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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눈, 일상을 묻어버리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에서 멀어진 삶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조예은의 <스노볼 드라이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녹지 않는 방부제, 즉 실리카 겔(Silica gel)과 유사한 성분의 가짜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으면서 일상에서 멀어진 삶이 시작된 것이다.
“하루 평균 강설량 20센티미터. 총합 150센티미터. 일반 눈과 다른 점은 녹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짜 눈은 성인 남성의 가슴팍까지 잠길 정도로 쌓였다. 거리의 온갖 쓰레기들, 테이크아웃 컵과 깨진 유리 조각, 담배꽁초, 죽은 시궁쥐, 제대로 닦이지 않은 일회용기 따위도 전부 눈 아래에 묻혔다. 더러운 것은 눈송이가 다 감춰 버렸으므로, 거리는 언뜻 평화로워 보였다. 태우지 않는 한 영원히 녹지 않는 눈 결정체는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일렁이는 물비늘처럼 이쪽저쪽으로 반짝였다.” [p. 34]
사람의 온기에도 녹는 진짜 눈과 달리 이 가짜 눈은 발열, 구토, 가려움, 발진, 호홉곤란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수분을 빨아들였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 눈처럼 반짝이며 지저분한 것들을 덮어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속으로는 흡혈귀처럼 수분을 빨아들여 세상을 하얗게 황폐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재앙이 일상이 된 삶이 펼쳐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을 단순히 소설 속의 일이라고 지나가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현상 등을 보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재앙 속의 일상
가짜 눈이 내린 이후 간혹 진짜 눈이 내려도 과거의 삶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평범했던 일상은 이제 오지 않을 꿈 속의 풍경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눈송이가 스며들 일이 없도록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나로 이어진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눈을 퍼냈다. 일주일이 꼬박 걸려서야 포크레인과 수거 차량이 지나갈 길을 텄다. 방역 회사와 정비원 등 선발대, 자원봉사자가 아닌 주민들도 전신을 단단히 봉하고 나와 눈 더미 치우는 것을 도왔다. 피해는 더디게 복구되었다. 그사이에 돌이킬 수 없도록 무너지는 것들이 더 많았다. 굶어 죽는 사람들, 외로워서 죽는 사람들, 망하는 사람들, 망해서 죽는 사람들, 답답함을 참지 못해 눈 위로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발작을 일으킨 사람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외출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 돌아다니다 돌아오지 못하게 된 사람들. 느릿한 복구 과정 중 그들의 시신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는데 몸집이 바싹 말라 줄어들기는 했지만 꼭 잠이라도 든 것처럼 하나도 부패하지 않은 깨끗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p. 35]
이런 상황에서 녹지 않는 가짜 눈을 태우고 묻기 위한 장소, 그러니까 쓰레기 소각 및 매립지로 백영시가 지정되었다. 그리고 타의에 의해 사실상 격리된 이 곳에서 사람들은 녹지 않는 눈을 처리하기 위해 ‘센터’라고 부르는 눈 소각장에서 일하게 된다. 일상이 파괴되어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주인공 백모루(이하 ‘모루’)도 이모인 유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센터’에서 일한다. 왜냐하면 모루의 엄마가 ‘센터’에서 일하다가 폐렴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어른이라면 그런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을 말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처음 가짜 눈이 왔던 중2 진로 상담 때에는 관심 있는 척하며, 되고 싶은 것이 없는 모루에게 장래희망을 계속 캐묻는 담임을 혐오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그때 담임이나 다른 어른들이 바랬던 기업의 성실한 부품이 되었으니까.
“눈 소각장은 하루 24시간 내내 돌아갔다. 일은 단순하지만 힘들었고, 녹초가 되어 퇴근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센터에서 궂은일을 하는 데 나이 제한을 둔 이유가 있었다. 어린애들은 겁이 많고 잘 속으며 체력이 좋지만 뭘 모르니까. 시키는 대로 잘 움직이니까. 처음에는 생기 있던 이들도 점차 피곤에 찌들어 갔다. 생각이라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하루하루 주어지는 식사와 침대에 만족하며 성실한 부품이 되었다.” [p. 93]
또 다른 주인공 이이월(이하 ‘이월’)은 계모신화의 변형된 형태를 경험해야 했다. 강아지 하루의 환영을 믿어주고 함께 산책해 주면서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어주는 친엄마 같은 계모(繼母) 정지수와 아이를 이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차가운 의부아빠 같은 친부(親父) 사이에서 그녀가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는 명확해 보인다. 그렇기에 이월이 계모의 마지막 부탁인 눈 속에의 매장을 위해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이월은 유진을 만나고, 유진은 이월을 구하기 위해 강도를 유인한다. 마음의 빛을 진 이월은 모루를 만나기 위해 센터로 갔지만, 이모를 기다리는 모루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줘야 할지 고민한다. 고민하는 동안에도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그녀도 기계의 부품이 되었다.
“센터에서는 늘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되어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내가 아닌 상태로 존재할 수 있었다. 스스로 고민하지 않아도 일거리가 주어졌고, 정해진 일정을 끝내고 나면 진이 빠져 잡생각을 할 힘이 나지 않았다. 눈을 퍼내면 내 머릿속도 비워지는 것 같았다.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내 선택으로 후회할 일도 없다는 뜻이었다. 지루한 수업을 듣는 것처럼 무료하면서 또 안락했다. 구매 식당의 흠집 난 식판이나 주말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한 매점 같은 걸 볼 때면 내가 제대로 누리지 못한 시간들을 다시 사는 기분도 들었다.” [p. 198]
솔직히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고민하고 준비해 둔 길을 그대로 걷는 것은 편하다. 어쩌면 모루나 이월에게 미래를 강요하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삶을 안정된 삶이라 여기고 걷기를 원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에는 ‘나의 삶’이 없다.
하선호라는 래퍼는 [고등래퍼 2]라는 프로그램에서 “꿈을 강요하면서 꿈꿀 시간을 주지 않아 모두의 꿈이 책 속에 있다 믿는 거야 괜히 또 남 사는 얘기에 힐끗힐끗해 나 자신을 괴롭히기 이젠 지긋지긋해 철이 없대 하고 싶은 건 없는데 매년 적어 내래 장래 희망 oh ah yeah 없어서 없다 썼는데 그게 왜 의지 부족이고 생각 없는 거야” 라고 미래를 강요하는 어른에 대해 비판을 했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 정해준, 혹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매트릭스> 시리즈에서의 주인공 네오가 선택한 빨간 약(red pill)처럼 진실을 깨닫게 되면 또 다른 삶이 주어질까? 이 소설에서는 모루가 무심코 본 한 뉴스에서 변화 혹은 각성이 시작되었다. 강도들의 아지트에서 발견된 이월의 계모 시신과 유품들을 본 모루는 ‘센터’로 달려가 근무하고 있는 이월을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월이 망설이던 진실을 듣고 가짜 눈으로 인한 눈사태에 휘말린다. 이 사고는 이들에게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래서일까 마지막에 와서 마치 로드무비의 시작점처럼, 그들은 이월의 아빠 차를 빼앗아 유진을 찾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잃어버린 일상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짜 눈을 헤집다가 진물이 나고 화끈거리는 아픔을 겪더라도 내 의지로 선택한 일을 시도하는 모습은 새로운 삶을 위한 작은 첫 발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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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비교적 서늘했었던 외국의 어느 도시는 섭씨 50도를 오르내리고 있고, 어느 나라는 폭우가 쏟아져 성경 속의 세상, 노아의 방주가 필요할 듯싶어 보인다. 이러한 징조들을 보며 지구가 점점 위태롭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 위기도 그렇고 소설 속 내용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는 게 많다. 조예은의 소설 『스노볼 드라이브』도 그렇다. 방부제처럼 생긴, 녹지 않는 눈이 내리는 세상이다. 녹지 않는 눈은 그저 녹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의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과 유사하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실험용 쥐를 넣었을 때 부패가 되지 않고 바싹 마른 형태가 된다. 마치 미이라처럼.
스노볼 안의 가짜 눈이라고 보면 된다. 한여름에 가짜 눈이 내린 후 일 년이 지난 뒤에 다시 내린 녹지 않는 눈은 사람의 삶까지도 바꾼다. 녹지 않는 눈은 산업 폐기물에 가깝다. 사람들은 피부를 드러내지 않게 천으로 감추고 방독면을 쓰고 다닌다. 모루는 폐기물 센터에서 가짜 눈을 치우는 일을 한다. 기숙사를 이용하는 그들은 학교 때의 단체생활을 하는 것 같다.
모루의 이모가 사라졌다. 이모와는 상관없는 스노볼이 트럭 안에 떨어져 있었고, 트럭의 화물칸은 비어 있었다. 이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모를 찾는 모루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모의 의뢰인들을 찾아다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스노볼을 본 모루는 백영중학교에서 처음 녹지 않는 눈이 내리던 기억을 떠올렸다. 같은 날 눈이 마주쳤던 이월의 기억까지.
백영시에서 특수폐기물을 치우는 사람들은 스노볼 안의 세상에 갇힌 사람들 같다. 가짜 눈이 흩날리는 도시. 진짜 세상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싶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
이런 날이 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폭우가 내려 도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고, 폭염 때문에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다만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십대 후반을 잃어버린 스물두 살의 백모루와 이이월은 이모를 찾아 센터를 뛰쳐 나온다. 그들은 젊다. 스노볼 밖의 세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보다 무언가를 해야 할 때이기도 하다. 스노볼 밖의 세상을 향하여 여행을 시작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았는데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생겼다. 이것만으로도 족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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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지옥은 어떤 세상일까? 겨울이면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게 된다. 눈송이 하나하나는 얼마나 연악하며 사르르 녹아버리는가? 그러나 눈이 쌓이고 쌓이면 거대한 설국(雪國)을 만든다. 설국은 꾸밈이 없다. 나뭇가지는 나뭇가지 모양대로 자동차는 자동차 모양대로 눈 속에 파묻힌다. 그렇다고 해서 설국을 유해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적어도 눈송이는 무해하니까. 설국을 바라보고 있으면 뭔가 아련한 감정들이 마구 쌓인다.
조예은의『스노볼 드라이브』에는 오랫동안 잊히질 않을 장면이 나온다. 녹지 않는 눈이 내린 지 7년째라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마음이 졸여졌다. 이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직감 때문이었을까. 피부에 닿은 눈이 일으키는 이상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게 되고 살갗을 파고드는 건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에는 말라죽는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괴설의 정체는 뜻밖에도 방부제 같은 가짜 눈이었다.
기후 위기 때문에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 지구적인 재앙을 겪고 있다. 온갖 자구책으로 처방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숨 가쁘다. 마스크를 쓰며 입과 코를 막아야 하는 코로나 생활자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스크가 생겼다. 그러니 앞으로 스노볼이 몰고 올 재앙 때문에 우리가 스노볼 난민이 되어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더 이상 가짜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미래에서 우리가 겪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러고 보니 소설은 점점 현실과 교집합이 생겼다. 가짜 눈이 내리고 나서부터 어느 게 진짜 눈인지 분간하지 어려웠다. 가짜 눈이 쌓인 세상은 물비늘처럼 반짝거리며 아름다웠다. 하지만 가짜 눈덩이를 파내면 온갖 시체들과 생활쓰레기들이 득실거리는 소름끼치는 현실을 보게 된다. 가짜 눈이 녹지 않으니 삶의 기능이 마비되고 눈을 소각하는 작업장에서는 고립된 사람들이부품처럼 일하게 된다.
스노볼 생활자가 되었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재앙은 일상을 파괴하고 우리는 흩어진 퍼즐조각을 맞춰야 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삶의 모순과 부조리는 괴괴한 날씨만큼이나 더 치명적이다. 잘 사는 방법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 모루처럼 최악의 최악을 상상하고 심장을 미리 단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모루처럼 단단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은 망치여만 한다.
하지만 재앙이 몰고 온 후 죽음을 애도하는 풍경은 왠지 서글프다. 모루는 엄마를 화장(火葬)하고 재를 뿌릴 곳을 찾지만 가짜 눈이 뒤덮인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납골당에 안치하게 되면서 생각지 못한 거액의 돈을 지불하게 된다. 망자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악한 납골당 때문에 오히려 “애도는 더욱 비싸졌다."(p 41) 라는 냉소적인 말을 곱씹으면서 모루는 예전에 없던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벌어들인 돈이 곧 내 장례비용이 되는 끔찍한 현실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세상이 망했으면 하는 모루에게 공감하게 된다.
엄마의 부재(不在)로 모루에게 남은 가족 이모 유진밖에 없었다. 유진은 트럭운전자여서 돈 되는 일을 찾아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녔다. 이런 유진이 모루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세상이 쉽게 망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모처럼 ‘상처받지 않는 인간’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런 이모가 교통사고를 당한 듯 망가진 트럭에 스노볼을 남긴 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작가는 스노볼을 정체를 추적하면서 모루의 중학교 동창 이월을 불러내고 이월의 새엄마도 불러낸다. 이월의 새엄마는 스노볼 세계를 좋아했다.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스노볼 세계가 아니다.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끝내는 자살을 하면서 눈 속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만다. 그래서 이월은 유진과 함께 새엄마를 묻어주고 그들은 돌아오다가 강도를 만나게 된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유진은 이월을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혼자 트럭을 몰고 강도들과 사라졌다.
이월이 최악의 상황을 견디는 방법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중학생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탈색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역설적 해답으로 보여준다. 얌전하게 보이면 사람들이 걱정하는 소리를 지긋지긋하게 들어야 하는데 얌전하지 않으면 오히려 반대라는 것. 가짜 삶을 그럴 듯하게 보여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백이 무표정한 얼굴에 그대로 담겨있다. 가짜 눈이 내린 지 7년 후, 모루가 사라진 이모를 애타게 찾는다는 것을 이월이 알았을 때도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그는 침묵을 선택했다. 만약 얌전한 행동을 했으면 어땠을까? 괜찮은 거짓말 같았다.
이렇듯 모루와 이월은 사라진 이모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벌이고 적당한 오해를 하면서 적당한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주는 마음은 가짜 눈을 녹일 만큼 아름다웠다. 트럭만 발견되어 이모의 행방이 묘연한 것을 보면 유진이 살아남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설령, 마법 같은 반전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유진이 꼭 돌아오리라, 나는 되도록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이것으로 이 소설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결정적인 순간은 그들이 서로를 믿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각자의 길을 선택한 그들이 헤어지는 순간 집으로 돌아가는 척하며 탈출을 했다. 그들의 탈출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랬기 때문에 모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다.
정말 네 말대로 이모가 언젠가 돌아온다면, 이 세상에 아직 있다면 말이야. 달리다 보면 마주치지 않을까? 나는 도저히,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이제 못하겠어.(p 223)
내가 모루와 같은 상황이라면 계속해서 이모를 찾아 나섰을까? 아니면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을까? 문득 이 소설의 제목이 왜 ‘스노볼 드라이브’인지 알 것만 같았다. 가짜 눈으로 사방이 막혀 스노볼이 되어 버린 세상은 최대한 눈과 접촉을 피할 정도로 위험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의 드라이브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들이 설원을 달리며 얼마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삶은 어느날 아름다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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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드라이브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녹지 않는 눈이라니 작가님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또한 이런 세계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모루와 이월의 이야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모루와 이월이 함께 차를 타고 이모를 찾으러 가는 장면은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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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님의 스노볼 드라이브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조예은 작가님은 그 전에 칵테일 러브 좀비와 뉴서울젤리파크 작품으로 먼저 만나뵈었는데 신간이, 그것도 믿음사의 젊작시리즈로 나왔대서 믿고 읽게되었습니다. 조예은 작가님 작품답게 흥미진진하게 술술 읽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아포칼릭스물을 매우 좋아해서 그런지 아주 잘 읽었습니다! 사실 칵러좀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조금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만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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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신작 소설로, 사람들 사이 유명세를 탄 소설로 시작했다. 이후엔 신작이나 대표작이 아닌 다른 소설의 느낌이 궁금했다. 결이 같으면서도 글이 조금 더 날 것이지 않을까, 거칠지 않을까 하고. 나는 그런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단순히 재미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조예은 작가의 글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 아직도 읽어보지 못한 그의 이야기가 많다. 뜬금없지만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처음엔 그런 단순한 이유였다. 스노볼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지, 드라이브는 누구와 하는 것일지, 스노볼 드라이브는 열린 결말일지 닫힌 결말일지 궁금했다. 퍼도 퍼도, 태워도 태워도 눈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 녹지 않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세상. 이 책은 유독 상상을 하게 했다. 이월과 마루의 이야기가 한 편씩 전개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눈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겨울이 다시 온 것 같았다. 나 역시 피부에 발진이 생기고 입술이 부루트는 것 같았다. 포도향이 풍기는 이월과 그런 포도향을 갖게 만들어준 마루가 백미러에 열쇠고리를 달고서 떠나는 새 드라이브는 더는 죽음의 의미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결국은 다시 이월에게로 돌아간 총이 이월과 마루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종내에는 그들이 따뜻한 계절에 가 닿길 바란다. |
| 다죽자 엔딩인줄 알았는데 다행히 아니었네요 주인공 둘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내용으로 끝나는데 다음 얘기가 궁금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인체를 녹이는 산성비 아포칼립스는 몇 번 봤었는데 알러지 반응 일으키는 눈 소재는 좀 색달랐어요 |
| 요즘 매우매우 핫하신 조예은 작가님의 소설이라 구매했어요 북튜버님이 추천해주신 영상을 보기도 했구요 책 디자인 자체도 너무 예뻐서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ㅎㅎ 내용은 조금 어두워서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소재가 특이해서 한번쯤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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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삶을 마무리 하면서도 눈 속에 묻히길 바랐습니다. 삶의 저 끝에서 결국 현실의 자신을 마주하고는 스스로 스노우 볼 속으로 뛰어들기를 바랐습니다. 그녀의 결정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그녀처럼 될까 두렵습니다. 현실의 모든 문제에서 가장 편한 해결법은 도피하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
| 이 작품은 재앙이 일상이 되었을 때 억압과 절망이 어디까지 손을 뻗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방부제 눈은 점점 많이 내려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모두 덮어버린다. 아름다운 것을 눈 앞에 둗고도 더 이상 아름답지 말하는 것이 재앙이 삶 깊은 곳까지 침투했을 때의 가장 비참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