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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지가 인상적이다. 작은 의자와 테이블 그림이 한 가운데 있고, 아래는 텅 비어있다(출판사 로고 제외). 상단에 제목보다 부제가 더 크게 적시되어 있다(부제가 바로 원서의 제목이다). 아마도 가족 내 소통 부재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리라.
원서는 독일어판이다. 저자가 기대고 있는 심리학자와 부모교육이론가는 국내에 [미움 받을 용기]로 널리 알려진 알프레드 아들러와 [눈물 없는 훈육]의 저자 루돌프 드라이커스이다. 확실히 아들러의 영향이 두드러진 책이다.
책의 제목도 좋지만, (부제로 사용된) 원서의 제목 자체가 와닿는다.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법] 저자는 아이와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그 방법과 정신에 대해 알려준다. 드라이커스에 따르자면, 격려와 존중이 바로 그 정신이다. "루돌프 드라이커스는 아이들은 비판이나 질책보다 자신감을 키우고 방향을 이끌어주는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합니다."(14쪽)
여러 생각이 밀려든다. 무엇보다 나의 양육 환경을 돌아보게 된다. 또한 나는 양육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나 생각하게 된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자 하지만, 여전히 심판자의 모습이 내 안에 자리한다. 내려다보는 태도가 있다는 뜻이다.
"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마주보며 아이의 능력을 키워 주고, 동시에 아이의 인격을 인정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서도 안 되지만, 아이의 능력에 비해 너무 터무니 없이 낮은 요구를 하는 것도 아이의 성장을 방해해요."(14-15쪽)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은 아이를 마주보라고 말한다. 마주보기 위해서는 같은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내려다보는 태도는 상대와 전혀 다른 자리, 바로 윗 자리(층)를 전제한다. 이런 내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본다. 아직 미숙한 자신을 자각한다.
책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이다. 각 상황에 대해 자세한 도움말이 와닿지만, 그 이전에 상세한 근거 제시와 적확한 현실 파악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관계로 반려동물 파트를 우선적으로 살펴보았다.
저자의 입장은 명확하다. "아이 혼자서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돌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겁니다. 동물을 돌보기에 9살은 아직 어린 나이입니다."(133쪽) 그럼에도 저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걸 긍정적으로 검토할 이유들을 제시합니다.
"작은 동반자인 반려동물은 아이의 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집에 반려동물을 들인다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또 다른 동생이 생긴다는 뜻이에요. 히지만 동생과 달리 반려동물은 자신의 요구로 생긴 존재라는 점에서 아이는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그리고 동물을 실제로 돌보며 감정 이입 능력과 공감 능력도 함께 자라납니다. 무엇보다 아이와 동물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줍니다. 많은 아이들이 반려동물에게 자기가 겪은 일과 비밀을 털어놓고, 때로 근심과 걱정이 있으면 위로를 받기도 해요."(133-134쪽)
저자는 반려동물이 아이에게 있어서 또 다른 동생이자,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줄곧 키워왔던 강아지들이 좋은 동생이자 친구가 되어주었다. 작고 연약한 그들을 나는 지켜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어서 아이들이 스스로 온전히 반려동물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로 "자기 나이에 맞는 적당한 일을 책임지고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을 강조하며 상의해"(135쪽) 보라고 조언한다. 이후 모든 과정은 부모와 자녀의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규칙들과 마찬가지로 각자 맡은 일을 지키지 않을 경우 논리적 결과가 따를 것임을 서로 약속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먼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후에 친구와 만나러 갈 수 있다고 약속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일 소홀히 했을 때 또는 여러분이나 누군가가 대신 일을 해야만 했을 경우, 아이의 용돈을 줄이는 방법으로 보상을 치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135쪽)
다른 여러 주제에서도 마찬가지로 격려와 존중이라는 기본 정신을 근간으로 삼아 친절하고 꼼꼼하게 다루고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조언한다. 자녀 양육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기 위해 손에 집어들 만 한 가이드로 이보다 더 좋은 책을 나는 본 적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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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교육이나 부모 교육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tv나 유튜브, 책이나 강연 클립 같은 것들은 눈에 들어오면 한번쯤 확인하는 편인데, 이 책 표지에 쓰인 '아이와 현명하게 싸우는 법'이라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다들 아이와 싸우지 않을 방법 또는 크고작은 말다툼을 예방하는 법을 찾고 싶을 텐데 이 책은 마치 '싸우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 관심이 갔다. 실제 저자는 서문에서 '아이와 어른 간의 갈등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다'며 아이와의 마찰은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자식과 부모를 마치 한 팀이라고 묶는 경우가 많다. 한 팀이라면 더더욱 사소한 부분까지 부딪히며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은 필수다. 마음이 불편해지고 싶지 않다고 마냥 갈등을 미루고 피하면 오히려 나중에 더 큰 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저자가 말하는 '현명하게 싸우는 법'의 핵심은 아이를 동등하게 대하라는 점. 아이가 억지를 부리며 살살 신경을 긁을 때, 거기에 휘말리지 말고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선을 그어 말하는 것.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느끼기엔) '아이들은 의도적으로 무례하게 굴 떄가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는 거다. 예를 들어 애들은 종종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삼아 욕을 한다. 그떄 부모가 아이를 혼내며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몇 번 짜증을 내며 맞받아친다. 그런데 아이가 어른을 말로 이기기는 쉽지 않으니, 중간부터는 부모가 말실수하는 순간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실수한 순간을 '엄마아빠는 항상 그런 식이야!'라며 물고 늘어지고, 그때부터 말다툼은 지지부진해진다. 그럼 원래 부모가 훈육하려고 했던 게 뭐였는지는 뒷전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그럴 때마다 부모는 속으로 되뇌여야 한다. '지적할 것만 깔끔하게 말하고 나머지 말은 받아 넘기자.'(책 내용에도 아이의 의도적인 공격들을 받아 넘기는 방법이 나온다) 그래서 제목이 '한 마디만 더, 한 마디만 덜'이었나 보다. 넘지 말아야 할 선만을 알려주는 한 마디만 하고, 그 이외에 공격하는 말은 한 마디 덜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현명하게 싸우는 법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렇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폭발할 때 자기도 모르게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만다. 그럴 때 내가 왜 그랬지 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전에 우선 시간을 잡아 아이에게 사과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제대로 라는 것의 예시를 들며 '친구에게 사과를 해야 할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떠올리면 쉽다.'라는 식의 문장이 나온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배려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아이를 마냥 '지도해주고 이끌어야 하는 존재'로만 보는 것도 아이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고 말하면서 막상 친구였다면 안 할 행동들을 아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열 마디 말보다 하나의 행동이 좋다며 표현에 인색한 부모도 마찬가지다. 가장 끔찍한 것은 자기가 아이들의 '자존감 도둑'인지도 모른 채 시간이 흘러 버리는 거다. 말로 하지 않으면 아이는 모른다. 그것이 칭찬이든 사과든 말이다.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확실히 전하고 표현하는 방법은 아이를 대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배워야 할 내용이라고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