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의 내용만큼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했다. 내게는 여전히 생소한 오페라를 미술 감상과 연관시키는 글을 쓸 정도라면, 음악과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이미 오페라 입문서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을 펴냈고, 이번에 두 번째 오페라 관련 책 속에 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저자 소개를 보니 "명퇴 후 오페라 해설가가 된 덕후"라고 나와 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저자는 거의 30년간 금융업에 종사했던 사람이고 직장 생활 중에 좋아했던 오페라를 통해 은퇴 후의 새로운 인생을 펼쳐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다가 연상되는 화가나 미술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힌다. 그러니 독자들은 오페라와 연결된 미술작품을 즐기면 된다고. 오페라의 경우,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 베르디의 <아이다>, 모짜르트의 <돈 조반니>,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푸치니의 <토스카>,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 벨리니의 <노르마> 등 열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이들 작품이 선정된 것인지 나와 있지는 않고, 베르디와 벨리니 작품이 각각 두 개씩 실려 있는 게 눈에 띈다. 수록된 작품 중 일부는 익숙한 제목이지만 줄거리만 아는 정도이고, 영상을 통해서조차 접해보지 못한 낯선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오페라는 어떤 계기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보게 되지 않는 영역이 아닌가 싶다. (문득 20대 초반에 친구가 오페라 표를 얻어 같이 가자고 말했고 약속까지 했지만 다른 사정이 생겨 결국 오페라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페라의 '오' 자를 알 기회를 놓쳐버린 이후, 스스로 관심이 생겨 이 책을 펼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해당 오페라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시대 배경 등 개요를 서술한다. 다음으로 주요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공연 또는 해설을 보기 전에 등장인물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대 위 오페라에 대해 서술하면서 작품 속 아리아를 소개한다. 아리아의 가사 수록과 함께 QR코드로 해당 동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에는 공연 장면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 사진 자료도 첨부되어 있다. 주제로 정한 오페라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면, '로즈먼 브릿지'(영화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지붕 있는 다리로, 이 책에서는 오페라와 미술을 잇는 다리를 상징하는 코너명으로 쓰였다.) 페이지를 통해 미술작품을 소환한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에 나온 아리아 '피렌체는 꽃피는 나무와 같아'에서는 찬란한 피렌체를 일군 위인들을 찬양하는데, 저자는 거기서 언급한 '메디치'를 단초 삼아 이야기의 가지를 뻗어간다. 르네상스의 후원자로서 메디치 가문의 실력자였던 메디치(1449-1492)가 후원했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그와 각별한 사이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술작품과 특징을 하나씩 소개한다. 그런 다음, 종합적으로 세 사람을 아우르는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을 서술하면서 마무리한다. 미술작품 소개와 해설이 앞서 나온 오페라 못지않다. 물론 전체적으로 오페라 설명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미술작품이 단지 저자의 주관적인 감상 위주로 짧게 들어간 게 아니라 르네상스 미술, 바로크 미술, 로코코 미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자연주의, 사실주의,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을 조망하도록 구성하였다.
음악과 미술 전공자가 아닌 '오페라 덕후'가 쓴 책이라서 솔직히 개인의 감상이 주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책의 구성이 꽤 체계적이고 배경 설명도 지식 전달과 감상을 적절히 안배한 느낌이다. (저자가 현재 오페라 해설가로 활동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도슨트로도 나서지 않을까.)
여기에 수록된 오페라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 캐릭터에 주목해서 읽게 됐다. 라우레타는 잔니 스키키의 딸이고 연인 리누치오와 얼른 결혼하고 싶어 한다. 아버지에게 리누치오를 도와달라며 아리아를 부르는데 저자에 따르면 "사랑에 빠져 아빠를 협박하는 노래"다. 레일라는 브라만교 사제로 운명적인 사랑과 재회한 후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인이다. 마리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연대(어릴 때 버려져 21연대 병사들이 딸처럼 키워서 모든 병사들은 그녀의 아버지라고 말한다.)의 딸로, 발랄한 매력덩어리 아가씨다. 아이다는 에디오피아 공주였다가 노예가 되어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시녀로 살고 있다. 그녀는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를 사랑하는데 암네리스 또한 그를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자기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돈나 안나는 명예를 소중히 지키는 여인, 돈나 엘비라는 사랑에 정열적인 여인, 체를리나는 사랑과 명예 모두 움켜쥐려는 여인이다. 몽유병을 앓는 아미나, 옛 사랑을 만나고 다니는 남자를 둔 산투차도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등장인물을 먼저 알고 나서 오페라를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실제 영상에서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등을 비롯한 성악을 들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복적인 때로는 우울해지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낯설지만 궁금해지는 '오페라 산책'을 나서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다. 이 책의 끝부분에 실린 저자의 말을 통해, 다음 오페라 책의 내용도 기대하게 된다.
"기분 좋은 느낌과 설렘이 있는 예술. 그 예술을 반영하는 시대의 큰 흐름인 역사. 그 역사와 함께 유럽 문화를 따라 오페라를 감상하는 과제는 다음을 기약하며 산책을 마칩니다." |
|
나는 오페라 공연을 직접 공연장에서 한 번도 관람하지 못한 그야말로 오페라의 문외한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를 접하는 순간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읽고 싶었습니다. 나는 미술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1장을 여니,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가 나오네요. 이 작품은 <외투>, <수녀 안젤리카와 함께 푸치니의 3부작 <일 트리티코> 중 하나라는 설명과 함께 주요 등장인물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페라의 내용을 전개합니다. 핵심을 잘 찌르는 간결하고도 쉬운 설명 덕에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됩니다. QR코드(p. 25)를 찍으니, 아름다운 노래가 흐릅니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아름다운 선율에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유명한 곡이 <잔니 스키키>에서 주인공의 딸 ‘라우테나’가 부른 것이라니, 너무나 반가워 깊은 쾌감을 느낍니다. 이 오페라의 내용에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유언장을 위조해 재산을 차지하려는 유족들의 탐욕을 통쾌하게 농락하며 주인공 자신이 제일 값나가는 재산을 독차지한다는 줄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우리네 물욕이 부질없는 것임을 깨우치도록 교훈을 준다”(p. 28)는 이 책 저자의 해석에 마음이 뜨끔합니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요.
저자는 이어서 보티첼리의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성(聖) 가족>을 소개합니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와 위의 세 화가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잔니 스키키>의 원전이 단테의 <신곡>이고, 초기 르네상스를 구현한 인물 단테가 피렌체 출신이라는 것, 피렌체는 메디치가의 영향 아래 있었다죠. 따라서 저자 한형철은 로렌초 데 메디치가 적극적으로 후원한 르네상스의 세 거장의 작품을 소개한 것입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연결이지만, 각 작품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한 가지 오페라 작품과 ‘로즈만 브릿지’라는 소제목하에 소개하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은 독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예술은 고상한 이념이나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우리에게 기분 좋은 느낌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서문, ‘산책을 시작하며’ 중에서)는 저자의 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이나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QR코드를 통해 즉각적으로 오페라의 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오페라와 미술을 융합시킨 이 책, 코로나 시대에 제격입니다. 이 책으로 오페라와 미술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세요. 이 책을 즐긴 독자로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나는 오페라 해설가 한형철의 블로그를 ‘찜’해놓고 그가 소개하는 오페라들을 조금씩 배우며 감상하고 있습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
이 서적은 <운동화신고 오페라 산책>에서 오페라의 길잡이를 해주며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제시했던 저자가 오페라 11개 작품과 어울리는 미술 11개의 파트를 사조, 화가, 작품을 설명한 서적으로 전작처럼 쉽고 재미있게 유명 오페라를 설명한 부분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서적은 3개의 파트 11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오페라를 설명한 형식은 전작과 동일하게 각 절과 막의 줄거리를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QR코드로 오페라의 주요 장면을 독자가 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오페라와 미술을 접목한 내용을 소개한 후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과 대표 화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록하지 못한 미술작품도 QR 코드로 볼 수 있도록 링크를 소개한다. 1장은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와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라울레타가 부르는 아리아 ‘O mio babbino caro’는 오페라를 보지 않은 사람도 들어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곡이라 하겠다. 그밖에 베르디의 <아이다>와 신고전주의 대표화가 다비드를 설명한 4장은 많은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올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봤던 파트는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에 대한 내용과 낭만주의 밀레의 작품을 소개한 6장과 푸치니의 <토스카>와 반 고흐(후기 인상주의)의 작품을 소개한 내용이었다. <몽유병의 여인>의 경우 아미나의 아름답고 청아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다른 오페라와 달리 격정적이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잔잔한 호수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토스카>의 경우 루치아노 파바로티 ‘E lucevan le stelle’ 가 워낙 유명하지만 책에서 소개한 ‘오묘한 조화’,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들으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오페라의 경우 전체적인 스토리와 주요 부분을 몇 차례 반복해서 미리 듣지 않고 가면 그 공연에서 감동을 느끼기 어려워 쉽게 접근했던 뮤지컬보다는 꺼리곤 했는데 저자의 서적을 접하면서 오페라의 주요 부분을 반복해서 들으니 조금씩 친숙함을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오페라 공연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저자가 소개한 오페라에 대해 미리 충분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서적은 오페라와 미술을 연결시켜 설명한 내용이 전작보다 더욱 재미있게 구성된 특징이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라 다른 서적보다 매우 쉽고 재미있게 오페라를 설명해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서적으로 가독성이 우수하고 오페라에 반하게 만들 최고의 가이드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서적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 드립니다. |
|
나의 첫 오페라는 학교 다닐 때 교양 과목으로 들었던 '음악의 이해'의 과제로 접했던 베르디의 '아이다'였다. '아이다'는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라 무대 장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고 또 노래가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이 포진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첫 오페라의 단추를 잘 끼웠던 기억이 있다. 직접 극장에서 관람하는 오페라 공연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뭐 영상매체가 워낙 잘 되어있으니 실제 무대를 보는 것 만큼은 못하지만 종종 듣고 싶은 노래들을 검색해서 들어보곤 한다.
학교 음악 시간에 무조건 달달 외웠던 내용 중 하나는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라는 것. 사실 실제 오페라 한번 보고 나면 그런 거 외울 필요도 없이 무슨 의미인지 즉각 알 수 있었을텐데 예전 주입식 교육들은 정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밖에 안나온다.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는 오페라에서 연상되는 미술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묶어서 콜라보 형식으로 구성해 놓은 책이다. 전문가적인 입장보다는 일반 독자를 위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 정도의 기대감으로 읽으면 좋겠다. 요즘 음악이나 미술 관련 책들이 그렇듯이 작품마다 QR 코드가 있어서 그 때 그 때 검색의 번거로움 없이 음악을 듣거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페라 파트는 오페라와 등장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더불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잘 담겨있어 해당 오페라를 처음 접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잔니 스키키>와 <연대의 딸>, <몽유병의 여인>, <노르마> 같은 작품들은 처음 영상으로 보게 되었는데도 의외로 노래가 귀에 익은 것들이 많아 이번에 확실히 음악의 출처를 알게 된 것이 즐거운 소득이다. 오페라와 짝을 이룬 미술 작품들은 사실 기대에는 조금 못미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와 짝을 이루는 그림들이 그저 진주가 등장하는 그림들이라거나 <잔니 스키키>의 배경이 피렌체라서 메디치 가의 후원을 받은 화가들의 작품들이 나오고 <몽유병의 여인>의 배경 역시 풍광과 물레방아가 등장하는 자연이라 자연주의 화가인 밀레와 짝을 만들어 놓은 이런 식인데, 저자가 표방한 오페라와 미술의 융합에 대한 공감은 그리 되지 않는 방식이라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오페라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금도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유명한 간주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명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