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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마을에 전염병이 돌았다. 코로나가 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이야기의 시작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가 대 유행하면서 현실 속에서 내가 보았던 일들이 책속에 고스란히 적혀있으니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 눈앞에 그려지는 장면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는구나. 코로나 전에는 전염병 관련 이야기를 읽은 후에는
시장이 자신의 관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황금참나무는 황소만큼 튼튼하지만 깃털처럼 가볍고 뿌리까지 통째로 캐서 바다에 집어 던져도 둥둥 떠서 아프리카까지 떠내려가는 나무라고 소개가 되어있었다. 하!!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책의 특이한 점은 그림과 글씨가 파란색으로 인쇄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그렇다 해도 글씨가 파란색으로 인쇄된 책은 우리나라 도서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라 그런지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살짝 어색했다. 내가 참 닳을 때로 닳은 어른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던 점이. 소설은 소설일 뿐 너무 깊게 현실에 덧대어 생각하려 하지 말자.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끝나면 나도 알베르토와 티토처럼 희망찬 나날을 보낼 수 있겠다는 위안을 받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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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저녁에 와서 눈도 아프고 피곤했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새벽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갔어요 학습책도 이렇게 잘 읽히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종이에서 알록달록한 풍경이 저절로 그려지는 마법 같은 책. 가만히 있어도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풍경은 어떤걸까요? 동화속 세계에 갔다 온 것 같았어요 저도 루비꽃이 가득한 세계로 떠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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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내 이웃 toogye(링크)님이 번역하신 책의 내돈내산 리뷰. 내 인생 책 중 하나가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다. 그런데 이 책 소개에서 '마르케스를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이야기'라는 말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응? 이 정도 분량으로 마르케스를? 정말? 과연' 이런 생각으로 첫 책 페이지를 넘겼다. 다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화 버전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고 칭해도 좋을 것 같다. 신비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아름답고 따뜻하고 아스라한 이야기. 동화라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유치하지 않다. 인물들도 전형적이지 않고 교훈도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짧은 책이지만 그리 빨리 읽지 못했다. 중간중간 생각에 잠기고 그 생각을 되새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빌린 책이 아니라서 밑줄 긋고 메모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읽을 그때에 느꼈던 감정과 기분, 그날의 분위기, 그날 내가 책과 했던 대화 내용. 그런 것들이 밑줄과 메모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밑줄과 메모>
"날마다 자기 관 옆에 앉아서 보라색 반점이 돌아와 자기 목숨도 거두어 가기를 기다렸다." 땅끝마을 알로라는 물고기가 파도에 실려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지는 곳, 그래서 아무도 굶지 않는 곳이다. 하지만 이 신비한 마을까지 역병이 찾아왔고 목공 알베르토도 그 와중에 사랑하는 가족을 다 잃고 절망 속에 홀로 남게 되었다.
"사람은 다 그런 대접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저기 내 관을 줄게요." 외지에서 흘러들어와 혼자 외롭게 살다 죽은 보니토 양에게 자신의 관을 내주는 알베르토. 알베르토는 가족들을 잃은 후 30년간 고독 속에 관을 짜며 살고 있었다.
"부를 찾아 이 마을에 오다니 어리석었다. 하지만 이 마을을 떠나는 건 더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남자는 알았다. 여기처럼 마법 같은 곳이 세상 어디에 또 있겠는가."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알로라에 떼돈을 벌러 온 얼간이 낚시꾼이 있다. 어처구니 없는 생각 때문에 노숙자로 살고 있지만 그런 사람조차 굶어죽지는 않는 곳, 매일 아름다운 하늘과 신비로운 새를 보며 감동할 수 있는 곳이 알로라였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날아다니는 신비한 새. 그런데 이 새는 어떤 페이지에서는 '울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노래한다.' 무슨 차이점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알베르토가 보니토 양을 장사한 얼마 후부터 한 소년이 알베르토의 집에 숨어들어 음식을 훔쳐먹기 시작했다. 오갈 데 없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음식을 내어주며 아이를 돌보기 시작한 알베르토. 아이는 언젠가부터 알베르토의 일을 돕는 견습생이 된다.
"티토, 넌 뭐든지 될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말이야." 알베르토 말에 티토 두 눈이 곁에서 빛나는 촛불만큼이나 환해졌다.
알록달록한 표지보다 오히려 본문에 삽입된 푸른색 일색의 그림들이 더 마음에 와닿는 건 왜일까. 신비로운 알로라의 이미지와 이 푸른색이 잘 어울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그림은 전부 새벽 풍경 같다. 또 이 그림의 당나귀들은 어쩐지 소리도 안 내고 움직이는 영혼들, 혹은 당나귀를 닮은 전설의 동물들처럼 보인다.
여기엔 온통 다친 영혼들뿐. 새도 다쳤고 소년도 다쳤고 관 짜는 노인 알베르토도 다쳐 있다. 그런데 이들이 모인 집에서는 다친 이들끼리 서로를 보듬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엄마는 여기가 마법 같은 곳이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알로라에서는 누구라도 배가 고프면 그저 손을 내밀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고기를 잡으면 된다고 했거든요." 티토의 말 그대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고기들은 성경에 나오는 '만나'를 떠올리게 한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를 헤매던 이스라엘 민족을 먹이기 위해 하나님이 매일 아침 이슬처럼 풀잎에 맺히게 해 주었던 식량인 '만나'.
'이솔라'라는 신비한 산에는 루비 꽃이 피고 초콜렛 돌멩이가 가득하며 말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물고기가 춤추고 새가 헤엄친다. 그러나 이 산의 존재가 알려지자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산의 모든 것을 쓸어가기 시작했고, 산은 분노하여 자신을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탐욕에 관한 이야기다. <소년과 새와 관 짜는 노인> 역시 탐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와 아내를 비롯한 모든 인간을 지배하고 소유하려 드는 탐욕과 그 탐욕이 만들어 낸 비극... 살아남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지 않아도 되는 놀라운 마을 알로라야말로 그 폭력적인 탐욕에 대항하는 존재다. 바로 그 마을에서, 소년과 새와 관 짜는 소년은 상실과 탐욕으로 입은 상처를 서로 치유하고 자유로운 애정으로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세상을 향한다.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아끼게 된 알베르토와 티토. 큰 위기가 닥치지만 둘은 이 위기를 서로에 대한 애정과 희망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이상향을 향해 함께 떠난다. 두 사람을 위한 선물을 가지고 돌아온 피아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아껴 두어야겠지.
<끝인상>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와 푸르스름하고 몽롱한 일러스트, 번역가의 시적인 말투 덕분에 책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꿈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옛날옛날, 신비로운 마을 알로라의 언덕 위에 목수 알베르토가 살았어요.'로 시작했다고 상상해 보라 ㅋㅋㅋ)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손에 잡힐 듯한 감각이다. 작은 마을 알로라의 풍경과 사람들, 책 속 책에 등장하는 마법의 산 이솔라의 반짝이는 모습, 피아의 푸른 깃털 색까지 실제로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고등어가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 피아가 날개를 펄럭이며 '피로롱'하고 노래하는 소리, 알베르토의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알베르토의 스튜 냄새, 작업실의 목재 냄새, 짭조름한 바다 냄새, 비릿한 생선 냄새, 빵가게의 빵냄새가 풍겨올 것만 같고 알로라의 따스한 봄바람과 차가운 눈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책을 읽고 나서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니, 웬만한 여행보다 나은 투자가 아닐까.
이 리뷰는 여기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pgjoice/2223033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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