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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어요. 저는 연화라고 해요. 혈각련 련주의 외동딸이죠."라는 말에 당조영이 수련에 쓰던 칼을 강하게 쥐고서 그녀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년! 크윽! 감히! 복수해주마! 영진님의 원수!" 연화는 어느새 우수를 들고서 당조영이 날린 검을 막아서고 있는 채였다. 혈각련과 깊은 연관이 있는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언가 중요한 용무가 있다는 뜻과 진배없었기 때문일텐데 그런 그녀와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는 짓은 옳지 못한 행동이란 생각에 일비가 옆에 있던 무화린의 소매를 붙잡으며 소근거렸다. 무화린이 "마, 말리고 싶으면 네놈이 말리든가! 나, 나는 무서워서 못하겠다." 어깨를 부르르 떨며 도리질을 쳤다. 일비는 영운에게 눈길을 돌렸다. 영운도 연화가 우리와 싸우기 위해 굳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있었던 터였다. 이곳은 무림맹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별채였고 혈각련의 잔당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험한 장소라고 볼 수 있었다. 영운이 막 당조영을 말리려고 하는데, 당조영은 대뜸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고 혼절해 버렸다. 연화가 기를 거두며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진심이 나와 버렸네요. 당신들과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닌데."라고 사과했다. 애초에 혈각련은 영진의 목숨을 앗아 가 버린 원수나 다름이 없었기에 연화를 향한 악감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영운은 그녀를 쏘아보면서 "왜 당신이 이곳에 찾아온 것이죠?"라고 물었다. 연화가 품속에서 얇은 한지로 만든 작은 쪽지를 꺼내 보이면서 "여러분들께 전할 물건이 있어서예요. 한번 열어 보세요. 그럼 저는 이만." 불현듯 연화가 등을 돌리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아주 먼 발치까지 가 버렸다. 홀로 쪽지를 살펴보고 있던 제갈은영이 "으음... 제가 봤을 때 이것은 지도 같아요. 아마도 저분은 이곳으로 우리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 같아 보여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쪽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 시작했다. 꾸불꾸불한 선이 유독 많은 것을 보면 지도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 내용이 너무나 난해했던 탓에 어느 지역에 대한 지도인지는 슁리 갈피가 잡히진 않았지만 말이다. 약 세 달 전, 혈각련의 본산에 도착한 그들은 결국 영진의 시체를 목도하고 말았다. 섬섬옥수 같은 손가락과 윤기 나는 머리털, 그리고 새까맣게 타 버린 젊은 사내의 몸뚱이는 영진의 것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애초에 그들이 본 것은 영진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새까맣게 타 버린 몸뚱이 근처에 같이 나뒹굴고 있었던 영진의 손가락과 머리카락만 보고서 그 몸뚱이가 영진의 것이라고 확신을 가진 것이었을 뿐! 그 때문에 영운은 그 와중에서도 설마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샘솟고 있는 중이었다. 오주희와 이하연, 비파랑과 연중호, 무화린과 제갈연, 제갈은영, 어느새 정신을 차린 당조영은 영진이 여전히 살아 있고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연화가 지도를 건네고 종적을 감춘 지도 어느덧 일 년이 흘렀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그들은 그 지도를 해석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고 마침내 지도에 그려진 장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곳은 동이족과 접경을 두고 있는 요녕성이었는데 황실과 무림맹 지역에서도 현저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제갈은영이 "저 집인 것 같아요." 한쪽 방향을 가리키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곳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저 멀리서 아담하지만 꽤나 운치 있는 초가집 하나가 보이자 그들은 일제히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어느 순간 그들은 걸음을 우뚝 멈추고 뜨거운 눈물을 폭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귓가로 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쯧쯧, 늦었군! 새 삶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 초장부터 지각이라니!" 사람들은 일제히 초가집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전하!" 초가집 앞에는 너무나 따스한 미소를 지은 천하제일 미남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추마가 삼황자 영진으로 환생한 후 그토록 원했던 보통 사람의 삶속으로 살고자 했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