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편지를 써도 부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당신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리움마저도 아낍니다. 당신을 향한 그림움이라서 아껴서 그리워합니다. _18쪽] 그리움을 놓치지 않게 이렇게 아름답게,그리움이 담긴? 이 책이 더 없이 소중하게 생각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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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학실] 그리움의 문장들
“그리움의 문장들”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꼈다.
꽃샘추위, 아직은 이른 봄날에 그리움을 잊지 않으려는 내가
2021. 3. 23.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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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주씨의 신간이 나왔다. 걱정이 앞선다. 그의 책에 빠져 또 얼마나 허우적될 까 싶어서.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지난 가을에 태주씨의 『관계의 물리학』을 처음 접하고, 무섭게 빨려들어갔다. 그의 책에는 이 세계와는 다른 중력이 있는 것 같다. 『관계의 물리학』을 시작으로, 그의 전작 『이 미친 그리움』, 『그토록 붉은 사랑』을 모두 구해 읽었다. 『이 미친 그리움』은 절판이라 중고로 웃돈 주고서 구입했다. 이 책을 판 사람은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까. 본적 없는 그에게 그저 고맙다. 우리의 태주씨는 책바치로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책은 겨우 4권이다. 그가 수집한 그리움의 문장을 더 만나고 싶어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내 ‘다행이다’ 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의 책을 만나 지난 가을을 지독한 그리움으로 보냈다. 그의 책이 10권 쯤 있으면 나의 지독한 그리움은 여름이 되어서도 못 끝낼 뻔했다. 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이제 지독한 그리움에서 아련한 그리움으로 넘어갈 시기가 되었다. 봄은 소란스러운 고요가 시작하는 계절이다. 습관이 된 나의 그리움은 태주씨 덕분에 이제 약도 없을 것 같다. 태주씨가 수집한 그리움의 문장들에 숟가락 얹으면서, 그저 그리운 삶을 지속하기는 수 밖에.
이번 책, 『그리움의 문장들』은 제목만 봐도 그리움을 전공한 박사님 답다. 에둘러 가지 않고 그리움에 정면승부하기로 했나보다. 태주씨의 전작들에서도 엄마에 대한 살뜰한 애정과 그리움이 많이 담겨있지만, 이번 책에 특히 엄마에 대한 깊은 그리움이 깊다. 엄마에 대한 마음이 너무나 애틋하다가도, 엄마에게 농을 거는 모습은 야살스럽기까지 하다. 울면서 웃게되는 웃픈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건, 엄마에 대한 느낌, 기억이 많아서 인가 보다.
‘세상의 모든 흔적은 느낌의 편린이다. 느낌을 기억하라. 그 느낌의 기억들이 그리움의 실체다. ’(61.p)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다. 20년 전에 돌아가신지라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사그라진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또르르 흐르는 건, 내 안에 그리움이 조용히 자습 중이었나 보다. 아빠가 내게 했던 많은 가르침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술 취해서 까칠한 턱수염을 내 얼굴에 마구 문지르고 뽀뽀 세례를 퍼부었던 일이나, 사람 많은 곳에서는 항상 목마를 태워다녔던 기억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매일 동네 길을 쓸고, 텃밭을 가꾸고, 가방끈이 짧다며 늘상 책을 읽고, 토요일에는 주말의 명화를 즐겨보던 아빠가 떠오른다.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 마저 달큰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짐한다. 앞으로는 세상살이에 쓸모있는 일 보다 쓸모없는 일을 더 많이 알려줘야겠다고. 꽃에게 말을 거는 일, 뛰면서 바람을 양 손으로 움켜 잡는 일, 비 소리를 가만히 듣는 일, 비갠 날 아침의 공기를 냄새 맡는 일, 4월의 첫 봄바람이 얼마나 상쾌하고 설레이는지, 한 여름 나뭇잎들이 얼마나 싱싱한지, 가을 낙엽을 밝으면 와사삭 소리가 나는지, 추울 겨울에는 이불 뒤집어 쓰고 만화책을 읽으며 귤을 먹으면 얼마나 꿀맛인지. 언제가 내가 아이 곁에서 떠나게 될 때, 봄여름가을겨울, 맑은 날 , 흐린 날. 비오는 날 엄마를 떠올리게 해줄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다. 우리 아이에게는 엄마를 떠올릴 꽃밭은 없지만, 길을 가다가 꽃을 보며, 하늘을 보며, 바람을 맞으며 항상 너희 곁에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빗소리 뒤에 숨어서 한숨을 내쉬는 엄마나 자주 창밖의 석양을 내다보는 아빠의 등이 보일 때, 그분들의 인생을 헐어내며 내가 살아왔다는 걸 알았듯이 이제는 내 아이에게 내 인생을 헐어지게 허락해야겠구나 생각한다.
『그리움의 문장들』 은 책을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을 곱절로 갖게 만든다. 늦가을 림작가님의 책을 만나고, 이 봄 새로운 그리움을 만나게 된 오늘은 ‘나의 수요일’이다. 이 글을 읽게 될 작가님에게는 ‘오늘이 토요일’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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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뭄에 논바닥 쫙쫙 갈라진 것 같은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뿌리는 것 같다. 생존과 생계의 모호한 경계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리움이란 사치가 아니라 작은 행복을 만들어 주는 고마움이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움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몰랐다. 글실력이 없어서 다 설명할 길이 없지만 작가님의 말을 빌리지만 "세상에는 알아도 말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또 말로 설명하는 순간 이미 그것이 아니게 되는 것도 있다". 그러니까 책을 사서 글을 만나야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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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의 문장들....관계의 물리학도 한문장 한문장 곱씹으며 읽었는데 이번 신간 그리움의 문장들도 너무 너무 좋습니다. 어떻게 글이 그림과 같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걸까요? 그리움에 대한 표현이 이렇게 멋다니...그리움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글들... '그리움은 늘 당신보다 앞서 갑니다.'가슴이 촉촉해 지고 싶은 분들께 림태주 작가님의 신간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