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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태어난 이상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 오로지 사망에만 치중하면 인생은 덧없어진다.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거대한 건 당연한 일이다. 허나 가끔은 나의 사고에 반하는 일들이 발생하곤 한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이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느냐마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난 혼자 속으로 웅얼거린다. 조금만 더 살아보면 달라질 수도 있는데. 부와 권력을 온몸으로 누리는 존재. 직업이 정치인인 이들을 접할 때마다 이와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국민의 대표라는 이들이 자신들을 선출해준 이들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삶을 산다. 그러라고 뽑아준 게 아님에도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누리느라 바쁘다. 모든 정치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가 그래 보인다. 실제인지, 그릇된 이미지 탓인지는 묻지 않으련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존재한단 점이다. 몇몇 이들의 떠남은 다수의 눈물을 부르곤 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만난 이도 그랬던 거 같다. 촌철살인. 어찌 보면 너스레 떠는 듯해 보이지만 그 안에 뼈가 있었다. 한 발 물러서겠거니 싶은 상황에서 오히려 앞장섰고, 그 결과는 어렵게 올라선 지위의 상실이었다. 진보의 토양이 참으로 척박한 걸 고려하면 그의 삶은 무모함의 연속과도 같았다. 좌절을 할 법도 한 순간이 도래한 적이 많았으나 자신이 꿔 온 꿈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그여서, 많은 이들의 크게 아쉬워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그는 가난했다.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남들처럼 특권을 누리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결벽과도 같은 태도로 일관했고, 대신 어찌 보면 ‘찬밥 신세’를 면하기 힘들었던 주변 인물들을 챙기는 일엔 부지런을 떨었다. 꼭 부유해야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는 고급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박학다식의 경지를 뛰어넘는 앎으로 스스로를 무장시켰다. 게다가 미식가이기까지 했다. 과연 그가 어떤 음식들을 즐겼을까. 왠지 범접이 힘든 가격을 지불해야야만 하는 장소들을 몇 만날 수도 있겠다 싶어 긴장했는데, 기우였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질까봐 염려했다. 음식책을 읽다 보면 내 배꼽시계가 내뿜는 꼬르륵 소리가 유독 불쌍하게 들리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다. 책은 나의 예측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인간 노회찬과 길든 짧든 제 삶의 일부를 나눈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노회찬이 생전 드나들었던 음식점에 모여 고인을 떠올렸다. 때론 비슷하고 때론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에는 ‘노회찬’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맛난 음식 예찬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두 다 이 자리에 있는데 노회찬만 없었다. 짙은 그리움이 이야기를 감싸고 돌았다. 대부분 식당의 겉모습은 동네를 거닐다가 마주칠 법한 음식점의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그 중에는 고급스러운 음식을 제공하는 곳들도 있긴 했지만, 부담 없이 들러 술잔을 기울이기 딱이겠거니 싶은 경우도 상당수였다. 식당 주인들이 기억하는 손님은 특색이 있기 마련이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졌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으나, 사람들은 단순히 떠올리는 수준 이상의 무언가를 드러냈다. 오래도록 자신의 가게를 드나들며 음식이 정말 맛있다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워준 이의 부재.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를 그리워하며 모인 이들의 발걸음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으리라는 건 분명했다. 사람 이야기, 음식 이야기는 쉬이 읽히는 줄 알았다. 내 기대와 달리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상당히 느렸고, 어느 지점에선 아예 책을 덮고 골몰히 딴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배가 고파온다. 아니, 어쩌면 마음이 고픈 것일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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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좋은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애니메이션 '붉은돼지'의 한 대사를 떠올렸다. 왜 좋은 사람들은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했다. 나쁜 사람들은 뻔뻔하게 살아 남는데. 그의 죽음이 좋은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조금 더 앞당겼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다. 역사에 대한 낙관주의를 고수하기에는 이미 나는 모두 다 돼지가 된다는 중년이 됐다.
이 책은 노회찬이 자주 간 맛집을 노회찬의 벗들과 함께 순례한 음식순례기다. 노회찬은 박학다식했고, 음식과 예술에 조회가 깊었다고 한다. 책은 맛 집 소개와 함께 맛집과 노회찬과 관련된 벗들의 기억이 적절하게 비빔밥처럼 조화를 이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렇게 두루두루 좋은 평가를 넘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노회찬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물론 그 평가를 얻는 결정적 계기는 그의 능력도 있지만, 개인적 삶과 역사에 대한 진정성도 한 몫 한 것 같다. 그 사람은 능력도 있고 진정성도 있는 사람이야라는 평가를 받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책은 서울, 창원, 통영 등의 맛집 소개와 함께 한국 현대 진보운동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노회찬의 삶이 한국 진보운동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그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에 속하는 진보이면서, 진보 안에서도 어느 정파에도 기대지 않고 오직 한국 진보운동의 성공을 위해 자신만의 길을 간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도와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화찬의 삶의 고비마다 그를 괴롭힌 것은 정파적 이익이다. 그게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이 됐든 진보진영의 기득권층이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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