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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은 아니예요. 그림집이라 하면 될까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조금 있어요. 여기 담긴 그림을 그린 작가 이야기예요. 책 제목이 《혼잣말》인데 그림도 혼잣말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림만 담기지 않아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림만 있었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글이 있다 해도 할 말이 많은 건 아니예요. 여기까지 쓴 걸 보니 비슷한 말을 여러 번 한 것 같네요. 이렇게 쓰기까지도 시간 조금 걸렸어요. 책을 다 보고 무슨 말 쓰지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조금 졸리기도 해서 눈 감기도 했어요. 그렇게 있다 뭔가 떠올린 건 아니예요. 아무것도 안 하다가 시작하면 어떻게든 끝나겠지 하고 썼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자기 그림집이 나오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그런 거 한번도 본 적 없지만. 그림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그림만 담겨 있으면 아무것도 못 쓸 듯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책에 담긴 그림을 봤습니다. 사실 저는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 그림이 있는 곳에 가서 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 보기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림 그리는 사람도. 여기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한지민도 그럴 것 같네요. 여기에는 미술관이라는 그림도 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미술관에서 그림 보기 좋아하겠다는 건 그냥 떠올린 건데,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한지민은 미술관에 가면 그리고 싶은 걸 만나기도 한답니다. 저는 어디에 가면 쓸거리를 만날지. 어디에 가기보다 제 방에서 떠올리는 게 더 좋기는 해요.
앞에서 작가 한지민은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요. 한때 외갓집에서 외할머니와 살았나 봐요. 무슨 사정으로 그랬을지. 부모가 다 일해서 한지민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한지민은 첫째딸이고 동생이 넷이고 막내가 남동생인가 봐요. 할아버지는 한지민 어머니가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밥도 상 위에 올려두지 못하게 했답니다. 그건 대체 언제 얘길까요. 지금은 그런 일 없겠지요. 딸을 넷이나 낳은 건 아들을 낳으려고였나 봅니다.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그런 사람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들 딸 구별하지 않겠지요. 아니 그런 일 아주 없지 않을지도.
어떤 예술이든 그것만 하고 먹고살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아주 잘 알려진 몇 사람을 빼고는. 그림은 더 힘들겠지요. 한지민은 그림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대학에서는 그림 공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지민은 그림을 그만두지 않고 대학원에 들어갔나 봅니다. 어머니가 학비를 내주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한지민이 그림 못하게 해서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하고 돈을 줬어요.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학비 내줬을 거다면서. 한지민은 아버지와 그림 문제로 사이가 멀어진 적도 있지만, 친하게 지낸 적도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지민은 그걸 아쉽게 여겼어요. 아쉬움보다 슬픔이겠습니다. 이건 누구나 그러겠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니 그때그때 마음을 쓰면 좋을 텐데.
책 제목은 ‘혼잣말’인데 ‘한사람’이라 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아니면 ‘뒷모습’. 한사람이 아닌 두 사람을 그린 그림도 있군요. 그건 겨우 한점이에요. 뒷모습도 많아요. 뒷모습은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 함께 있다면 뒷모습도 덜 쓸쓸해 보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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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모 북페어에서 데려온 책. 한참 눈이 안 보일 때라.. 표지의 그림을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흐릿하게 보이는 그림이 어딘지 맘에 들어 책장에 자리를 내주고는 한참 후에야..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아니, 마음 기울이기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 같이 있고 싶다. 못 들은 걸로 해요. 그냥 혼잣말. 남주의 대사는 이해되지 않는다. 한데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은 맘이 아파진다. 더군다나 우연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장면. 내 손에 들린 책은 한지민 작가의 <혼잣말>. 읽기 전 바라는 바는, 부디.. 남주의 대사만큼 책에 담긴 문장들이 아프지 않길. 책 표지를 채운 뒷모습은 어쩐지 짐작되는 바가 있지만 조금 울다 잠들려던 이 밤에 따스한 집중이 되길. 따스함 안에 위로가 있길, 위로 안에 회복이 입혀지길, 입혀진 회복은 다시 사랑이 되길.. + 한지민 작가의 글은 간결함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지간한 사람은 가졌을 법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멈춘 글이라도 읽는 이는 이어갈 수 있는 거예요. 자신만의 이야기로 말이죠. 적힌 문장들은 진심 혼잣말입니다. 묻는 수고가 없고 들을 일도 없는 혼잣말이요. 그것은 그림에서도 보이는 ‘편린(한 조각의 비늘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극히 작은 한 부분을 이르는 말)’인 셈인데, 자세한 서술이 없는 글과 그림일지라도 전체를 그려 보고 읽게 만드는 몽환적 분위기는 그녀만의 매력인 듯싶어요.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꽤 욕심나는 그림입니다. 그리는 사람은 역시, 그림으로 전하는 능력이 있는가 봐요. 가늠할 수 없는 표정이고, 전후 사정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보인 뒷모습은 책을 펼친 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빠져들게 하네요. 아마도 틀어진 몸의 각도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니면 사물에 기댄 모습이 익숙해서 그럴지도요. 어쩌면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뒷모습은 숨긴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럴까요? 어떤 결론이든 내린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어때요. 보는 이와 읽는 이에게 충분한 포만감을 주는 책인 걸요. "제가 그린 그림이 느린 영화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읽히길 바랍니다." 책 앞에서 걸음을 멈춘 이가 있다면 분명 읽는 중일 겁니다. 저자의 바람대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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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외할머니와의 추억 조금은 불안한 독백에서 그럼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애쓰는 흔적들이 보인다 #혼잣말 #한지만 #공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