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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은 원래 슬픔으로 만들어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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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날 집에 쌓여 있는 시집을 몽땅 읽어보고 제일 좋은 시 한편을 뽑는 놀이를 혼자서 즐겼다. 뽑고 나니 그 시를 아는 사람이 없다. 나에게 가장 좋은 시가 남에게 눈길도 가지 않았던 것이다.   시란 이렇게 누군가에게 필요하면서도 쓸모가 없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은 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시를 계속 써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
"가슴은 원래 슬픔으로 만들어졌대" 내용보기
어느 겨울날 집에 쌓여 있는 시집을 몽땅 읽어보고 제일 좋은 시 한편을 뽑는 놀이를 혼자서 즐겼다. 뽑고 나니 그 시를 아는 사람이 없다. 나에게 가장 좋은 시가 남에게 눈길도 가지 않았던 것이다.
 
시란 이렇게 누군가에게 필요하면서도 쓸모가 없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면서도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은 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시인들은 시를 계속 써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의 사람만큼이나 그들 마음 속의 다양한 색깔만큼이나, 그것에 맞는 시가 필요하니까.
 
시집을 천천히 읽고 난 다음 해설을 읽었다. 평론가가 어떤 기준으로 해설할 시의 목록을 뽑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에 대한 해설은 없었다.
 
나는 이 시집에서 '말짱 황이야'라는 시를 가장 좋아한다. 고양이가 어린 쥐를 잡아 먹지도 않고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장난만 치는 장면은 나를 데리고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이해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런 표현도 좋아한다.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들어봐, 자꾸 떠나려 하는  거 같지 않아? 
 
그리고 이런 표현도 좋아한다. 
 
가슴은 본래 슬픔으로 만들어졌대. 죽어서 먼지처럼 날린다 해도 아플 거야. 
 
슬픔데도 아름답게 읽혀지는 문장들은 시인이 슬픈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슬픔을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찾아오는 빛없는 터널들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겠는가. 
 
좋은 시 나쁜 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겐 각자의 시가 있다. 나의 시 한 편을 촛불처럼 들고 나는 또 하나의 어둠을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슬프지만 이런 표현이 내게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아플 만큼 아프고 나면 아프지 않다는 말도 말짱 황이야. 아픔은 무한 평행인 거지. 
 
 
s***a 2021.04.1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