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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농담, 왠지 어울리는 조합 같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즐기는 편이라 작가들은 술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궁금했다. 농담이야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술자리에서 하는 농담은 분위기를 고양시킨다. 술에 취해 농담을 하고, 농담을 하다 보니 술이 술술 들어가는 형국이 아닐까 싶다. 물론 술이든, 농담이든 지나쳐서 좋을 것은 없지만..
헌데 책을 읽다보니 시리즈라고 한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 즉 끝말잇기 이다. 첫 번째 나온 책이 [커피와 담배]였고, 두 번째 책이 [담배와 영화], 그렇게 이어져 시, 산책, 연애, 술을 거쳐 농담에 이르렀다. 전편이 [연애와 술] 이었으니 [술과 농담] 다음 편은 농담과 어울리는 또 다른 낱말이 등장할 것이다. 전편들 모두는 각각 한 명의 작가가 썼는데 이번 편은 여섯 명의 작가가 글을 썼다. 술은 같이 마셔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일까? 아니면 술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어서 너무도 많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까? 여섯 명의 작가는 술과 농담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언제, 누구와, 어떤 농담을 하며 술을 마시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작가 편혜영은 [몰沒]이라는 제목을 두고 술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와인 두 잔과 맥주 500씨씨를 마신 후 남자화장실에서 토하고 잠이 든 이야기, 당숙모와 엄마의 술 이야기 등을 통해 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를 내린다. 마시다보면 술이 느는 게 아니라 구토에 걸리는 시간이 빨라지는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술은 부끄러움에 맞설 가장 그럴싸한 망토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마시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종종 술 마시는 일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沒이란 뭔가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그런 상태는 죽음이 처한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안식처가 필요하고 술이 그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나는 술에도 농담에도 재능이 없다. 주량은 평균이하이고 내 농담은 대개 믿기지 않을 만큼 재미없다’라고 말하는 조해진 작가는, 자신의 청소년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술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술에서 깨어난다. [조금씩, 행복해지기 위하여] 술의 농도를 줄이고 자신의 나이에 맞게 마신다. 술을 마시는 그 시간이 좋아서 거의 매일 규칙적으로 맥주 한 캔을 마시지만, 아주 가끔 하나의 관계가 끝났을 때는 취해서 잠이 들고 그러고 나면 아픈 마음이 조금이나마 희석된다. 술을 마시면 내 삶의 반경너머까지 상상할 수 있고 잠시 잊혔던 기억이 선명해진다며, 술을 양껏 마신 뒤 세상에 건네게 될 마지막 농담이자 진담이 있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김나영 작가는 술과 농담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무거운 일상을 가볍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술은 자기가 처한 기분을 더욱 누리고 싶어서, 그리고 농담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고 싶어서 하게 된다. 그래서 [술과 농담의 시간]이다. 그러나 ‘거의 농담인 것처럼 보이는 대화 속에 숨겨진 진실을 알아차리는 것, 하지만 드러내놓고 알겠다고 말하지 않는 것, 숨겨진 것은 더 숨겨주고 밝혀진 것은 더 밝혀주는 것, 이런 이상한 문법이 존재하는 세계’는 술과 농담만 없고 모두 있는 시간이란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한유주, 이주란, 이장욱 작가의 술과 농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는 술을 마시기 위해 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농담을 하기 위해 술 마실 이유를 찾기도 한다. 때로는 술 한 잔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실없는 농담 한 마디에 진심을 감추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시는 술에는 수많은 사연이 쌓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농담도 경계를 넘나든다. 술을 마시고 난 후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 해장국에 딸려 나오는 한 잔의 술을 바라보며 지난밤을 생각해본지도 오래 되었다. 이젠 혼자 마시는 술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술엔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술친구가 있어야 제 맛이지 않을까?
작가들의 술과 농담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난날 나의 술과 농담의 시간은 어떠했는지 떠올려본다. 지나간 시간은 술이 있어서 아름다웠고, 술이 있어서 괴로웠던 시간들의 합이었다. 이래저래 술 마실 핑계거리 하나는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책이 나에게 술 한 잔 하자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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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출간된 편혜영,조해진,김나영,한유주,이주란,이장욱 작가들님의 <술과 농담> 리뷰입니다.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이 점 유의해주시기 바라며, 주관적인 감상임에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책 디자인과 구성, 내용이 제 취향이라 여유가 될 때마다 한권씩 모으고 있습니다. 가장 좋았던 권은 커피와 담배, 시와 산책이었는데, 이번 편은 술과 농담이라 그런지전체적으로 책이 술을 먹고 하는 농담같은 내용들이었습니다. 다른 독자분들에게는 다소 너무 난해하고 가벼울 수 있는 구성이나, 제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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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제목에 끌려서이다. 우연히 알게 된 제목에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다 들어 있었다. 술과 농담. 가끔 술에 대해 생각하곤 하는데 잘 마시면 기분이 좋지만 잘못 마시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에 반해서 일단 구입을 했다. 평소에 좋아했던 조해진 작가님의 글이 함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여섯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시작을 여는 편혜영 작가님의 몰(沒)이 참 좋았다. 사실 소설과 에세이의 어느 중간 정도 느낌의 글이어서인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술과 농담에 글을 수록한 작가들과 나도 모르게 내적친밀감이 쌓인 기분도 들었다. 다 읽은지 좀 된 책인데, 이상하게도 나는 자꾸 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생각난다. 결혼 후 해외로 떠난 Y가 중간에 한국에 들어와서 립글로즈 두 개를 건네는 장면. 왜일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야식으로 시킨 음식과 술이 배달온 모양이었다. 리뷰를 쓴 김에 오늘은 나도 술과 농담을 즐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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