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성이 너무 메마른 것 같아서 아직 제가 울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이 책을 구매했습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펑펑 울면서 읽었던 사람이라서요. 펑펑 울 각오로 이 책을 샀고, 제 인간성이 아직 살아있음을 뜨거운 눈물로 확인시켜준 책입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나서, 저는 그 아버지는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리는 데에 가장 크게 일조한 아버지가 엄마를 결국 찾지 못한 뒤에는 어떻게 사셨을까, 괜히 걱정이 되곤 했어요. 왠지 제대로 못 사셨을 것 같아서요. 노년에 너무 큰 죄책감을 떠안으신 게 아닌가, 우울증에 걸리셔서 아버지까지도 이상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이 떠돌았지요.
이 책,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께 좋은 대답이 될 책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를 부탁해>와 연작이 아닙니다. 각자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린 아버지이고 어머니입니다 . <아버지에게 갔었어> 에서는 엄마가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머니가 위암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에 간 뒤, 아버지가 혼자 시골에 남아서 집을 지킵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와 <엄마를 부탁해>는 분명히 다른 두 개의 작품이지만,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으면서 <엄마를 부탁해>가 정말 많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왠지 <아버지에게 갔었어>의 주인공인 아버지가 , <엄마를 부탁해>에 나왔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두 작품에 등장하는 자식들의 면면이 비슷하고, J시라는 (아마도 신경숙 작가의 고향일 전라북도 정읍시) 동일한 배경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작품에서 모두 작가인 딸이 한 명 등장하며, 서울에서 오랫동안 동생들을 데리고 함께 산 헌신적인 큰 오빠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두 작품에서 모두 작가인 '나'로 갔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이 책의 아버지는 어떻게 됐을까? 를 한 번이라도 궁금해하셨던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오랫동안 신경숙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한국 소설가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표절 사태에 휘말리게 되어 종국적으로 어느 정도 사실로 정리되는 과정을 본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외딴 방』을 쓴 작가가 표절이라. 당시의 멘붕은 대단했다. 더욱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로 슬그머니 넘어가려는 신경숙의 비겁한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당시 별도의 칼럼을 통해 "진실은 신경숙 안에 있다. 지금은 엄마를 부탁할 때가 아니다. 부디, 진실을 부탁해!"라고 일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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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한 여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고, 가정의 가정으로소, 아내의 남편으로, 아들과 딸의 아버지로 살아가기가 녹녹치 않은 이 세상에... 버팀목이 되어주고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아니 그렇게 함이 마땅하다 생가하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자식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저도 지금 두 아이의 아버지고, 돌아가실 때까지 사랑한단 말 한 번 못하고 살아온 한 아버지의 아들입니다. 저는 제 아버지 살아 생ㅈ전에 제 아버지에게 어떤 아들이었을 까요? 그리고 지금 아이들에겐 어떤 아버지 일지... 지금은 안계신 아버지가 많이 생각나네요. 작가가 작가의 아버지를 뵈러 내려와 함께 지내며 아버지를 생각하며 내려 쓴 글이 자꾸 내 아버지 살아생전의 일과 겹쳐 제가 행동했던 그 시간들이 부끄럽게 여겨지내요. 작가의 자서전적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어느 정도는 녹아 있으리라 생각되고-정겨운 우리네 아버지의 나이들어서의 모습이 정겹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내가 걸어가는 길이라 생각도 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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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 한 번도 불러 본적 없는 나의 아빠. 아버지. 엄마를 생각하면 애증의 감정이 넘실대고 그러면서 눈물도, 화도 나지만 아빠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그냥 무섭고, 가부장적이고, 그래서 아빠 앞에서 큰소리 낸 적 없는, 그냥 아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빠와 남편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친구 같은 아빠는 아니지만 이젠 인자하기 한 울 아버지. 뭐든 주고 싶어하시는 아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과연 아빠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는지. 솔직히 아빠의 인생에 대해 관심 가져 본 적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무섭기만 했던, 말이 통하지 않는 그런 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젠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당신의 자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신도 몰랐던 것은 아닌지. 아빠도 아이들을 키우고 건사하는 게 쉽지 않으셨을테고 거듭되는 실패들이 당신의 삶을, 위치를 작게 했지만, 가장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으시려 더 큰소리를 내셨던 것은 아닌지. 한 번이라도 아빠의 인생에 대해 관심 가졌던 적이 있었나? 아빠가 얼마나 외로우셨을지를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소설은 주인공 ‘나’가 엄마의 입원으로 J시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보러가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5년 동안 오지 않았던 부모님의 집. 부모님의 집에 오면서 ‘나’는 옛날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전쟁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아버지의 삶.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갔던 아버지가 목격한 것, 소값 폭락과 시위. 우리나라 현대사의 굴곡들이 소설에 담겨 있다. 또한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삶과 모습에서 같은 자식이지만 다른 형태로 부모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 부모의 보호자가 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그런데도 이렇게 마음이 무겁군. (392) 어릴 때는 부모님이 나의 보호자가 되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남편과 내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었고, 아이들에게 나와 남편이 보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한 번도 내가 우리 부모님의 보호자가 될 거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식도 모두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는 날이 온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코로나 19로 부모님을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 설 이후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니 불효라면 불효였다. 그래서 얼마 전 부모님을 뵙고 왔다. 용돈도 드리고 필요한 약도 드리고 왔다. 이게 뭐라고 부모님은 좋아하신다. 곁에 살면 자주 찾아뵐 수 있었을까?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지. 감사하고 감사한 울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자. ^^ |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어버니 생각에 한참 멍했던 기억이 나서 읽게 됐죠. 누구든 시골 마을 어귀에서 상경하는 자식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여가~ 어여가~ 했던 부모님들의 모습을 떠 올리는 나이가 되면 이따금 꿈속에서 부모님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필자의 유년시절과 닮은 J시 분위기 그리고 원치 않게 결별하는 엄마, 아버지를 보면서 예전의 추억에 한참을 빠져 읽었습니다. 엄마 든 아버지든... 결국에는 가슴먹먹해지는 건 다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자신 보다 자식이 먼저였던 세대들이 주는 그 뭉클한 무엇에 또 감동을 받고 그 정신이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는 게 인간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점점 가족끼리의 대화, 보살핌, 위로, 공감이 사라지는 이 시대에 이따름 다시 떠들어 잊혀져 간 아버지의 초상을 살펴봄직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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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님의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엄마를 부탁해>가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냈을 뿐이다 라고 |
2021.05월의 다섯 번째 살아냈어야.. 라고 말씀하시는.. 이제는 나이 들고 힘 없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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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읽게 된 책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아버지의 삶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삶, 너의 삶으로 확장된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삶이란 본디 고달픈것, 그럼에도 살아내게 되고, 그 나름의 기쁨을 느끼며 살게 되는 것. 그것이 삶이란 것 말입니다. 세월이 지나 힘든 일에 무뎌진 것은 그보다 더한 풍파가 많았기 때문이란 문장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희망을 봅니다. 용기를 봅니다. 슬프지만 기쁨이 있고 기쁘지만 슬픔이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그 생생한, 그러나 과하지 않은 묘사와, 자전적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감정선의 진동에 대한 예민한 관찰과 따뜻한 표현들은 내가 왜 그녀를 좋아했었는지, 그렇게 그녀에게 실망하고도, 결국 그녀의 작품을 다시 찾아볼 수 밖에 없었는지를 깨닫게 했다. 읽는 내내 어쩌면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마치 내 이야기 같고,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자식으로서 부모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먹먹하고 슬프게 잘 나타난다. |
사십후반의 중년남자를 울리는 작가 신경숙을 믿고 나오자 말자 샀지만 시간이 없어 이제야 읽었다. 삼십 중반에 "엄마를 부탁해" 읽고밤이 새도록 울었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는 책. 우리세대의 아버지를 대표하는 힘든 삶을 살아온 그러나 그 어려운 세월에 원망하지 않고 자식를 위해 더 해줄것을. 더해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마음. 그냥 눈물이 흘러나오게 한다. 사투리를 사용했지만 읽기편한 문체도 너무 좋다. 그냥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 어지러운 생각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참 좋은 작가의 명작. 꼭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