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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살아갑니다. SNS에 보이는 멋진 장소와 맛있는 음식,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우리 일상은 안전하고 평화롭다고 너도 나도 자랑하듯 서로의 일상에 좋아요를 누르며 소통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만난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 파인의 고백처럼 때로는 언짢고,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상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고 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때문에 쉽게 털어 놓지 못하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나의 가장 아픈 내면을 타인에게 공유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원하는 위로는커녕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볼 또다른 눈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손가락질을 받일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초월하여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를 겪어내는 일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불임과 내 몸에 대한 진실한 고백까지 대담하고 용기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타인의 소유가 되기 쉬운 어떤 타자성에 놓인 사회적 맥락에서 그 침묵을 깨고 나의 몸을 말할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다짐을 내었을까 생각하며 박수 쳐 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잔잔한 일상은 치열한 삶을 극복하고 난 이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연듯 스치는 오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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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일들 중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들도 있지요. 이 책의 저자인 에밀리 파인은 여성으로서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냅니다. 그 일들은 돌봄, 난임, 월경 등 다양하지요.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일들은 다양하지만 저자인 에밀리 파인은 그 경험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냅니다.
책을 읽다보니 이 에세이는 너무나도 사적인, 솔직한 이야기들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독자들은 저자의 그러한 점에 매료되었을 것 같습니다.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의미, 그리고 그로 인해 본인이 성찰한 내용들을 잘 적어냈습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돌보면서 겪은 이야기, 그로 인해 본인이 느낀 감정들을 잘 털어냈더라고요. 사실 돌봄에 관한 것은 언제나 이슈이지요. 여성에게만 그 짐이 지워졌단 사실 또한 우리는 알고 있고요. 저자 또한 그 돌봄에서 피할 수 없었고 본인이 겪은 일들을 풀어냈습니다.
요즘 주변에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커플들이 많이 있는데 저자 또한 그 중 하나입니다. 시도, 노력, 포기, 순응의 단계를 본 것 같아서 뭔가 마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자의 마지막은 현재 단계에서 파트너와의 삶을 즐기기로 한 것 같더라고요.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써내려간 저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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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콜 중독자의 딸로 살았고, 부모의 이혼과 그로 인한 청소년 시절의 비행을 회고하고 십대 시절 함부로 다뤘던 '여성의 몸'과 임신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룬 에세이집이다. 단순하게 본다면 결손 가정에서 자란 작가 ( 심지어 아버지는 중증 알콜 중독자 ) 가 청소년 시절 방황을 끝내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고 작가로서 교수로서 나름 성공한 삶을 살게 된 파란만장한 인생 역전의 스토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아빠와 딸의 관계에서 '딸'이라는 입장에 서서 객관적으로 알콜 중독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성찰한다. 또한 십대 시절 치기어린 방황 가운데 자신의 몸을 함부로 굴리고 그런 자신의 몸을 아무런 함의 없이 함부로 취했던 남성들에 대한 무례함을 고백한다. 또한 임신을 하기위해 자신의 몸에 행했던 강박적 행위들과 임신 못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몸에 대한 정당화를 위해 끊임없이 일에 매달렸던 지난 시간들을 객관화하여 담담히 쓰고 있다. 이 책 [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 을 쓴 작가 에밀리 파인은 아일랜드 국립 더블린 대학교의 현대 전공 부교수이자 비평가로서 여러 글을 썼던 작가다. 하지만 그녀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내밀한 몸과 어린시절과 가정사를 회고하듯 써 낸 자전적이야기는 강렬함 그 자체다 그녀는 이 책의 초고 원고를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용기를 모으기까지 2년이 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그 어떤 용기있는 여성이라도 자신의 몸 ( 특히 여성의 몸 ) 을 소재로 이토록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고백하는 것이 과연 그리 쉽겠는가? 책을 읽으며 같은 성을 가진 독자로서 일정부분 공감을 하지만 이러한 삶을 내가 살았다면 그 상황을 객관화할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여성이라는 성으로 살며 여성의 몸으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모두 경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이 책의 추천자에서 ' 여성의 몸은 전쟁터' 라는 표현을 쓰며 '여성의 가치를 몸을 통해 규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기 자신의 몸을 통해 경험한 세계를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하고 세계에 의미를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권김현영의 말처럼 나 또한 사회적으로 구분되고 결정된 '여성의 몸' 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주장할 수 있는 인식조차 여성들 스스로 감지하지 못한 현실은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내재된 사회적 의식이라는 점이 인상깊었다. 그러나 그래도 그들 ( 그녀들 ) 은 표현하고 드러냄에 주저함이 없다. 물론 이 글을 써서 세상에 발표하기까지 여성작가의 결정과 고뇌가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래도 용기있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자 서문을 보며 내가 왜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는지 위안을 느낀다. 그녀 또한 글쓰기를 통해 자기위안을 얻고 있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었다. 감히 다른 사람에게 직접 말하지 못할 그런 것을 책으로 쓸 용기. 그녀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페미니스트, 과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을까?' 그저 겉으로 보이는 면들이 과격하고, 극단적이라 오히려 나에게는 반감을 주었다. '여라라서 그래서 뭐? 내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면 되지, 그렇게 극단적일 필요가 있어?'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내가 페미니스트였음을 깨달았다. 극단적인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여자임을 봐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끼는, 반페미니스트적임을 나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왜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를 단정짓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공감했다. 진정성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다.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이 책의 저자는 '에밀리 파인'이다. 책의 저자를 보고 책을 읽었으나, 책을 읽다가 저자를 잊어버렸다. 겉으로 보이는 '에밀리 파인'은 아일랜드 국립 대학교의 교수이며, 문화와 기억에 관해 연구하는 학자다. 그러나 책 속의 저자는 알코올 중독자의 딸이며 아이를 낳지 못했고, 이혼한 가정의 자녀이며, 청소년 시절을 마약과 남자, 가출과 함께 보낸 사람이다. 과거의 자신을 돌이켜보며 그 때의 일을 자세히 얘기하며, 왜 그렇게 행동했었는지, 가정의 환경이 그녀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자세히 기술한다. 자칫 내 마음 속에 꽁꽁 묻어두고 싶은 모든 것을 책에서 얘기하며, 그때의 기분을 적는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며 분명히 자기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를 지속하며 나 또한 자기치유를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작가와 비교해서 난 그렇게까지 드러내지 않았다. 즉,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쓰며 극도의 자기 치유를 했을 것이다. 드러내기 힘든 것을 감히 드러내며. 나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으나, 그녀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각들은 나에게 끊임없는 공감을 주었다. (알코올 중독자의 아빠 -> 나는 술 좋아하는 우리 아빠 ㅡㅡ;; 이런 식이다.) 그녀의 모든 것을 책 한권에 쏟아낼 수 있는 용기가 대단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저자가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의 경험을 말도 아닌 글로 - 후세에도 남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글 - 썼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알코올 중독에 대하여
물론 저자만큼의 아빠는 아니다. 아니 따지고보면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참 좋은 아빠다. 가끔씩 내뱉는 말들이 - 비록 나에게 쏟아내는 말이 아니었을지라도 - 가슴 한켠에 죽을 때까지 남아있을 만큼의 독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알코올중독자의 삶을 살고, 저자의 삶에 비집고 들어와서 저자의 상황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빠. 그런 아빠를 저자는 어떻게 돌봤는지 자세히 쓴다. 그녀의 아빠는 극복했고,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그렇게 자신을 힘들게 했던 아빠라 할지라도 그녀는 아빠를 사랑한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빠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나는 어떤가? 우리 아빠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난 우리 아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아빠와 통화는 언제 마지막으로 했을까? <사실 어제. 글벗님의 글을 읽고 바로.> 그러나 아빠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절실히 생각한 적은 있나?
며칠 전 운전하며 들었던 라디오에서 "당신은 언제까지 살고 싶나요?"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70살까지."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아빠가 어느 순간 70살이 넘은 나이를 가지고 계신 거다. 난 70살에 죽고 싶다면서. 갑자기 답답해졌다. 우리 아빠가 안 계시면 어떻게 하지? 내가 살고 싶은 나이보다 지금 우리 아빠가 더 많이 사셨는데... 그제서야 아빠의 소중함이 다가왔었다. 며칠 전 봤던 영화 <서복> 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지금이 소중한 거라고. 갑자기 아빠가 오늘로 안녕 하시면 난 괜찮을까? 아니.... 존재만으로도 그녀에게 벅찰 수도 있는 알코올 중독 아빠. 아빠의 아픔과 그런 아빠를 가진 딸의 아픔. 함께 치유해가는 부녀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우리 아빠를 다시 돌아본다. <아빠 미안해요. 사랑해요.>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책이 있다. 한동안은 나의 생각이 가득 담긴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실용서적을 쓰고 싶다고 생각도 해봤다. 그러다 이제는 그 모든 게 짬뽕이다. 주제는 상관없다. '쉽게 읽히나 나의 생각이 절로 스며들 수 있는 책'. 제일 어려운 책 스타일인가? 주제도 상관없다니. 그런데 그런 책을 쓰고 싶다. 너무 어려우면 책을 읽기가 싫어지고, 너무 쉬우면 '나도 이런 책 쓰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 책 말이다.
불임의 나날로부터
쉽게 얘기를 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힘들었을지 몰랐다. 그 아이의 글을 읽고 너무 미안했었다. 그때의 기분이 또 떠오르고, 한층 더 미안해졌다. 내가 그렇지 않다고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나의 이기심일 뿐이다. 그 미안함을 그만 느끼고 싶어 읽던 책을 덮고 싶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마음을 마음 속에서 떨치고 싶다고 책을 덮으면 그 아픔을 피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도 끝까지 읽어야 그 마음의 끝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아 애써 읽었다. 불임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구나. 미안해. 또 미안해.
이미 나의 행동은 지나간 것이라 다시 되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리며 또 미안해하고, 또 미안해하고.. 사람은 이래서 좋은 행동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할머니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저자는 결국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의 행복을 발견한다.
말하기/말하지 않기
저자는 이혼한 가정에서 자랐다. 의지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 가출, 마약, 방황을 한다. 집에 가면 누구하나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했다. 현재 방황하는 많은 아이들의 가정 또한 그녀와 비슷하다. 그 아이들 또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약 좀 더 그녀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순전히 나의 시각으로 바라본 그녀의 모습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 상황에 퐁당 빠져보지 못한 내가 감히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그저 얼마전 읽었던 책에서 알게 되었던 공감을 해줄 수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끝이라는 것에 속상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은 무엇이었을까? 외롭기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녀를 최대한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행위를 시작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비행청소년이 가지는 공통적인 모습이었다. 만약 그녀의 엄마가 안아주었다면..? 무엇부터 시작했어야 할까?
정말 어떻게 해도 되지 않을 때/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너무 많은 배신과 실망을 한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또한 그 정도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다. 그때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가 있다고, 그것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자녀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틀어져서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몰랐을 것이다.
다행히 끊임없이 사랑을 주는 동생이 있었다. 나에게 동생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고 느껴본다. 나도 그랬다. 이 책의 동생처럼 내 동생도 그랬고, 난 못된 언니였다. 내가 나눠준 사랑보다 받은 것이 더 많다는 거. 난 알고 있다. 우리집 특유의 분위기에서 그래도 탈출하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동생 덕분이었다. 그 싸움통 속에서 속이 터지도록 답답했었고, 갈곳이 없었다. 저자처럼 동생 덕분에 나 또한 살았다. <고마워>
마음이 어두운 상태에서 읽었다면 오히려 빛을 발견했을 것이고, 밝은 상태에서만 읽었다면 끝도 없는 우울함에 몸서리쳤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덮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 그러나 슬그머니 이어지는 내용이, 저자의 마음 변화가 궁금해서 다시 책을 펼쳐들게 되는 책이었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의 생활을 하며 힘들어했던 저자가 그래도 잘 컸고, 스스로를 잘 이겨냈음에 대단함을 느낀다. 자기 치유를 하는 저자의 용감함에 나 또한 용기를 얻는다.
과연 난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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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며 엄마는 나와 여동생에게 강조한 건 침묵이었다. 오빠에게는 없었던 침묵으로의 강요.. 내가 강간당할 위험에서 나왔을 때도, 설사 내 의견을 말할 때조차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말 것을 종용하셨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침묵은 나와 여동생만 겪는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나만의 생각으로 그쳤다. 침묵을 강요받아서일까. 나는 침묵을 깨기가 어려웠다.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의 저자 에밀리 파인 또한 자신의 오랜 사적인 경험들을 침묵 속에 봉인해야했다. 어린 시절 헤어진 부모님, 알콜중독자 아버지, 강간, 우울증, 불안 등 모든 것들을 한 편의 원고로 서랍 속에 묵혀두었었다. 저자의 원고를 발견한 파트너의 격려로 저자는 자신이 겪은자신의 몸의 모든 것을 봉인해제한다.
앞서 말했듯,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헤어진 부모님 사이에서 중재자로 겪어내야만 했던 아픔. 그 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끈 건 저자의 불임에 대한 고백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파트너를 설득하고 배란일에 맞춰 섹스를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 자신의 몸을 보며 저자는 모든 기쁨을 잃는다. 임신했다는 동생의 소식에 쉽게 기뻐하기 어렵고 주변의 아이들만 보아도 마음이 아파온다.
나는 고장 났어. 나를 봐. 임신하지 못하는 것은 고장 난 것과 똑같아.
불임은 자신의 몸을 저주하게 되고 섹스 또한 기쁨이 아닌 임신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치열한 배란일 기록과 임신만을 위해 달려오면서 파트너와의 관계는 어려움에 처한다. 계류유산, 불임 등 치열했던 과정이 끝난 후 임신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후 비로소 잃어버린 삶을 되찾는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며칠 전에 읽은 <굴욕 없는 출산>이 떠올랐다. 임신을 하면서부터 한 개인이 사라져버리는 듯한 굴욕과 소외감을 고백했던 이 책의 경험은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에서 불임 치료를 받으며 버텨간 저자의 경험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여성의 몸은 쉽게 출산을 위한 도구로 수십 번씩 전락한다. 매번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의료진들은 그저 당연히 참아야 할 과정으로만 인식한다. 그 차가운 인식 안에 여성은 갈 곳을 잃는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저자는 자신에 대해 담담하게 고백한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 자신이 외로웠다고도 잘 인식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경험, 합의하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던 옛 남자 친구와의 섹스가 사실은 강간이였다는 것도 저자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성인이 되서까지 침묵 속에 경험들을 봉인해왔고 봉인된 기억은 저자를 시시때때로 아프게 했다.
침묵을 깨고 말해야겠다며 이야기하는 저자는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자신을 위로해준다. 침묵했을 때는 침묵을 지키느라 자신을 위로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침묵을 깨고 말하는 순간 저자는 알게 된다. 자신이 많이 아파왔음을. 많이 힘들었고 상처받았음을 깨닫고 비로소 자신을 다독인다.
엄마는 나에게 오랜 시간 침묵을 강요하셨다. 내가 속도위반을 한 것도 부끄럽다며 조용히 하라고 강요한다. 심지어 여자는 정상적인 몸의 반응인 생리조차도 부끄럽게 여기도록 강요받는다. 무엇이 여자의 몸을 이토록 부끄럽고 침묵하도록 만들었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우리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의 저자 또한 침묵했을 때는 자신의 아픔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침묵은 상처만을 키운다. 침묵을 깨는 건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큰 용기 뒤에는 온전한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말해야 한다. 숨기지 않고 말하기 시작될 때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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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페미니스트 두 명이 운영하는 아일랜드의 작은 독립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입소문 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작품이라는 소개와 <이 책은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모든 여성의 이야기다>라는 문장이 나를 사로 잡았다. 오롯한 나로 살아가는 것.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요즘. 관심사와 같은 결을 가진 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하다보니 아무래도 기대감을 가지며 읽기 시작한 작품이다. 나는 독서 징크스 같은게 있어 기대감이 높으면 주로 실망하는 확률이 높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이번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번 책. 특히 여성의 삶을 전달하고 있기에 여성 독자들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결을 가지고 있다. 이번 도서는 저자가 경험한 것들 중 몇 가지를 큰 주제로 엮어 전달한다. 아버지의 알콜중독, 불임 ( 단순히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 임신과 관련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 ), 이외에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다난한 경험, 저자의 양육자들이 보여주었던 관계 등.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전달한다. 찬찬히 읽어내려가다보면 여성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삶 중 하나로 저자의 인생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나와는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아일랜드 여성의 이야기. 처음에는 온전히 타인의 이야기인 것 같은 생각으로 읽어가다가 은근하게 스며들듯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을 접하게 된다. 도서의 소개 그대로 '한 여성의 (특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모든 여성의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확장하는 것'을 만날 수 있다.
천천히 이야기를 곱씹어가며 읽어갈 때 더욱 매력적인 것 같은 이번 책. 저자가 문장을 통해 전달하는 주제와 이야기들을 통해 '이런 책을 쓴다면 나는 어떤 주제를 목차에 넣고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된다. 나만이 겪었던 것 같은,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거나 공감이 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는데, 무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 한결 편해지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도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기록하고, 발언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세상에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나와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도서라고 하기에는 믿을 수 없도록 좋았던 책. 추천하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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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이 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이 책을 보게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에 대해 딱히 정보라고 할 것 없이 읽기 시작했고, 다 읽기 시작한 뒤에야 이 책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표지와 이 책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페미니즘이 맞물리는 느낌이 정확하게 들었다.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대놓고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글의 난이도를 생각한다면 정말 쉽게 읽히는 편에 속하고, 딱히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내면적인 의미는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단편으로 엮어진 듯 하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결국 다 이어져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각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가족 속 저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이 단편으로 느껴진 내용을 좀 살펴보자면, 첫번쨰는 알코올 중독에 대한 것이다. 저자가 아닌 저자의 아버지가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물론 아버지는 끝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병이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론 그 끝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치닿을 것 같았으나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아버지의 죽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아버지의 죽음보다는 아버지가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여동생과 자신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반응에 대한 것, 마지막으로 알코올중독에 대한 아버지와 자식의 다른 생각 등에 대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 다음 이야기가 당연히 다른 이야기일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불임'에 대한 이야기 역시 앞의 이야기와 이어진다. 임신을 원하지만 임신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그리고 그로 인해 여자의 입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잘 표현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에는 부모님의 이혼(결국 이혼은 하지 않았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십년 전 별거를 시작했지만 결국 이혼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않았다는 것,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았던 시절을 건너 안부 정도는 주고 받는 관계로 다시 정립되었다는 것을 보며 이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밖에도 출혈에 대한 이야기, 나와 시험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특히 출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표현들이 많다. 고통과 아픔, 그리고 약간의 부끄러움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과정, 그것이 글 속에서 저자가 지향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페미니즘은 아니지만 읽어가는 과정 속에서 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낯설지만 결국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말하지 못한 것들의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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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 lalilu 이 책의 띠지는 “우리에게는 밖으로 꺼내야 할 이야기들이 매우 많다”는 문장과 함께 “여성의 침묵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회에 대한 반란!”이라는 내용을 함께 전해준다. 이 책은 아일랜드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버틀러문학상 수상작, 포스트아이리시 어워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영향력 있는 책이라는 것을 띠지는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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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슬로건 중 하나는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이다. "여성의 몸은 전쟁터"라는 말은 전혀 은유가 아니다. 여성의 가치를 몸을 통해 규정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자기 자신의 몸을 통해 경험한 세계를 스스로의 언어로 표현하고 세계의 의미로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파인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 추천사 중-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국립대인 더블린 대학교에서 현대극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인 에밀리 파인은 그녀 삶의 궤적을 담은 매우 개인적인 에세이 여섯 편을 묶어서 2018년에 아일랜드 페미니즘 독립출판사 트램프 프레스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아일랜드 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그에 이어 아일랜드 최고의 도서상인 '포스트 아이리시 북어워드'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그녀는 이 책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용기를 모으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심지어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았던 많은 사건과 감정을 싣고 있으며, 이 경험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총 6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그녀의 솔직한 감정과 그때 당시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딸로 살아가는 삶. 그 삶 속에서 딸들의 헌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기억을 왜곡시켰던 아버지. 그것을 통해 그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 불임으로 고통받던 시간들, 그것에 맞서 싸웠던 어머니로서 그녀의 강함. 비행청소년으로 낙인찍히면서 세상의 음지를 경험했던 그녀의 사춘기 시절 등 여자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단순하지 않음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표현해도 되나 싶은 이야기를 그녀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글로 써 내려갔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녀는 자유롭고, 당당했으며,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여자였기 때문에 부당하고, 폭력적이게 겪었던 힘든 시간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았고 지금도 그 삶은 현재 진행 중이다.
- 본문 중 -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에 평범한 30대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페미니즘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아니다. 취지는 좋았으나 변질된 지금의 상황들을 보면서 그저 씁쓸한 웃음을 삼키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남성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살면서 한 번도 걱정해보지 않은 문제들을 매 순간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연약한 삶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에밀리는 그 부분에서 용기를 냈다. 그녀의 솔직함과 당당함이 이 사회에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 속에 도움이 되는 교훈이 조금이라도 있기는 한 건지 판단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나의 현재 자아는 나의 어린 자아가 하루에 세 끼를 먹었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를,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기를, 그렇게 엄청나게 술에 취하지 않았기를, 가출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온갖 희망 사항 아래에서 나는 의문을 던진다. 만약 내가 이러한 것들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더 안정되거나 더 행복하거나 더 안전했을까? 내가 이 질문에 언젠가 답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