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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게 문학과 정치는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었다.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을 묻는 이들에게 그녀는 1973년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분명한 답을 제시한 바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러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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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출간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일약 스타가 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평소 그녀는 "나 혼자 있고 싶어요. 홀로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이 주는 상처에 대한 면역력이 약합니다."라며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수록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믿은 작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세상과 연을 끊고 살았던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세상에 있어서의 작가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스웨덴의 사회민주당원이었지만 1970년대 후반 사회민주당의 조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한다. 반동분자로 불리면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받았으나, 후에 사회민주당이 비사회주의 정당들의 연합 정권에서 밀려났을 때도 담담하게 입장을 밝힌 후 작가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을 뿐이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스웨덴에서 체벌 금지와 부모 폭력 금지 법안이 공포될 수 있도록 호소했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동물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근간을 마련한 '린드그렌 법' 제정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몽고메리 버스에서 백인에게 양보를 거부한 로자 파크스의 일화는 유명하다. 아이들이 읽는 인물 이야기에도 등장할 정도다. 흑인에 대한 차별 및 부당 행위를 참지 않고 '악법 폐지야말로 세상을 가장 빨리 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로자 파크스는, 버스 분리 탑승 제도를 하루 빨리 폐지시키기 위해 승차 거부 운동을 시작한다. 이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되고 수모를 당하지만, 그녀는 결국 1956년 12월 21일 흑백 통합 버스 제도를 이끌어냈다.
"햇빛 아래에서 꼼짝 않고 무기력하게 하품이나" 하면서 살지 않기로 다짐한 오리아나 팔라치. 그녀는 특정 권력 혹은 권력자들이 사람들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없도록, 그리고 함부로 처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도록 저항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며 언론인의 책무라는 사명을 가지고 목숨을 건 글들을 발표한다.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는 판화를 통해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형상화는 것이야말로 예술가인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임무라고 받아들였던 케테 콜비츠. 그리고 위인전에서만 읽었던 나이팅게일과 헬렌 켈러까지.
이들 여성들의 공통분모는 '전문' 정치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자신들의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했던 여성들. 물론 '정치가'라는 직함을 달고 활약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했던 그 모든 일이 결국에는 '정치'라는 길로 이어지게 했던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 불의를 참지 않는 것. 아픔을 딛고 서서 한걸음이라도 발자국을 떼는 것. 사람답게 사는 길을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여성들이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를 통해 여성에게 있어 글쓰기와 독서, 사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나갔던 장영은님의 [여성, 정치를 하다]는, 21명의 여성들을 통해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해보게 한다. 왜 여성인가. '페미니즘'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내세우지 않아도 '여성'에 주목하는 일은, 남성 정치가가 이루러낸 일들에 대해 감탄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여성'과 '정치'라는 단어만으로도 눈살을 찌푸릴 다수의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다. 나는 정치가인 남성이 이룩한 쾌거들에 대한 기록도 기꺼이 읽고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어쩌면 그런 책들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쉽게 누군가에게 읽힐 것이다. 제목에 굳이 '남성'이라는 말이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 사소한 차이가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여성' 이 한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서 이룩한 일들로 평가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멸시받고 비난받았음에도 '쓰레기처럼 살지 않기 위해' 편안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 출판사 <민음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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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많은 여성들에게 읽혀지길, 보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기를!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역사를 쓰며 힘겹게 싸우고 있을 여성들을 응원한다!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우리는 지금 당장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한 장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어 퍼지기 시작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참가한 미스 미얀마 한 레이(Han lay)가 울먹이며 마이크 앞에 서 있는 장면이었다. 그녀는 “제가 무대에 서 있는 동안에도 미얀마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100명 이상이 죽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며 현재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군사 쿠데타를 향한 자신의 생각을 눈물로 호소했다. 분명 그녀는 그 길로 귀국을 하면 미얀마 군부에 체포되어 신변에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전 세계인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2008년,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인권을 침해하고 극악무도한 폭력과 탄압을 일삼는 탈레반을 성토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방송에 나간 바 있다. “만일 한 남자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면, 한 소녀가 그것을 바꾸는 건 왜 못하겠는가?” 놀랍게도 그녀의 나이, 고작 열한 살이었다. 무엇이 미스 미얀마 한 레이를, 평범한 열한 살의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를 움직이게 했을까? 정치란 “목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던 자크 랑시에르의 말처럼, 나는 그녀들이 정치에는 그 어떤 자격도 요구되어서는 안 되며 나와 이웃 그리고 공동체의 역사와 그 속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으려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책 『여성, 정치를 하다』에 등장하는 21인 역시 모두 차별과 멸시, 가난과 고독, 생명의 위협 등 온갖 종류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여성들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밝힌다. ‘나는 여성 정치인들의 성취와 좌절을 평가하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들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해보고 싶었다. 여성 정치인들의 도전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무엇보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가는 것,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며 이를 위해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역사를 쓰며 힘겹게 싸우고 있을 이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하고.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소유하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자산, 언제까지나 갖고 있을 자산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소유한다.” 비록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을지라도 그 이야기가 곧 세상을 변화시키리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였던 시몬 베유는 차별에 대한 투쟁에 앞장섰고, 로자 파크스는 흑인을 억압하는 악법을 폐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세상을 바꾸는 방법임을 알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는 법이 정착되는 과정이 민주주의임을 증명했다. 나이팅게일은 간호사로서의 소명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보건, 의료, 복지가 정치를 구성하는 요소이며 여성의 정치 참여를 특히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말괄량이 삐삐’를 창조한 세계적인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글쓰기를 통해 스웨덴의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존 바에즈는 이 시대가 던지는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물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음악으로, 케테 콜비츠는 미술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우리가 어떤 조건에서 살아남았는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신만이 아시리라. 사실은 신도 몰랐으리라 생각한다.” 시몬 베유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왔다고?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는 거잖아.”라고 내뱉는 말들을 들으며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헤집는 질문들도 난무했다. “내 팔뚝에 새겨진 수형 번호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그것이 내 사물함 번호였냐고 물었다.” / 시몬 베유 편 중에서 19p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세상이 여성과 아이들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때마다 새삼 충격을 받았다.” “열세 살 정도 된 여자아이가 자신이 낳은 사생아의 출생 신고를 하러 등기소에 오곤” 했지만, 법은 그녀들의 편이 아니었다. 사생아를 낳은 “아주 어린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방치해서 죽게 만든 일이 발생”하자, “그 소녀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았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다시 여성 참정권 시위 현장으로 향한다. 그 사이 딸들도 엄마와 함께 집회에 참여하는 동지로 훌쩍 자랐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투표권을 얻을 작정이에요.” / 에멀린 팽크허스트 편 중에서 40p
책은 그녀들의 삶 속을 통해서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들이 불평등한 세상과 싸우는 동안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나이팅게일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잔다르크처럼 불에 태워 죽이고 싶어 하는 자들로부터 근거 없는 비난에 시달렸고, 국무 장관에 임명된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여자가 국무부 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로부터 자질 논란과 비판에 맞서야했다. 심지어 헬렌 켈러가 정치색을 드러내면 사람들은 “성녀”에서 “불구자”로 전락시키며 혐오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미국에서는 삼류 배우만 되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그리스의 유명 여배우가 문화부 장관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여배우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론을 조성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 멜리나 메르쿠리의 말은 결국 정치란, 누가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떻게,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할 것인지 그것을 잘 아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팔라치는 자신의 말과 글로 정치에 참여했다. 16세부터 77세까지 그녀를 지탱해 온 저항 정신의 근원이었다. 팔라치는 “아니오” 그 세 글자에 담긴 의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문제적인 글을 발표하며 세상에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는 꼭 여성이 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 오리아나 팔라치 편 중에서 143p
“나는 케냐인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마치 모든 정치인이 다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라는 듯이 여기는 통념에 도전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케냐에서는 국민의 열망을 억압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을 주도한 이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그들의 결정이었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그 상황을 오해하는 것이다. 왜 당신의 운명을 거짓말쟁이나 사기꾼의 손아귀에 맡겨야 할까?” / 왕가리 마타이 편 중에서 219p
왕가리 마타이는 천천히 끝까지 싸워도 세상은 아주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케냐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나무로 환기시켰다. 민주주의는 단숨에 이룰 수도 혼자서 완성할 수도 없으며, ‘만병통치약’도 아니었다. 그녀는 협치를 강조한 정치인이었다. “살면서 그리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될 겁니다. 그 어떤 일도 혼자서 해낼 수 없음을 저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일을 혼자 하면, 제가 그 자리를 떠났을 때 그 일을 맡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 왕가리 마타이 편 중에서 226p
나혜석은 런던에서 팽크허스트 여자 참정권 운동자 연맹회의 일원을 만나 “내가 조선의 여권 운동자 시조가 될지 압니까.”(「영미 부인 참정권 운동자 회견기」, 《삼천리》. 1936년 1월)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끌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째 된 날이었다. 나혜석은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선각자를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마치 운명처럼 조선의 여권 운동자 시조가 되었다. 그렇게 여성의 이야기는, 여성의 역사는 다른 수많은 여성들을 이끌어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 땅을 살아온 수많은 여성들의 삶으로부터 빚진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권을 행사하고, 나의 소신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유롭게 밝힐 수 있으며, 탄압과 폭력이 아닌 자유와 자유로운 비판이 있는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은 여성들에게 읽혀지길, 보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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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뭘까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이론적인 개념으로서의 정치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여성, 정치를 하다>에 등장하는 21명의 여성들은 막연하거나 혹은 식상한 정치를 거부하고 현실과 밀접한 정치를 보여줍니다. 직접 관여하고 행동함으로써 말이죠. 무엇보다도 직업적 정치인 뿐만 아니라 각자 머무는 자신의 영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는데 힘쓰는 장영은 교수는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합니다. 법률, 행정, 문학, 예술, 교육, 언론, 종교,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이 바로 정치인인 겁니다. 저자는 이들의 도전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여성, 정치를 하다>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성공과 실패를 규정하는 대신, 왜 한 여성이 패배할 것을 알면서도 정치에 뛰어드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차별, 멸시, 가난, 고독, 생명의 위협 등을 겪으면서도 왜 그들은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섰을까요.
78651이라는 숫자가 팔에 새겨진 아우슈비츠 생존자 시몬 베유는 프랑스의 존경받는 위인들이 안장되는 판테온에 안장되었습니다. 시몬 베유는 여성해방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프랑스인들이 '베유 법'이라 부르는 '임신 중단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시몬 베유는 평생 자신의 기억을 부정하지 않으며,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위엄을 지켰습니다.
1945년에 출간된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의 동화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새로운 면모도 발견합니다. 어른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흔들었던 말괄량이 삐삐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캐릭터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이면서도 당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정치 행위 사례를 소개합니다. 명성 드높은 작가가 어떻게 정치적 글쓰기를 예리하게 펼치며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 만날 수 있습니다.
케테 콜비츠의 그림은 정말 강렬합니다. 「전쟁은 이제 그만」 (1924) 작품은 이 책의 표지에도 사용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몸소 겪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케테 콜비츠. 아들과 손자를 전쟁으로 잃었고, 반파시즘 연대를 추진하다 히틀러 정권으로부터 핍박받은 독일 예술가입니다.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는 한 나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야말로 정치의 출발점임을, 기꺼이 예술과 정치를 결합했습니다.
포크 가수 존 바에즈의 이야기도 인상 깊습니다. 시민권 운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감화해 운동가들과 동고동락했던 인물입니다. 노래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은 실천적 정치를 하다 보니 반항적이며 비주류파 여성으로 호도되기도 했지만, 굳건한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여전히 노력합니다.
시각 장애에 국한해 바라봤던 헬렌 켈러의 스토리도 놀랍습니다. 1937년 식민지 조선을 방문해 "교육을 주라!"고 조선 사회를 향해 호소했고, 이후 여성 참정권 획득, 인종 차별 철폐, 아동 노동 폐지 등 사회 현안에 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던 인물입니다. 특별한 장애인으로만 취급하고 싶어 했던 사회 분위기에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용기 있는 행동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폭력 생존자에서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 미첼 바첼레트, 다큐멘터리 기획자가 된 미셸 오바마, 자신의 말과 글로 정치에 참여한 언론인 팔라치, 타이완 첫 여성 총통 차이잉원, 그리스의 민주주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애쓴 유명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 등 21명의 여성들이 펼치는 정치적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여성, 정치를 하다>.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춰 출간된 책으로, 이 세상 여성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도록 응원합니다. 저마다의 삶에서 전해지는 진한 감동에 푹 빠져든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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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나혜석의 글을 엮어 출간한 직후부터 여성 정치인들의 자서전과 회고록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정치 참여에는 어떤 자격도 요구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처럼, 정치는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여성이 여성의 "몫"을 찾기 위해 수행하는 사회적 실천들을 나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자 한다. 따라서 여성 정치인들의 범위는 상당히 넓을 수밖에 없다. 법률과 행정, 문학과 예술, 교육과 언론, 종교와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성들을 정치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_11p.
정치 ;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이 글은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 현재까지 <경향신문>에 격주로 연재된 『여성, 정치를 하다』 를 연재중인 장영은교수의 글이다. 2021년 3월 8일 '여성의 날'에 맞추어 출간된 『여성, 정치를 하다』는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과거의 역사를 찾아보면, 멀리 가지 않고 근대사만 잠시 들춰봐도 여성의 정치 참여가 시작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정치란 남자의 일인가? '그들만의 리그'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여성들, 그들이 정치에 참여하며 기존의 정치와 달라진 건 무엇일까?
정치란 '몫 없는 이들의 몫'을 찾는 과정이며 '누구를 위해/ 어떻게 / 무엇을 위해' 정치할 것인가? 매일 같이 쏟아지는 뉴스들, 특히나 정치 분야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 무심했던 마음에 질문을 던진다. '정치란 정말 나와 무관한 일일까?' 이 생각은 책장을 넘기며 조카들은 지금의 세대보단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정치 참여와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에 활발하게 활동중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여성들을 위한 글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그들의 부당함과 요구 사항을 정치에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정치에 참여해 좌절의 순간을 딛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여성 정치인 21명의 이야기를 읽어보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게 문학과 정치는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었다.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을 묻는 이들에게 그녀는 1973년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분명한 답을 제시한 바 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지. 그러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_34p.
말랄라는 총을 든 탈레반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들의 테러 행위를 직접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만일 한 남자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면, 한 소녀가 그것을 바꾸는 건 왜 못하겠는가?" _86p.
"당신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뿐이다." _112p.
"정치는 행복한 인간 생활을 하는 데 매우 커다란 힘을 가졌다. 여성이 정계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사회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소외될 수밖에 없다. _ 나이팅게일 _122p.
"우리 자신의 이야기는 우리가 각자 갖고 있는 자산, 언제까지나 갖고 있을 자산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소유한다." _미셸 오바마 _134p.
권력자들은 과연 특별한 사람들인가? "우리의 운명을 지배하는 사람들이 우리들보다 진정으로 더 훌륭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우리들보다 더 총명하고, 더 힘이 세며, 지식이 더 많은 것도 아니다. 뭔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더욱 모험심이 강하며 야망이 크다는 점이다." _오리아나 팔라치 _142p.
#장영은 #페미니즘 #인문 #민음사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도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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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정치인 나혜석을 아는가? 식민지 시절 서울 시장에 출마하며 만약 내가 시장이 된다면 여성 인권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효율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물론 여성 서울 시장은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나혜석은 정치적 야망을 숨기고 1922년 만주에 조선여자 야학을 설립하고 의열단의 적극적인 후원에도 가담했다. 이후 서대문형무소에 5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책은 나혜석뿐만 아닌 여성으로 정치에 입문한 세계적인 리더들의 이야기다. 독재자와 대결을 펼친 여성, 법과 제도를 뜯어고치고자 평생을 바친 여성, 문인, 가수, 화가, 통계 프로그램을 만든 여성, 승차거부한 여성, 적폐를 고발한 여성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의 용기를 담았다. 나혜석이 존경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평생을 바쳤다.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이 상황을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1914년 자서전 《나의 이야기》(한제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을 출간했다. 그녀는 모진 고난을 겪었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팽크허스트의 공헌을 이정 받아 1918년 30세 이상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성인 여성 모두가 참정권을 얻게 되는 날을 위해 투쟁했고 마침내 10년이 지난 1928년 영국 여성들은 참정권을 획득한다.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과감히 정치에 뛰어든 21명의 여성들이 소개되어 있다. 완벽하리만큼 전 세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인 흑인을 위한 일을 끊임없이 펼쳤던 미셸 오바마는 자서전 《비커밍》을 통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이기 이전에 나를 찾고 중심을 세우는 즐거움을 설파하기도 했다. 5월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다룬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가 개봉한다. 책 속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10대~20대 젊은 시절 그림과 사회활동에 큰 영향을 준 시대를 알아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스웨덴의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는 영화 속 방황하는 청소년, 미혼모, 두 아이의 엄마, 늦깎이 작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짊어지고 살아갔던 여성이다.
21명의 여성들은 시대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과 다른 여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무지막지한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했다. 아직도 여권신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분야에 여성의 숨결이 고루 퍼지길 기대한다. 얼마 전 봤던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도 생각났다. 미국 ERA(성평등수정헌법안)를 통과 시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10년간의 혈투. 페미니스트와 반페미니스트. 보수와 진보의 싸움, 여성들간의 입장 차이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여성 정치도 살기가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가부장제 아래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고, 가정을 위해 무료 봉사하고 섬김을 당연하다고 외치는 필리스 슐래플리의 지적이고 우아한 모습이 미국과 닮았다. 미국 정치 역사 퇴보의 주인공이지만 여성 정치의 한계와 진보를 위해 싸웠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인상적인 표지의 그림은 케테 콜비츠의 '전쟁은 이제 그만(1924)'이다. 반전평화주의 독일 예술가가 그린 전쟁의 참상이 여권신장을 위해 싸우는 여성과 비견되는 강렬한 이미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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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누구의 몫일까? 세상 쓸데없는 직업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정치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바꿔주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치를 했던, 혹은 하고 있는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 정치를 하다』는 정치라는 것이 반드시 의회나 선거, 투표와 관련된 것이 아님을, 우리 모두 지금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정치를 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가수 존 바에즈, 예술가 케테 콜비츠, 배우 멜리나 메르쿠리가 기억에 남았다. 특히 앞의 세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통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한 여성들로 더러운 권력 싸움과는 거리가 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신념을 드러내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했다.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폼페리포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성공한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집권당의 과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다. 재무부 장관에게 비난을 받고 논지를 흐리는 공격을 당해도 연이어 비판의 글을 발표하며 결국 정권교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체벌 교육 반대와 부모 폭력 금지, 동물 복지에 대한 호소와 관심 촉구를 통해 관련 법 제정이라는 성과도 얻어 낸다. 베트남전이 벌어지는 시기에 하노이에 방문한 존 바에즈는 노래를 통해 군인들을 위로했다. 칠레의 독재 정권에 대한 반발과 저항의 의미로 스페인어로 노래를 발표하기도 하고 1993년 사라예보 내전 현장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도 한 그녀는 평화와 인권 운동을 위해 헌신하며 '비폭력연구소'를 세우고, '국제사면위원회'의 미국 서부해안지부를 조직하기도 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사회적 여성 예술가 케테 콜비츠는 1차 세계대전으로 아들은 잃은 뒤 슬픔과 아들의 뜻을 잇겠다는 강한 의지로 목판화 「전쟁」 시리즈를 완성한다. 1942년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그녀는 히틀러가 지도자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지식인들을 규합하고, 글을 발표하고, 반파시즘 연대를 적극 추진하기도 하지만 결국 히틀러에 의해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퇴폐적인 예술가로 분류된다. 케테 콜비츠의 「전쟁은 이제 그만」은 바로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하다. 정치와 예술을 분리하지 않고 자신의 예술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를 한 케테 콜비츠도, 사진으로 실려 있는 그녀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앙겔라 메르켈, 미셸 오바마, 매들린 올브라이트, 헬렌 켈러, 마거릿 대처 등 많이 들어본 친숙한 인물들도 반가웠지만, 열한 살에 방송에 출연하여 탈레반을 비판하고 탈레반 치하 생활을 일기로 BBC 웹 사이트에 올려 죽음의 위기까지 겪은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아프리카의 환경, 여성 인권, 빈곤 퇴치, 교육, 민주주의에 기여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등 이름도 생소한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왕가리 마타이는 천천히 끝까지 싸워도 세상은 아주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케냐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나무로 환기시켰다. 민주주의는 단숨에 이룰 수도 혼자서 완성할 수도 없으며, '만병통치약'도 아니었다. 그녀는 협치를 강조한 정치인이었다.
'천천히 끝까지' 싸우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한다니 다행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정치는 그렇게 자기 자리에서 천천히 끝까지 싸우는 게 아닐까?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그것이 꼭 격할 필요도, 반드시 어떤 꼼수를 동반할 필요도 없다는 걸 이 책의 여성들이 보여주었다. 그녀들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거나 성공한 것이 아니어도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