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라는 존재는 장소와 시간에 매여 있는 존재다. 한 시대에는 그에 걸맞는 인간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셰익스피어의 카이사르는 로마 시대가 아닌 엘리자베스 시대의 카이사르이고, 버나드 쇼의 카이사르도 빅토리아 시대의 카이사르이며, 이 중 어느 쪽도 진짜 카이사르와는 거리가 멀다. 작가의 서문 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백 년 전, 옥스퍼드 대학의 학생들은 궁금증에 휩싸여야 했다. 눈앞에 놓인 이 유려한 문체와 재기 넘치는 서술의 역사서가 도대체 누구의 저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책은 고대 로마의 성립부터 근대 유럽 국가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그야말로 숨 막히듯 서술해내고 있었다. 욕망이 만들어내는 인간사 스캔들을 탐구하듯, 역사 속 인간과 그 사건을 분석해낸 이 책은 엄밀해야 할 역사책과 흥미로워야 할 소설의 장점을 두루 갖고 있으면서, 교육이라는 목적에조차 더할 나위 없이 충실했다. 거기에다가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와 ‘역사에서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질문과 해답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소설가가 썼다고 하면 지어낸 장면이 있을 법 한데 그런것 하나도 없이, 건조한 역사의 기록만으로 역사에 생동감을 이끌어내는 재주는 왜 외설작가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평론가들이 로렌스를 영미 문학의 거장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지 실감하게 만든다. 로마 역사의 주요 사건인 콘스탄티노플 천도는 그 많은 역사적 사료를 참고해본들 조각난 사실의 파편일 뿐이지만, 이를 통해 묘사하는 로렌스의 콘스탄티노플은 대리석을 실은 배가 정박해 있고, 목재를 실은 상선이 입항하는 동안 석회를 굽는 가마솥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수천 명의 노예들이 짐을 나르고 돌아다니며 건축가와 기술자들이 활개 치는 생명력 넘치는 역사의 한 장면을 그림처럼 서사한다. 술술 읽히는 유럽사 이야기다. |
|
처음 저자를 보고 [차탈레부인의 사랑] 의 저자랑 같은 인물일거라 생각을 안했는데 왠걸 동일인물이네요... 타출판사에서도 찰스 디킨스(영국) 뒤마(프랑스)의 역사서적을 출간하였죠 유럽은 이런 대문호들이 역사서적을 편찬하는게 관례인가 봅니다. 서문만 봐도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네요 사진처럼 생생하거나 과학처럼 전후관계가 명확하거나. 그저 사실의 나열일 뿐인 낡고 조악한 역사는 폐기되었다. 이런 역사는 역사사건들을 도표로 만들어 나열한다. 이제는 사라진 역사 서술 방식이다. 새로운 역사는 사진처럼 생생하거나, 과학처럼 명확하다. 생생한 역사라는 건 과거의 기록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들이 벌이는 생동감 넘치며 사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고등학교 세계사정도의 서양사를 접한 분이라면 읽는데 큰 지장은 없을거라 보이네요 로마건국부터 비스마르크사망까지의 격동의 유럽사를 한권으로 정리하고 감상할 시간을 줄거라 보입니다. |
|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그 로렌스인가 해서 검색을 불러일으키는 제목. 사실 작가보다는 유럽사 '이야기'에 더 방점이 찍혀서 구매하긴 했지만. 거의 백년 가깝게 전에 씌여진 역사책이라서 현재의 관점과 서술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더 많은 논의가 존재하는 양대 전쟁이 빠진 탓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올드한 느낌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지는것을 보면, 적어도 나의 초중고 시절까지의 보편적 관점의 원류같다고나 할까. 마치 점잖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다고나 할까. 영웅들과 사건들의 순환되는 역사, 놓치고 지나갔던 중요한 인물들을 한 호흡으로 읽어보고 싶다면 이 보다 더 나은 선택은 없을 듯 하다. |
|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널리 알려진 데이비드 하버트 로렌스가 쓴 역사서입니다. 소설가가 쓴 역사서인지 술술 읽히고, 무엇보다 재밌습니다. 필력도 대단하고, 번역도 좋아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물론 예술로서의 역사이기 때문에, 이 점은 고려하고 읽어야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