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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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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 밤길을 간다/ 어려서는 어머니 등에 업혀 이 길을 갔고/아비가 되어서는 어린 자식 업고 가던 길/ 오늘은 혼자 간다/ 나 들으라고 노래하며 간다/ 이 길을 가며 때로는/ 몰래 뒤를 밟는다는 짐승이나/ 시커먼 어둠도 두려웠지만/ 언제나 무서운 건 사람이었다    북천에 두고 온 가을 : 마가목을 두고 온 지 십년이 넘었다/ 돌배나무집 묵은 된장은 잘 있는지/ 이름은 북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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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 밤길을 간다/ 어려서는 어머니 등에 업혀 이 길을 갔고/아비가 되어서는 어린 자식 업고 가던 길/ 오늘은 혼자 간다/ 나 들으라고 노래하며 간다/ 이 길을 가며 때로는/ 몰래 뒤를 밟는다는 짐승이나/ 시커먼 어둠도 두려웠지만/ 언제나 무서운 건 사람이었다   

북천에 두고 온 가을 : 마가목을 두고 온 지 십년이 넘었다/ 돌배나무집 묵은 된장은 잘 있는지/ 이름은 북천인데 물은 서쪽으로 흐르고/ 강바닥에 불조심 깃발들이 불꽃처럼 타오르던 곳,/ 마가목 열매는 술처럼, 지는 해처럼 붉었지/ 내 허리를 살포시 안은 여자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마가목 꽃 속을 드나들던 시절,/ 꽃보다 열매가 더 좋다고 하면/ 가던 봄이 돌아보고는 했으나/ 어느 해나 같은 가을은 없었다     

그리운 강낭콩: 시장 골목 뒤켠에 헌책방이 하나 있었다/ 리어카 두어대쯤 되는, 바퀴 달리고/ 지붕이 가빠로 덮인/ 갈 데 없는 고금소총이나 악의 꽃, 팡세/ 그리고 낡고 먼 세계문학들이/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는 했다/ 다리를 조금 저는 주인은 외상으로도 책을 주었고/ 가을에 갚았다/ 추수가 끝나면 어머니 몰래/ 책가방으로 쌀을 퍼다 주었다/ 어머니는 쌀독 군데군데 강낭콩을 묻어/ 쌀의 안부를 표시해두기도 했는데/ 나는 쌀을 퍼낸 다음/ 강낭콩을 제자리에 옮겨놓고는 했다/ 또 다시 가을이다/ 웃말 방앗간 굴뚝에서/ 가락지 연기 올라가던 그 가을과/ 하나도 틀리지 않은 가을이 와서/ 나는 인터넷 책방에 들어가 몇 권의 책을 결제하며/ 머나먼 쌀독을 생각한다.    

국수 법문: 그 전에 종로 어디쯤/ 머리가 하얗게 센 보살이 끓여주는/국숫집이 있었어/ 한그릇에 오백원/ 더 달라면 더 주고/ 없으면 그냥 먹고/ 그걸 온 서울이 다 알았다는 거야/ 그 장사 몇십년 하다가 세상을 뜨자/ 종로 바닥에 사리 같은 소문이 남기를/ 젊어 그를 버리고 간 서방이 차마 집에는 못 들어오고/ 어디서 배곯을까봐/ 평생 국수를 삶아/ 그 많은 사람을 먹였다는 거야.

k****6 2022.06.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