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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안흥도서관의 why 시리즈나 who 시리즈는 대부분 완독했는데, 이 책은 최근에 구입한 책인 듯하다.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꾸민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고교생 이상 성인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에 대해 신뢰를 갖고 펼친 책에서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한무제와 사마천 두 인물을 통해 서편제의 인연을 생각했다. 한무제는 한나라 전성기를 이끈 나름 명군이고, 사마천은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역사가이다.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면서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뤘지만, 한편으로는 악연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도움을 준 인연이기도 하다. 한무제가 흉노족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항복을 한 이릉의 가족을 처형하려고 할 때 사마천이 이릉을 변호하였고, 분노한 한무제는 사마천은 궁형에 처해졌다. 뒤에 이릉에 대한 혐의가 상당 부분 벗겨지면서 관여한 인물들은 사면이 되었고 사마천도 복직이 되었지만, 이미 신체가 손상된 뒤였다. 사마천은 치욕의 나날을 보내면서 중국 최고의 역사서 『사기』를 편찬했다. 당대의 실적은 그 시대 제왕의 업적이기도 하니 『사기』는 무제의 공적이기도 하다. 위대한 사서의 완성에 두 사람의 인연이 얽혔으니, 한무제와 사마천의 인연은 선연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
한무제와 사마천에서 영화 『서편제』를 떠올린 이유는 유봉과 송화의 관계가 떠올랐기 때문이이다. 유봉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가슴에 한을 품어야 한다면서 송화의 눈을 멀게 했다. 송화는 그 한을 노래로 완성하며 명창이 된 것이다. 한무제가 위대한 역사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 사마천을 궁형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한을 사기의 완성을 통해 극복한 것이 아니겠는가?
둘째, 역사가로서 사마천을 통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떠올렸다.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감수한 것은 선친의 유언대로 사서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사마천은 단순히 고서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직접 현지를 방문하고 확인하면서 기록했다. 그로 인해 사마천을 일러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한 사람'이라고 평한다고 한다. 사마천과 김정호는 두 발로 뛰어다니고, 두 눈으로 직접 보며,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사기』와 『대동여지도』를 남긴 것이다.
셋째, 'who 시리즈'의 편집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7장으로 나누어서 한무제와 사마천의 삶을 서로 비교하고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역사바로보기'라는 자료를 통해서 그 시대의 배경, 관계 인물, 관련 서적 등의 참고 자료를 덧붙였다. 자세하면서도 쉽게 풀이하는 자료들은 두 인물은 물론 당대를 이해하는 훌륭한 참고 문헌이었다. 권말 부록으로 덧붙인 중국사 퀴즈, 중국 견문록, 고전 한 마디, 역지사지 토론방 등과 각종 연계표도 좋았다.
특이한 것은 이 책에 참여한 20여 개교의 2백여 명의 어린이들 명단이었다. 그 어린이들이 어떤 형식으로 이 책의 완성에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책을 만든 이들의 정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예전에 who? 시리즈를 읽으면서 각 권마다 덧붙였던 추천사를 그대로 인용하겠다.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꾸민 책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지식과 깨달음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초등학생용이니 어렵지 않으면서, 성인들의 수준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품격이 있는 책으로 누구에게나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에 실린 사마천과 한무제에 대한 저자의 평가를 덧붙이겠다.
"사마천은 시련에 굴하지 않고 『사기』를 완성해서 오늘날까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사기』는 완성되지 없었을 것입니다.
무제는 54년간 황제로 군림하며 유학을 바탕으로 사상을 통일하고,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펼쳐 진정한 통일 제국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으로 백성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정작 유교가 강조하는 애민 정신이나 가족 간의 사랑은 실천하지 않아 외롭고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습니다.
궁형이라는 시련에 굴하지 않고 『사기』를 완성해서 후대의 높은 평가를 받는 사마천, 웅대한 업적을 이루었으나 노년에는 불로장생이라는 헛된 욕심을 부린 한무제! 전혀 다른 운명의 길을 걸어간 두 사람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166~16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