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리뷰 총점 종이책
풀꽃이 웃음엣소리나 하자 속삭인다
"풀꽃이 웃음엣소리나 하자 속삭인다" 내용보기
우화     웃음엣소리나 하자 풀꽃 하나 다른 풀꽃을 보고 속삭입니다. 웃음엣소리나 하자 웃음엣소리나 하자 한쪽으로 온몸이 기울어지며 다른 귀와 다른 귀들로 전해가는 다른 입과 다른 입으로 전해가는 이 빈터 웃음엣소리나 하자 풀밭은 따뜻한 습지에 발을 묻고 흐르는 강물에게 속삭입니다 오, 흐르는 강물에게 전해가는 이 빈터 강물은 어디까지나 빈터를 끌고 가
"풀꽃이 웃음엣소리나 하자 속삭인다" 내용보기

우화

 

 

웃음엣소리나 하자

풀꽃 하나 다른 풀꽃을 보고 속삭입니다.

웃음엣소리나 하자 웃음엣소리나 하자

한쪽으로 온몸이 기울어지며 다른 귀와 다른 귀들로

전해가는

다른 입과 다른 입으로 전해가는

이 빈터

웃음엣소리나 하자

풀밭은 따뜻한 습지에 발을 묻고

흐르는 강물에게 속삭입니다 오, 흐르는 강물에게

전해가는 이 빈터

강물은 어디까지나 빈터를 끌고 가서

범람하는 큰 울음의 하구에 그를 버리고

바다가 됩니다.

시든 원경(遠景)이 모두 와서 익사하는

먼 그 바다를 향해

풀꽃은 하냥 속삭입니다.

 

 

오랜만에 벗들을 만났다. 스무 살 안팎에 맺어진 인연을 수십 년째 이어오며 해마다 한 차례씩 만났다. 수십 년 된 약속을 무력화할 만큼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컸다. 지난해는 장례식장에서 잠깐 만난 것이 전부였다. 풀꽃, 빈터, 따뜻한 습지, 강물, 빈터, 바다, 웃음엣소리 같은 게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도 건너뛸 수 없었다. 가을에 만나던 만남을 서둘러 당겨 만났다. 우리는 댓잎이 서걱대는 도시 변두리 작은 집에서 장작불을 피웠다. 울주에서 온 막걸리를 마시며 병어찜을 먹었다. 집고양이인지 길고양이인지구별하기 어려운 고양이가 먹이를 달라고 조용히 와서 앉았다. 고양이는 먹이를 먹지 않고 물고 갔다. 새끼 고양이 4마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마침내 자정을 넘길 때까지 웃음엣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집에서 우화는 작은 영역이다. 더 큰 영역은 시집 제목처럼 뜨겁다. “모든 요지부동에 대한 음험하고 고독한 복수의 작업시 혹은 꿈이라고 여기는 시인은 내가 나 자신임을 버릴 수 없으므로 나 자신의 아픔과 부끄러움 또한 끝내 버릴 수 없다. 허공에서 사닥다리에 매달리듯 자신의 아픔과 부끄러움 속으로 보다 깊이 내려갈 일이라고 쓰며 타인에게 가장 잘 이르는 길은 자기 자신을 더 열심히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초판시인의 말) 믿는다. 치열하다. “네가 사랑이라고 혹은 슬픔이라고 말할 때 / 상아의 이빨이 가지런한 네 말 / 네 말이 씹는 과질(果質) 속으로 / 몇 마리 마른 고기가 텀벙 뛰어들기도 하지만, / 네가 사랑이라고 혹은 슬픔이라고 말할 때 / 지상에 일어서는 것은 / 빈집 하나”(1)라고 여긴다.

 

첫 시집이 나오고 42년이 흘렀다. 첫 시집을 바라보는 시인은 사랑에 빠진 연인을 보며 아름답구나 행복하구나 느끼기 전에 그 순간 위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제가 한꺼번에 겹쳐 보인다. 파릇하게 사랑이 싹트던 과거와 서로에게 몰입해 있는 현재와 곧 다가올 쓰디쓴 환멸과 이별의 미래까지. 서로 엇갈리는 결의 감정들이 커피와 설탕과 우유처럼 섞인다고 한다. “장미꽃 속 겹겹의 꽃잎처럼 시간이 포개지거니와 그 모든 시간을 건너왔고 / 그 모든 시간 속에 여전히 서 있다”(개정판 시인의 말)고 한다. 나도 모든 시간에 서 있기 때문일까. “한 금지된 사람과 마주치기 위하여” (금지! 금지!) 격정을 토하는 시보다 나직하게 웃음엣소리나 하자는 시에 더 눈에 간다. 콩알 하나 ? 동화 1같은 시에 마음이 간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21.07.2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