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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는 찬송가 559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를 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이 찬송가 가사에서 묘사하는 가정이 우리집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집 이야기네.' 어린 마음에도그런 생각이 들어 이 노래를 종종 콧노래로 흥얼거리곤 했다.
우리집은 날마다 가정예배를 드렸다. 네 식구가 동그랗게 모여 예배를 드렸는데 매일 돌아가며 사회를 맡고 그날 부를 찬송을 고르고 기도를 했다. 그리고 교독으로 성경을 읽었다. 어릴 때는 구약 성경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인데(심지어 예전엔 새로 성경에 한자들도 섞여 있었다. 번역도 당연히 고어투였고), 그래도 신나게 예배를 드렸던 건 나도 엄마, 아마처럼 한 몫을 해서 사회를 보고 찬송을 고르고 대표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어른들과 평등할 수 있는 순간이 예배를 드리는 시간이었으니 예배가 기다려질 수밖에. 그러나 예배 자체가 성경을 읽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분명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가정 예배'의 전통은 연애 기간에도 계속 되었고(못 만나는 날은 전화나 화상을 통해서라도), 결혼 후에도 지속되고 있으니 유서 깊다고 할 수 있다.
가정예배를 통한 성경 읽기를 50년 가까이 하고 있는 셈인데, 나이의 변화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성경은 달라지고 있지만, 한결같이 사랑하는 성경은 시편이다. 시편은 엄마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는데(글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자주 읽어주셨다), 시 형식으로 되어있어 다른 성경보다 운율이 느껴져서도 그랬겠지만, 시편을 통해 체험하게 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과 그것들을 신 앞에서 토해내는 고백들이 다채롭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시편을 읽었다. 영어 성경은 NIV, KJV, NASB, ASV, ESV, The Message, NLT 등 꽤 많은 버전이 존재하는데, 그 다양한 버전으로 성경들을 한 번씩은 다 읽었지만, 특별히 시편은 수시로 읽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쉬운 영어로 직관적으로 깨닫게 되는 교훈과 아름다움이 좋아서 『The Message』 와 『NLT』로 시편 읽기를 좋아한다.
이 책은 이 아름다운 성경 시편을 묵상하는 책이다. 이 책의 특별함이라면 1) '렉시오 디비나'를 통해서, 그리고 2) 슈투트가르트 라틴어 시편 채색필사본의 삽화들을 통해 시편을 묵상한다는 점이다. '렉시오 디비나'란 Lectio Divina, 즉 거룩한 독서라는 의미인데, 기독교의 오랜 성경 읽기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자면 현대에 큐티를 하는 가장 일반적 방식을 떠올리면 될 것 같은데, 독서[Lectio]-묵상[Meditatio]-기도[Oratio]-관상[Contemplatio]로 성경을 읽는 방식을 뜻한다. 저자는 거기에 '그림 묵상'[Visio]를 추가하였는데, 이를 위해 기원후 9세기의 시편 필사본인 『슈투트가르트 라틴어 시편 채색필사본』에 들어 있는 308장의 삽화들을 추가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이 책은 시편 1편부터 150편까지는 묵상하는 책이다. 새로운 번역으로 읽는 시편은 익숙하지 않아 또다른 은혜와 감동을 준다. 각 장을 읽고 그 장과 관련된 본문의 주석들을 통해 본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 장의 본문과 슈투트가르트 라틴어 시편 채색필사본의 삽화를 통해 본문과 그림을 묵상하고, 마지막으로 기도와 관상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하루에 한 편씩 읽는다면 부담없이 반 년이면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다(시편에서 가장 긴 119편의 경우스물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150+21=171).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이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진 책인지 알면 알수록 책뿐아니라 시편까지도 더욱 귀하게 여겨지다. 성경을 잘 모르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미술관에서 양피지에 쓰인 오래된 성경과 그 성경 둘레에 그려진 채색 삽화를 인상적으로 보았던 사람들이라면,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사실 서양 문화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 기저에 있는 성경적 세계관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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