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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기를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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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年 :: 太宰 治만년이다. 07년 6월 19일. 이 책을 다시 집어든 것이 올해로 딱 10년. 나만의 앵두기櫻桃忌를 가져보고자 이른 아침 구석의 서고에서 뽑아 들었다.자신 있었다. 10년전의 그 어리석음대로, 객기의 청춘으로 휘청이지 않을거라고. [죽는 것이 가장 좋은거야] 라는 말을 멋들어진 경구인 마냥 나불대는 나이는 지났다고. 다시는 이 책을 붙잡고, 다자이를 사신으로 받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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晩年 :: 太宰 治

만년이다.
07년 6월 19일. 이 책을 다시 집어든 것이 올해로 딱 10년.
나만의 앵두기櫻桃忌를 가져보고자 이른 아침 구석의 서고에서 뽑아 들었다.

자신 있었다. 10년전의 그 어리석음대로, 객기의 청춘으로 휘청이지 않을거라고. [죽는 것이 가장 좋은거야] 라는 말을 멋들어진 경구인 마냥 나불대는 나이는 지났다고. 다시는 이 책을 붙잡고, 다자이를 사신으로 받들며 지옥으로의 발걸음을 동경하지 않을거라고. 나는 그저 그때의 그 철없는 소용돌이를, 더 거칠고 더 우아하게 타게 해준 다자이를, 그저 지나간 하루키의 감성을 반추 하듯이, 하나쯤 있는 추억 마냥, 낭만적으로 기리고자 했을 뿐이었다.

날이 무더웠다. 여섯살 아이는 수족구 라는 경미 하지만 귀찮은 전염병으로 온종일 칭얼댔다. [나만의 우아한 앵두기] 는 이미 정오가 되기도 전에 그 환상이 깨지고 초라해졌다. 서두에 실린 단편 [잎] 에서부터 일상의 권태로움을 호소하며 죽음을 긍정화 하는 작가의 글귀가 거슬렸다. 그의 산만하고도 자의식에 가득찬 아포리즘이 마치 내 유치한 낭만을 비추는 것 같아 울컥 화가 치밀었다.사소하게 분노하고 사소하게 우울 해지는 스스로가 [추억] 의 그 소년과 공명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여전히 성장하지 않은 자신을 깨닫고, 경악하고, 부끄럽고, 부정하고, 또 다시 분노하고, 우울해 했다.

[어복기] 의 스와가 폭포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던 해방감 이라니, 당혹스럽다. 소비로 결핍을 주장하고 소유로 집착을 마킹하며 삶의 의미를 애써 콜라주 하듯 끌어 모으고 있는데, 기실 속내 저편에는 여전히 시간을 피리오드 해버리고 싶은 무력감의 괴수가 웅크리고 있었다니. 10년이 지나도록 나는 내 자신을 기만하기만 했을 뿐 뿌리까지 변화 시키고 성장 시키지 못했던건가. 망가지고 구겨져서 다자이를 순수하게 추모 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원망심으로 변질 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인간실격. 초심의 오바 요조를 만난다.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 못하면서 한가지 감사한다. 설령 가식이 삶의 연장 방법 일지라도, 그래도 인정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는 그의 따스한 솔직함에. 10년전의 겉멋 들린 나를 외면하며 부정 하지만, 그래도 순간 순간에 격렬했음을 존중 하자고. 오늘 여전히 다자이에게 공명 하는 것은, 삶에 솔직하려는 내 자신의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아직 이렇게 거칠게 부딪히고, 거칠게 쓰라리고, 거칠게 우울할 수 있는 감성이 살아 있는 거라고.

자칭 문학 소녀라고 우쭐대며 데미안과 베르테르를 우상화 했던 중학 시절부터 하루키를 교주로 모시며 럭키 스트라이크를 태우던 객기 어린 고교 시절과 다자이와 울프를 교과서 삼아 수없이 자살 미수에 그치던 스무살 초반에서 결국 비굴한 삶을 택하며 변명하듯 와일드의 데카당스에서 쥐스킨트의 니힐리즘으로 갈아타던, 그런 정서불안의 겉멋 들린 아우스랜더였던 나는 이제 평범한 애기 엄마이자 소박한 주부다.

가끔은 과거의 나를 닮은 어린 소녀들을 보며 부끄러움으로 괜시리 신랄해지지만 그런 자기 부정이 곧 자기 청춘 부정일텐데, 혹은 여전한 미성숙의 정황 일텐데, 차라리 너그러워진 척 하는 것이 그나마 만년으로 가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10년후, 2017년 6월 19일 앵두기에, 모쪼록 그때의 감수성이 오늘과만 같기를 바란다. 격렬하고 거친 청춘을 잊지 않는 내가 기다리고 있길, 그러기 위해 최대한 가식을 배제하고 성실함과 솔직함으로 살아갈 수 있길.

10년 동안 뚜렷하게 변한 것이 하나 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덧없다] 는 그의 [로마네스크] 적 냉소에 대한 회의일까. 가식과 위선에 타성이 배겨 무력하게 반발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삶을 끝까지 지속 시키지 못한 그는 사실 삶 전체를 관망할 자격 실격임엔 분명하다. 당신이 삶을 결국 중단시킨 그 나이 이상이 되어 그 명제를 자조하기 전까진, 나는 지금 현재의 삶에 있어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련다.

 
※ 6월 19일은 다자이 오사무의 생일이자 그의 자살 사체가 발견된 날로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앵두기櫻桃忌] 라고 이름 붙혀 매년 그의 무덤 앞에서 추모제를 지냅니다. 제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던 작가여서 개인적으로 조촐하게 그를 추모 해봤습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많이 아시겠지만, [만년] 은 그의 초기작들을 모은 단편집으로 개중 수록된 [광대의 꽃] 은 [인간실격] 의 모태가 되었던 중요한 단편 입니다. 메타픽션의 형태를 띈 가감 없고 가식 없는 그의 정서를 통해 깊은 인상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창의 [청춘] 을 보내시는 연령이시면 더더욱이요. 몇가지 인상적인 구절을 덧붙힙니다.

 
그만두자. 자신을 비웃는 것은 치사한 일이다. 그것은 꺾인 자존심에서 오는 것 같다.
실제로 나부터도 남에게 여러 말 듣고 싶지 않아서 우선 제일 먼저 자신의 몸에 못을 박는다.
이거야말로 비겁하다. 좀더 솔직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아아, 겸손하게.

청년들은 언제나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다.
서로 상대방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하면서 자신의 신경도 소중히 돌본다.
쓸데없는 조롱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한번 상처 입으면, 상대를 죽일까, 내가 죽을까 꼭 거기까지 생각을 몰고 간다.
그래서 논쟁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들은 또 남을 잘 웃긴다. 자신을 상처 입히면서까지 남을 웃기고 싶어한다.
그건 결국 예의 허무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지만,
그러나 좀더 깊은 곳에 뭔가 심각한 배려가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논의는 서로의 사상을 교환하기보다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 하기 위해 행해진다.
무엇 하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렇긴 해도 한참 듣다 보면 예기치 않은 수확을 거두는 수가 있다.
그들의 과장된 말 속에 때로 깜짝 놀랄 정도의 솔직한 느낌이 전해지기도 한다.
부주의하게 흘리는 말이야말로 진실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 속에는 혼돈 그리고 까닭을 알 수 없는 반발만 있다.
혹은 자존심 뿐이라 해도 좋을지 모른다. 게다가 날카롭고 예민해진 자존심이다.
어떠한 미풍에도 부들부들 떤다.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 하자마자 죽어 버릴까 하며 괴로워 한다.

나야말로 혼돈과 자존심 덩어리가 아닐까. 이 소설도 다만 그 정도의 내용이 아니었을까.
아아, 어째서 나는 모든 것에 단정을 서두르는가. 모든 사념에 해결을 짓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그런 쩨쩨한 근성을 도대체 누구한테 배웠나?

어떻게 태연할 수 있는가.
늘 절망 곁에 있으면서 상처 입기 쉬운 광대의 꽃을 바람에도 내놓지 못하고
만들고 있는 이 서글픔을 자네가 이해해 준다면!

우리들 자신, 풍자의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러한 현실에 짓눌린 남자가 무리하게 보이는 자제의 태도.
자네가 그걸 이해할 수 없다면, 나와 자네는 영원히 타인이다.
어차피 풍자라면 좋은 풍자, 진정한 생활. 아아, 그건 먼일이다.
나는 적어도 인정으로 가득찬 이 나흘 간을 천천히 천천히 그리워 하련다.
YES마니아 : 로얄 q****e 2007.10.22.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만년]을 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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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책 선택법이 있다. 나 또한 나만의 독서 선택법이 있는데, 나는 주로 내가 읽은 책의 내용중에서 작가가 작품속에서 인용하는 책이나 다른 작품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책을 고르는데 유용한 자료로 이용한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이외수님의 [들개]에 인용된 다자이 오사무 [사양/인간실격]을 통하여 처음 이 일본작가를 알게 되었
"[만년]을 일고......" 내용보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책 선택법이 있다. 나 또한 나만의 독서 선택법이 있는데, 나는 주로 내가 읽은 책의 내용중에서 작가가 작품속에서 인용하는 책이나 다른 작품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책을 고르는데 유용한 자료로 이용한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이외수님의 [들개]에 인용된 다자이 오사무 [사양/인간실격]을 통하여 처음 이 일본작가를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인데, 우리나라에는 그가 써놓은 작품이 별로 많지 않아 하루 빨리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서 출판되기를 바란다. 이 [만년]이라는 책은 다자이 오사무가 1936년 쓴 첫 창작집인데 단편 15편을 모아서 [만년(晩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만년]라는 제목은 우리말로 하면 노년(老年)을 의미하는데 왜 그는 27세의 젊은 나이에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단편 모음집 제목을 [만년]이라고 지었을까? 이 책의 끝부분에 보면 역자의 [만년]해설에서 그 이유를 언급해 놓았는데 다자이 오사무는 3번의 자살기도, 약물중독, 평탄치 않은 삶 등등 결국에 1948년 6월 13일에 39살의 나이로 투신자살을 함으로써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아마도 이 [만년]이라는 이 작품집을 쓰면서 스스로 유서를 쓰듯 작품을 썼을 테고 이것이 [만년]의 제목이 되었을 거라고 역자의 해설에 부연 설명을 하고 싶다. < 문학 작품을 읽을 경우 - 작품의 성격에 따라서 - 작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 작가의 신상에 관한 어느 정도의 지식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있는데 후자가 다자이 오사무 작품을 읽는데 필요하다고 본다<허호(수원대 일본어과="" 교수),="" 파멸속의="" 구원,-="" p.="" 267="">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본작가가 쓴 작품이기 때문에 역자에 따라서 작품이해가 쉽거나 어려울 수 있는데 역자에 따라서 작품을 꼼꼼하게 비교해 보면서 책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를 알게 해준 작가 이외수 님에게 마음속으로나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아무도 모르게 돌았고, 결국 아무도 모르게 나았다."
t*****u 2003.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다자이 오사무 - 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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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위한 공감대의 형성, 이미지의 확립 혹은 무수한 변명들... 그러나 애써 떨쳐내고 지워낼 수 없는 자살에 대한 변...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절규... 사람으로부터 떠나고, 속세로부터 떠나고, 결국 인간으로서의 껍질조차 떠나보낸다... 술에 취한 끈적한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무수히 떠 있는 허공의 별을 바라보며 쓸데없이 지껄이는 농담과도 같은 책이다.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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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위한 공감대의 형성, 이미지의 확립 혹은 무수한 변명들... 그러나 애써 떨쳐내고 지워낼 수 없는 자살에 대한 변...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절규... 사람으로부터 떠나고, 속세로부터 떠나고, 결국 인간으로서의 껍질조차 떠나보낸다... 술에 취한 끈적한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무수히 떠 있는 허공의 별을 바라보며 쓸데없이 지껄이는 농담과도 같은 책이다.  단편과 소품이 뒤섞인 형태의 작품집이라고 불리는 것이 어울릴 듯하다. 이중 "광대의 꽃"은 "인간실격"의 원형이라 생각되어진다.   만년 ★★★            잎         추억         어복기(魚服記)         열차         광대의 꽃         역행         로마네스크         완구
h******g 2006.05.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의 몽상, 나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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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서경식 저 | 돌베개 | 2004년 09월                          <소년의 눈물> 중 다자이 오사무의 인용구에 내 마음도 서경식 선생 만큼이나 흔들렸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사러 큰 서점 몇 군데에 전화를 해서 책을 확인하고 택시로 급히 달려 가야만 했다. 추운날 곱은 손으로 책을 뒤적여 "청춘" 부분 부터 읽어 내려갔다. 내 마음이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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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서경식 저 | 돌베개 | 2004년 09월

          

 

 

 

 

 

 

 

<소년의 눈물> 중 다자이 오사무의 인용구에 내 마음도 서경식 선생 만큼이나 흔들렸다.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사러 큰 서점 몇 군데에 전화를 해서 책을 확인하고 택시로 급히 달려 가야만 했다. 추운날 곱은 손으로 책을 뒤적여 "청춘" 부분 부터 읽어 내려갔다. 내 마음이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다자이 오사무의 중학시절과 서경식 선생의 학창시절이 황송하게도 어린시절 나의 몽상, 나의 가면을 변명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삼학년이 된 어느 봄날 아침, 등교길에 주홍색으로 물들인 다리의 둥근 난간에 기대어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다리 밑에는 스미다가와를 닮은 넓은 강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언제나 뭔가 태도를 꾸미고 있었다. 나의 하나 하나 세세한 동작에도, 그는 당혹해서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는 귀 뒤를 긁으면서 중얼거렸다와 같이 옆에서 계속 설명구를 달고 있었으므로 내게 문득이라든가 나도 모르게라는 동작은 있을 수 없었다. 다리 위에서의 방심 상태에서 깨어난 뒤 나는 쓸쓸함에 몸을 떨었다. 그런 기분일 때 나는 또 자신이 걸어온 길과 장래를 생각했다. 다리를 소리내어 건너면서 여러 가지를 떠올리고 또 몽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숨지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훌륭하게 될 수 있을까. 그 전후부터 나는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모든 일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으므로 늘 공허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나에게는 열 겹 스무 겹의 가면이 착 달라 붙어 있어서 어느것이 얼마나 슬픈지 확인을 해 볼 수가 없었다.

(추억, <만년>, 66~67쪽)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추억' 이 부분 외에는 내게 다른 감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가 너무 프루스트 같아서 싫었다.

 

 

 

y********o 2009.03.13.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