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코로나펜데믹은 우리의 삶을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으로 구분지어 놨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은 단절되었고 생활의 패러다임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든 건 세계로의 발걸음을 묶어놨다는 데 있다. 이 와중에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세계여행을 떠난-마치 코로나가 닥칠 것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듯 코로나 시작 전까지의 기가막힌 기간을 여행한-아빠의 이야기는 여행갈증으로 목말라 있는 나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첫 걸음을 떼는 인천공항에서 아이를 베이비캐리어에 메고 가는 모습에 왠지 걱정부터 앞선 건 자식을 키워 본 엄마의 노파심이었을지 모르겠다. 동서양 문화의 용광로 역할을 했던 터키를 시작으로 서양 문명의 원형이 되는 고대 그리스를 만나고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를 마지막으로 첫 번째 여행이 끝난다. 세계의 명소를 실사로 보는 재미도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아이의 다채로운 표정이 더 웃음짓게 했다. 지역과 도시들을 여행하며 쏟아내는 역사이야기 또한 글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또 건축물 하나로 도시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들은 현장감을 더해 마치 그곳을 다녀오지 않고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2권에서는 7~8개월 만에 훅 자란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북미여행이 주를 이루었는데 나도 블라디보스토크나 미국 서부쪽은 다녀온 경험이 있어 더 반갑게 느껴졌다. 여행의 테마를 뚜렷한 분야로 정한 게 아니어서그런지 식당, 거리, 미술관, 놀이동산 등 다양한 곳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가족이 더 단단해지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한다고 했는데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낯섬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여행은 어디를 가든 좋지만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아이가 너무 어리다고, 시간이 없다고 미루지 말고 작가처럼 덤벼보자. 전문작가가 아닌 듯 해서 문장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으나 오히려 기교없이 기행문을 쓰듯 한 내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계는 어떻게 아이의 머릿속, 마음속에 새겨졌을지 새삼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