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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자 영진은 팽하운의 비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무는 이선승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삼대문파는 하북팽가의 팽하운과 모용세가의 모용진, 사천당문의 암노가 나서기로 정했는데 암노는 당조영의 유모로서 폐쇄적인 사천당문의 특성상 그녀 역시 상당한 노고수라 할 수 있었다. 비무에 나갈 사람을 빠르게 선발한 팽하운이 "허면 그쪽에서는 누가 나설 것이오?"라고 넌지시 물었다. 이세휘가 "우리는 나와 부관 두 명이 나설 것이다." 대답하자 팽하운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허어! 본인과 모용 형은 아직 이립이 채 되지 않은 나이인데 이러면 연배에서 너무 차이가 나지 않소?" 팽하운은 이세휘 측에게 나이를 문제 삼고 있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황자를 비무대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이세휘가 참지 못하고 욕지기를 내뱉으려고 했을 때 영진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 영진은 팽하운의 꿍꿍이가 훤히 보이고 있어 그의 속셈에 기꺼이 넘어가 줄 생각이었다. 팽하운이 내건 돈은 이세휘가 건넨 금액의 천 배. 따라서 이 비무를 깔끔히 이기게 된다면 하북팽가는 영진에게 큰 빚을 지게 되는 처지와 다름이 없었다. 하북팽가는 명문의 오대세가로서 상당히 막강한 권세를 누리고 있는 문파였다. 때문에 그들이 영진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면 무림맹을 와해해야 하는 영진으로서는 장차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영진이 "저쪽에서 나이를 따지니 이세휘 대주께서는 저 암노라는 자와 비무를 벌이고 팽하운이라는 자는 내가 직접 상대하겠소. 나머지 한 명은 오주희. 네가 나서거라."라고 말했다. 오주희는 황후가 영진을 죽이라고 보낸 자객으로 추정되는 상당한 여고수였다. 영진은 그런 고수를 가만히 썩혀두고 싶지는 않았다. 영진이 그녀를 지목하자 오주희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영진이 자신을 지목할 줄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오주희는 영진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 영진이 오주희를 보고 "아, 참고로 힘을 감추거나 적당히 상대한다면 너만 다시 황궁으로 돌려보낼 것이니 그리 알거라."라고 그녀가 난처해하거나 말거나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영진은 오주희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결정한 이상 그녀를 최대한 이용해 먹기로 마음 먹은 상태였다. 팽하운은 자신의 예상대로 일이 흘러가는 듯하자 너무나도 유쾌했다. 팽하운이 "슬슬 본격적으로 비무를 시작하는 게 좋겠소! 우리가 이긴다면 그대들이 순순히 물러나는 것이고 만약 그대들이 이긴다면 우리는 이 돈의 천 배를 물어주고 순순히 물러나겠소!" 라고 크게 소리쳤다. 팽하운은 자신들이 패배할 것이라고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첫번째 비무 결과는 암노가 이세휘의 공세를 피하기만 하더니 불현듯 한 물건을 꺼내 던졌다. 슈욱! "...큭!" 암노의 암기가 이세휘의 손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선폐 독이 발라져 있어 이세휘의 안색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세휘가 "신성한 비무에서 비겁하게 독을 사용하다니..." 암노가 "클클클! 이상한 소리를 다 하시는구려! 사천당문 하면 당연히 암기술과 독공인데 그걸 보고 비겁하다니 무림인들 간의 비무는 난생 처음인 모양이오?"라고 되물었다. 암노에게 해독약을 받아 드는 이세휘를 바라보면서 영진은 턱을 쓸었다. 결국 비무의 결과는 첫번째는 암노가 이기고 두번째는 오주희가 이겼다. 마지막 세번째 비무에서 팽하운은 도를 떨어트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북팽가 세 명의 중년 고수들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이대로 간다면 하북팽가는 대몰락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황자에게 지불해야 할 돈 자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북팽가의 충성스러운 가신인 그들은 비무 중에 목숨을 잃은 자를 상대로 황자 측이 돈을 요구하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 소가주인 팽하운을 죽이기로 한 것이다. 하북팽가를 통째로 팔아 버린다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큰 돈을 내기로 건 팽하운의 무분별한 행동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가 독으로 작용했다. |