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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에 전력사용 급증으로 곳곳에 정전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면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 집이 밤새 정전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하기도 싫다. 어렸을 때 종종 정전이 되기도 했었고 그때마다 촛불을 켰던 기억도 있는데 이제는 그런 불편을 겪기 싫어진다. 나에게는 <도시의 불이 꺼진 밤>이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림책이 있다.
발전소가 고장 난 도시는 어둠 속에 갇혀버린다. 전기가 끊긴 건 딱 하룻밤이지만 이 어둠을 반기는 이들이 있었다. 한낮에 잠을 자고 밤이 되면 움직이는 가재는 해가 진 뒤에도 대낮처럼 환한 호수에서 사는 게 힘들었다. 불이 꺼진 이날만큼은 옛날의 따뜻한 달빛을 느낀다. 어둠 속에서 헤엄치고 싶었던 개구리가 돌아오고, 가로등 불빛 때문에 자라지 못했던 분꽃도 꽃잎을 펼친다. 가로등 불빛에 괴로웠던 나방은 어두운 밤이 담요처럼 포근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몸이 아팠던 두꺼비는 알 수 없는 희망을 느끼고 꺅도요는 아기새를 다른 장소로 안전하게 옮긴다. 오소리 새끼들은 땅 속에서 나와 처음 세상을 만나고, 올빼미는 어둠 속으로 날아오른다. 고슴도치는 덤불 밖으로 나와 밤새 돌아다니며 활기를 찾는다. 사람들도 한동안 보지 못한 밤하늘의 별을 보게 된다.
동식물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그들을 은은한 달빛으로 감싸고 있어서 따뜻하다. 그리고 생명체가 그날 밤 느끼는 감정을 나래이션하듯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책 표지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다르게 책장을 덮고 난 후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한 장면을 마지막 두 페이지에 넣어 작가는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알려주는 듯하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 중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편의를 위해 밤을 뺏어왔다. 밤이 밝아서 불편한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