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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어떤 순간은 그럴싸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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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류의 글을 잘 믿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미움받을 용기만 있으면 누가 세상의 미움을 감당해? 곰돌이 푸야 행복한 일이 매일 있겠지만 사는 게 어떻게 그렇게 꽃밭이겠어?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꼬인 성향에 애매한 비판의식이 섞여선지, 아니면 그냥 홍대병인 건지 어쩐지 누군가가 자신의 자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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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류의 글을 잘 믿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미움받을 용기만 있으면 누가 세상의 미움을 감당해?

곰돌이 푸야 행복한 일이 매일 있겠지만 사는 게 어떻게 그렇게 꽃밭이겠어?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꼬인 성향에 애매한 비판의식이 섞여선지,

아니면 그냥 홍대병인 건지

어쩐지 누군가가 자신의 자아를 잔뜩 치장해 드러낸 에세이류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자기위로와 정신승리를 밀어붙여야 할 때가 있다.

나한테는 그것이 작년 말부터 올해로 이어지는 시기인데,

퇴사에 연말이 겹쳐 한창 친구들과 줌으로 연말 모임을 가지던 시절에

이런저런 내 지금의 고민들을 듣던 친구가 이렇게 말해 줬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참고로 당시 내 고민은 퇴사하면 여유도 좀 가지고 신세졌던 주위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잘 안되어서, 이게 내 한계인가 싶다... 라는 이야기였다.)

"그거 알아? 너 계속 말할 때마다 조금씩 자기비하적인 말을 하고 있어.

일부러 남 탓하고, 일부러 좀 자만해 봐."

"근데 나는 저번에 뫄뫄 생일도 잊어버렸는데.. 막 특별한 사연이 있던 것도 아니야.

그런 건 인간적으로 좀 미안한 일 아니야?"

그 때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봐봐, 너 지금도 이러잖아.

지금은 네가 먹고 살 정도로 최소한만 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니가 사는 거야."

퇴사 후 미움과 연민 사이, 갑자기 들이닥친 여유와 죄책감 사이에서 헤매던 나는

그 때 친구의 말을 듣고서야 그 때 내가 자기반성이 아니라 자기연민과 자기혐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기혐오는 다른 사람에게서부터 합리화를 갈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자의식 과잉(aka 나빼썅)보다 더 나쁘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얼마 전, 나는 "살기 위해 네가 너를 사랑하렴"이라고 말해 주는 에세이를 만났다.

안또이 작가의 <그럴싸한 오늘>이다.

 

일단 저자의 MBTI가 INFP와 INTP사이를 오간다는 것에서 큰 점수를 준다. (십년째 인프피)

책은 작가와 회사원, 또한 기혼여성으로서 저자의 일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느 에세이처럼 책에는 남편과의 일상이, 직장생활의 애환이, 학창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에피소드들에서 단순히 억지 공감이나 막연한 위로를 뽑아내기보다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으로도 행복을 찾기

- 내 인생의 고비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고비를 존중하기

- 죄송해서 죄송하지는 말기

저자는 삶 속에서의 힘들었던 시기까지도 따뜻하고 담담했던 문체로 이야기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내가 될 거에요"라고 말하는 후배를

저자가 후배지만 너무 본받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지만서도

그 시간들을 켜켜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책에서 인싸와 아싸 사이의 존재이자 유우머를 섞어 자기 자신을 명명한 '그럴싸'가,

외향 혹은 내향을 넘어 독자적이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니 우리 삶은 완벽하지 않아도, 제법 그럴싸하다.

그럴싸한 오늘을 맞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 책을 읽으며 김승일 시인의 '나의 자랑 이랑'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시인이 <신의 놀이>를 부른 이랑에게 헌사한 시다.

시도 노래도 좋고, 책과도 잘 어울린다!

http://earthlover.egloos.com/v/2984398

 

 

w*****n 2021.03.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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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그럴싸한 오늘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나'였다
"[리뷰] 그럴싸한 오늘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나'였다" 내용보기
귀여운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책 뒷면에 적힌 문구가 내 마음을 움직였고, 책을 펼치자마자 행복해졌다. 그럴싸한 사람이 되어, 그럴싸한 오늘을 만들고, 그럴싸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대단한 이야기가 오밀조밀 총총총 소박한 삽화와 어우러진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이 또 어디에 있을까. 치열하지만 보잘 것 없는 나의 하루가 사실은 눈부시도록 찬란하다고 말해준 작가에
"[리뷰] 그럴싸한 오늘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나'였다" 내용보기

귀여운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책 뒷면에 적힌 문구가 내 마음을 움직였고, 책을 펼치자마자 행복해졌다.

그럴싸한 사람이 되어, 그럴싸한 오늘을 만들고, 그럴싸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대단한 이야기가 오밀조밀 총총총 소박한 삽화와 어우러진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이 또 어디에 있을까.

치열하지만 보잘 것 없는 나의 하루가 사실은 눈부시도록 찬란하다고 말해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YES마니아 : 로얄 s*******2 2021.03.1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